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케어 바이블 - 원인 없는 트러블은 없다
안잘리 마토 지음, 신예용 옮김 / 윌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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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킨케어 바이블

지은이: Dr. 안잘리 마토

옮긴이: 신예용

펴낸 곳: 윌북


 세상에, 표지가 너무 예쁜 책을 만났다. 윌북 출판사에서 출간한 『스킨케어 바이블』. 여심을 저격하는 곱디고운 분홍색 표지에 금박으로 새겨 반짝반짝한 글씨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나를 가져요!'라며 무한 매력을 발산하는 책. 게다가 여성의 주된 관심사인 피부에 관한 이야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제목에 '바이블'이란 단어가 들어갔다는 사실. '바이블'이라는 단어는 경험상 모 아니면 도다. 정말 괜찮거나 완전 꽝이거나. 부디 정말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첫 장을 펼치며 그렇게 스킨케어 세계로 빠져들었다.

 

 

 

 

 지독한 여드름에 시달렸던 안잘리 마토 박사는 악화되는 피부 상태로 인해 자존감마저 낮아진 자신의 모습에 충격받고 피부에 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영국 최고의 피부과 전문의로 활동 중인 그녀는 환자들과 상담하면서 과거의 자신처럼 잘못된 상식이 피부를 망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책 『스킨케어 바이블』을 썼다고 한다.

 

 

 

 

 

 

 

 

 

 

 

 피부 때문에 고생하다가 피부 전문가가 된 저자가 과연 피부에 관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자세히 알려줄지 궁금했는데, 거의 모든 피부 문제를 아우르며 궁금하고 잘 몰랐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이 책엔 피부 타입에 따라 세안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점, 통상적인 믿음과는 달리 아이 크림 대신 얼굴에 바르는 모이스처라이저면 충분하다는 점, 마스크팩을 사용한다고 해서 장기적으로 피부 건강에 정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점 등등 화장품 회사가 들으면 싫어할 다양한 진실과 알아두면 도움이 될 상식이 가득 담겨 있다. 저자가 영국이 아닌 한국에서 피부과를 운영한다면 아무리 멀어도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만큼 믿음직스러웠던 책. 그런데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던 표지와 달리 책 내부는 간단한 삽화 하나 없다. 그저 평범한 지식 정보지 느낌이라 좀 아쉬웠지만, 내용이 알차기에 내 마음은 그린 라이트!

 

 

 

 수면, 섭취하는 음식물 등 피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라이프스타일과 안티에이징 요법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불규칙한 수면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달콤한 칵테일을 즐기는 난 피부에 아주 몹쓸 짓을 하는 철천지원수였다. 이런! 미안하다, 피부야. 이제부터라도 잘해볼게! 건강한 피부의 기본은 클렌징이라니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방법으로 세수해야겠다. 표피, 진피 등 기본적인 피부 구조부터 다양한 관리법과 라이프스타일, 각종 화장품 성분과 피해야 할 화학물질, 피부과 시술 종류와 제대로 된 피부과 찾기 등 피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스킨케어 바이블』. 바이블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참 알차고 유용하니 피부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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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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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와 당신들

글쓴이: 프레드릭 배크만

옮긴이: 이은선

펴낸 곳: 다산책방


당신은 한 마을이 무너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우리 마을이 그랬다.

《p13, 우리와 당신들 中에서...》

 

 상당히 자극적인 첫 줄로 시작하는 소설 『우리와 당신들』을 만났다. 《오베라는 남자》 외 여러 소설로 워낙 유명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작품이기에 전작 《베어타운》을 읽지 못했음에도 상당히 기대됐던 소설. 두 권을 모두 읽은 독자들이 《베어타운》을 꼭 먼저 읽으라고 당부했지만, 안타깝게도 2권에 해당하는 『우리와 당신들』을 먼저 읽게 되었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관계, 감정선 등이 전작과 연결되어 《베어타운》을 읽었다면 더 재밌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다행히 이 책 자체만으로도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대체 이 마을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또 한 권의 벽돌책이 나온 건지 그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들어가 보자.

