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의 데드 히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속에서 나오는 단편들은 작가가 글머리에서 밝혔던 것처럼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들 있는 그대로 스케치한 작품인만큼 때론 진실하게 느껴지면서도 소설적인 상상력이 노출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극히 평범한 일상속에서 접해지는 특이한 일들을 [회전목마]라는 늘 반복되는 순환 놀이에서 일어나는 dead heat(대접전)이라고 제목에 규정한 만큼 이 이야기들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은 아닌 것 같다. 

그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5년만에 홀로 떠난 여행속에서 남편이 원하는 [레더호젠]이라는 반바지를 사면서 느껴지는 자신안에 내재된 남편에 대한 증오감과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감은 그녀를 이혼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만다. 이렇게 깨어진 가정에 태어난 자란 여주인공은 끝내아무런 결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주저하게 된다는 내용의 <레더호젠>, 긴장과 불안속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던 여주인공이 무심코 보게 된 한편의 그림속에 보여진 인물을 통해 외부를 통해 보여지지 않았던 자신의 허물과 진실을 직관하게 되는 충격때문에 진정한 자신의 진실된 가치와 꿈을 찾아가게 되는 계기가 되어가는 내용을 담은 <택시를 탄 남자>,  우리가 흔히 완벽하다고 말하는 삶속에서도 자신의 진실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슬픈(?)이야기를 통해 물질적, 육체적 충족스러움도 정신적 부재로 인해 자신의 삶을 힘들게 느낄 수 있다는 내용을 보여 준 <풀사이드>,  어린시절부터 고통이라고 몰랐을 만큼 응석받이 자랐던 한 여자가 결혼 후 다가 온 인생의 굴곡들이 스스로가 놓여지기를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다가오는 운명의 수레바퀴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여자를 다룬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남들에게 도덕적으로 인격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정한 일을 저지르면서도 꺼리낌이 없었던 남자에게 한통의 전화와 시작된구토의 증세들. 그 구토의 연속됨속에서도 자신에 대한 반성과 뉘우침을 모르는 한 남자를 묘사한 <구토1979>

섹스마저도 물건처럼 거래되고, 계층간의 차별성마저 나타나는 현대사회의 모순성. 이런 잘못됨도 도덕과 윤리측면에서 면죄부가 되어가는 현대사회를 비판한 <비 그치기를 기다리며>, 한 여인에 대한 간절함과 사랑이 왜곡되어 나타난 관음증때문에 본질적인  진실함과 사랑을 잃어버린 인물을 통해 현재도 계속되는 외형위주의 잘못된 편견과 행위를 비판한 <야구장>, 우연히 해변에서 만난 母子, 스스로가 가족이라는 체제속에 소속되어 있지만, 그 틀속에서 쓸모없는 無적인 존재로남아버린 그들.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고, 자아를 찾고 싶음을 사냥용 칼이라는 잔인하면서 냉혈한 도구로 표출하고 있는 <사냥용 칼>

이렇듯 작품 하나하나에는 일상적인 삶의 틈속에서 쉽게 발견되지는 않지만, 스스로가 모를 뿐 일과 시간이라는 순환적인 흐름속에서 잊어지고 잃어버린 우리의 슬픔 모습들을 투영하고 있다. 단편소설이 주는 산뜻함과 더불어 아쉬움도 조금은 남지만, 읽는 순간에는 재미와 함께 무엇가를 생각하게 하는 즐거운 고통을 주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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