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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실험 -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한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딜런 에번스 지음, 나현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 유토피아
실험
지은이: 딜런 에번스
옮긴이: 나현영
펴낸 곳: 쌤앤파커스
1999년 12월 31일. 앞자리가 2로 바뀌는 순간 모든 컴퓨터가 작동을 멈추고 온 세상이
정전으로 인해 암흑에 시달릴 것이며 오로지 선택받은 자만이 구원받을 거라고 말하는 사이비 종교가 속출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세상 종말론.
처음엔 섬뜩하다가도 이내 그저 장광설에 불과하단 걸 깨닫고는 이젠 '종말'이란 말만 들어도 "에헤이, 또야?"라는 소리부터 나온다. 한데, 조금
특별하게 세상의 종말을 걱정한 어느 괴짜 과학자를 만났다. 그간 들었던 이야기와는 사뭇 달라서 귀를 쫑긋 눈을 번쩍 든 채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며 유토피아를 찾아 떠나는 그 말도 안 되는 여정에 동참! 고생 또 고생 생고생에 기진맥진하고 허탈함에 영혼마저 탈탈 털리는 이 책
『유토피아 실험』이 100% 실화라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책 앞으로 다시 돌아가 정말 실화가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더랬다.
이 책의 첫 시작은 정신병원. 겁에 질려 외치는 비명에 오톨도톨 불쾌한 소름이 돋는다. 아니,
이럴 수가! 이 책을 쓴 딜런 작가가 실험 실패 후 정신병원에 있는 상황. 물론 지금이야 퇴원했겠지만 대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끓어오르는
궁금증을 참을 길이 없다. 딜런이 유토피아 실험 아이디어를 최초로 떠올린 순간은 2005년 9월 멕시코에서였다고 한다. 메리다에서 바가지를 잔뜩
쓰고 옷을 산 딜런. 그때 노파에서 대접받은 독주에 약이라도 섞여 있던 걸까? 마야 문명이 어떻게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는지 탐구하던 딜런은
문득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문명 역시 쇠퇴할 것이라고 여기고 자급자족을 통해 원시 부족처럼 살아가는 유토피아 실험을 꿈꾸게 된다. 아니, 그저
꿈에서 그쳤다면 좋으련만 딜런은 집도 팔고 일도 포기한 채 이 엄청난 실험에 매달리게 된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생판 남이 이랬다고 하니
웃으면서 볼 수 있지, 딜런의 가족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학습 공동체, 노동 공동체를 표방하며 지식을 나누고 함께 노동할 것을 당부하고, 18개월이라는 실험
기간 중 지원자는 3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다는 조항 하에 실험 참가자를 모집한 딜런. 기대 이상으로 밀려든 신청자에 놀라며 희망차게 시작한 이
공동체 생활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잘 굴러갔으면 했던 이 실험은 얼마 가지 않아 여러 가지 이유로 삐걱대기 시작한다. 뭐 이미 다들
눈치챘겠지만, 이 실험은 실패. 하지만 유토피아를 꿈꾸며 진행하는 공동체 생활에서 여실히 들어가는 인간의 본능과 갈등, 시행착오로 겪는 난감한
상황 등등 재밌는 요소가 셀 수 없이 많으니 꼭 읽어보시길!
책을 덮은 후 곰곰이 생각해봤다. 고마운 줄, 귀한 줄 모르고 누리고 있는 이 편안한 생활을
하루아침에 뺏겨 버리면 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 옛날 사이비 종교 이야기에 콧방귀를 끼면서도 자식 굶길까 걱정되어, 라면 1박스와 생수
묶음을 베란다 깊숙이 쟁여두었던 우리 엄마처럼 나 역시 자식 생각이 앞선다. 원시 시대로 돌아가 고인돌 가족처럼 '우가우가' 하며 살겠냐마는
어떤 상상을 펼쳐도 결론은 혹독한 현실이기에 부디 지금 이미 가진 것을 아끼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 『유토피아 실험』이란 책을 통해 한
과학자의 위대한 도전을 여실히 보여준 딜런 덕분에 그간 미처 신경 쓰지 않았던 생존과 문명, 환경과 지구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과학 이야기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코미디처럼 재밌으니 이 책이 궁금하시다면 겁먹지 말고 선택하셔도 됩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