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씀 -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하는 복음의 기쁨
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김미란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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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14일)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4박 5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월요일(18일)에 떠나셨다. 198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문 이후 25년만이었다. 1989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왔을 때는 세례를 받기 전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오래 전 기억이지만 비행기에서 내려 땅에 입을 맞추시던 기억이 다다. 그후 난 가톨릭 신자가 됐고 세례를 받은 지도 벌써 24년이 지났다. 가톨릭 신자가 돼 교황님의 방문을 보는 건 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집안의 큰 어른이 오신 느낌이랄까. 직접 뭔가 해드릴 수는 없지만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하실 바를 순리대로 다 하시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국 방문을 기념해 21세기북스가 바티칸 교황청과 정식 계약을 한 후 내놓은 교황 권고문이다. 권고문이 뭐가 해서 찾아봤는데 교황 권고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기초로 작성하는 것으로 이번 권고문 역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제13차 정기총회의 주제였던 ‘새로운 복음화를 통한 기독교 신앙의 전파’를 기초로 작성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 권고문은 총 288항인데 특히 선교활동을 위한 교회의 변화, 사목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닥친 유혹들, 복음화하는 하느님의 전체 백성으로의 교회, 강론과 그 준비, 가난한 자들을 위한 사회적 포옹, 사회 안에서의 평화와 대화, 선교를 위한 영적 동기를 자세히 다루셨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생각이 드러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300쪽도 안 되는 분량이라 내용도 많지 않고 특별히 어려운 내용도 아니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되거나 하지는 않는데 아무래도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추상적이다 보니 소설을 읽듯이 한자리에서 다 읽게 되지는 않는다. 권하고 싶지도 않고. 마음 갈 때 펼쳐서 나오는 부분을 읽거나 짬짬이 한두 쪽 정도씩 읽는 게 좋다. 아마 번역하시는 분도 그런 부분이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교황님 방한 4박 5일 동안 모든 언론은 어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못지 않게 교황님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했었다. 어떤 차를 타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얼마나 많이 어린아이를 쓰다듬어주셨고 하는 것들.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거대한 이벤트로 보였을 것이다. 잔뜩 들떴던 마음 내려놓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진짜 얼굴을 알고 싶다면 책을 읽자. 그분이 행동으로 전하고자 하는 뜻이 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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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지 마라, 행복이 멀어진다 - 어른이 되면서 놓치고 있는 것들
김이율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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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그렇고, 지금까지 발표한 책들도 그렇고, 문장도 그렇고, 장르도 그렇고 지은이가 여자인 줄 알았다. 당연하게. 근데 책에 아내란 말이 나오는 걸 보고 뒤늦게 알았다. 지은이는 남자였다. 에세이를 잘 안 읽는 편인데 남자가 쓴 에세이는 처음 같다.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는. 에세이를 주로 쓰는 남자라...

 

 

 

