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 - 회사도 부서도 직급도 없지만
김지은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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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

지은이: 김지은

펴낸 곳: 지콜론북

 

 

 나는 프리랜서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에 대한 주변 반응은... '스트레스 안 받아서 좋겠다.', '카페에서 일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부럽다', '나도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프리랜서라는 직업이 얼마나 외롭고 눈물 나는 일인지. 물론 좋은 점도 있지만 말이다. 언젠가 특정 분야 프리랜서가 출간한 책을 보고 화가 모락모락 피어오른 적이 있었다. 화창한 아침, 모닝 커피를 마시며 컴퓨터를 켜고 우아하게 작업을 하고 원하는 시기에 마음껏 여행을 다니며 스트레스 없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황당한 영화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은 책 소개에 바로 동료 프리랜서에게 전화해서 주절주절 푸념을 늘어놓았던 그 날의 기억. 책이 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리랜서의 장점을 자극적으로 미화하여 아름답게 칭송하기보다는 밥벌이로서 얼마나 괴롭고 힘든 직업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살짝 화가 났던 것 같다. 여러 분야의 프리랜서가 우후죽순처럼 책을 쏟아내는 요즘, 프리랜서의 고충과 실상을 솔직하게 담아낸 책은 없을까 조바심이 나던 차에 유레카! 몇 권을 연거푸 읽다가 드디어 발견한 보석 같은 책,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 제목에서부터 솔솔 풍기는 짠내나는 프리랜서의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재치있게 담아낸 이 작품. 프리랜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을 만큼 참 좋았다.

 

 

 

  프리랜서가 되고부터 이런저런 부탁이 들어오는데, 프리랜서는 의뢰 가격도 '프리'할 거라 착각하는 모양이라고 웃픈 현실을 꼬집는 김지은 작가는 오춘기를 앓고 있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잘 다니던 좋은 직장을 정리하고 프리랜서로 독립하기까지 겪은 다양한 시행착오와 현실감 넘치는 감정 묘사를 잘 살린 글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에 또 동감. 알찬 글과 함께 귀여운 삽화도 자주 등장하여 눈이 즐겁다.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 일해도 야근하는 건 똑같더라. 일에 치여 허덕일 때는 단순해지려 노력해야 한다. 제대로 거절할 줄 알아야 인생이 편안하다.'며 머리도 못 감고 며칠간 마감에 시달리며 일하고, 작업 중에 끼니를 때우려 빵과 주전부리로 연맹하는 프리랜서의 안타깝고 외로운 현실을 어찌나 잘 그려냈는지 정말 엄지 척! 29살에 건강이 악화하여 수술까지 받았다는 작가는 기대와 걱정을 내려놓고 내일은 좀 더 가벼워지기를 바라는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이다. 프리랜서라면 시간 조율을 잘해서 얼마든지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입에 풀칠하려면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발로 뛰어야 하는 게 현실. 어떤 분은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딱 시간을 정해두고 일하신다는데, 그분은 오로지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기에 가능할 거라 예상해본다. 돌봐야 할 꼬마가 있고 집안일이 널려 있는 상황이라면 그야말로 지옥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고된 길을 지금 내가 걷고 있다. 부디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혹은 욱해서 프리랜서라는 험한 가시밭길로 들어서지 마시길. 회사에는 야근이 있을지언정 퇴근도 있지 않은가!(물론 퇴근 후에도 들들 볶는 못된 상사가 있다는 건 안다. 제발 그러지들 맙시다!) 프리랜서는 철야 작업은 필수고 퇴근은커녕 마감만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시간 조율은 가능하지만 늘 시간에 쫓기는 삶이란 사실은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회사 생활과 프리랜서의 삶을 그려냈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일 것 같다. 서평을 쓰며 프리랜서의 장점만 부각시키는 다른 책들에 살짝 흥분해서 푸념처럼 단점을 늘어놓긴 했지만, 회사 생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단하고 힘들다는 걸 알기에 어떤 직업이든 쉽지 않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이 책에는 회사 생활을 하며 힘들었지만 좋았던 점, 프리랜서라 괴롭지만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 담겨 있어 현직 프리랜서와 프리랜서를 꿈꾸는 이의 가려운 부분을 효자손처럼 시원하게 긁어준다. 그림이 주업인 작가지만 글도 어쩜 이렇게 잘 쓰는지 이해와 공감을 가득 실어 빨간색 하트를 100개는 날리고 싶은 심정. 어떤 일이든 생업이 걸리면 즐거울수만은 없는 상황.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도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모든 이에게 상당한 위로를 전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마지막은 해외 여행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이또한 신선하고 재밌어서 끝까지 합격점! 프리랜서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 이 책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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