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서클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5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희경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 크림슨 서클 살인 사건

지은이: 에드거 월리스

옮긴이: 양희경

펴낸 곳: 도서출판 양파

 

 

 

킹콩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에드거 월리스. 그는 실로 다작한 작가였다. 책날개에 실린 작가 약력을 살펴보자면... '저널리즘뿐만 아니라 영화 시나리오, 시, 역사소설 등 아주 폭넓게 집필. 17편의 희곡과 957편의 단편, 그리고 170여 편의 소설을 남겼는데 그중 160여 편이 영화로 제작되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극장>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20세기 스릴러물 작가 중 가장 다작한 작가라는 에드거 월리스. 한국에서는 도서출판 양파에서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이란 시리즈로 그의 작품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위스티드 캔들>, <네 명의 의인>, <수선화 살인 사건>, <공포의 천사>에 이어 다섯 번째 만난 에드거 월리스의 스릴러 『크림슨 서클 살인 사건』. 역시 흥미진진!

 

 

 

 워낙 신출귀몰하여 꼬리를 잡을 수 없는 범죄집단 크림슨 서클. 그들의 이번 타깃은 갑부 제임스 비어드모어다. 돈을 내놓지 않으면 목숨을 빼앗겠다는 협박 편지를 받은 제임스는 유능한 탐정 예일을 초대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소유물에 손을 얹으면 특별한 정보를 알아내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갖춘 천재 탐정 예일. 그 덕분에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것 같았지만, 결국 제임스는 핏빛 총성과 함께 목숨을 잃고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는 죽음의 서막이 열린다. 제임스의 아들 잭은 이웃에 사는 고약한 졸부 하비의 비서 탈리아를 흠모한다. 아름답고 발랄한 시골 처녀 같았던 탈리아는 놀라운 행보를 이어가며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중심축 역할을 한다. 크림슨 서클 사건을 맡은 경찰청 파르 경감은 탐정 예일과 공조 수사를 벌이는 한편, 아버지를 잃은 잭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 간다. 그 사이, 하나둘 목숨을 잃은 희생자의 수는 늘어만 가고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크림슨 서클의 무서운 검은 그림자가 성큼성큼 이들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데... 심장이 쫄깃!

 

 

 


 

 

 

 

 사건 진행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저 평범한 사람 혹은 범죄 집단을 쫓는 역할일 거라 예상했던 여러 인물이 크림슨 서클과 연루되어 사건을 벌인다. 상대의 약점을 꿰뚫어 사람을 수족처럼 부리는 크림슨 서클의 정체는 대체 뭘까? 이 물음표 하나만으로 독자를 끝까지 끌고 가는 뚝심 있는 이야기. 다양한 희생자가 속출하고 얼기설기 거미줄처럼 얽힌 인물 간의 관계를 하나씩 파헤치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범하게 소설 초번에 깔아둔 떡밥 때문에 크림슨 서클의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다양한 추리를 펼쳐보았지만, 결국 보기 좋게 당했다. 상상치도 못했던 범인의 정체! 여기저기서 수류탄 터지듯 빵빵 불거지는 사건, 일편단심 잭과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탈리아의 관계, 다음 희생자 그리고 새롭게 밝혀지는 크림슨 서클의 수족은 누구일지 책장을 넘기는 순간마다 흥미진진했다.

