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월세 1,000만 원 받기
구자익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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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퇴 후 월세 1,000만 원 받기

지은이: 구자익

펴낸 곳: 한국경제신문I

 

 

 

 은퇴하고 월세로 1,000만 원?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한 달에 1,000만 원 버는 건 꿈도 못 꿀 서민으로서, 일도 하지 않고 월세 수입으로 그런 큰 금액을 벌어들인다니 별나라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리는데... 저자가 월세 1,000만 원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대기업 임원급의 월급이 그 정도라서 잡은 것이지 모두 그 금액을 목표로 달릴 필요는 없다고 한다. 자신의 재정 상태와 소득 수준에 따라 부동산에 뛰어들어 같이 노후 준비를 잘해보자는 취지. 자녀 교육에 힘쓰느라 노후 자금이 없었다는 저자의 기본 자산은 시가 9억 원짜리 아파트 1채와 약간의 보유자금이었다는데... 이런, 일단 시작부터가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맨바닥에서 시작한 우리 가족은 열심히 일해 3번의 이사를 거쳐 지금 사는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다. 게다가 개발 과잉으로 인해 전에 살던 아파트는 팔지 못하고 전세를 놓은 상황. 아파트로는 전혀 재미를 못 본, 아니 상당히 골치 아픈 상황이라 부동산 쪽은 고개도 돌리기 싫었는데, 어쩌면... 이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한 장, 한 장 저자의 말에 귀 기울여 보았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발표한 '2018년 은퇴백서'에 따르면 은퇴 후 최소 생활비로는 198만 원,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는 생활을 위해서는 29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창 경제활동을 할 혈기왕성한 나이에 벌어들이는 수입이 300만 원 정도라고 가정할 때 노후를 위해 그 정도의 돈을 저축해두기란 불가능. 나라에서 책임지고 보상해주겠다는 국민연금 역시 100만 원 넘게 수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결국 노후 준비는 오롯이 내 몫으로 남는다. 그래서 저자는 부동산 수익에 집중한다. 은퇴 후 굳이 다시 재취업하지 않고 돈을 부려 노후 생활자금을 벌어들이는 구조. 대출을 생각하고 뛰어들더라고 어느 정도의 투자금 없이는 불가능하기에 일단 은퇴하기 전까지 최대한 돈을 모아놓는 게 관건일 듯하다. 그럼 저자가 전하는 부동산 투자 비법은 무엇일까?

 

 

 

 

 

 

 

 

'근린 상가나 아파트 상가보다는 상업 지역 상가에 관심을 가질 것. 원룸 사업의 핵심은 공실로 시작해서 공실로 끝난다. 노후 월세 수입을 위해 아파트는 적절치 않다.' 전문적인 지식은 아니지만 저자가 직접 겪고 부딪히며 습득한 귀한 정보들이 상당수 담겨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에 걸맞은 사기 피해와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섣불리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과 더불어 아파트 1채를 담보로 어떻게 월세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지 요리조리 다양하게 계획을 짜서 알려주는 초보 맞춤형 수업.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어 금세 이해할 수 있는 게 이 책의 장점. 지금 당장 실천에 옮기기는 힘들겠지만, 오늘부터 당장 10년 계획 짜기에 돌입하여 10년 혹은 더 이른 시일 안에 월세 수입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 생각. 건물주가 되는 그날까지 이 책은 곁에 두고 종종 펴보며 열심히 허리띠를 졸라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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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전주곡 - 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 <안녕, 드뷔시> 외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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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녕, 드뷔시 전주곡

지은이: 나카야마 시치리

옮긴이: 문지원

펴낸 곳: 블루홀 6

 

 

 

 빙글빙글 도는 LP판을 따라 길게 늘어진 붉은 핏자국. 음각과 양각으로 홈을 새겨넣은 입체적인 레코드판에 조심스레 손가락을 얹자 그 촉감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오톨도톨한 감촉이 신기하여 한참을 만지작거리다가 손가락이 멈춘 곳엔 두발자전거처럼 크고 작은 바퀴를 단 휠체어가 있다. 『안녕, 드뷔시 전주곡 - 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1편인 <안녕, 드뷔시>와는 다른 작품이라 들었기에 비슷한 제목과 눈에 익은 휠체어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한 마음이 한가득. <안녕, 드뷔시>의 마지막 반전에 눈물까지 쏟으며 크게 감동했던 터라 이번 작품 역시 기대가 컸다. 나카야마 시치리가 누군던가! 가슴 뭉클한 따스함이 숨 쉬는 미스터리의 대가. 반전의 제왕. 역시 실패란 없다.