 

 미래라곤 없는 작은 마을, 베어타운. 하지만 이 마을 사람들에게도 한 줄기 희망은 있다. 그 희망은 바로 아이스하키! 빙상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하늘이 피겨 여왕 김연아를 내려주셨듯이 별 볼 일 없는 베어타운에 케빈을 선두로 한 최강의 아이스하키팀이 있다. 모두의 간절한 염원 덕분이었을까? 베어타운 하키팀은 우승을 거머쥘 결승전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아니 모두 믿기 싫고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에이스인 케빈이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하고 베어타운 하키팀은 패배한다. 케빈이 마야라는 소녀를 성폭행한 사건. 마을의 밝은 미래를 꿈꾸던 주민들은 가해자인 케빈이 아닌, 피해자 마야를 손가락질하며 몰아세운다. 맙소사, '우리'가 '당신'으로 돌아서는 그 미묘하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며 낯설지 않은 집단 이기주의와 무고한 희생양에 신물이 날 정도. 인간이란 어쩜 이렇게 비겁하고 간사한가! 세상에 만연하는 부조리한 실상을 꼬집는 것 같아 그저 제삼자인 나조차 마음이 상당히 불편하고 거북했다. 베어타운이란 이 마을에,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몰린 마야와 그 가족에게 희망이란 없는 걸까?

 

 박진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하키 경기 묘사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하키 퍽처럼 바람 잘 날 없이 부딪치고 흔들리는 여러 등장인물의 사연은 화딱지도 덮을뻔한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각각의 사연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중에는 베어타운이라는 한 마을을 이루는 과정을 보며 『우리와 당신들』이란 제목이 여러 의미로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으며 '희망'이란 두 글자를 떠올려봤다. 이 두 글자가 과연 베어타운에 합당한지 선뜻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대로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은 기분에 나는 감히 그것을 희망이자 기대라고 표현하고 싶다. 《베어타운》 없이 읽은 반쪽짜리 소설이라 상당히 아쉽지만, 잠시 덮어 두었다가 또 추운 겨울이 오면 베어타운과 함께 다시 읽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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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약 - 미술치료전문가의 셀프치유프로그램
하애희 지음, 조은비 그림 / 디자인이곶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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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는약

 지은이: 하애희

 그린이: 조은비

 펴낸 곳: 디자인이곶

 

 우리 뇌를 괴롭히는 부정적인 기억을 행복한 추억으로 덮어주는 기억 전환 프로젝트! 추억과 감성 가득한 행복한 순간을 떠오르게 하는 그림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색칠하고 따라 그리다 보면 어느새 그 시절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마법 같은 책, 『보는 약』. 할머니, 엄마의 추억일 것 같은 옛날 옛적부터 내 어린 시절과 겹치는 순간까지 이 책은 누군가 한 번쯤 소중하게 가슴에 담고 있을 추억 한 조각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친절하게 권한다. 색칠하며 걱정일랑 떨쳐버리고 마음껏 행복하라고. 빈혈 때문에 병원에 자주 드나들며 차갑고 불안한 느낌을 주는 병원이 불편함을 위로해줄 따스한 환경이면 좋겠다고 생각한 하애희 미술치료 전문가가 정성과 진심을 담아 펴낸 『보는 약』. 누군가 내어준 소중한 추억 한 조각이 모여 행복이란 큰 그림이 되었기에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여 미소짓게 된다.

