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평점 :

제목: 완전한 행복
글쓴이: 정유정
펴낸 곳: 은행나무
오래도록 기다린 정유정 작가의 신간이다. 완벽한 글이 더 완벽해질 때까지 원고를 손에서 놓지 않는 치밀한 그녀이기에 2년이란 시간쯤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정말 읽고 싶은 책을 손에 넣었을 때의 가슴 벅찬 희열을 선사하는 독보적인 작가. 소문난 집순이인 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만나러 갈 거의 유일한 작가. 사인회에서 마주한 고작 1분여의 순간으로 지금까지도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그녀. 정유정이 돌아왔다. 자기애의 늪에 빠진 인간의 삶이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완전한 행복』. 우리에게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 행복에 완전함이란 존재할 수 있는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유나. 하지만 유나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진 않는다. 유나의 어린 딸 지유, 언니 재인, 두 번째 남편인 차은호. 유나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주변 인물 세 사람의 시선이 치밀하게 교차하며 두려운 진실을 향해 달려간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유나가 생각하는 행복은 덧셈이 아닌 뺄셈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거나 원하는 일을 이루며 차곡차곡 행복을 쌓아가겠지만 유나는 다르다. 자신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은 그게 누가 됐든 제거하며 완전한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치밀하게 판을 짠다. 요즘 연일 화제가 됐던 그 가스라이팅 기술도 불사한다. 죄책감을 이용해 사람을 휘두르고 끔찍한 짓을 저지르면서도 자신이 피해자인 줄 아는 여자가 바로 유나다. 왜 자기만 미워하냐고, 왜 다들 자기를 배신하냐고 울부짖는 유나에겐 일말의 연민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야기 초반부터, 자꾸 떠오르는 인물이 있어 설마설마했는데 역시였다. "어쩌면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직감적으로 누군가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직감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군가'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지면을 빌려 밝혀둔다. 이야기를 태동시킨 배아이긴 하나, 그 밖의 요소는 소설적 허구다. 플롯도, 인물도, 시공간적 배경도, 서사도." 작가의 말에서 그 부분을 직접 언급하니 속이 후련했다. 사건을 처음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다가 바쁜 세상살이에 잠시 잊고 살았던 이야기. 공교롭게도 며칠 전 읽었던 <이수정, 이은지의 범죄심리 해부노트>에 범죄자 고 씨의 성격장애와 사건 정황이 자세히 실려 있었다. 소설 속 유나처럼 고 씨 역시 완전한 행복을 꿈꿨다. 그리고 자신이 이루려는 완벽한 가정에 걸림돌이 되자 전 남편을 가차 없이 살해했다. 유나와 고 씨 두 사람을 놀랄 만큼 닮았다. 그래서 더 섬뜩하다. 아마 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사건이리라.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와 함께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 누구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길 바라고 남들과 다르게 대우받길 원한다. 하지만 정유정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유일무이하나 특별한 존재는 아니란 점을 인정해야 한다. 격려와 애틋한 정으로 뭉친 공동체를 뜻하던 '우리'란 단어가 어느 순간 홀로 행복할 권리를 주장하는 개인주의에 밀려 '나'로 대체된 세상이다. 나의 행복이라... 잘 생각해보자. 과연 홀로 행복할 수 있을지. 내 행복을 위해서 타인을 무참히 짓밟아도 되는지. 홀로 고립되어도 괜찮을지. 모든 일에 손을 맞잡고 함께할 필요는 없겠지만 너와 나, 그리고 우리에 관한 기본적인 존중과 배려가 있어야 비로소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고 정유정 작가는 힘주어 말한다. 욕망 3부작의 화려한 문을 연 『완전한 행복』. 3부작 완성까지 또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얼마든지 기다릴 가치가 있다.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그녀이기에!
은행나무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몰입하며 읽고 고심하며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