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도 아이스크림을 먹나요? 푸른숲 새싹 도서관 29
에타 카너 지음, 제나 피에초타 그림, 명혜권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 도마뱀도 아이스크림을 먹나요?

글: 에타 카너 / 그림: 제나 피에초타

옮긴이: 명혜권

펴낸 곳: 푸른숲주니어

 

 

 

 더워도 너무 더운 요즘.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고 머리에서는 뜨거운 김이 폴폴! 에어컨이 없다면 살 수나 싶을까 싶은 요즘 대한민국도 이 정도면 열대 기후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 동물들은 이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이겨낼까? 꼬마와 함께 동물 친구들의 똑똑한 여름나기를 알아볼 수 있는 재밌는 동화책으로 잠시 땀을 식혔다. 푸른숲주니어에서 출간한 아기자기한 예쁜 동화책, 『도마뱀도 아이스크림을 먹나요?』. 사실 우리 집 꼬마는 저 도마뱀 입이 좀 무섭다며 처음엔 도망갔지만, 책 내용이 재밌었는지 이젠 여러 번 읽어달라고 한다. 내 눈엔 제법 귀여운 도마뱀인데... 아이들 눈에는 흠...

 

 

 

 나미브 사막에 사는 삽주둥이 도마뱀은 뜨거운 날에는 열심히 춤을 춘다. 앞발과 뒷발을 번갈아 들어 올리며 펄쩍펄쩍. 달궈진 모래에 화상을 입을까 봐 이렇게 뛰는데, 그늘 한 점 없는 뜨거운 사막에서 밤을 기다리며 힘겨운 낮을 보낼 녀석들을 생각하니 참 안쓰럽다. 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청하는 코알라는 정말 한량도 이런 한량이 없다. 불가사리는 썰물 때 몸이 그대로 노출되므로, 물에 잠겨 있을 때 물을 잔뜩 머금어 둔다고 한다. 배가 볼록 나왔을 불가사리를 생각하니 어쩐지 웃음이 났다. 60도까지는 거뜬히 견딜 수 있다는 사막개미! 네가 인간보다 더위에 강하구나. 귀를 펄럭이며 부채질하는 코끼리. 2년 가까이 잠을 자며 거뜬히 버틴다는 폐어. 동공을 조절하여 빛을 제어하는 악어. 팔을 식히려 침을 바르는 캥거루. 선크림 바르듯 분비물을 바르는 개구리. 알을 물에 적시는 물떼새. 털갈이하는 사향소. 꼬리로 그늘을 만들어 몸을 가리는 케이프 땅다람쥐. 갈매기 털에 숨겨진 사연. 여러 동물의 다채로운 여름나기 방법. 이 책 꽤 흥미롭다.

 

 

 


 

 

 

 어린 시절 즐겨봤던 '동물의 왕국'이란 프로그램이 떠올리며, 꼬마와 함께 즐겁게 동물 친구들을 만난 시간이었다. 요즘 궁금한 것도 많고 어휘력도 부쩍 향상한 5살 꼬마는 동물의 생김새부터 사는 곳, 뭘 먹는지, 아이스크림을 줘도 되는지, 몸 색깔은 왜 이런지... 참 다양한 질문을 했다. 딸아, 엄마는 동물학자가 아니란다. 한번 시작하면 10개는 연달아 묻는 꼬마에게 이 책은 더없이 흥미진진했나 보다. (자기 아이스크림을 나눠주겠다고 하는 걸 보면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마음에 든 게 확실하다!) 무더운 여름, 아이와 함께 즐거운 여름 탈출 작전을 펼치고 싶다면? 이 책 『도마뱀도 아이스크림을 먹나요?』를 추천합니다.

 

 

푸른숲주니어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꼬마와 함께 즐겁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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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리옌첸 지음, 정세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 뼈의 방

지은이: 리옌첸

옮긴이: 정세경

펴낸 곳: 현대지성

 

 

 

