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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놀러온 7명의 괴짜 천재들
기하라 부이치 지음, 정돈영 옮김 / 징검다리 / 2006년 10월
평점 :
내가 대학생일 때 수업이 끝나면 항상 과방에 들렸다가 집에 가곤 했었다. 과방으로 가려면 철학과의 방을 지나쳐야 했는데 가끔 조금 열려있는 문틈으로 그들을 방을 구경하기도 했었다. 철학과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가는 곳일까란 기대와 함께... 그들은 뭔가 독특해 보였다. 까만 뿔테 안경을 쓰고 먼지가 폴폴 날리는 누렇게 바랜 책을 읽고 있을 것만 같았는데... 그들은 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마치 자신들의 인생 자체가 철학이라고 온 몸으로 이야기 하는 것처럼... 음유시인이자 자연을 사랑하던 그들의 모습이 갑자기 그리워지는 날이다.
나는 철학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겨우 아는 것이라고는 "네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소크라테스가 했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데카르트가 했다는 정도. 하지만 잔디밭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철학과 친구들을 보며 나는 막연히 그들의 삶을 동경했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우리 집에 놀러 온 7명의 괴짜 천재들]이란 책을 만났을 때 나도 철학이랑 조금은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책을 다 읽고 느낀 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철학은 나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다."정도면 될 것 같다. 철학이 어렵다는 거야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그래도 좀 더 쉽게 설명해주길 기대했었는데…….아니다. 어쩌면 작가는 정말 쉽게 최선을 다해 설명했는데 단지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쉽게도 나는 책의 내용을 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아직 한 번 밖에 읽어보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다음에 읽을 때는 왠지 노트를 한 권 펼쳐놓고 거기에다 요목조목 정리를 하며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점은 7명의 철학자들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학자들과의 만남은 어려웠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무지의 상태에서 나를 꺼내 주었다.
헤겔에게서 철학이 무엇인지 배우고자 하던 러시아 귀족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헤겔의 볼품없는 모습에 실망했으나 마음을 잡고 그의 철학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도무지 알 수 가 없어 몇 번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철학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철학이란 모든 이에게 이런 존재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도 기왕에 철학을 배우자면 어렵지 않은 말로 철학을 정리하고 이해시키는 데카르트와 다른 철학자들과는 조금은 남다른 삶을 살았던 헤겔을 스승으로 모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