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 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딩의 모든 것
이경미.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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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지은이: 이경미, 정은아

 펴낸 곳: 쌤앤파커스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이는 공간, 편안하고 아늑해서 또 찾고 싶은 공간, 왠지 모르고 내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 있을 것 같은 공간,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공간... 공간은 어쩌면 미학 즉, 예술이 아닐까? '이제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라고 자신 있게 외치는 쌤앤파커스의 신간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를 만났다. 알록달록 고운 띠지를 벗기면 드러나는 하얀 표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디자인 콘셉트와 딱 맞아떨어지는 좋은 예라 감탄하며 책의 첫 장을 펴들었다. 우리가 직접 방문할 수 있는 혹은 입소문으로 적어도 한 번쯤 들었을 법한 소문난 공간의 비밀과 그곳을 담은 예쁜 사진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오고 싶어 하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멋지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저자는 비용에 앞서 공간의 목적에 집중하라고 권한다.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콘셉트'! 기능, 디자인, 리사이클링이라는 세 가지 기준 중 어떤 것을 따를지 먼저 선택하면 비로소 공간에 취향을 담는 작업이 첫발을 내디딘다. 다른 요소는 최대한 덜어내고 바리스타와 고객, 고객과 커피만을 무대 위로 올려놓는 '블루보틀'의 심플한 공간 디자인, 전면에 큰 유리창을 통해 초록색 잎이 무성한 나무와 잔디를 보며 말차를 마시는 '맛차차', 50년은 족히 넘은 공간의 형태와 분위기를 살려 고객에서 추억과 새로움을 선물하는 을지로 카페들. 이외에도 마트. 옷 매장, 화장실, 식당 등의 다양한 공간 디자인과 이들의 성공사례를 분석하며 찾고 싶은 곳을 만드는 비법이 담겨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며 공간을 채워라! 아늑함과 편리함은 기본! 고객의 동선을 고려하고 청결함을 유지하며 경험과 교감하고 기억에 남을 특별한 이름을 짓고 모든 디테일에 의미를 담아 고객의 취향을 저격하라는 이 책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게 어떻게 공간을 채울지가 주요 핵심이지만, 장사하거나 디자인 업종에 종사하지 않아도 공간과 취향이라는 주제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롭다. 독자에게 전달될 공간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공들여 찍은 사진에서는 정성이 묻어난다. 취향 저격 '공간' 블랜딩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이 책. '나도 장사를 시작해볼까?'라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 순간이었다. 작더라고 확실한 취향이 담긴 소박한 가게...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그 순간 이 책을 다시 꺼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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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죄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은모 옮김 / 달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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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 우죄

글쓴이: 야쿠마루 가쿠

옮긴이: 김은모

펴낸 곳: 달다 / 현암사

 

 

마음을 나눈 친구가 있다.

이 녀석이라면 뭐든 믿고 의지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느 날 밝혀진 놀라운 사실!

그 친구가 과거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른 소년 A라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예전과 똑같이 녀석을 대할 수 있을까?

 

 사회파 추리 소설가 야쿠마루 가쿠의 신작 『우죄』. 지난 작품 <신의 아이>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소년법이란 묵직한 소재가 등장한다. 일본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저널리스트가 되길 꿈꾸던 주인공 마스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스테인리스 가공업체에 취직한다. 그곳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스즈키. 마스다는 은둔형 외톨이처럼 보였던 스즈키와 우여곡절 끝에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과거에 잔인한 사건을 저지른 소년 A가 스즈키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범행 수법이 너무 잔인하여 숨을 헉 삼킬 정도. 중학생이던 소년 A는 어린 초등학생 둘을 죽이고 눈을 도려내는 엽기적인 살인을 저질렀지만, 당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소년법에 의해 감형받았다. 그 소년 A가 스즈키라니, 마스다는 깊은 번뇌에 빠지기 시작하는데...


 이 책 『우죄』는 살인사건과 범인을 파헤치는 소설이 아니라, 사건 후에 오늘을 살아가는 범죄자와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해자 유족이라면 두말할 것 없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소년 A를 당신이라면 친구 스즈키로 대할 수 있을까? 애정 결핍에서 비롯된 돌이킬 수 없는 그 살인을 스즈키는 죽도록 후회하며 괴로워한다. '속죄'하길 간절히 바라면서. 스즈키의 시선에서 소설이 전개됐더라면 전지적 시점으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고민할 여지가 없었겠지만, 각자 아픔을 숨기고 있는 마스다와 미요코, 과거 스즈키를 담당했던 여의사인 야요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스즈키는 어쩌면 독자의 시선과 같지 않았을까 싶다. 친구라고 믿었던 스즈키의 과거를 알고 마스다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읽는 동안,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망설였던 시간. 나라면, 소년 A가 아닌 내 친구 스즈키를 따스하게 품어줄 수 있었을까? 솔직히 자신은 없다. 소설 말미에 마스다가 보여준 행동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이미 찍힌 죄의 낙인은 어떻게든 씻어낼 수 없지만, 정말 뉘우치고 속죄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위해 기꺼이 마음을을 열어줄 수 있을까?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애처로움과 안타까움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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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 - 회사도 부서도 직급도 없지만
김지은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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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

