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의 심리학
파우스토 마나라 지음, 안기순 옮김 / Tb(티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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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예전부터 겁이 없기로 소문난 아이였다. 여자아이답지 않게 힘도 세서 소녀 장사라는 말을 듣고 자랐으며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어 복스럽다는 칭찬도 받았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딱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청중 앞에 서서 이야기해야할 때 생기는 울렁증이다. 일 년 넘게 다니고 있는 영어학원에서 영어로 발표를 할 때면 그 울렁증은 더욱 심해진다. 잘 하던 말도 꼬이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이건 왠지 수줍음이라는 말로는 충분히 표현할 수가 없다. 일종의 공포증이라고 해야 하나... 분홍색 표지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수줍음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만났을 때 나는 어쩌면 이 울렁증의 원인과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었다. 이 울렁증의 뿌리가 수줍음이라고 믿었기에…….


 우리는 흔히 수줍음을 그냥 부끄러워하는 행동이나 낯을 가리는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선 수줍음을 좀 더 학문적으로 파고들어 의사에게 처방전을 받듯이 그 원인과 치료법을 알게 해준다. 처방전이니 치료법이니 하는 단어들을 쓰니 꼭 수줍음이 병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작가는 이를 심각한 병이라 취급하지 않고 잘 돌보고 가꿔주어야 할 감정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긴장을 풀고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해준다. 그럼 재미는 있을까? 수줍음에 대한 논문을 읽고 있는 기분이기에 솔직히 재미있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줍음이라는 감정에 대해 알고 싶고 무언가 더 나아지고 싶다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꼼꼼하게 설명해주는 정신적이고 감성적인 사실들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므로...

  이 책 한 권을 다 읽었다고 단번에 수줍음이 사라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 수줍음도 나 자신의 일부라 인정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자세인 것 같다. 예전엔 약간의 수줍음은 여자의 미덕이요 의미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수줍음도 때로는 독이 될 수 있으니 때와 장소를 가려 내 자신을 잘 컨트롤해야 할 것 같다. "소심해도 행복해."라는 말로 끝은 맺는 이 책이 왠지 믿을 수 있는 친구 같이 느껴져 빙그레 웃으며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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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놀러온 7명의 괴짜 천재들
기하라 부이치 지음, 정돈영 옮김 / 징검다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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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대학생일 때 수업이 끝나면 항상 과방에 들렸다가 집에 가곤 했었다. 과방으로 가려면 철학과의 방을 지나쳐야 했는데 가끔 조금 열려있는 문틈으로 그들을 방을 구경하기도 했었다. 철학과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가는 곳일까란 기대와 함께... 그들은 뭔가 독특해 보였다. 까만 뿔테 안경을 쓰고 먼지가 폴폴 날리는 누렇게 바랜 책을 읽고 있을 것만 같았는데... 그들은 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마치 자신들의 인생 자체가 철학이라고 온 몸으로 이야기 하는 것처럼... 음유시인이자 자연을 사랑하던 그들의 모습이 갑자기 그리워지는 날이다.




 나는 철학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겨우 아는 것이라고는 "네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소크라테스가 했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데카르트가 했다는 정도. 하지만 잔디밭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철학과 친구들을 보며 나는 막연히 그들의 삶을 동경했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우리 집에 놀러 온 7명의 괴짜 천재들]이란 책을 만났을 때 나도 철학이랑 조금은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책을 다 읽고 느낀 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철학은 나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다."정도면 될 것 같다. 철학이 어렵다는 거야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그래도 좀 더 쉽게 설명해주길 기대했었는데…….아니다. 어쩌면 작가는 정말 쉽게 최선을 다해 설명했는데 단지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쉽게도 나는 책의 내용을 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아직 한 번 밖에 읽어보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다음에 읽을 때는 왠지 노트를 한 권 펼쳐놓고 거기에다 요목조목 정리를 하며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점은 7명의 철학자들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학자들과의 만남은 어려웠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무지의 상태에서 나를 꺼내 주었다.

 헤겔에게서 철학이 무엇인지 배우고자 하던 러시아 귀족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헤겔의 볼품없는 모습에 실망했으나 마음을 잡고 그의 철학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도무지 알 수 가 없어 몇 번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철학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철학이란 모든 이에게 이런 존재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도 기왕에 철학을 배우자면 어렵지 않은 말로 철학을 정리하고 이해시키는 데카르트와 다른 철학자들과는 조금은 남다른 삶을 살았던 헤겔을 스승으로 모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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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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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한 사람의 인생을 재미나고도 눈물겹게 써내려간 책이 또 있을까?