 

 

양파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어설픈 추리를 펼치며 흥미진진하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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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게 - 군더더기 없는 인생을 위한 취사선택의 기술
인나미 아쓰시 지음, 전경아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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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게

지은이: 인나미 아쓰시

옮긴이: 전경아

펴낸 곳: 필름(Feelm) 출판사

 

 

 

 '피로사회'란 말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서 서글픈 우리의 인생, 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신지?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기가 막힌 상황에서 매일 생존 서바이벌을 벌이는 우리의 삶엔 쉼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마음먹고 쉬지 않으면, 쉬기도 쉽지 않거니와 마음은 또 어찌나 불편한지. 그래서일까? 언젠가부터 일상의 쉼표를 찍고 쾌적한 삶을 누릴 방법을 하이에나처럼 찾아 헤매곤 한다. 여러 분야를 다각도로 심층 분석한 결과 시간과 공간 그리고 생활 습관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1차 결론에 도달. 정유정 작가의 신간 <완전한 행복>의 주인공 유나는 '행복은 뺄셈'이라고 했다. 자신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는 건 무조건 제거하고 쳐내야 한다고... 그 의견에는 절대 반대지만. 행복을 위해 다른 의미로 쳐내야 할 것들이 있기는 하다. 우리를 쉽게 지치고 피로하게 만드는 일상의 군더더기들! 생각지도 못했던, 혹은 알면서도 넘겼던, 아니면 전혀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일상의 다양한 짐짝 처치법을 알려주는 책을 만났다. 필름 출판사의 흥미로운 책, 『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게』. 이거 제목부터 끌린다, 끌려!

 

 

 

 작가이자 서평가인 저자는 멘탈, 소통, 생활 습관, 업무 효율, 라이프 스타일이란 키워드로 인생에서 덜어낼 것과 더할 것을 논한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놀랄 만한 내용은 없지만,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다양한 요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니 어떤 걸 어디서부터 개선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저자의 몇몇 조언을 정리해보자면... 인생이 불만으로 가득할 땐 타인의 마음을 공유해보라. 마음이 편해지고 긍정적으로 변한다. 도움받는 사람의 기분이 가장 중요하다. 어중간한 선의는 때로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능력 있는 매는 발톱을 숨긴다. 실력 있는 사람은 함부로 실력을 드러내지 않는 법.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 매력 있어 보인다. 실패는 해보는 게 좋으며 실패하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애쓸 필요는 없다. '얄팍한' 자존심을 버려야 십중팔구 몸도 마음도 가볍게 살 수 있다. 스스로 포장하지 말고 자연스럽고 성실하게 살아보라. 어떻게 살아왔든 그 삶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 그러니 늘 감사하자.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운 경어는 피하고 메일은 짧고 간결하게. SNS에 목매지 말아라!

 

 

 


 

 

 

 책을 워낙 좋아해서 이고 지고 사는 내게 '책을 사거나 모을 필요 없다'며 저자가 힘주어 외치는 부분은 가슴이 쓰리고 쓰렸다. 사놓고 찾지도 못하는 책은 낭비일 뿐이라는 말에 서재에 쌓인 책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숨을 푹. 중학생 시절 집에 불이 나서 모든 물건이 홀랑 타버린 후, 저자는 '물건은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진리를 여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전부 옳은 말이다. 하지만 예쁜 쓰레기에 진심인 내가 과연 물욕을 끊을 수 있을까. 그 고민과 동시에 다시 한번 서재를 둘러보고 한숨을 푹. 무조건 버리고 줄이는 미니멀라이프가 아닌 나에게 필요한 만큼의 물건을 유지하는 미니멀라이프가 옳다는 말에 희망을 발견한 듯 눈을 반짝이다가... 내가 그랬다간 미니멀이 아닐 게 확실해서 또 한숨을 푹. 이 책을 읽으며 나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게 되어 민망할 정도였다. 저자는 마지막까지 잊지 않고 두다다다 확인 사살을 한다. '자기계발서를 읽었다면 행동이 필요하다.' 그래, 읽었으면 실천하란 말이다. 이쯤에서 머리에 천사 링을 달고 쓰러지는 분들이 참 많을 듯.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 번쯤 실천해보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른다. 내일의 나는 어제보다 나을 거란 믿음으로! 『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게』, 군더더기 없는 인생을 위한 동행자로 제법 괜찮습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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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카피라이터 - 생각이 글이 되는 과정 생중계
정철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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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구나 카피라이터

