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그림
우지현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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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의 꽃잎처럼 곱디고운 소녀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알록달록하여 자칫 어지러울 수 있던 양탄자에 곱게 새겨진 파란 꽃과 군데군데 놓인 푸른 소품이 소녀의 바다색 원피스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소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림을 둘러싼 핑크 색지가 마치 액자처럼 그림과 하나 되어 더 매력적인 책, <나의 사적인 그림>. 아름다운 표지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책, 왠지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정확히 적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한번 쭉 훑어보다가 알게 된 사실. 이 책은 <나를 위로하는 그림>, <혼자 있기 좋은 방>을 쓴 작가의 책이구나. <나를 위로하는 그림>은 소장하고 있고 <혼자 있기 좋은 방>은 구매하고 싶은 책이기에 <나의 사적인 그림>과의 만남이 운명처럼 느껴졌던 순간! 우지현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머리에 깊게 새겼다. 앞으로 내실 책들 잘 챙겨보겠습니다!

 이 책엔 80편에 달하는 그림이 실려 있는데, 대부분 19, 20세기의 작품이다. 내 기억이 옳다면 21세기 작품은 딱 한 편 실려있었다. 누구나 아는 유명한 명화도 있지만 처음 보는 작품이 많아 신선하고 즐거웠다. 예쁜 그림이 이렇게 많이 실려있으니 당연히 그림 해설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의 사적인 그림>은 작가의 사적인 경험과 추억을 녹여낸 에세이다. 그림 해설집은 아니지만, 작가의 생활 자체가 그림에 흠뻑 물들어 있기에 사적인 이야기에서 그림이 배어나는 그런 산문집이다. 담담하게 이어가는 일상이야기와 더불어 그에 어울리는 그림을 곁들이는 방식인데, 글과 그림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특유의 잔잔함과 소탈함이 느껴진다. 눈물 쏙 뺄 정도의 감동은 없지만, 은근슬쩍 가슴이 따스해지니 이 또한 작은 행복이리라. <나의 사적인 그림>은 오랜 시간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보자고 다짐했다.

 우지현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낯설지만 세련된 어휘에 감탄하여 꼭 기억하고자 메모해둔 단어를 적어본다.
'애중한다, 가마아득한 수평선, 시르죽어가는 정신, 사위어가는 노을, 가없는 고독, 다망한 하루 일과, 서로 갈마들며, 지난한 일상, 가분히 만날 수 있는 곳, 다사한 햇살 속에, 주위가 적연해지면서...'

 그림 그리는 사람은 글도 잘 쓴다는 말이 맞나보다. 글도 그림도 결국은 예술이니까. 꾸밈없는 편한 문장에 몇 시간을 푹 빠져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나니 <나의 사적인 그림>은 전혀 사적이지 않았다. 작가의 추억을 따라 생각에 잠기다보면 어느새 나의 얘기로 이어져 행복했던 시간. 오늘 얻은 소소한 행복 덕분에 며칠은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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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에서 보낸 하루 라임 틴틴 스쿨 11
김향금 지음 / 라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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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하루, 1930년대 경성을 둘러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일제의 탄압에 눈물짓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개화기 신문물에 갈 곳을 잃은 조선. 분명 괴롭고 힘든 시절이었지만 누군가는 그 와중에 부를 축적하여 신선놀음을 하고 또 누군가는 개혁을 꿈꿨다.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그늘에서도 독립운동이 끊이지 않고,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등장하여 새로운 유행을 이끌며 여성이 배움에 눈을 떴던 시대. 이미 사라진 그 시절의 경성이 마치 하나의 생명처럼 살아 숨 쉰다. 그럼, 1934년 즈음의 경성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출발하기에 앞서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시길!

 

<경성역>, 사진 출처: 영화 모던보이

 

 <조선총독부 청사>, 사진 출처: 영화 모던보이

 