 처음 인생이란 책을 신청하고 받게 되었을때 약간은 무겁고 어려운 내용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믿지못할만큼 재미있었고 슬프기도 했다. 

 저자는 푸구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혼란스러웠던 중국의 역사를 소개하고

 그와함께 가족의 의미또한 되새기게 한다. 

 젊은시절 도박과 기생질로 모든 재산을 탕진한 푸구이... 그가 뉘우쳤을때는 

 이미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아버지가 이제는 자신의 땅이 아닌 경작지를

 바라보며 숨을 거두셨을때... 콧잔등이 시큰거렸다.

 그 후 자신의 친정으로 끌려갔던 푸구이의 부인 자전의 부재로 푸구이는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점차 열심히 살기 시작한다. 

 실수로 전쟁터에 끌려간 2년이 좀 넘는 시간동안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첫째딸인 펑샤는 농아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일말의 시작일뿐

 주인공 푸구이의 삶은 참으로 고단하고 힘든일들의 연속이었다.

 

 책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남의 집에 수양딸로 보냈던 펑샤가 집으로 돌아오자

 다시 그 손을 이끌고 수양집으로 돌아가던 푸구이의 모습이었다.

 차마 두고 올 수가 없어 펑샤를 엎고 집으로 돌아오던 장면에서 정말이지

 눈물이 뚝뚝 흘렀다. 그 후 온가족이 죽고 혼자 남은 푸구이의 삶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자신이 온가족의 장례를 치러 줄 수 있었음에

 감사해하는 그런 소박한 노인의 모습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책이니만큼 너무나 많은 일들일 있었기에 이 글에

 모두 담아내기는 힘들것 같다. 더구나 글솜씨가 별로 없는 관계로 이 책에서

 느꼈던 감동을 다 전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어느 누가 인생에 기구한 일이 하나 없겠냐마는... 주인공 푸구이는...

 참으로 많은 일을 겪은 사람이다. 이제는 부디 편안히 쉬기를...^^

 

 생각지도 않게 너무나 좋은 소설을 읽게 되어 오랫만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다 "인생"이라는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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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라 기담문학 고딕총서 8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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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 드 모파상... 사람들은 그를 [여자의 일생]의 작가로 기억하고 있겠지만 나는 그를 [목걸이]의 작가라 기억한다. 한 여인이 친구에게 빌렸다가 잃어버린 목걸이가 모조품인줄도 모르고 남편과 함께 힘들게 일해 진짜 목걸이를 사서 돌려주는 이야기. 나중에 알게 된 진실 앞에 허무함을 느끼며 말문을 잇지 못하던 여인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모파상이라는 작가는 우리가 흔히 지나치기 쉬운 소소한 것들에서 소재를 얻고 우리와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때로는 기이하고 한편으로는 따스하기도 하다. 처음 [오를라]라는 책을 만났을 때 나는 혹시 이 사람이 내가 아는 이와 다른 사람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예전에 만났던 모파상의 작품들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에…….

 기담문학 고딕총서라는 기획 시리즈중의 한 권인 [오를라]는 책은 외관뿐 아니라 구성 또한 매우 멋지다. 탄탄하고 두꺼운 겉표지는 손에 딱 들어맞았다. 그리고 기괴함과 신비함을 간직한 아름다운 그림들은 읽는 동안 흥을 돋워 주었다. 책은 총 9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같이 독특하고 낯선 이야기들. 모파상과 우리 사이에는 100년이 넘는 시간의 차이가 있는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많이 있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인명과 지명들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은 허탈감을 맛보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역시 모파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그의 뛰어난 상상력과 남다른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기에…….