 

 

 

 <안녕, 드뷔시>에서 슬픈 최후를 맞이했던 고즈키 겐타로 할아버지가 부활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화재 사고를 당하기 전 겐타로 할아버지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니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면 오산! 맞춤형으로 개조한 휠체어를 타고 사건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겐타로 할아버지는 경주마처럼 역동적이며 젊은이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기운이 넘친다. 자신이 정한 원칙에서 벗어난다 싶으면 목소리를 높여 버럭 꾸짖는 그 정정한 모습에 반가워서 코끝이 찡했다. 이 책 『안녕, 드뷔시 전주곡』에서는 겐타로 할아버지가 해결하는 5가지 사건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과 관련된 건물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사건. 뇌경색으로 쓰러져 재활 치료를 받던 중, 다른 노인이 보낸 SOS 신호를 알아보고 구해준 사건. 마을 토박이 노인만 골라 공격하는 괴한을 검거한 사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은행강도들을 주먹 한 번 쓰지 않고 잡은 사건. 미사키 요스케와 함께 해결한 지인 독살 사건. 단편 연작 소설인데도 구성이 상당히 탄탄하고 음악, 도료, 건축, 휠체어, 역사, 의학, 프라모델 등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방대한 지식을 선보인다. 대체 어떻게 이런 다채로운 지식을 가졌는지 신기할 정도!

 

 


 

 

 


 

 

 

 겐타로 할아버지의 멋진 활약을 즐겁게 지켜보면서도 묵직한 마음에 자꾸만 멈칫했던 소설. <안녕, 드뷔시>를 읽은 독자로서 그 소설과 관련된 인물이 나올 때 반가우면서도, 그들의 운명을 알기에 가슴이 시큰했다. 다섯 번째 이야기 '휠체어 탐정의 마지막 인사'에서는 앞으로 펼쳐질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를 암시하며 겐타로 할아버지가 조용히 자리를 내어준다.

 

 

 

《겐타로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져갔다.

불현듯 이것이 겐타로의 마지막 모습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미사키는 언덕 아래에서 휠체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배웅했다.

겐타로의 모습이 어둠에 점점 사라져갔다.

이윽고 완전히 보이지 않았다. - p383》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안녕, 드뷔시>에서 너무 빨리 이별하여 아쉬움 가득했던 겐타로 할아버지를 다시 만난 기쁨이 이토록 클 줄이야.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쉬웠던 인물을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이는 시치리 작가가 독자에게 주는 깜짝 선물이 아닐까 싶다. 돈, 권력, 성질, 활기, 손주 사랑, 지식, 추리력 등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겐타로 할아버지의 매력을 제대로 알아간 시간. 이 책 『안녕, 드뷔시 전주곡』 한 권으로 영원한 안녕을 고하기엔 너무 아쉬워 요스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멀리 사라져가는 겐타로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안녕, 드뷔시>를 읽은 독자라면,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탄탄한 연작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그냥 재밌는 책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이 책. 이번에도 시치리는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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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클래식
김태용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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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화관에 간 클래식

지은이: 김태용

펴낸 곳: 페이스메이커 / 원앤원북스

 

 

 

 책을 가장 좋아하는 나의 두 번째 취미는 영화 감상. 지금이야 사정상 극장에 잘 못 가지만, 홀로 자유롭던 시절엔 일주일에 2, 3편씩 꼭 극장 나들이를 했었는데... 아!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이여! 흑인 여성들의 가수 성공담과 좌충우돌 인생담을 전하는 영화 <드림걸스>의 음악에 취해 OST를 수없이 다시 듣고 <비긴 어게인>에 등장하는 노래에 반해 같은 영화를 몇 번이나 봤던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엔 늘 죽마고우 같은 좋은 음악이 함께한다. 음악에 대해 잘 모르지만, 특히 클래식은 어렵고 생소한 분야라 영화에서 듣게 되더라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 누구나 아는 비발디의 '사계'나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혹은 '운명' 정도가 내 지식의 한계다. 쓰고 보니 부끄러워지는... 하지만 이번에 읽은 『영화관에 간 클래식』 덕분에 클래식 음악에 예전보다 많이 친숙해졌다. 재밌는 영화 이야기와 더불어 색다르고 신선한 음악 이야기.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이 책, 책장에 꽂아두고 자주 펴보고 싶은 책이다.