 이미 눈치챘겠지만 <경성에서 보낸 하루>는 무박 1일로 둘러본 경성 여행담이다. 지독한 안개가 남산과 북악산 그리고 경성역마저 꿀꺽 삼켜버린 이른 새벽, 이 특별한 여행은 시작된다. 일본이나 중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경성역. 이런, 일제의 치졸한 손길이 여기까지 미치다니! 부산은 아래 지방이니 분명 하행이 맞거늘, 도쿄를 기준으로 하여 부산은 상행, 평양은 하행이란다. 분한 마음으로 밖에 나서니 사극에서 많이 봤던 조선 시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경복궁의 정문이었던 광화문이 동쪽으로 옮겨지고 경복궁 내 그 많던 전각들이 죄 헐린 채 남은 곳이라곤 손에 꼽을 정도다. 일본이 조선총독부라는 서양식 건물을 근정전 앞에 턱 하니 지어 이 나라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도둑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파렴치하고 천인공노한 족속들. 서대문 형무소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며 신음할 독립투사들 생각에 눈물이 찔끔 났다. 일본은 토지를 신고하게 하여 세금을 2배로 부과하고 배움에 어두워 미처 신고하지 못한 백성의 땅은 무연고 처리하여 헐값에 팔아넘겼다. 졸지에 땅을 잃은 조선인은 밥벌이를 찾아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뜨고 일본은 부족한 쌀을 수급하겠다며 조선에서 쌀 한 톨까지 쓸어가니 정작 농사지은 농민은 쌀밥 한 번 먹을 수가 없다. 일제의 만행이야 굳이 입 아프게 떠들지 않아도 다들 잘 알 테지만 직접 보고 체험하니, 너무나 치욕스럽고 속이 상해 차마 뭐라 말할 수가 없다. 속이 상할 대로 상하지만 경성 여행이 이렇게 쓰리고 따갑기만 하다면 전혀 즐겁지 않을 터, 의외로 유쾌하고 즐거운 구석도 있더라.

 

<미츠코시 백화점 옥상 정원>, 사진 출처: 영화 모던보이

 '경성' 하면 떠오르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모던 보이와 모던 걸. 문학을 논하는 멋진 지식층의 모던 보이들도 있으나 생각 없이 사는 부잣집 도련님 혹은 있는 체하는 가난한 청년들도 많다는데, 경성우편국 바로 옆 본정 거리에는 그런 청춘들이 모여 유희를 즐긴다. '못된 보이, 못된 걸'이라고도 불리던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은 당대의 패션 리더이자 젊은 소비층이다. 지금 봐도 참으로 매력적이니 말할 것도 없이 선망의 대상이었겠지! 조선인은 어디서 쇼핑을 했을까? 세상에. 그 시절에도 백화점이 있다. 게다가 주인이 조선인? 종로에 문을 연 화신 백화점은 경성의 명소가 되어 지방 사람이 꼭 들르는 명소라고 한다. 무용수 최승희는 또 어떠한가? 인도네시아의 마타 하리처럼 요염하여 뭇 남성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구나. 한편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은 신여성으로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지금까지 이 글을 즐겁게 읽고 있다면, 분명 당신은 경성에 반한 것이다! 그리고 <경성에서 보낸 하루>를 꼭 읽어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 담아낸 이야기와 감정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마음의 반의반에도 못 미치니 그 감동과 재미 그리고 울화통 치미는 일제의 만행을 직접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 경성역에서 출발한 이 여정은 땅거미가 찾아든 밤, 경성역으로 돌아오며 끝이 난다. 총 11개의 큰 가지로 이뤄진 여행기는 시작하는 장마다 경성의 약도와 현재 위치를 알려주며 낙오자가 없도록 이끌어주는데, 혹시라도 이해하지 못할까 봐 각종 사진과 자료를 덧붙여 설명해주니 찰떡같이 쏙쏙 알아들으며 너무 재미있어 자꾸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그렇게 바삐 경성을 노닐던 발길이 어느덧 다시 경성역에 닿았을 때, 딱 하루만 허락되었던 경성 여행이 끝났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학창 시절, 국사책 맨 끝에 있던 근대사는 대충 넘어가는 분위기라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근대사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경성에서 보낸 하루>를 교과서 삼아 공부하면 다들 조선 근대사 척척박사가 될 거다. 암울하고 억울했던 그 시절,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 투성이었지만, 경성에서 반짝인 뜻깊은 발자취와 변화의 물결에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웃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조선 근대사는 꼭 <경성에서 보낸 하루>로! 강력추천!


★ 덧붙이는 글 (오타 발견)★
p179 첫째줄: 일본이 남학생이 우리나라 여학생을...
                 → '일본인 남학생' 혹은 '일본 남학생'으로 고쳐야 할 듯 ^^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조선에서 보낸 하루> - 김향금 작가의 전작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인생> - 이 책을 읽으며 신여성, 나혜석에게 관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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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밑의 개
나하이 지음 / 좋은땅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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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리오, 드라마, 동화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나하이 작가의 두 번째 책, <눈 밑의 개>! <어린 왕자의 재림>이란 책 덕분에 관심이 생긴 작가인데 <눈 밑의 개>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우선, 내용을 긴략하게 살펴보자.

