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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 - 영화 속 디저트부터 만찬까지 한 권에!
정영선(파란달) 지음 / 미호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주먹밥과 시나몬 롤을 보면 영화 [카모메 식당]이 떠오른다. 마시멜로우를 동동 띄운 핫초코를 보면 [로맨틸 할리데이]가, 파스타를 삶을 때면
[시월애]가, 푸딩을 보면 일본 영화 [키친]이, 군만두를 보면 [올드 보이]가 생각난다. 우리 영화든, 일본 영화든, 미국 영화든,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이든, 드라마든, 범죄물이든 거의 모든 영화에는 혼자 또는 둘이, 몇 명이 모여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거나 요리하는 장면이 나오고 난
유독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눈이 반짝거린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 이럴 때도 적용되는가 보다.
음식 영화도 좋아하고, 요리책도 좋아하고, 맛있는 거 만들어 먹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에 나오는 맛있는 음식 볼 때마다 '저건 어떻게
만들까?'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그러니까 딱 나 같은 사람이라면 눈이 반짝거릴 책이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파란달님이 쓰고, 요리한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 요리하는 사람으로 8년 살기 전에 영화 관련 방송글 쓰는 사람으로 8년을 보낸 분답게 글이 매끄럽다.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3]에서 어떤 지원자를 보고 심사위원이 '성격처럼 음식이 단정하다'란 평을 한 적이 있는데, 파란달님의 음식은 아마
얌전할 거 같다. 글이 얌전하고 조곤조곤한 걸 보면.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작은 실꾸러미의 실을 차분하게 풀듯 영화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놓고 영화에 나왔던 인상적이었던 음식의 레시피를
덧붙인 형식이다. 가끔 영화에 나온 음식이 마땅하지 않으면 그 영화를 보고 먹고 싶어지는 음식의 레시피를 소개하기도 했다. 음식은 순두부를
곁들인 라면이나 생강청처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마티니 같은 술도 있고, 크렘 브륄레 같은 손이 많이 가는 후식도 있다. 모두
맛있어 보이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일 경우 더 그랬다. 책을 늦은 밤에 읽어서 다행이었지 당장 순두부 넣은 라면을 끓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나도 파란달님처럼 나만의 시네마 레시피를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란달님처럼 근사하게 만들 순 없겠지만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나왔던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면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후각과 미각으로도 그 영화를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요리 테러리스트라면 직접 만들어 먹는 대신 영화에 나왔던 음식을 맛있게 하는 곳을 찾아가 먹고 사진을 찍어도 좋을 거
같다. 그렇게 해도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후각과 미각으로 그 영화를 기억할 수 있을 듯. 파란달님의 책 덕분에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