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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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멜랑콜리 해피엔딩

지은이: 한국 대표작가 29인

펴낸 곳: 작가정신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대단한 일을 벌였다. 사건·사고가 많아 또 무슨 일인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요즘이지만 이런 멋진 서프라이즈라면 대환영! 2011년 타계한 박완서 작가님의 8주기를 맞이하여 한국 대표작가 29인의 짧은 소설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을 출간하다니, 이 얼마나 깜찍하고 놀라운 선물인가! 돌아가신 작가님께도 그녀를 추억하는 독자에게도 더없이 좋은 선물이리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쟁쟁한 작가 29명에게 글을 의뢰하고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까지 그 우여곡절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덕분에 난 2019년 표 콩트에 푹 빠져 즐거운 독서 삼매경을 즐겼다. 박완서 작가님의 1970년대 콩트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만난 직후에 연달아 읽은 책이라 더 의미 있고 소중하게 다가왔던 시간. 게다가 반드시 2권이 함께 있어야 할 것 같은 이 예쁜 표지는 무엇? 소장 욕구를 마구마구 자극한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멋진 서프라이즈! 자, 그럼 누구의 글이 실려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강화길, 권지예, 김사과, 김성중, 김숨, 김종광,

박민정, 백가흠, 백민석, 백수린, 손보미, 오한기.

윤고은, 윤이형, 이기호, 이장욱, 임현, 전성태,

정세랑, 정용준, 정지돈, 조경란, 조남주, 조해진,

천운영, 최수철, 한유주, 한창훈, 함정임.


 

 중대 발표라도 하듯이 호기롭게 써 내려간 이름을 읽다가 호흡이 달려 가슴이 턱 막힐 정도였다. 모르는 작가도 있고 몇 권의 책을 통해 자주 만난 작가도 있어서 익숙한 반가움과 낯선 호기심에 가슴이 설렜다. 박완서 작가님을 추억하며 쓴 콩트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바로 전에 읽었던 『나의 아름다운 이웃』에는 1970년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면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다분히 현대적이라 거리감 없이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시대를 뛰어넘어 즐기는 두 권의 시간 여행. 이 귀하고 특별한 순간을 아낌없이 즐기려 어찌나 노력했던지! 행복하다!

 

 첫 페이지, '박완서 선생님을 기억하며'에 실린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 그 작가의 짧은 글을 이어 읽었다. 첫 페이지 작가의 말에 실리지 않은 작가도 있어 어린아이 이 빠진 듯 듬성듬성 바로 넘어가기도 했지만, 역시나 이어 읽는 편이 훨씬 재미있었던... 이 책을 계기로 몰랐던 작가의 나이와 출간 작품까지 한눈에 알 수 있어 읽고 싶은 책이 더 많아졌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릴레이 속에서 어떤 작품을 손에 꼽을까 상당히 고민하다가 부질없는 시도라고 이내 포기하고 그저 순간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끝까지 달렸다.

 

 

 

 

 

 '등신, 안심'이란 언어유희로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남편과 평범함 부부생활을 그린 김성중 작가의 《등신, 안심》, 생활 밀착형 이야기로 늘 실감 나고도 진중하게 삶을 전하는 김종광 작가의 《쌀 배달》, 미하엘 엔데의 환상 동화를 읽는 듯한 손보미 작가의 《분실물 찾기의 대가 3_ 바늘귀에 실 꿰기》, 아들을 위해 술김에 29만 9천 원짜리 레고를 질렀다가 아내의 성화에 다시 환불하러 가는 부자의 쓸쓸한 뒷모습을 담은 이기호 작가의 《다시 봄》 등등 각자의 필체와 특유의 감성을 살려낸 개성 만점 글이 가득한 책, 『멜랑콜리 해피엔딩』. 때로는 슬프고 애틋하게, 때로는 곧 손에 잡힐 듯한 희망에 가슴 벅차게, 때로는 견딜 수 없는 짙은 외로움에 가슴을 아리며 롤러코스터 타듯이 독자를 들어다 놨다 하는 이 책 덕분에 한숨 푹푹 쉬었다가 웃다가 누가 보면 미친 사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격한 독서를 경험했다. 시간과 공간만 다를 뿐, 박완서 작가님의 콩트 오마주답게 탄탄한 구성과 누군가의 일상을 진솔한 감정으로 담아 낸 이 짧은 글들은 『나의 아름다운 이웃』의 계보를 잇기에 부족함이 없다.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며 만난 『나의 아름다운 이웃』과 『멜랑콜리 해피엔딩』 덕분에 독서 생활이 풍요로워진 기분. 이 특별하고 소중한 에너지를 오래도록 소중히 간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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