글쓴이: 카피라이터 정철

펴낸 곳: 허밍버드

 

 

 인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신박한 단어 풀이로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사전』의 저자 정철. 그가 이번엔 마음을 사로잡는 한 문장 쓰기 비법을 전수한다. 마치 그의 작업실을 몰래 훔쳐보듯 생생하게 이어지는 작업 과정. 때로는 작업 의뢰인, 때로는 카피라이터 정철, 때로는 그 문구는 읽는 제삼자가 되어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카피라이팅은 상당히 매력적인 세계였다. 생각이 글이 되는 과정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그의 열정에 슬그머니 미소 지으며 귀 기울이게 되는 특별한 시간. 정말 작심하고 싹 다 공개한다는데, 사실 여부는 직접 읽어 봐야만 답이 나올 듯. 개인에 따라 만족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제겐 썩 만족스러웠던 특별 수업 『누구나 카피라이터』 추천합니다!

 

 

 

 '나도 글을 쓰고 싶다.' 이렇게 마음먹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하지만 정작 글을 쓰는 사람은 그 절반도 안 될 거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는 일단 쓰기 시작하고의 문제. 글 좀 제법 쓰는 카피라이터 정철도 일단 쓰라고 말한다. 쓰는 기술보다 쓰고 싶은 마음이 먼저고, 쓰다 보면 잘 쓰게 된다고. 일단 쓰기 시작하면 그의 조언을 떠올리며 끊임없이 노력해보자. 내 눈앞에 있는 단어에 쉽게 만족하지 말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말을 조합해보라. 문장력은 곧 어휘력이니 평소 다양한 어휘를 접하며 실력을 쌓도록 하자.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카피가 많이 읽힌다. 별로라고 생각하는 문장도 절대 버리지 말고 잘 챙겨두자 (꽝인 줄 알았는데 실은 로또일 수도 있다는 말씀). 마지막으로 완성할 그 한 줄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말 것!

 

 

 


 

 

 

생각은 찾는 것입니다.

 

꺼내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입니다.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입니다.

머리를 때리고 비틀고 꼬집어 어렵게 받아내는 것입니다.

『누구나 카피라이터』 p15 중에서...

 

 

 

 같은 의미와 목적을 지닌 문장이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DinoCity라는 슬로건이 '공룡이 놀던 땅'으로 변신하고 국가 철도 공단이 표방하는 가치를 담은 다양한 문장이 머릿속 방방곡곡으로 뻗어 나간다. 마술 지팡이를 휘두르며 열심히 주문을 외우는 해리포터처럼 펜을 휘두르며 열정적으로 문장을 외치는 언어의 마술사.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이고 예쁘게 포장하여 완성 도장을 꾹 찍을 때까지 카피라이팅이란 분명 쉽지 않은 과정이다. 하지만 쓰고 싶은 마음과 열정 그리고 오랜 세월 갈고 닦은 내공과 실력이 있기에 그의 작업은 유쾌하고 보람 있다. 글로 나를 표현하는 능력이 굉장한 무기가 되는 세상. 그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고 싶다면 우선 이 책을 읽어 보자.

 

 

 

SNS에 센스 있고 재밌는 한 줄을 쓰고 싶나요?

빠르고 긍정적인 회신을 받는 이메일, 쓰고 싶으세요?

구독과 좋아요, 높은 조회 수를 올릴 섬네일 제목 필요하시죠?

상품 홍보 상세페이지에 기가 막힌 카피 한 줄이 필요하시다고요?

누군가의 마음과 지갑을 함께 열어볼까요?

 

그렇다면 『누구나 카피라이터』가 지름길입니다!

 

허밍버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롭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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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리바의 집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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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시리바의 집

글쓴이: 사와무라 이치

옮긴이: 이선희

펴낸 곳: 아르테

 

 

스으윽, 스으윽. 기묘한 소리가 들린다.