 지은이 김이율은 광고회사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던 사람이다. 제일기획이면 광고회사로는 알아주는 곳이니 지은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듣기만 하면 '아하, 그 카피?' 끄떡이게 되는 카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지은이의 이력 때문에 톡톡 튀는 느낌의 글을 기대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 책의 어조는 차분하고 조곤조곤하다. 문장을 읽고도 지은이를 당연히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으니 어떤 느낌의 문장일지 대략은 느낌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책의 부제 '어른이 되면서 놓치고 있는 것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은 일상의 작은 사건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촌철살인이나 박장대소의 유머 대신 '내가 이런 일이 있었는데 말이야 이런 느낌이 들더라' 이렇게 옆에 앉아서 두런두런 말하는 거 같다. 아내 이야기, 아이 이야기,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 혼자 남은 아버지 이야기, 영화 이야기 등 지은이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와 전혀 다르지 않다. 누구나 비슷하게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한다. 얌전하고 차분하게. 마음이 건조한 느낌이 들거나 매일의 일상이 황량하게 느껴질 때 읽으면 위로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54쪽의 거울 뉴런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사람은 거울 뉴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거나 감정에 공감한다는 내용인데 내가 무엇을 볼지 왜 유의해서 선택해야 하는지가 설명이 됐다. 오래 같이 산 부부가 서로 닮는 것도 결국 거울 뉴런 때문에 부부가 서로의 표정을 흉내내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행복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서라도 행복하고 즐거운 짝을 만나야 할 듯. 이렇게 또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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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파리지앵처럼 - 평범한 일상도 특별해지는 21가지 삶의 기술
민혜련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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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가본 적이 있다. 잠깐이었지만 파리의 상징이라는 에펠탑과 개선문도 봤고, 버스를 타고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야경을 보기도 했다. 한 달 동안 중부 유럽의 여러 도시를 들렀는데 파리가 다른 도시에 비해 뭔가 특별히 다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패션의 도시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길에서 본 파리지앵은 특별히 옷을 잘 입는 거 같지도 않았고, 파리에 가면 에펠탑은 꼭 봐야 한다고 해서 가보기는 했는데 왜 유명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눈에 에펠탑은 삐죽 솟은 철조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뒤로 프랑스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다. '프렌치 시크'를 다룬 패션책도 봤고, 고칼로리 식사를 하면서도 날씬한 프랑스 여자들의 식사법을 다룬 책과 다큐도 봤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넘겼던 그때 그 풍경들이 조금씩 의미를 가지게 됐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10년 정도 유학생활을 했던 작가가 이제 막 대학에 진학한 딸을 위해 쓴 책이다. 지금까지는 자신만을 위해 살았는데 이제 성인이 된 딸을 보며 딸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여자로서, 또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 이제 막 시작한 딸에게 직접적으로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시시콜콜 잔소리를 하는 대신에 10년 프랑스 유학시절 느끼고 경험했던 프랑스 사람들 이야기를 하며 꼭 다른 사람들처럼 정해진 순서에 따라 살 필요는 없다, 이렇게 사는 법도 있다 넌지시 말을 건넨다. 엄마가 딸을 위해 쓴 책이라고 해서 여자로서의 삶만 다룬 건 아니다. 초반에 프랑스 여자들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건 일부분일 뿐 프랑스의 토론 문화, 몸에 대한 시선, 교육 문화까지 다 아우른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책과 비교해 가며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의 작가 민혜련 씨처럼 프랑스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심우찬 씨가 쓴 [프랑스 여자처럼]이나 뉴요커가 쓴 [프랑스 남자들은 뒷모습에 주목한다], 프랑스 사람이 프랑스에 대해 쓴 [프랑스 스타일]이나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를 같이 읽는다면 동일한 대상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어떻게 풀어냈는지 비교가 돼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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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 - 영화 속 디저트부터 만찬까지 한 권에!
정영선(파란달) 지음 / 미호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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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과 시나몬 롤을 보면 영화 [카모메 식당]이 떠오른다. 마시멜로우를 동동 띄운 핫초코를 보면 [로맨틸 할리데이]가, 파스타를 삶을 때면 [시월애]가, 푸딩을 보면 일본 영화 [키친]이, 군만두를 보면 [올드 보이]가 생각난다. 우리 영화든, 일본 영화든, 미국 영화든,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이든, 드라마든, 범죄물이든 거의 모든 영화에는 혼자 또는 둘이, 몇 명이 모여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거나 요리하는 장면이 나오고 난 유독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눈이 반짝거린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 이럴 때도 적용되는가 보다.

 

