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 현대 일러스트 미술의 선구자 무하의 삶과 예술
장우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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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지은이: 장우진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알폰스 무하'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그의 그림은 분명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달력, 엽서, 상품 포장지, 문구류 등등 생활 곳곳에 자리 잡은 그의 그림. 그의 작품을 처음 발견한 순간을 떠올려본다. 여느 때처럼 예쁜 문구를 둘러보다가 눈에 띈 고풍스러운 마스킹 테이프. 아름다운 장신구를 걸친 여인들이 내뿜는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해 한참을 바라보다 급히 주문했던 그 날, 알폰스 무하를 향한 가슴앓이가 시작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우아한 명화들과는 또 다른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그의 작품은 화려하면서도 소탈하여 금세 마음을 열고 다가서게 된다. 오랫동안 상업적 장식 화가로 여겨지며, 어두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빛을 발하지 못했던 그가 마침내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고 거장으로 올라서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RHK 출판사의 신간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에는 화려한 작품 뒤에 숨겨진 그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도감인가 싶을 정도로 풍성하게 여러 작품을 소개하며 알폰스 무하의 따스하고 숭고한 삶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어쩌면 신의 계시였을 부모님의 만남. 무하는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왼손잡이로 태어났다. 4년이나 활동하며 교육받던 성가대 활동을 변성기 때문에 그만두고 낯선 거리를 배회하던 무하는 우연히 들른 교회의 천장 프레스코화를 마주하고 감동한다. 그 순간의 떨림은 이내 화가가 될 운명이란 확신으로 이어졌고 무하는 계속 그림을 그리며 실력을 쌓는다. 쿠엔 백작의 후원으로 파리 유학길에 올라 공부하던 무하는 후원이 끊긴 후 생계를 스스로 꾸려야 했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여배우 사라의 포스터를 맡으며 단번에 유명해진 무하는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새로운 분야와 더 큰 무대로 뻗어 나간다. 그림은 물론 보석 디자인, 인테리어까지 무하의 손길이 닿는 곳곳에 아름다움이 피어올랐고 미국에 진출한 후에도 소소한 성공을 성취하며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무하의 마음속엔 아직 이루지 못한 원대한 꿈이 남아 있었다. 무하는 조국을 위한 자신의 꿈을 계획했다. 모든 슬라브인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픈 소망. 그는 우여곡절 끝에 20년이 걸린 역작 <슬라브 서사시>를 완성했지만,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홀대와 핍박을 견뎌야 했다. 당시 나치가 가장 눈엣가시로 여긴 애국 인사였던 무하는 지병이었던 폐렴과 나치의 심문으로 인해 그만 눈을 감았다. 오직 조국 체코만을 가슴에 품고 사랑하다가 79세에 영면에 든 거장이 가는 길엔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고, 하늘도 슬피 울었는지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고 한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한 유일무이한 화가, 알폰스 무하. 특유의 성실함으로 수많은 작품을 완성하면서도 사람 좋고 사업 수완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렸던 그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시큰했다. 아름답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여신 그림 이미지로만 떠올렸던 무하가 뜨거운 애국심으로 완성한 <슬라브 서사시>를 보며 벅찬 숭고함에 존경심이 샘솟았다. 이 책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무하의 삶을 가슴 깊이 전하고 그가 남긴 주요 작품을 시대별로 소개한다. 거장의 파란만장했던 생애와 그가 남긴 작품이 주는 시대를 초월한 감동이 더해져 절대 잊지 못할 한 권의 아름다운 책이 완성되었다. 장우진 작가님의 유려한 글솜씨와 무하의 황홀한 작품이 빚어낸 환상적인 콜라보! 이 책은 반드시, 꼭, 어떻게든 소장해야 할 보물이다. 앞으로 늙어갈 내 인생에서 절대 이 책을 놓지 않으리!

 

 

 

 


♥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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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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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글쓴이: 어슐러 K. 르 귄

옮긴이: 이수현

펴낸 곳: 황금가지

 

 

 특정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들은 의외로 타인에 의해 자신의 장르가 국한되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얼마 전 굉장히 재밌게 읽었던 《킨》의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도 사람들이 자기를 SF 작가라고 평하지만, 자신은 그저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SF 장르의 전설적인 작가 어슐러 K. 르 귄 역시 그러하다. 그녀가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쓴 강연용 글, 에세이, 서평, 서문과 더불어 1994년 여성 작가들만의 칩거처 '헤지브룩'에서 창작하며 보낸 특별한 일주일의 기록이 담긴 책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 이런 열린 사고방식과 깊이 있는 정신세계를 가진 인물을 그저 SF 장르 작가로 규정하는 건 정말 어리석고 예의 없는 실수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싫은 책을 다룰 때만 아니면 서평 쓰기는 좋아한다.