 학창 시절, 과학실에 가면 하나쯤 있는 그 해골 표본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수업 중에 어쩌다 과학 선생님 심부름으로 혼자 과학실에 다녀와야 할 때면 어찌나 난감했던지! 문을 열기 전 심호흡을 하고 후다닥 뛰어 들어가 급하게 프린트물만 챙겨서 다시 뛰쳐나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런 내가 성인이 된 후 미국 수사물 드라마를 좋아하게 된 건 참 아이러니하다. 특히 <본즈, Bones>라는 드라마를 참 좋아했는데, 여느 수사물과 달리 이 드라마는 수습한 유골을 연구하며 살인 사건을 풀어낸다. <본즈>의 주인공, 템퍼런스 브레넌 박사란 캐릭터의 직업이 바로 법의인류학자다. 검시관과 법의학자보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직업. 오늘은 『뼈의 방』이라는 책을 통해 그 직업 간의 차이와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다양한 진실을 만나보았다. 뼈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이야! 유골을 수습하여 유가족에게 돌려주는 일부터 산업혁명 당시 안전에 관한 무지로 처참하게 건강을 잃은 사람들, 수십 명을 암매장한 집단 무덤과 죽음을 마주하는 법까지. 뼈가 들려주는 수많은 속삭임에 귀 기울이다 보면 시공간을 초월한 특별한 여행이 펼쳐진다.

 

 

 

 '법의인류학자의 임무는 뼈를 분석하여 유골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다. 법의학자는 주로 시체에서 사망 원인을 찾는다면, 법의인류학자는 뼈에서 사망의 종류와 사망 원인을 관찰해낸다. 법의학자는 연조직이 남아 있는 시체를 주로 다루지만, 법의인류학자들은 이미 부패가 진행된 시체를 다룬다. 심지어는 미라화된 시체를 접하기도 한다.' 뼈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어쩌다 죽음을 맞이하게 됐는지 상세한 증거가 남아 있다. 독극물인 줄도 모르고 납으로 만든 화장품을 사용하거나, 성냥 공장에서 아무 안전 조처 없이 인에 그대로 노출된 사람들의 사연은 참으로 안타깝다. 1912년에 2,200명 이상을 태우고 출항했던 타이타닉호는 빙산 충돌 후, 700명만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1,500명의 시체는 어떻게 됐을까? 비교적 온전한 상태의 시신은 최대한 수습하고 도저히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160구의 시체는 천으로 싼 뒤 쇳덩이를 달아 바다에 가라앉혔다고 한다. 저자는 세월호의 안타까운 사연도 이 책에 실었다. 가장 끔찍했던 이야기는 슈아족의 풍습 '싼사'였다. 적의 영혼을 머리 안에 봉인하는 의식으로 두개골에서 피부를 분리한 후 한참 끓여 작은 크기로 수축되면 그 머리에 돌이나 모래를 채워 넣고 건조한다. 전체 과정은 일주일 정도 걸린다는데, 슈아족은 그 과정을 거친 완성품은 숲에 던져 버리거나 아이들에게 장난감(?)으로 주었다고 한다. 1960년에 그 풍습은 끝났지만, 작게 수축시킨 머리를 구하려는 수집가들이 있어 암매장에서 공공연히 거래가 이뤄지고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살인까지 벌어지기도 한단다. 맙소사!

 

 

 


 

 

 

 

역사적 배경, 정치, 종교는 달라도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죽음은 한결같은 답을 준다.

바로 뼈 너머의 인간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뼈의 방』 p37 중에서...

 

 

 

 단순히 뼈에 얽힌 사건 경위만 다룬 흥미 위주의 글이었다면 이 책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을 거다. 저자는 뼈에 얽힌 이야기를 넘어 살아생전의 고인과 남은 유가족의 애타는 심정까지 보듬는다. 인간이기에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따스한 휴머니즘과 출신과 계급을 떠나 고인을 존중하고 공손하게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기심이 팽배한 요즘 세상에 우리가 잊고 살았던 인간의 선한 본성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깨워주는 느낌이랄까? 박물관에 전시된 미라와 무연고 처리된 유골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음을 기억해주길 당부하는 저자의 어진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참혹하고 안타까운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수많은 유골을 마주했을 저자. 그녀의 복잡한 심경과 마지막 대화 상대이자 인도자로서 어떤 마음으로 그 유골을 대했을지 너무 잘 와닿아서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벅차올랐다. 뼈에 얽힌 사연과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까지 두루 둘러보게 하는 저자의 글은 그 어떤 호소보다도 강력하게 마음을 두드린다. 추리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두말할 것 없이 흥미진진하게 읽을 책이지만, 사실 이 책은 누구나 꼭 두세 번쯤은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뜨겁게 뛰는 심장을 느껴보고 싶은 당신이라면 더욱더!