지은이: 김지은

펴낸 곳: 지콜론북

 

 

 나는 프리랜서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에 대한 주변 반응은... '스트레스 안 받아서 좋겠다.', '카페에서 일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부럽다', '나도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프리랜서라는 직업이 얼마나 외롭고 눈물 나는 일인지. 물론 좋은 점도 있지만 말이다. 언젠가 특정 분야 프리랜서가 출간한 책을 보고 화가 모락모락 피어오른 적이 있었다. 화창한 아침, 모닝 커피를 마시며 컴퓨터를 켜고 우아하게 작업을 하고 원하는 시기에 마음껏 여행을 다니며 스트레스 없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황당한 영화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은 책 소개에 바로 동료 프리랜서에게 전화해서 주절주절 푸념을 늘어놓았던 그 날의 기억. 책이 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리랜서의 장점을 자극적으로 미화하여 아름답게 칭송하기보다는 밥벌이로서 얼마나 괴롭고 힘든 직업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살짝 화가 났던 것 같다. 여러 분야의 프리랜서가 우후죽순처럼 책을 쏟아내는 요즘, 프리랜서의 고충과 실상을 솔직하게 담아낸 책은 없을까 조바심이 나던 차에 유레카! 몇 권을 연거푸 읽다가 드디어 발견한 보석 같은 책,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 제목에서부터 솔솔 풍기는 짠내나는 프리랜서의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재치있게 담아낸 이 작품. 프리랜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을 만큼 참 좋았다.

 

 

 

  프리랜서가 되고부터 이런저런 부탁이 들어오는데, 프리랜서는 의뢰 가격도 '프리'할 거라 착각하는 모양이라고 웃픈 현실을 꼬집는 김지은 작가는 오춘기를 앓고 있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잘 다니던 좋은 직장을 정리하고 프리랜서로 독립하기까지 겪은 다양한 시행착오와 현실감 넘치는 감정 묘사를 잘 살린 글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에 또 동감. 알찬 글과 함께 귀여운 삽화도 자주 등장하여 눈이 즐겁다.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 일해도 야근하는 건 똑같더라. 일에 치여 허덕일 때는 단순해지려 노력해야 한다. 제대로 거절할 줄 알아야 인생이 편안하다.'며 머리도 못 감고 며칠간 마감에 시달리며 일하고, 작업 중에 끼니를 때우려 빵과 주전부리로 연맹하는 프리랜서의 안타깝고 외로운 현실을 어찌나 잘 그려냈는지 정말 엄지 척! 29살에 건강이 악화하여 수술까지 받았다는 작가는 기대와 걱정을 내려놓고 내일은 좀 더 가벼워지기를 바라는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이다. 프리랜서라면 시간 조율을 잘해서 얼마든지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입에 풀칠하려면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발로 뛰어야 하는 게 현실. 어떤 분은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딱 시간을 정해두고 일하신다는데, 그분은 오로지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기에 가능할 거라 예상해본다. 돌봐야 할 꼬마가 있고 집안일이 널려 있는 상황이라면 그야말로 지옥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고된 길을 지금 내가 걷고 있다. 부디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혹은 욱해서 프리랜서라는 험한 가시밭길로 들어서지 마시길. 회사에는 야근이 있을지언정 퇴근도 있지 않은가!(물론 퇴근 후에도 들들 볶는 못된 상사가 있다는 건 안다. 제발 그러지들 맙시다!) 프리랜서는 철야 작업은 필수고 퇴근은커녕 마감만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시간 조율은 가능하지만 늘 시간에 쫓기는 삶이란 사실은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회사 생활과 프리랜서의 삶을 그려냈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일 것 같다. 서평을 쓰며 프리랜서의 장점만 부각시키는 다른 책들에 살짝 흥분해서 푸념처럼 단점을 늘어놓긴 했지만, 회사 생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단하고 힘들다는 걸 알기에 어떤 직업이든 쉽지 않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이 책에는 회사 생활을 하며 힘들었지만 좋았던 점, 프리랜서라 괴롭지만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 담겨 있어 현직 프리랜서와 프리랜서를 꿈꾸는 이의 가려운 부분을 효자손처럼 시원하게 긁어준다. 그림이 주업인 작가지만 글도 어쩜 이렇게 잘 쓰는지 이해와 공감을 가득 실어 빨간색 하트를 100개는 날리고 싶은 심정. 어떤 일이든 생업이 걸리면 즐거울수만은 없는 상황.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도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모든 이에게 상당한 위로를 전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마지막은 해외 여행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이또한 신선하고 재밌어서 끝까지 합격점! 프리랜서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 이 책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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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 고흐의 불꽃같은 열망과 고독한 내면의 기록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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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반 고흐, 영혼의 편지