 

 

 

 

 

 <1부-가족>, <2부-놀이>, <3부-그리운 이야기>로 이루어진 『보는 약』은 왼편엔 그림 제목과 짧은 글, 오른편엔 색칠할 수 있는 스케치가 실려 있다. '엄마 품의 자장가', '엄마 손은 약손' 등등 어린 시절 느꼈던 엄마의 포근함과 따스한 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그림, '공기놀이', '말뚝박기'처럼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던 추억이 담긴 그림, 흔들거리는 치아에 실을 동여매고 이마를 딱 쳐서 이를 뽑던 긴장감 넘치는 순간까지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내가 자라온 찰나의 순간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이라도 하듯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그리운 어린 시절. 그때 그 추억. 돌아가고 싶다.

 

 어떤 그림을 색칠해볼까?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한 고민에 빠져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눈에 띈 작품! 그래, 너로 결정했어!

 

 

 

 <미니스커트 단속 - 꽃다운 나이 부럽기만 합니다, 무엇을 한들 안 예뻤겠어요?>라는 작품인데 보고 있자니 장난기가 발동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경찰과 아가씨로 바꿔보면 어떨까? 음흉한 사심 가득 담아 색칠하기 시작!! 

 

 

 

 이번에 새로 출시된 다이소 봄봄 시리즈 벚꽃 스티커를 활용하여 화사한 봄, 새롭게 시작되는 사랑에 두근거리는 남녀를 표현해보았다. 이 책은 정해진 규칙이나 컬러링 매뉴얼 없이 원하는 대로 마음껏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해주어 망쳐도 그 또한 멋지리라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임하게 된다. 결과는 대략 만족. 잠깐이었지만 그림을 색칠하고 꾸미며 완성하기까지 어떤 근심, 걱정도 떠올리지 않고 열중할 수 있어 행복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불러일으켜 뇌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게 하는 『보는 약』. 먹고 살겠다고 힘들게 사회 생활하며 이리 치이고 저리 까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안타까운 우리에게 잠시 숨 돌릴 틈을 주는 신통방통한 명약이다. 오늘도 고생한 나에게 그림 한 장 칠한 여유를 선사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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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권하는 사회 - 주눅 들지 않고 나를 지키면서 두려움 없이 타인을 생각하는 심리학 공부
모니크 드 케르마덱 지음, 김진주 옮김 / 생각의길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 혼자를 권하는 사회

지은이: 모니크 드 케르마덱

옮긴이: 김진주

펴낸 곳: 생각의 길 / 도서출판 아름다운 사람들

 

 

 '풍요 속 빈곤', 내 20대는 참으로 외로웠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모여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여도 마음 가는 이성과 데이트를 해도 늘 예고 없이 불쑥 고개를 드는 외로움, 고독. 잠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가 눈물이 툭 터져 나와 아직 잠들지 않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스탠드 노란 불빛에 의지해 책장을 넘기곤 했다. 그땐 왜 그리 고독하고 외로웠을까? 세월이 흘러 30대가 된 나는 이젠 외롭다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울 때가 많다. 시간이 해결해준 걸까? 20대의 외로웠던 고독은 지금 돌이켜보면 배부른 푸념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아련하고 그리운 추억이 되어버렸는데... 문득 궁금했다. 나이와 환경에 상관없이 계속 외로운 사람이 있지 않을까? 따스한 온정과 진심이 메말라가는 이 각박한 세상에 고독이란 위험한 칼날이 우리를 겨누고 있진 않을지, 어쩌면 가장 위험한 적일 그 고독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순 없을지 궁금했던 어느 날, 이 책 『혼자를 권하는 사회』를 만났다. 고독에 대한 해답을 간절히 찾고 싶은 마음으로...


 임상 심리치료사, 정신분석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고독'이라는 감정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피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권한다. 말을 빙빙 돌리지 않고 간단명료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스타일이라,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프롤로그부터 상당히 명확하게 제시하여 주제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인생의 쉼표를 제공해주는 감성 충만한 고독,

실수를 되돌아보고 올바른 판단을 이끌 명확한 관점을 갖게 해주는

밝고 이로운 고독을 즐겨라!