 

 

 

 

 

 

 

 

 

《그러면 '랩소디'는 무슨 뜻일까?

랩소디는 '서사시의 일부분' 혹은 '미쳤다'라는 그리스어의 뜻에서 유래되었고,

이를 광시곡(狂詩曲)으로 풀이해 자유로운 형식의 환상곡풍 기악곡으로 분류한다. - p13》

 

 

 

 실화를 기반으로 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히어로가 등장하는, 드라마틱한 영화 속 클래식. 이렇게 4가지로 분류된 영화 속 클래식 이야기엔 22개의 주옥같은 영화가 담겨 있다. 글의 첫 시작을 연 작품은 <보헤미안 랩소디>. 퀸의 음악을 좋아하기에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반가웠던 그 영화! 역시 작가의 안목은 탁월하다. 작가는 '랩소디란 무슨 뜻인지'와 같은 토막 상식을 찬찬히 설명해주며, 친근하고 편안한 태도로 클래식을 잘 모르는 독자에게 다가선다. 영화를 본 후 오랜 시간이 지나 기억이 나지 않는 곡들이 대부분이지만, 작가가 전하는 영화 속 장면과 그 순간에 흘러나온 음악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잊었던 기억이 조금씩 살아나며 당장 그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 책을 손에 들고 꼼꼼하게 체크해가며 영화의 주요 부분마다 등장하는 음악을 들으면 더 깊이 이해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클래식은 서양 음악이란 느낌이 강해서 외국 영화만 즐비할 거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한국 영화 이야기도 꽤 등장한다. 영화 <기생충>의 가짜 바로크 음악에 홀딱 속아 어떤 음악인지 한참 고민하며 알아봤다는 에피소드가 '지은이의 말'에 가볍게 등장하고 <풍산개>, <암살>, <터널>, <그것만이 내 세상> 등의 작품을 다룬다. 영화 포스터, 영화 속 장면, 작곡가와 오페라 가수의 사진, 음반 표지 등 다양한 시각 자료가 실려 있어서 보다 잘 이해하며 리듬감 있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영화 반, 클래식 음악 반 정도의 조합이라고 하면 될까? 이 책 『영화관에 간 클래식』은 영화와 클래식이라는 주제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도, 어느 한쪽을 좋아하는 사람도, 양쪽 다 좋아하는 사람도 모두 마음에 들어 할 거라는 확신이 들 만큼 알차고 재밌다. 이번 주말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며 작가가 알려준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유심히 들어볼 계획. 영화에 쓰인 클래식 음악을 통해 영화를 보는 재미를 2배로 키워주고, 클래식 음악을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준 이 책 『영화관에 간 클래식』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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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천 반의 아이들
솽쉐타오 지음, 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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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천 반의 아이들

지은이: 솽쉐타오

옮긴이: 유소영

펴낸 곳: 민음사

 

 

 

 제법 묵직한 중국 소설을 만났다. 민음사에서 출간된 솽쉐타오라는 작가의 『9천 반의 아이들』. 책을 열면 <9천 반의 아이들>, <평원의 모세>, <대사>, <절뚝발이>, <긴 잠>, <건달>, <기습>, <큰길>, <그라드를 나오다>, <자유 낙하> 이렇게 10개의 중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현대적이라기보단 빛바랜 사진에 담긴 추억이나 탈탈 털면 먼지가 날 것 같은 이야기라고 할까? 책날개에 실린 작가의 나이를 보지 못한 채 읽기 시작했기에 나중에 작가가 1983년생이라는 걸 알고 흠칫 놀랐다. 직접 경험해본 적도 없는 시대의 이야기까지 어찌 이리 잘 표현했을까? 단단한 알맹이가 있는 10개의 이야기 중 책의 제목을 차지한 <9천 반의 아이들>과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중편 소설 <평원의 모세>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편집자의 의도적인 배치였을까?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만으로 솽쉐타오라는 작가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느끼게 된다.