사아아아아아아, 사아아아아아아. 귓가에 울리는 모래 소리에 머리가 터질 듯 괴롭다.

모래가 쏟아져 내리는 집. 이상한 것은 이 집인가, 아니면 나인가!

 

 

 

공포 영화를 보면 제대로 잠도 못 자는 내가 대체 무슨 용기로 이 책을 읽었을까? 『보기왕이 온다』로 극한의 공포를 선보였던 작가 사와무라 이치의 신간 <시시리바의 집>을 만났다. 무서움을 반감시키고자 환한 대낮에 경쾌한 분위기로 읽고 싶었지만, 결국 가족이 모두 잠든 밤에야 책을 읽을 짬이 생겼다. 무서워서 고생할 테니 지금은 읽으면 안 된다는 이성의 간곡한 외침. 그 외침을 뒤로 한 채, 강렬한 호기심의 손을 들어준 결과는 참담했다. 전작 <즈우노메 인형>은 곱씹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디선가 인형이 성큼 다가올 것 같아 머리가 쭈볏 섰는데... 이젠 발아래 모래가 자박자박 밝히며 윙윙거리는 모래 폭풍이 덮칠까 두렵다. 하지만 명심하자. 중간에 멈추면 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무서워도 반드시 끝까지 읽어야 한다. 놈의 정체가 밝혀진 후에야 비로소 안심할 테니까.

 

 

 

 초등학교 3학년 이가라시는 친구 하시구치의 집에 놀러 가게 된다. 늘 어두운 분위기로 친구 하나 없는 히가도 함께한 자리. 게임을 하며 재밌게 놀던 어느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언뜻언뜻 보이는 소녀 같은 작은 그림자. 하시구치는 태연하게 얘기한다. 그건 죽은 자기 여동생이라고. 세월이 흘러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남편 유다이의 직장 문제로 도쿄에 온 가호는 우연히 동창 도시를 만나 며칠 후 집까지 놀러 간다. 기대하며 도착한 도시의 집은 어딘가 이상했다. 곳곳에 쌓여 있는 모래. 하지만 도시의 가족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뭔가 꺼림칙하여 발길을 끊고 싶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도시의 집에 가게 된 가호는 결국 끔찍한 일을 겪는다. 문제의 장소는 한 곳, 귀신이 나온다는 바로 그 집! 초등학생 시절 기이한 일을 겪고 폐인이 된 이가라시 앞에 히가가 등장한다. 자신은 영매사가 되었다고 밝히며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자는 히가. 드디어 놈을 처치하러 들어간 집에서 이가라시와 히가는 생사를 오가는 혈투에 휘말린다.

 

 

 


 

 

 

 사와무라 이치는 현실과 비현실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자유자재로 누비는 재주를 지녔다. 분명 초현실적인 상황을 지극히 평범한 현실 속에 찬찬히 스며들게 하여 공포심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사건이 시작되어 끝나는 순간까지 적어도 몇십 년의 시차를 두며 탄탄한 기승전결 속에 인물을 배치하는 작가. 마침내 모든 인물이 마주하고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이야기는 폭주 기관차처럼 결말을 향해 내달린다. 책을 덮고 억지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사아아아아아아... 이 소리와 함께 천장에서 모래가 쏟아지고 무시무시한 두 눈이 날 노려볼 것 같은 오싹한 기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커지는 공포에 지금도 가슴이 서늘하지만... 덕분에 올여름은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겠다며 애써 마음을 추슬러본다. 가독성이 상당히 좋아 책장이 저절로 넘어갔던 이야기. 하지만 읽는 순간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좀 괴로울 수도 있는 이야기. 결말을 마주하고 그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지만, 가호의 기상천외한 행보에 끝나고 끝난 게 아닌 듯 좀 찝찝했다. 재밌지만 무서웠던 소설. 으, 이제 공포 소설은 그만!