 미소의 아홉 번째 생일날, 엄마는 미소에게 아주 작은 선물상자를 내민다. 그 속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강아지가 들어있었다. 딱 엄지손가락 크기라서 이름도 '엄지'! 미소가 작디작은 엄지를 애지중지 아끼는 통에 엄지는 날이 갈수록 버릇만 나빠진다. 편한 잠자리를 두고도 꼭 미소의 눈 밑에서 잠드는 엄지. 그러던 어느 날, 며칠 같이 있게 된 '메롱이'라는 개의 꼬임에 넘어가 엄지는 가출을 시도하고 차디찬 세상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지는데... 과연 엄지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나하이 작가는 '미소'를 통해 한없이 다정한 엄마를 '엄지'를 통해 떼쓰고 심술부리면서도 늘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원하는 아이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결과는 대성공! 배려 없이 멋대로 행동하는 엄지를 보며 '나도 어렸을 땐 저랬지'라고 여러 번 생각했다. 무조건 내 편인 엄마에겐 마음 놓고 편하게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엄지를 보니 우리 엄마 참 속상하겠다. 이제라도 좀 잘하자. ㅠㅠ

 

 

 

 

 엄지는 집을 떠난 대가로 엄청난 물살에 휩쓸리고 귀걸이 신세가 되었다가 굴러떨어지고 길고양이에게 먹힐 뻔하는 등, 차마 말로 표현 못 할 고난을 겪는다. 그러게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니까! 불행 중 다행으로 착한 소년과 나나라는 개의 보살핌을 받으며 겨울을 넘긴 엄지는 미소와 다시 만나기를 꿈꾸고 이제 끝이구나 포기하려는 순간에 극적으로 미소를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이 너무나 기막히고 반가워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동화책 읽으며 울 나이는 지났건만 눈물이 절로 주르륵. '엄지'는 차차 어른이 되어가는 세상 모든 아이를 닮았다.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지도 알지 못한 채 마음껏 엇나가 부딪치고 상처받는 아이들. 결국은 후회하고 눈물 흘리며 집으로 돌아와 엄마 품에 안겨 스르르 녹아내리는 약한 존재. 이미 가진 것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다면 후회했을 땐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한껏 철이 든 엄지를 보며 안쓰러우면서도 흐뭇했던 시간. 이 책은 초등학생 혹은 방황하는 중학생이 읽으면 좋겠다. 부디 모두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고 부모님의 크디큰 사랑에 감사할 줄 아는 밝고 착한 아이로 자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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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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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법주사를 방문하여 세조가 7번이나 행차했다는 세조길을 걸었는데, 굽이굽이 멍석으로 깔아놓은 산길을 따라 크게 한 바퀴도니 어찌나 상쾌하고 기분이 좋던지! 비록 세조는 지난날의 악행을 뉘우치러 그 길을 찾았다지만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스트레스를 떨치고 평온한 내일을 맡고자 그곳을 찾는다. 세조길을 거닐고 법주사까지 한 바퀴 돌고 오면 완벽한 일정. 이번에 새로 출간된 유홍준 교수님의 신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를 보자마자 법주사 세조길에 방문했던 기분 좋은 추억이 떠오르며 책 표지에 빠져들었다. 이 표지의 질감은 정말 직접 만져본 사람만 알 수 있는데,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정성이 담겨 있다. 이렇게 부드럽고 마치 절이 보이는 그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표지가 있었던가? 지금까지 만난 책 중에 최고의 표지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표지에 실린 사진은 안동 봉정사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사 7곳이 지난 2018년 6월 30일,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21표 중 20표의 찬성표를 얻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 가슴 뛰는 쾌거를 자축하고 우리의 산사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보존하자는 의미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을 출간하신 것 같은데, 이 책은 사실 신간 아닌 신간이다. 유홍준 교수님의 베스트셀러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총 10권에서 산사 편만 추려내어 다듬어 엮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산사 이야기만 따로 모아 볼 수 있다니 이런 횡재가 또 있을까? 읽을수록 감탄이 절로 나오고 오래도록 옆에 두고 싶은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에는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와 미황사, 고창 선운사, 부안 내소사와 개암사, 예산 수덕사와 서산 개심사, 부여 무량사와 보령 성주사터, 문경 봉암사, 청도 운문사, 창녕 관룡사, 구례 연곡사, 영암 도갑사와 강진 무위사, 백련사, 정선 정암사 그리고 묘향산 보현사와 금강산 표훈사까지 총 16곳의 산사 이야기가 실려 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산사 중 빠진 곳이 있어 아쉽지만, 그곳들은 훗날 발길이 닿으면 답사기를 꼭 써주신다고 했으니 기다려보기로! (특히 법주사 이야기가 기대된다. 직접 가봤다고 애착이 생겼나 봄!)