 

 

 

 

 

 

 

 

《시험에서 일등을 해도 9천 위안을 내야 다닐 수 있어

이곳은 '9천 반'이라 불렸다.》

 

 

 

 <9천 반의 아이들>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던 주인공 '내'가 중학교 시절 친구인 안더례와 우연히 만난 이야기로 문을 연다. 자연스럽게 안더례와 함께 보낸 그때 그 시절로 흘러가는 기억.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도 자식 잘되길 바라는 부모의 교육열은 막을 수 없나 보다. 주인공 '나'는 어렵사리 경쟁률 높은 중학교에 입학한다. 시험에서 1등을 해도 별도로 9,000위안을 내야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학교를 '9,000반'이라고 불렀다. 입학 후 '나'는 억울한 상황에 휘말려 지저분한 괴짜 안더례와 맨 뒷줄에 함께 앉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축구를 통해 우정을 쌓은 두 사람. 어는 날 안더례는 불쑥 이런 말을 한다.《마냥 여기 이렇게 앉아 있어서는 안 돼, 넌 앞쪽 자리로 가야 돼. 뒤창은 내가 지켜보면 되고, 넌 열심히 공부해야지. 우리 둘은 달라. - p42》. 안더례의 이 한 마디에 선생님에 대한 오기가 발동한 '나'는 자신이 바보가 아니란 걸 증명하고자 공부에 매진하고 중간고사에서 전교 1등을 차지한다. 성적이 발표된 후 안더례는 이번 시험 1등은 싱가포르로 유학을 보내준다는 공문을 봤다며 선생님이 성적을 조작해 '내'가 아닌 자기가 아끼는 학생을 추천하려 한다는 어두운 이야기를 꺼낸다. 안더례는 친구인 '나'를 위해 이 사실을 밝히고 결국 1등은 '나'도 '그 학생'도 아닌 다른 여자아이로 정정된다. 그리고 안더례는 학교에서 쫓겨난다. 그 후로 오랜 세월 만나지 못한 두 사람은 운명처럼 재회했지만 안더례는 이미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 소중한 학창 시절을 함께했던, 날 위해 싸워주었던 친구의 진실한 우정과 세월의 무상함에 안타까움이 방울방울 맺히는 이야기였다.

 

 

 

 

 중편 소설 <평원의 모세>는 앞서 등장했던 <9천 반의 아이들>과 동일한 서술 방식으로 진행된다. <9천 반의 아이들>은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한층 스케일이 커진 <평원의 모세>에서는 작가의 이런 서술 방식에 숨이 막혔다. 등장하는 여러 주인공의 관점에서 세월을 오가며 펼쳐지는 이야기. 문제는 큰따옴표의 부제다.《내가 말했다. 어, 아빠 오늘 넘어진 것 아니구나. 아버지가 말했다. 아냐. 내가 말했다. 그럼 왜 그런 건데? 아버지가 말했다. 생각 중이야. - p95》 이런 식... 대체 왜 작가는 이런 식의 전개로 숨통을 조이는 것인가! 그래도 자꾸 보니 눈에 익는지 차츰 이야기에 집중. 좡더쩡과 푸둥신 부부의 아들 좡수, 리페이와 그녀의 아버지, 잠복 수사 중에 목숨을 잃은 경찰 장부판, 진료소를 운영하는 쑨톈보와 쑨위신 부자 등등 다양한 인물의 삶이 자투리 천처럼 따로 놀다가 과거에 있었던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어져 하나의 조각보로 완성된다. 진실을 향해 달려가자 숨 막히는 서술 방식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넘쳤던 이야기. 단연 작가의 대표작이라 꼽을 만한 소설이었다.