 

 

아르테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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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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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완전한 행복

글쓴이: 정유정

펴낸 곳: 은행나무

 

 

 

 오래도록 기다린 정유정 작가의 신간이다. 완벽한 글이 더 완벽해질 때까지 원고를 손에서 놓지 않는 치밀한 그녀이기에 2년이란 시간쯤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정말 읽고 싶은 책을 손에 넣었을 때의 가슴 벅찬 희열을 선사하는 독보적인 작가. 소문난 집순이인 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만나러 갈 거의 유일한 작가. 사인회에서 마주한 고작 1분여의 순간으로 지금까지도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그녀. 정유정이 돌아왔다. 자기애의 늪에 빠진 인간의 삶이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완전한 행복』. 우리에게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 행복에 완전함이란 존재할 수 있는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유나. 하지만 유나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진 않는다. 유나의 어린 딸 지유, 언니 재인, 두 번째 남편인 차은호. 유나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주변 인물 세 사람의 시선이 치밀하게 교차하며 두려운 진실을 향해 달려간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유나가 생각하는 행복은 덧셈이 아닌 뺄셈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거나 원하는 일을 이루며 차곡차곡 행복을 쌓아가겠지만 유나는 다르다. 자신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은 그게 누가 됐든 제거하며 완전한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치밀하게 판을 짠다. 요즘 연일 화제가 됐던 그 가스라이팅 기술도 불사한다. 죄책감을 이용해 사람을 휘두르고 끔찍한 짓을 저지르면서도 자신이 피해자인 줄 아는 여자가 바로 유나다. 왜 자기만 미워하냐고, 왜 다들 자기를 배신하냐고 울부짖는 유나에겐 일말의 연민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야기 초반부터, 자꾸 떠오르는 인물이 있어 설마설마했는데 역시였다. "어쩌면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직감적으로 누군가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직감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군가'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지면을 빌려 밝혀둔다. 이야기를 태동시킨 배아이긴 하나, 그 밖의 요소는 소설적 허구다. 플롯도, 인물도, 시공간적 배경도, 서사도." 작가의 말에서 그 부분을 직접 언급하니 속이 후련했다. 사건을 처음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다가 바쁜 세상살이에 잠시 잊고 살았던 이야기. 공교롭게도 며칠 전 읽었던 <이수정, 이은지의 범죄심리 해부노트>에 범죄자 고 씨의 성격장애와 사건 정황이 자세히 실려 있었다. 소설 속 유나처럼 고 씨 역시 완전한 행복을 꿈꿨다. 그리고 자신이 이루려는 완벽한 가정에 걸림돌이 되자 전 남편을 가차 없이 살해했다. 유나와 고 씨 두 사람을 놀랄 만큼 닮았다. 그래서 더 섬뜩하다. 아마 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사건이리라.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와 함께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 누구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길 바라고 남들과 다르게 대우받길 원한다. 하지만 정유정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유일무이하나 특별한 존재는 아니란 점을 인정해야 한다. 격려와 애틋한 정으로 뭉친 공동체를 뜻하던 '우리'란 단어가 어느 순간 홀로 행복할 권리를 주장하는 개인주의에 밀려 '나'로 대체된 세상이다. 나의 행복이라... 잘 생각해보자. 과연 홀로 행복할 수 있을지. 내 행복을 위해서 타인을 무참히 짓밟아도 되는지. 홀로 고립되어도 괜찮을지. 모든 일에 손을 맞잡고 함께할 필요는 없겠지만 너와 나, 그리고 우리에 관한 기본적인 존중과 배려가 있어야 비로소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고 정유정 작가는 힘주어 말한다. 욕망 3부작의 화려한 문을 연 『완전한 행복』. 3부작 완성까지 또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얼마든지 기다릴 가치가 있다.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그녀이기에!

 

 

은행나무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몰입하며 읽고 고심하며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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