 

 

 

<부석사> 사진 출처: 한겨레 신문

 

 학창 시절 국어 선생님이 좋은 책이라고 열변을 토하며 모두 구매하게 하셨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영향 덕분인지 산사 이야기 첫 자리를 차지한 영주 부석사 답사기가 가장 애착이 가고 기억에 남았다. 부석사의 창건주인 의상대사와 선묘 아씨의 사연도 흥미로웠고 그 멋지고 훌륭한 절에 왜 스님들이 많이 안 계신지 참으로 궁금했다. 정말 교수님 말씀처럼 스케일이 너무 커서 감당하기 힘든 걸까? 유홍준 교수님의 부석사에 대한 애정은 이 구절에서 드러난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사무치는'이라는 단어의 참맛을 배웠다. 그렇다!
내가 해마다 거르는 일 없이 부석사를 가고 또 간 것은 사무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날에 나 역시 그 '사무침'을 느껴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과연 이 책에 실린 산사를 다 볼 수 있을까?' 마음만 먹으면 1년 내에도 가능한 일이겠지만,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 우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읽어보며 계획을 세워보자. 절을 좋아하는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꼭 함께 다녀오기로! 뭐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인데, 반가운 마음에 급하게 읽어버려 교수님의 소중한 수업을 많이 놓쳐버린 기분이라 다시 처음부터 열심히 필기하고 정리해가며 사찰이 지닌 문화적 가치와 선조의 얼을 되새겨봐야겠다. 한 번 읽어서는 그 깊은 내용을 다 이해하기 어려우니 부디 두 번째 읽기에서는 더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얻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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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
김재희 외 지음 / 도서출판바람꽃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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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소설을 만났다. 강원도 정선 고한읍에 추리 마을이 생겼다는데, 그 고한읍을 홍보하고자 추리소설 작가 10명이 의기투합하여 출간한 단편 추리소설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 강원도 산골에 '추리'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가 조성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추리소설까지 출간하며 홍보하는 열의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고한읍과 추리소설 작가님들 덕분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겠군, 나중에 보답으로라도 추리 마을에 꼭 가보자.' 이런 생각을 하며 첫 장을 펼쳤다.

 고한읍에 있는 추리 마을, 폐광, 야생화단지, 카지노, 정암사와 수마노탑 등, 고한에서 끌어낼 수 있는 매력을 듬뿍 담아 탄생한 십인십색의 단편 추리소설. 단편이다 보니 길이의 제한으로 인해 다소 갑작스럽게 마무리되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늘 길고 꼬인 장편 추리소설만 읽으며 지쳤던 터라 아쉬움보다는 기분 좋은 신선함이 더 컸다.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기도 전에 이야기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결론에 도달하여 범인과 범행 동기가 드러나는 상황. 처음엔 이 숨 가쁜 전개와 호흡이 낯설어 어리둥절했지만, 나중엔 소설이 몇 페이지쯤인지 가늠하며 그 속도를 즐기게 되었다.

 10개의 단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추려보자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 <시체 옆에 피는 꽃>, <고한읍에서의 일박이일>을 꼽겠다.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는 고한읍의 생활상과 더불어 기괴한 살인 방식과 슬픈 사연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치과 선생님이 쓴 작품이라고 해서 더 놀랐던! 이럴 때 보면 하늘은 참 불공평하다. ㅠㅠ <시체 옆에 피는 꽃>은 가장 감동했던 작품으로, 유괴와 살인 혹은 사체 훼손이라는 무관해 보이는 사건이 하나로 연결된 이야기였다. 연극을 통한 독백과 범인이 회상하는 방식으로 꾸려낸 전개 방식 또한 독특했고 마지막엔 마음이 찡해져서 눈물을 쏟았다. <고한읍에서의 일박이일>은 대놓고 '내가 범인이니 추리해봐!'라는 분위기였는데, 역시나 고한읍을 소개하는 대표 요소가 여럿 담겨 있어 고한읍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켰고 마무리가 인간적이어서 좋았다.

 다만 독살이 소재라면 복어 독이 자주 오르내려 다양성 면에서 아쉬웠고 단편이다 보니 엄청난 살인 트릭이나 동기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 안타까웠다. 그래도 장편소설의 복잡한 복선, 반전과 긴 호흡에 지친 독자에게는 상쾌한 기분전환이 될 수 있는 책이다. 강원도 정선 고한읍이라는 산골 마을에 생각지도 않게 관심이 생겨 이리저리 검색해봤는데 추리 마을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서 난감했던...(왜죠? 홍보 홈페이지가 없는 건가요? ㅠㅠ) 이번 기회로 추리 마을이 널리 알려지길 바라며, 꼭 가보자고 다시 한번 다짐! 머리 쓰지 않고 즐겁게 읽을 수 있어 유쾌한 책이었다!



★ 덧붙이는 글 (오타 발견)
p385 중간 부분
다음날.
2월 15일 아침이 밝았다. → 4월 15일
(화자가 고한읍에 도착했던 날은 4월 14일이었으므로, 2월을 4월로 고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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