자발적인 고독으로 진정한 욕망을 마주하고 표출 방법을 깨달으면

행동 방침을 세울 수 있다.'

 

 

 '고독'에 대한 저자의 관점과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하니 어려울 수 있는 심리학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쉽게 다가왔다. 지독한 고독에 괴롭고 지친 여러 내담자와의 상담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술술 풀어가며 유명한 명언과 인문학적 지식을 적절히 버무려 '고독'이라는 요망한, 하지만 내 편으로 만들 가치가 충분한 존재를 하나씩 파헤쳐 가기 시작.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에 관해, 그림자처럼 날 따라다니던 고독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더라는... 이야기가 진행되며 고독을 심화한 사회적 변화와 그에 따른 원인을 좀 더 깊숙이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영재, 똑똑한 여자들이 더 외로운 이유 등 구체적인 대상을 제시하며 고독을 탐구하기도 한다. 그럼 저자가 제시하고 싶다던 자아 성찰을 통해 자아실현으로 나아가는 길은 무엇일까?

 

 

 

 


 

 저자는 우선 자신을 변화시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것을 권한다.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 직접 얼굴을 맞대며 소통할 기회를 늘리고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며 고려하기, 자기 인식과 원활한 호흡 그리고 중심을 되찾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하며 소중한 사람을 가까운 존재로 남기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아라. 반대로 자신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시점으로 되돌아보며 성찰할 것! 다만 부정적이고 제한적인 판단으로 자신을 정의하진 말아라. 경청하기, 상대를 평등하게 대하기, 책임 인정하기, 비난 멈추기, 현실에 집중하기, 거짓 자아 끊어내기, 대화 시작하기 등의 실천으로 홀로 고립된 상황에서 벗어나 하나가 아닌 둘, 내가 아닌 우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고독', '외로움'. 그 유쾌하지 않은 감정과 용기 내 마주하며 서로를 알아갔던 시간. 결국 이 책이 전하는 조언은 고독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말고 그 고독을 발판 삼아 자신을 되돌아보며 내 편인 친구를 만들고 외로움에서 벗어나라는 것 같다. 왜 우리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지 여러 원인을 알려주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니 괴로워하지 말라고 토닥이며 건강한 고독도 있으나 자칫 너무 고립되면 한없이 우울하고 괴로워지니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로 한발 다가설 것. 결국 고독과 사회성은 우리가 내내 고민하다 둘 다 선택하고 마는 양념치킨, 프라이드치킨 반반처럼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공생관계가 아닐까? 고독하니 함께 있을 때 더 행복하고, 때론 고독할 수 있어 성장하는 아직은 부족한 우리이기에 건강한 고독과 소중한 인간관계를 적절히 배합하며 '나'라는 존재를 풍성하게 채워가야 한다. 온전히 우리 몫인 그 숙제를 좀 더 지혜롭고 수월하게 풀어가도록 도와주는 『혼자를 권하는 사회』. 지금 고독하거나 늘 풍요 속 빈곤에 시달린다면 혹은 왜 이렇게 나만 외로울까 속상하다면 한 번쯤 이 책을 만나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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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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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멜랑콜리 해피엔딩

지은이: 한국 대표작가 29인

펴낸 곳: 작가정신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대단한 일을 벌였다. 사건·사고가 많아 또 무슨 일인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요즘이지만 이런 멋진 서프라이즈라면 대환영! 2011년 타계한 박완서 작가님의 8주기를 맞이하여 한국 대표작가 29인의 짧은 소설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을 출간하다니, 이 얼마나 깜찍하고 놀라운 선물인가! 돌아가신 작가님께도 그녀를 추억하는 독자에게도 더없이 좋은 선물이리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쟁쟁한 작가 29명에게 글을 의뢰하고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까지 그 우여곡절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덕분에 난 2019년 표 콩트에 푹 빠져 즐거운 독서 삼매경을 즐겼다. 박완서 작가님의 1970년대 콩트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만난 직후에 연달아 읽은 책이라 더 의미 있고 소중하게 다가왔던 시간. 게다가 반드시 2권이 함께 있어야 할 것 같은 이 예쁜 표지는 무엇? 소장 욕구를 마구마구 자극한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멋진 서프라이즈! 자, 그럼 누구의 글이 실려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강화길, 권지예, 김사과, 김성중, 김숨, 김종광,

박민정, 백가흠, 백민석, 백수린, 손보미, 오한기.