 

 

 

 

 10개의 소설은 쓰인 시기가 달라서인지 아니면 작가가 마음 내킬 때마다 스타일을 달리 한 것인지 큰따옴표가 있다가 없기를 반복한다. 내용 자체도 묵직하지만 숨통 트일 새 없이 연결에 연결되는 문장의 습격이 좀 아쉬웠던 책. 이건 편집자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듯하다. 작가가 애초에 독자가 읽기 편하도록 구성하여 썼다면 훨씬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단단한 알맹이가 있는 소설 임에도 살짝 고리타분한 전달 방식 때문에 소설에 누가 된 듯하다. (실제로 읽다가 몇 번 잠들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그 아쉬운 부분을 제외하면 진중한 자세로 누군가의 인생을 담아내는 문장과 색다른 분위기를 맛보는 재미를 선사해준 소설이었다. 작가의 다음 소설이 나오면 또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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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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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혼자 보는 미술관

지은이: 오시안 워드

옮긴이: 이선주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어쩐지 서글퍼 보이는 한 청년이 관람객을 가만히 응시한다. 끝이 말려 올라간 동그란 모자에 하얀 옷을 입은 이 청년은 어떤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까? 표지에 실린 작품의 이름은 《피에로》. 제목을 알고 나서야 파악한 그의 정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루돌프처럼 빨간 코를 키운 여느 광대의 모습과 너무 달라 다시 한번 찬찬히 바라보게 된다. 그림을 읽는 것이 아닌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감상법. 『혼자 보는 미술관』은 부담감 없이 홀로 사색하며 그림을 제대로 음미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20세기 이전(1840년대~1890년대)의 위대한 작가를 다루는 이 책의 저자는 예술작품을 읽으려고 노력하기 전에 보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고 권한다. 고전 미술을 제대로 평가하는데 필요한 기술에 집중해보고 작품 앞에서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내버려 둬라. 눈과 몸이 먼저 반응하고 그다음에 머리가 따라가도록 할 것. 그러면 우리는 비로소 그림을 읽지 않고 온전히 보게 된다. 머리를 굴리지 않고 마음으로 그림을 마주하자, 그림 속 주인공의 숨겨진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펼쳐지는 듯하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혹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라고 불리는 화가의 작품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 세계에 단 몇십 점의 그림을 남긴 네덜란드 천재 화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뭐라 말로 형용하기 힘든 아련함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이 책의 저자가 권한 것처럼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자. 앙다문 입술, 경직된 어깨, 굳은 얼굴... 편지를 꼭 쥔 두 손에서 잔쯕 긴장한 채 번뇌하는 여인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 활짝 열린 창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뜻한다.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방에 드리운 그림자로 인해 분위기가 한층 깊어지며 갈팡질팡 망설이는 여인의 마음을 더 진하게 드리운다.

 

 

 

 

 

 

 

 

 

 평범한 것에 아름다움을 부여하며 거의 실제라고 느껴질 만큼 사실적으로 물건을 묘사한 장 밥티스트 시메옹 샤르댕. 《물컵과 커피포트》란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손에 잡힐 듯 가만히 놓여 있는 모습에 몇 번이고 그림을 쓰다듬게 된다.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화폭에 담아낸 화가. 종교화나 인물화도 좋지만, 때론 고즈넉하고 정갈한 느낌을 풍기는 정물화도 참 좋은 듯하다. 커피포트를 손에 쥐고 진하게 내린 커피를 한 잔 쭉 따르고픈 마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생각하고, 원하는 대로 그림에 파고드니 이번 감상을 뭔가 색다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데 그림 공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고 신비롭지만 일단 알고 나면 더 열심히 공부하여 많은 걸 보고 이해하고 싶은 욕심. 『혼자 보는 미술관』은 독자가 서둘지 않고 자신만의 템포로 천천히 그림을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작품에 담긴 외로움, 분노, 슬픔, 기쁨, 쾌락, 고통, 번뇌, 행복, 황홀함, 고독, 성스러움 등등 다양한 감정을 살피고 공감하며 가슴으로 그림을 보는 시간. 명화 감상이 늘 어렵게만 느껴지는 초보자들에게 따스한 격려와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혼자 보는 미술관』. 해박한 지식을 지닌 전문가가 아니더라고 초보자의 위치에서 즐겁고 의미 있게 작품을 즐길 수 있게 이끌어 주어 마음에 쏙 드는 책이다. 멀지 않은 날에 이 책을 옆에 끼고 홀로 미술관을 거닐 순간을 꿈꾸며 뿌듯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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