 책의 제목이 오를라인 이유로 그 작품에 가장 많은 관심이 갔다. 오를라는 1편과 2편으로 나누어져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존재에 대해 위협을 느끼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그 존재를 오를라라고 부르며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 놓는다. 솔직히 이 작품을 완벽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모파상은 오를라라는 정체를 무엇이라 여기고 글을 쓴 것일까? 외계인, 투명인간, 알 수 없는 생명체, 아니면 주인공의 정신착란상태에서 일어난 일종의 발작일까? 알 수 없는 호기심을 풀지 못한 채 책을 덮어야 했기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백 년이 넘는 시간을 날아 나에게로 날아온 소설. 이 소설은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기에 모파상 살아생전에는 어떤 반응들이었을지 얼핏 추측해볼 수 있다. 당시의 사람들은 어쩌면 이 작품을 인정하지 않거나 그를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이 작품 속에서 모파상 그 자신의 모습을 수없이 느낄 수가 있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한 느낌. 오를라는 글의 재미를 떠나서 그 소재의 독특함과 사실적인 묘사만으로도 단연 모파상 기담문학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접해본 기담문학 고딕총서는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전권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므로 다른 이야기들도 하나하나 모아 볼 생각이다. 이 책을 읽고 이미 네 번째 책인 [뼈 모으는 소녀]룰 구입했다. (오를라는 여덟 번째이다.) [오를라]라는 책을 통한 모파상의 재발견, 그의 섬세하고도 복잡 미묘한 세계로의 초대는 나에게 큰 즐거움과 생각의 기회를 허락해주었다. 모파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거쳐 가야 할 의례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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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내 인생
장카이 지음, 윤인정 옮김 / 글로연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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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내 인생]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과연 이 제목을 누가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면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한 줄의 문장. 푸른 하늘과 키 큰 꽃들의 노란 물결 속에 그렇게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실 요즘 나는 좋지 않은 상황에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뒤늦은 두 번째 성장 통을 앓고 있는 나. 현실과 타협하여 돈을 벌고자 회사에 들어가려 해도 그것 역시 쉽지 않았다. 하기 싫은 일을 하기도, 그렇다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기도 어느 하나 선택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자꾸만 싫어졌다. 그래도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내 곁에서 따스하게 손을 잡아주시는 부모님과 언제나 나를 믿고 있다고 말해주는 친구들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던 나에게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내 인생]이라는 책은 또 하나의 응원군이 되어주었다.

 때로는 따스한 이야기로 또는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로 혹은 의지를 불태워주는 짧은 글들로 나에게 수많은 응원을 준 이 책을 읽으면서 울고 웃는 솔직한 내 자신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 중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19번째 이야기 친구의 생명과 38번째 이야기인 너무 늦은 용서라는 글이 좋았던 것 같다. 읽는 동안 코끝이 매워서 자꾸만 훌쩍거리고 앞으로는 다 잘 될 거라는 궁정적인 의지로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어제 밤늦도록 이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정말이지 무서운 꿈을 꾸었다. 내가 누군가의 목을 조르며 울고 있는 꿈을……. 하지만 정작 상대는 작은 저항도 하지 않았다. 울면서도 손아귀의 힘은 점점 강해져 결국 그 사람은 힘없이 축 늘어지는 그런 꿈……. 너무도 생생하고 실감나서 꿈속의 나는 마구 소리쳤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제발 시간을 돌릴 수 만 있다면 이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텐데!! 아직 못해본 일들도 너무 많고 죽을 만큼 노력해 본 적도 없는데 이대로 내 인생을 끝낼 수는 없어……." 어둥버둥 몸부림치다 일어나보니 땀이 흥건한 상태로 이불 위에 누워 있는 내 자신으로 돌아와 있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힘없이 죽어가던 그 사람은 내 자신이었을 거라고... 펼쳐 보지도 못하고 머뭇거림과 헛된 걱정에 사그라진 내 꿈이라고... 결국 내 꿈을 내 스스로 멀어지게 만드는 격이다. 거짓말 같은 이 경험은 나에게 좀 더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지를 심어주었다. 이 책을 읽은 것도 그런 꿈을 꾼 것도 너무나 잘 들어맞는 타이밍이라 이 글을 읽는 이들이 과연 믿어줄지 나 역시도 알 수가 없지만 마음 속 깊이 잠재돼 있던 나의 목소리는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어느 누가 알려줄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기에 우선 맑은 정신으로 두 눈을 똑바로 뜨자. 그리고 천천히 거울 속의 내 자신을 바라보자. 책을 통해 얻은 용기와 지식들을 동원해서 대화를 나누어 볼 생각이다. 내가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그런 바보 같은 행동들은 다시는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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