윤고은, 윤이형, 이기호, 이장욱, 임현, 전성태,

정세랑, 정용준, 정지돈, 조경란, 조남주, 조해진,

천운영, 최수철, 한유주, 한창훈, 함정임.


 

 중대 발표라도 하듯이 호기롭게 써 내려간 이름을 읽다가 호흡이 달려 가슴이 턱 막힐 정도였다. 모르는 작가도 있고 몇 권의 책을 통해 자주 만난 작가도 있어서 익숙한 반가움과 낯선 호기심에 가슴이 설렜다. 박완서 작가님을 추억하며 쓴 콩트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바로 전에 읽었던 『나의 아름다운 이웃』에는 1970년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면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다분히 현대적이라 거리감 없이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시대를 뛰어넘어 즐기는 두 권의 시간 여행. 이 귀하고 특별한 순간을 아낌없이 즐기려 어찌나 노력했던지! 행복하다!

 

 첫 페이지, '박완서 선생님을 기억하며'에 실린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 그 작가의 짧은 글을 이어 읽었다. 첫 페이지 작가의 말에 실리지 않은 작가도 있어 어린아이 이 빠진 듯 듬성듬성 바로 넘어가기도 했지만, 역시나 이어 읽는 편이 훨씬 재미있었던... 이 책을 계기로 몰랐던 작가의 나이와 출간 작품까지 한눈에 알 수 있어 읽고 싶은 책이 더 많아졌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릴레이 속에서 어떤 작품을 손에 꼽을까 상당히 고민하다가 부질없는 시도라고 이내 포기하고 그저 순간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끝까지 달렸다.

 

 

 

 

 

 '등신, 안심'이란 언어유희로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남편과 평범함 부부생활을 그린 김성중 작가의 《등신, 안심》, 생활 밀착형 이야기로 늘 실감 나고도 진중하게 삶을 전하는 김종광 작가의 《쌀 배달》, 미하엘 엔데의 환상 동화를 읽는 듯한 손보미 작가의 《분실물 찾기의 대가 3_ 바늘귀에 실 꿰기》, 아들을 위해 술김에 29만 9천 원짜리 레고를 질렀다가 아내의 성화에 다시 환불하러 가는 부자의 쓸쓸한 뒷모습을 담은 이기호 작가의 《다시 봄》 등등 각자의 필체와 특유의 감성을 살려낸 개성 만점 글이 가득한 책, 『멜랑콜리 해피엔딩』. 때로는 슬프고 애틋하게, 때로는 곧 손에 잡힐 듯한 희망에 가슴 벅차게, 때로는 견딜 수 없는 짙은 외로움에 가슴을 아리며 롤러코스터 타듯이 독자를 들어다 놨다 하는 이 책 덕분에 한숨 푹푹 쉬었다가 웃다가 누가 보면 미친 사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격한 독서를 경험했다. 시간과 공간만 다를 뿐, 박완서 작가님의 콩트 오마주답게 탄탄한 구성과 누군가의 일상을 진솔한 감정으로 담아 낸 이 짧은 글들은 『나의 아름다운 이웃』의 계보를 잇기에 부족함이 없다.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며 만난 『나의 아름다운 이웃』과 『멜랑콜리 해피엔딩』 덕분에 독서 생활이 풍요로워진 기분. 이 특별하고 소중한 에너지를 오래도록 소중히 간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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