 

 

현대지성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감명 깊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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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카르마 강의 - 삶과 죽음을 넘어 진정한 나를 완성하는 공부
최준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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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카르마 강의

지은이: 최준식

펴낸 곳: 김영사

 

 

 

 카르마란 무엇일까? 인간이 하는 모든 일, 즉 업을 뜻한다. 그 일이 '원인'이 되어 반드시 일정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우리는 이를 업보라고 한다. 우리는 누구나 고유한 숙제를 갖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한다. 삶은 진지하게 살고 싶다면, 그리고 진정한 행복을 얻고 싶다면 카르마의 법칙을 잘 알고 올바른 해결책을 실천해야 한다. 그간 쌓은 수많은 카르마를 소명하고 과제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자. 어떤 상황에 있든 '지금이 항상 최고다'. 카르마 법칙은 인간이 도덕적 완성을 꾀할 수 있도록 돕는 법칙이다. 도덕성의 완성은 곧 자아실현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종교학자 최준식 교수의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카르마 강의』는 우리를 행복과 성장으로 인도하는 카르마 법칙에 관해 논한다.

 

 

 

 카르마 법칙에 따르면 내가 몇 생 전에 한 언행이나 생각이 이번 생에 영향을 미쳐 그 과보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면 카르마의 법칙을 발견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깊은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명상과 호흡을 통해 직관의 문을 활짝 열라. 이 카르마 법칙을 진실이라 믿을 수 있는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오직 인간만이 생각할 수 있고 욕심을 부리며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에 카르마 법칙은 인간에게만 적용된다는 사실도 전한다. 환생 연구가들을 이 지상을 '지구 학교'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지상에 환생해야 하는 걸까? 즉, 우리는 이 지구 학교를 대체 언제 졸업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지상에서 만든 카르마를 다 해소할 때까지 환생해야 한다. 고로 살아가며 지은 모든 업보를 청산해야 마침내 환생을 멈출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구 학교를 졸업한 영혼들은 어디로 갈까? 우선 졸업한 영혼과 졸업하지 못한 영혼이 가는 곳이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육신을 벗고 나면 우리는 가고 싶다고 생각한 곳으로 즉시 순간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영혼은 '의식이 있는 에너지체'이므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카르마를 방생시키는 감정을 넘어선 영혼들은 지상으로 환생하지 않고 천당 같은 세계에 모여 안식을 취하며 행복한 삶을 이어간다고 한다. 우리는 정말 윤회를 거듭하며 다시 태어나 전생에 지은 업보를 갚고 있는 걸까? 지키고 실천하긴 어렵지만 어찌 보면 지은 죄를 다 청산하고 영혼의 자유를 얻을 방법은 간단하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고 착하게 살 것. 나 자신에게 솔직하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기. 알쏭달쏭한 우리의 인생과 사후 세계 그리고 더 나아가 삶과 죽음을 넘어 진정한 나를 완성할 방법을 탐구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김영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심오하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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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오월의 청춘 1~2 세트 - 전2권 - 이강 대본집
이강 지음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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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 오월의 청춘 1, 2

글쓴이: 이강

펴낸 곳: 김영사

 

 

 

 넷플릭스 화제작 '스위트홈'을 보며 유난히 눈에 띄었던 젊은 배우들이 있었다. 주인공 송강도 멋있었지만, 냉철함과 동시에 따스함을 지닌 오빠 이도현과 거친 말을 내뱉지만 진심은 그게 아니었던 여동생 고민시 배우가 참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두 사람이 함께 다른 드라마를 찍는다니! 그것도 서로 사랑하는 역할이라고?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 관한 기대는 몽실몽실 커졌다. 한데, 이 드라마 그냥 달달하다고 하기엔 너무나 가슴 시린 이야기였다. 5월이면 떠오르는 잊을 수 없는 그곳, 광주.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그 생사의 갈림길에 두 사람 희태(이도현 배우)와 명희(고민시 배우)가 있었다.

 

 

 

 드라마 대본집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실제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만 있어도 미소 짓게 되는 선남선녀 두 사람의 모습이 담긴 표지. 5월의 광주를 떠올리기엔 눈부시게 아름답고 푸르러서 더 가슴이 욱신거리는 듯하다. 대본집을 여니 작가의 말과 함께 기획 의도가 이어진다. '이 순간 각자의 오월을 겪어내는 이들에게는 그 오월의 불씨를 전하고 싶다.' 이 한 마디가 큰 울림으로 다가와 괜스레 코끝이 찡해진다.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반가운 등장인물 소개. 주인공 황희태와 김명희, 이수련과 이수찬 등 드라마에서 봤던 청춘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오른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희태의 거짓 진술서, 경수의 편지, 수련이가 쓴 규탄 연설문, 출국 전에 할 일을 적은 명희의 메모도 담겨 있어 생생했던 그 순간을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병원에서의 우연히 만난 후, 가짜 맞선으로 운명처럼 다시 만난 희태와 명희. 강압적인 아버지, 혹은 내가 네 아빠여서 미안하다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두 청춘은 두 사람이 아닌 이유로 헤어지기엔 너무 사랑했고, 시대의 탄압에 굴복하기엔 너무 정의로웠다.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총성이 울려 퍼지는 시가지를 뛰어다녔던 두 사람, 원치 않는 헤어짐도 갈라놓지 못한 두 사람, 마지막이 너무 서글퍼서 가슴이 시렸던 두 사람의 사랑.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던 그 수많은 순간을 고스란히 담은 이 드라마 대본집은 내게 또 하나의 추억을 선사해주었다. 매년 5월이면 생각날 가슴 아픈 사연과 함께 아름다운 두 사람 희태와 명희 역시 오래도록 내 기억에 머물리라!