 음식 영화도 좋아하고, 요리책도 좋아하고, 맛있는 거 만들어 먹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에 나오는 맛있는 음식 볼 때마다 '저건 어떻게 만들까?'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그러니까 딱 나 같은 사람이라면 눈이 반짝거릴 책이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파란달님이 쓰고, 요리한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 요리하는 사람으로 8년 살기 전에 영화 관련 방송글 쓰는 사람으로 8년을 보낸 분답게 글이 매끄럽다.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3]에서 어떤 지원자를 보고 심사위원이 '성격처럼 음식이 단정하다'란 평을 한 적이 있는데, 파란달님의 음식은 아마 얌전할 거 같다. 글이 얌전하고 조곤조곤한 걸 보면.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작은 실꾸러미의 실을 차분하게 풀듯 영화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놓고 영화에 나왔던 인상적이었던 음식의 레시피를 덧붙인 형식이다. 가끔 영화에 나온 음식이 마땅하지 않으면 그 영화를 보고 먹고 싶어지는 음식의 레시피를 소개하기도 했다. 음식은 순두부를 곁들인 라면이나 생강청처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마티니 같은 술도 있고, 크렘 브륄레 같은 손이 많이 가는 후식도 있다. 모두 맛있어 보이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일 경우 더 그랬다. 책을 늦은 밤에 읽어서 다행이었지 당장 순두부 넣은 라면을 끓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나도 파란달님처럼 나만의 시네마 레시피를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란달님처럼 근사하게 만들 순 없겠지만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나왔던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면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후각과 미각으로도 그 영화를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요리 테러리스트라면 직접 만들어 먹는 대신 영화에 나왔던 음식을 맛있게 하는 곳을 찾아가 먹고 사진을 찍어도 좋을 거 같다. 그렇게 해도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후각과 미각으로 그 영화를 기억할 수 있을 듯. 파란달님의 책 덕분에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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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북의 1 - 닥터 이방인 원작 소설
최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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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국경을 넘은 지 벌써 7년이 지났다. 임신한 아내가 군인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본 후 혼자 대한민국으로 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아내의 소식을 알기 위해 돈을 집어주며 편지를 보내고 있지만 답장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한 번이라도 보면 누구라도 감탄할 실력을 갖춘 의사지만 북한 출신의 의사를 뽑아주는 병원은 없어 놀고있는 박훈에게 노태수라는 의사가 찾아와 자신의 손이 되어달라고 한다. 아내를 데려오려면 돈이 절실한데 1년에 10억을 준다고 하니 속셈이 의심스러우면서도 마음이 흔들린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세이버수슬이라는 걸 할 텐데 정해진 시간 안에 약속한 수술을 모두 성공시켜야 한다. 한 건이라도 실패하면 10억은 물 건너간다. 그럼 아내를 찾아도 대한민국으로 데려올 수 없다. 10억이 그냥 10억이 아니다.

 

 요즘 SBS에서 이종석, 박해진, 강소라, 진세연 주연으로 방영 중인 월화 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원작 소설이 (주)21세기북스에서 두 권짜리 소설로 나왔다.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제목 [북의]는 말 그래도 '북한의 의사', '북한에서 온 의사'란 의미다. 드라마로 만들면서 제목을 [닥터 이방인]으로 바꿨다. 아무래도 원작의 제목은 귀에 쏙 들어오는 감이 좀 덜한데 그래서 제목을 바꾼 거 같다.

 

 드라마는 안 보지만 기본 설정은 소설과 드라마가 약간 차이가 있다. 박해진이 맡은 한재준과 강소라가 맡은 오수현이 드라마에서는 연인이자 같은 병원 의사지만 소설에서는 경쟁 병원의 의사로 돼 있고, 이종석이 맡은 박훈 역시 드라마에서는 애인과 헤어진 걸로 돼 있지만 소설에서는 임신한 아내와 헤어진 걸로 돼 있다. 박훈의 성격도 드라마와 소설이 약간 다르다. 소설의 박훈 성격이 더 건조하다. 아마 배우의 이미지와 나이 등을 고려해 변화를 준 게 아닐까 싶다.

 

 워낙 책을 좋아해서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책일 경우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은 안 봐도 원작인 책은 보는 편인데 드라마 [닥터 이방인]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 시청자라면 원작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도 할겸 소설을 읽어보면 재미있을 거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의 원작인 책을 꼭 읽어보라고 했는데 책이 더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북의]의 설정 자체는 재미가 있는데 문장은 좀 아쉽다. 문장으로 괜히 멋을 부리지 않은 건 괜찮은데 세련된 맛이 좀 부족하다. 좀 촌스러운 느낌의 문장이라고 할까. 힘도 있고 세련된 문장이었다면 설정이나 인물도 더 힘을 받았을 텐데 그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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