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법주사를 방문하여 세조가 7번이나 행차했다는 세조길을 걸었는데, 굽이굽이 멍석으로 깔아놓은 산길을 따라 크게 한 바퀴도니 어찌나 상쾌하고 기분이 좋던지! 비록 세조는 지난날의 악행을 뉘우치러 그 길을 찾았다지만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스트레스를 떨치고 평온한 내일을 맡고자 그곳을 찾는다. 세조길을 거닐고 법주사까지 한 바퀴 돌고 오면 완벽한 일정. 이번에 새로 출간된 유홍준 교수님의 신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를 보자마자 법주사 세조길에 방문했던 기분 좋은 추억이 떠오르며 책 표지에 빠져들었다. 이 표지의 질감은 정말 직접 만져본 사람만 알 수 있는데,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정성이 담겨 있다. 이렇게 부드럽고 마치 절이 보이는 그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표지가 있었던가? 지금까지 만난 책 중에 최고의 표지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표지에 실린 사진은 안동 봉정사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사 7곳이 지난 2018년 6월 30일,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21표 중 20표의 찬성표를 얻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 가슴 뛰는 쾌거를 자축하고 우리의 산사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보존하자는 의미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을 출간하신 것 같은데, 이 책은 사실 신간 아닌 신간이다. 유홍준 교수님의 베스트셀러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총 10권에서 산사 편만 추려내어 다듬어 엮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산사 이야기만 따로 모아 볼 수 있다니 이런 횡재가 또 있을까? 읽을수록 감탄이 절로 나오고 오래도록 옆에 두고 싶은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에는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와 미황사, 고창 선운사, 부안 내소사와 개암사, 예산 수덕사와 서산 개심사, 부여 무량사와 보령 성주사터, 문경 봉암사, 청도 운문사, 창녕 관룡사, 구례 연곡사, 영암 도갑사와 강진 무위사, 백련사, 정선 정암사 그리고 묘향산 보현사와 금강산 표훈사까지 총 16곳의 산사 이야기가 실려 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산사 중 빠진 곳이 있어 아쉽지만, 그곳들은 훗날 발길이 닿으면 답사기를 꼭 써주신다고 했으니 기다려보기로! (특히 법주사 이야기가 기대된다. 직접 가봤다고 애착이 생겼나 봄!)

 

 

 

<부석사> 사진 출처: 한겨레 신문

 

 학창 시절 국어 선생님이 좋은 책이라고 열변을 토하며 모두 구매하게 하셨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영향 덕분인지 산사 이야기 첫 자리를 차지한 영주 부석사 답사기가 가장 애착이 가고 기억에 남았다. 부석사의 창건주인 의상대사와 선묘 아씨의 사연도 흥미로웠고 그 멋지고 훌륭한 절에 왜 스님들이 많이 안 계신지 참으로 궁금했다. 정말 교수님 말씀처럼 스케일이 너무 커서 감당하기 힘든 걸까? 유홍준 교수님의 부석사에 대한 애정은 이 구절에서 드러난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사무치는'이라는 단어의 참맛을 배웠다. 그렇다!
내가 해마다 거르는 일 없이 부석사를 가고 또 간 것은 사무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날에 나 역시 그 '사무침'을 느껴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과연 이 책에 실린 산사를 다 볼 수 있을까?' 마음만 먹으면 1년 내에도 가능한 일이겠지만,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 우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읽어보며 계획을 세워보자. 절을 좋아하는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꼭 함께 다녀오기로! 뭐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인데, 반가운 마음에 급하게 읽어버려 교수님의 소중한 수업을 많이 놓쳐버린 기분이라 다시 처음부터 열심히 필기하고 정리해가며 사찰이 지닌 문화적 가치와 선조의 얼을 되새겨봐야겠다. 한 번 읽어서는 그 깊은 내용을 다 이해하기 어려우니 부디 두 번째 읽기에서는 더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얻길 간절히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