 

 

 

 


 

김영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드라마를 떠올리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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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시간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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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폭풍의 시간

글쓴이: 넬레 노이하우스

옮긴이: 전은경

펴낸 곳: 북로드

 

 

 

 철없던 시절 저지른 행동이 올가미처럼 내 목을 조여 온다면? 그 과거에서 벗어나는 게 가능할까? 스릴러 퀸 넬레 노이하우스의 신작 『폭풍의 시간』에서 앞선 질문에 관한 어느 정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여름을 삼킨 소녀>, <끝나지 않는 여름>에 이어 6년 만에 돌아온 셰리든 그랜트 시리즈의 신간이자 마지막 이야기. 전작들의 단편적인 내용만 알고 있던 터라 걱정이 앞섰지만, 일단 이 책 『폭풍의 시간』만 읽어도 완성된 하나의 스토리를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10대 시절 정체성에 관한 심한 고민에 휩싸여 일탈과 방황을 일삼다가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참말을 몸소 시전한 셰리든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알고 싶다면 전작을 꼭 읽어야 할 듯하다. 이 시리즈의 완결편인 이 책에서 셰리든은 과거의 그 모든 역경을 딛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이번엔 진정한 사랑일지 모를 또 다른 사랑에 빠진다. '그래서 셰리든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만 알고 끝내기엔 아쉬운 이야기니까 전작도 고고!

 

 

 

 과거를 숨기고 뉴잉글랜드의 작은 도시 록브리지에 온 셰리든은 16살 많은 외과 의사 폴을 만나 호감을 갖는다. 안전한 울타리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셰리든은 지역 유지인 폴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그곳에 자리 잡고자 한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예비 시어머니와 대치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셰리든 자신에게 있었다. 폴을 좋아하지만, 사랑하진 않는 것. 웨딩드레스를 가봉하러 의상실에 간 셰리든은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에 적잖히 충격받고 5천만원짜리 드레스를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거리로 도망치듯 나온 셰리든을 기다리고 있던 어두운 그림자. 그녀가 한 때 사랑이라 믿고 의지했던 포주 이던이 여기까지 쫓아올 줄이야! 우여곡절 끝에 풀려난 셰리든은 폴과 니컬러스의 도움으로 고향 네브래스카로 돌아가게 된다. 찬바람이 쌩쌩 불 것 같던 셰리든의 가족은 의외로 따스하게 그녀를 품어주고, 셰리든은 그곳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또 다른 사랑에 눈 뜬다. 젊다는 말보다 어리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셰리든이기에 이 행복이 과연 시작일지, 아니면 끝일지 알 순 없지만... 그녀가 길고 긴 폭풍의 시간을 지나 이젠 좀 안정적인 생활을 꾸리며 자신을 아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넬레 노이하우스 특유의 스릴러적 요소를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작에서 워낙 대단한 사건사고들이 빵빵 터졌었고 셰리든의 지옥 같은 과거도 전부 그 시절 얘기다. 작가는 시리즈의 완결편인 이 책에선 셰리든에게 조금 긴 휴가와 나름의 해피엔딩을 선사하길 바랐던 듯하다. 사랑에 속아 남자에게 이용당하고 수많은 어리석은 선택으로 자신을 아프게 한 셰리든이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그녀를 도와준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었단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노래에 관한 천부적인 재능과 아름다움까지 겸비했으니, 누군가의 질투를 살 정도로 많은 걸 가진 아가씨이기도 하다. 그랜트 집안의 비밀스런 사연과 셰리든의 출생 이야기, 작가의 다른 인기 시리즈인 '타우누스 시리즈'와의 접점도 등장하니 스릴러적 요소가 살짝 약하다 할지라도 나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폭풍의 시간 그 후>와 같은 외전으로 셰리든을 다시 만날 날이 오기를!

 

 

북로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롭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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