 글쓴이: 빈센트 반 고흐

 옮기고 엮은이: 신성림

 펴낸 곳: 예담 출판사

  태양의 화가, 영혼의 화가라 불리는 빈센트 반 고흐! 밀짚모자를 쓴 채 슬픔을 드리운 얼굴과 샛노란 해바라기, 회오리치는 듯한 밤의 풍경, 황금빛 감도는 카페 등등 반 고흐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살아생전엔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는 그는 수많은 작품 중 고작 몇 점을 판매했다고 하는데, 그마저도 동생 테오가 없었다면 가능했을지는 알 수 없다.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한 동생 테오를 미워할 만도 했건만 반 고흐는 테오를 동생으로 때론 친구로 혹은 자신이 의지할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기며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많고 많은 편지를 보냈다. 1872년 8월부터 숨을 거둔 1890년 7월까지 동생 테오에게 무려 668통의 편지를 보냈다는 반 고흐. 예담 출판사에서 20만 부 돌파 기념 특별판으로 출간한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는 테오, 어머니, 고갱, 베르나르 등에게 보낸 반 고흐의 솔직한 편지가 실려 있다.

 

 

 반 고흐의 생각과 영혼의 상태를 여실히 엿볼 수 있는 지극히 사적인 이 편지들은 반 고흐의 생애를 장소와 시기별로 나누어 그때 쓴 편지와 완성한 작품을 함께 실어 그의 자취를 뒤쫓는 이의 눈과 마음을 풍족하게 채워준다. 글자 크기, 줄 간격, 삽화 배치 등 여러 면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책. 늘 소탈하게만 보였던 반 고흐가 실은 돈이 없어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며 그 덕분에 공부에 집중하기 위한 고독을 보장받는다고 털어놓은 넋두리와 분명 내 그림은 팔릴 테니 기운을 내라며 테오를 다독이는 의연함, 열정적으로 예술에 관해 이야기하는 조금은 낯선 여러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늘 우울하고 무기력할 것만 같은 그의 일생이 실은 이토록 찬란하게 빛나고 기운이 넘친 순간도 있었음을 여실히 깨달으며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상당 부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야 그를 조금 이해하는 기분이랄까? 그토록 사랑하고 열광하는 나의 화가, 반 고흐와 비로소 제대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1권으로 끝나기엔 조금 아쉬웠는데,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가 있다고 하니 다시 한번 반 고흐와의 반가운 만남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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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 고흐의 불꽃같은 열망과 고독한 내면의 기록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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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반 고흐, 영혼의 편지

 글쓴이: 빈센트 반 고흐

 옮기고 엮은이: 신성림

 펴낸 곳: 예담 출판사

  태양의 화가, 영혼의 화가라 불리는 빈센트 반 고흐! 밀짚모자를 쓴 채 슬픔을 드리운 얼굴과 샛노란 해바라기, 회오리치는 듯한 밤의 풍경, 황금빛 감도는 카페 등등 반 고흐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살아생전엔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는 그는 수많은 작품 중 고작 몇 점을 판매했다고 하는데, 그마저도 동생 테오가 없었다면 가능했을지는 알 수 없다.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한 동생 테오를 미워할 만도 했건만 반 고흐는 테오를 동생으로 때론 친구로 혹은 자신이 의지할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기며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많고 많은 편지를 보냈다. 1872년 8월부터 숨을 거둔 1890년 7월까지 동생 테오에게 무려 668통의 편지를 보냈다는 반 고흐. 예담 출판사에서 20만 부 돌파 기념 특별판으로 출간한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는 테오, 어머니, 고갱, 베르나르 등에게 보낸 반 고흐의 솔직한 편지가 실려 있다.

 

 

 반 고흐의 생각과 영혼의 상태를 여실히 엿볼 수 있는 지극히 사적인 이 편지들은 반 고흐의 생애를 장소와 시기별로 나누어 그때 쓴 편지와 완성한 작품을 함께 실어 그의 자취를 뒤쫓는 이의 눈과 마음을 풍족하게 채워준다. 글자 크기, 줄 간격, 삽화 배치 등 여러 면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책. 늘 소탈하게만 보였던 반 고흐가 실은 돈이 없어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며 그 덕분에 공부에 집중하기 위한 고독을 보장받는다고 털어놓은 넋두리와 분명 내 그림은 팔릴 테니 기운을 내라며 테오를 다독이는 의연함, 열정적으로 예술에 관해 이야기하는 조금은 낯선 여러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늘 우울하고 무기력할 것만 같은 그의 일생이 실은 이토록 찬란하게 빛나고 기운이 넘친 순간도 있었음을 여실히 깨달으며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상당 부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야 그를 조금 이해하는 기분이랄까? 그토록 사랑하고 열광하는 나의 화가, 반 고흐와 비로소 제대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1권으로 끝나기엔 조금 아쉬웠는데,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가 있다고 하니 다시 한번 반 고흐와의 반가운 만남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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