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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곽정은 지음 / 해의시간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글쓴이:
곽정은
펴낸 곳:
해의시간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TV 프로그램에서 당당하고 통통 튀는 발언으로 내 눈에 쏙 들어온
곽정은 씨. 아마도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은데, 특별히 챙겨보진 않아도 채널을 넘기다가 보이면 잠시 손가락을 멈추고
빠져들곤 했다. 여자란 모름지기 어쩌고저쩌고 하는 구시대적 발상에 전혀 걸맞지 않은 그녀를 보며 '센 언니'라기보다는 당차고 야무져서 좋았다.
볼수록 매력. 센 것 같으면서도 은근 허당이기도 하고 <연애의 참견>을 보니 눈물도 많고 여린 구석이 있어 상당히 인간적이라 연예인이
아닌 옆집 언니처럼 가깝게 느껴진달까? 이번에 곽정은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오랜 기자 생활을 접고 프리랜서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단 건 알았지만, 책으로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 궁금한 마음에 검색해보니
세상에... 책을 꽤 많이 냈구나. 이렇게 작품 활동을 많이 한 줄은 몰랐기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 나에게 나를 맡긴다, 사랑의 색다른 완성, 혼자일 권리, 세 가지 삶' 이렇게 총 5장으로 나뉜다. 각 장에서 전해지는 감성과
색깔이 다르면서도 어느 순간 비슷하게 연결되어 한데 어우러지는 글들. '혼자'라는 주제와 '나이 듦', '가족', '인생'이 주를 이루는 여러
글 꼭지를 읽으며 나보다 몇 살 언니인 그녀에게서 심심한 위로를 얻고 잔잔한 공감을 내어주었다. 18개월 딸내미를 안고 재우며 혹은 재우고 나서
꿀맛 같은 짧은 휴식 시간에 이 책을 읽으며 총 3잔의 커피를 마셨다. 뜨거웠던 첫 모금이 서서히 식어 아쉬운 마지막 모금이 될 때까지 그렇게
몇 번을 거듭하며 빠져들었던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덜 영글었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부끄러워하다가도 지금은 괜찮다며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때론 뜬금없이 자기 자랑으로 훅 치고 들어와 '역시 이 언니는 흥미로운 사람이야'라고
중얼거렸더랬다.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을 인생의 동력으로 삼는 것, '나이
듦'을 인정하고 나면 생각보다 좋은 일투성이고 젊음은 떠나고 있지만 깊은 성숙이 도래했으며 생각의 노예가 아닌 생각의 주인으로 살길 원한다는
그녀. 어린 시절 늘 부족했던 부모님 사랑을 떠올리며 원망하고 야속해 했지만, 지긋하게 나이든 어른이 되고서야 비로소 그 시절의 부모님을
이해하며 고생하셨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눈물이 찔끔 나왔다. 여자가 홀로 살기 힘든 이 나라에서 1인분의 삶은 충분히 멋지고 가치 있다고 말하는
그녀. 감성 터지는 밤, 침대 옆 빈자리에서 느껴지는 스산한 기운에 가슴이 시리기도 하지만 혼자여서 괜찮고 혼자라 행복하다는 말에 나도 문득
1인분의 삶을 꿈꿔보았다. 가끔 너무나 그리운 혼자만의 시간을 떠올려보니 그것과 바꾼 가족이라는 두 글자의 소중한 무게도 체감했던 시간.
조곤조곤 찬찬히 그녀가 털어놓는 속마음에 귀 기울이며 나도 한 발자국 성숙해진 느낌이다. 이렇게 또 어른이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