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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지 마라, 행복이 멀어진다 - 어른이 되면서 놓치고 있는 것들
김이율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7월
평점 :
이름도 그렇고, 지금까지 발표한 책들도 그렇고, 문장도 그렇고, 장르도 그렇고 지은이가 여자인 줄 알았다. 당연하게. 근데 책에 아내란
말이 나오는 걸 보고 뒤늦게 알았다. 지은이는 남자였다. 에세이를 잘 안 읽는 편인데 남자가 쓴 에세이는 처음 같다.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는.
에세이를 주로 쓰는 남자라...
지은이 김이율은 광고회사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던 사람이다. 제일기획이면 광고회사로는 알아주는 곳이니 지은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듣기만 하면 '아하, 그 카피?' 끄떡이게 되는 카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지은이의 이력 때문에 톡톡 튀는 느낌의 글을 기대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 책의 어조는 차분하고 조곤조곤하다. 문장을 읽고도 지은이를 당연히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으니 어떤 느낌의 문장일지 대략은 느낌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책의 부제 '어른이 되면서 놓치고 있는 것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은 일상의 작은 사건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촌철살인이나 박장대소의
유머 대신 '내가 이런 일이 있었는데 말이야 이런 느낌이 들더라' 이렇게 옆에 앉아서 두런두런 말하는 거 같다. 아내 이야기, 아이 이야기,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 혼자 남은 아버지 이야기, 영화 이야기 등 지은이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와 전혀 다르지 않다. 누구나
비슷하게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한다. 얌전하고 차분하게. 마음이 건조한 느낌이 들거나 매일의 일상이 황량하게 느껴질 때 읽으면 위로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54쪽의 거울 뉴런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사람은 거울 뉴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거나 감정에 공감한다는
내용인데 내가 무엇을 볼지 왜 유의해서 선택해야 하는지가 설명이 됐다. 오래 같이 산 부부가 서로 닮는 것도 결국 거울 뉴런 때문에 부부가
서로의 표정을 흉내내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행복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서라도 행복하고 즐거운 짝을 만나야 할 듯. 이렇게 또 하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