서평을 읽을 때는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글이 최고지만

잘 쓰고 잘 맞는 악평도 귀하게 여긴다.

형편없는 책에 대한 죽여주는 평을 읽으면 죄책감 없이 즐겁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p12 서문 중에서...

 

 

 

 

 

 

 책의 시작을 여는 《강연과 에세이, 어쩌다 내놓은 조각 글들》은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꼿꼿하게 자신의 견해을 밝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이 시대의 원더우먼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슬그머니 동경심이 샘솟았다. 원치 않았던 임신이라면 당연히 낙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그녀는 미혼모가 그 아이를 낳고 잃게 될 미래의 수많은 가능성과 행복을 논한다. 정말 되살려야 하는 건 앞으로 꾸릴 가정의 소중한 내 아이라는 외침이 절실한 메아리가 되어 오래도록 내 귀에 맴돌았다. 이런 민감한 문제에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다니, 정말 멋지다! 다양한 주제의 강연 글을 읽다 보니, 어느새 그곳 한 자리에 자리 잡고 열심히 메모하며 강연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장르 중독자들은 책이 패스트푸드처럼 쉽기를 원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세상엔 많은 나쁜 책이 있지만, 나쁜 장르는 없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예술은 메시지 이상의 뭔가를 드러낸다니, 옳은 말씀이다. 대기업 자본의 유입으로 개성을 잃고 획일화되어 가는 출판 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어려운 독립 출판 시장의 상황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잠을 제대로 자라는 부분에서는 어젯밤 늙게까지 책 읽던 내게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났다.

 

 

 

 《책 서문과 작가들에 대한 글 모음》 그리고 다양한 서평도 평소 만나보기 힘든 특별한 글이었다. 이슬아 작가의 서평집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를 읽고 흘러넘치는 감성에 감탄하며 서평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놀랐던 기억이 새록새록. 어슐러 K. 르 귄 작가님의 서평은 대중문화를 꿰뚫는 냉철한 판단과 전문적인 지식이 잘 녹아 있어 촘촘하게 짜인 논문을 읽는 기분이었다. 방대한 지식과 그 깊이에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게 되는 그녀의 글. 훔치고 싶을 정도로 부러운 지성과 재능이다. 온갖 의무와 걱정을 벗어던지고 일주일 동안 오롯이 홀로 사색할 수 있었던 일주일의 기록은 눈부시게 반짝였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거닐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아, 나에게도 언젠가 그런 순간이 올까?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 한 뼘 성장한 느낌이다. 앞으로 어떤 삶의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지 롤모델을 찾은 기분이랄까? 어슐러 K. 르 귄 작가님처럼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리고 멋진 작품을 써낼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찌릿찌릿한 자극에 온몸의 세포가 반짝 눈을 떴던 특별한 경험! 이 책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덕분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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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기도 소타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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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글쓴이: 기도 소타

옮긴이: 부윤아

펴낸 곳: 해냄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학교에 전해 내려오는 괴담을 들은 적이 있을 거다. 공포영화 '여고 괴담'에 등장하는 학교와 상당히 비슷한 중,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터라,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소름이 돋았었는지... 미술실까지 길게 이어지던 돌계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학교를 졸업한 지 한참이 지났어도 학교 괴담만 들리면 왜 그때 그 시절 여고생으로 돌아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어쩐지 회춘(?)하는 듯한 그 기분이 싫지는 않은... 어쩌면 그래서 이 책에 이토록 끌렸는지도 모른다. 학교 괴담과 미스터리의 절묘한 만남으로 독자를 강렬하게 빨아들이는 신작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일본에서 드라마라도 제작된 소설이라 각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동급생이 된 마음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여고였다가 20여 년 전에 남녀공학이 된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는 기묘한 전설이 있다. 유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 중 한 명이 '유리코 님'이 되어 절대 권력을 거머쥐고, 그녀를 거역하면 반드시 불행이 닥친다는데... 1~3학년을 통들어 유리코가 여려 명일 경우,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퇴학 혹은 전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리코가 제거된다.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절친 미즈키를 쫓아 이 학교에 입학한 야사카 유리코는 자신 앞에 펼처진 위험천만한 상황에 당황한다. 안 그래도 따돌림을 당하던 처지인데, 유리코 전설이 알려지자 야사카 유리코는 더욱 궁지에 몰리며 유일한 안식처인 미즈키에게 매달린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의연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미즈키는 친구인 유리코를 토닥이며 큰 힘이 되어준다. 학교 축제에 유리코 전설에 관한 연극을 올리기 위해 조사하던 중, 3학년 '유리코 님'을 포함한 1학년 유리코 4명이 하나씩 변을 당하기 시작하는데... 공포와 붉은 피로 물든 연쇄 살인의 서막! 과연 주인공 유리코는 무사히 살아남아 '유리코 님'이 될 수 있을까?

 

 

 


 

 

 

 

아아, 사람들이 여기로 오면 귀찮아지는데.

구조라도 되면 다시 살아가야 한다.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p8 중에서...

 


 


 이런, 이번 소설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연쇄 살인이 벌어진 판국이라 잔잔한 마무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 훈훈하게 잘 마무리되었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더라. 미칠 듯이 놀라운 반전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의외였던 숨겨진 진실. 끝까지 의심의 끈을 놓지 않더라도 이건 정말 속지 않을까 싶었던 반전이었다. 데뷔작을 어떻게 이렇게 탄탄하게 써낼 수 있을까 감탄했는데, 기도 소타 작가는 데뷔작을 내기 이전에 이미 여든 편의 소설을 쓴 준비된 신인이었다고 한다. 역시! 나른한 긴장감 속에서 다음 희생자는 누구일지 마음을 졸이며 지켜봤던 이야기. 책의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 비로소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란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과연 진범을 맞출 명탐정 독자가 나타날지 기대되는 신간!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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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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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커피지만 향과 맛이 만족스럽습니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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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동물
황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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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야행성 동물

글쓴이: 황희

펴낸 곳: 몽실북스

 

 

 

 놈들이 쫓아온다. 소름 끼치는 괴성, 고약한 악취, 피를 갈구하며 번뜩이는 눈,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제압할 수 없는 괴력까지. 저들은 이미 사람이 아니다. 그저 피 냄새에 흥분한 좀비일 뿐. 녀석들을 제거하는 방법은 딱 하나, 머리를 쏘는 것! 당신에겐 총알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이지만, 실수해서는 안 된다. 놈을 죽여야 당신이 산다. 깊은 심호흡과 함께 총을 겨눈 당신은 살점이 흘러내린 채 분노로 가득한 좀비와 눈이 마주친다. 어딘가 낯이 익은 존재. 이미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그 괴물이 우리의 가족, 친구 혹은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과연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까?

 

 

 

 《월요일이 없는 소년》, 《부유하는 혼》, 《내일이 없는 소녀》, 《기린의 타자기》 등등, 특이한 소재와 열정 가득한 필력으로 다수의 팬을 보유한 황희 작가님이 이번엔 몽실북스와 손잡고 새로운 소설을 출간했다. 좀비를 소재로 한 사회파 SF 미스터리 『야행성 동물』에서 그녀는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새로운 좀비를 선보이며 그들을 제거의 대상이 아닌, 구해야 할 대상으로 피력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내디딘다.

 

 

 

 과거 마약 중독자였던 한나는 약에서 벗어난 후, 엘파소 국경수비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의심스러운 차량에서 상당한 양의 마약을 찾아낸 어느 날, 한 미친 운전자가 날뛰며 사람들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한나가 머무는 도시에 마약성 좀비화가 창궐하자, 한나는 딸 러너와 함께 서둘러 귀국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과 강아지가 있는 한국, 흰섬.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한나는 평화로운 일상을 잠시 만끽하지만, 흰섬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든다. 물려서 죽은 자가 삽시간에 좀비로 부활하고 사람을 공격한다. 구조의 손길을 기다릴 새도 없어, 비릿한 피 냄새와 처절한 절망만이 가득한 이 흰섬에서 과연 한나는 살아남아 딸 러너는 무사히 찾을 수 있을까?

 

 

 

 


 

 

 

 

"마약은 원래 자연이 인간에게 내린 천연 진통제였는데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온 걸까요?"

"인간의 과욕 때문이겠죠."

- 《야행성 동물》, p78 중에서...

 

 

 

 특별한 소재를 다룰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세계관과 타당성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황희 작가는 인간이 좀비로 변이한 이유와 신종 좀비가 출현할 수밖에 없는 탄탄한 원인을 제시한다. 어딘가에서 뚝 떨어진 바이러스가 아닌 인간의 이기심과 나약함이 퍼트린 잿빛 질병. 마치 영화를 보는 듯 눈앞에서 살벌하게 펼쳐지는 살육전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때문에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파르르 떨릴 정도였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시원하게 머리를 박살 내며 제거하던 좀비가 차마 내 손으로 죽일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면... 거기서 느낄 절망감과 고통이 얼마나 날카롭게 가슴을 파고들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데... 황희 작가님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좀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좀비 마니아인 내가 영화 '웜 바디스' 이후로 좀비에게 연민을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인 듯. 《야행성 동물》을 영화화한다면, 여자 주인공 한나 역으로 이시영 배우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영화화를 간절히 바랄 만큼 생생하고 잔혹했던 이야기. 하지만 그 끝엔 가슴 뭉클한 인류애와 따스함이 있었다. 믿고 읽는 황희 작가님의 신작, 이번에도 대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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