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 라이프 - 길 위의 나의 집
포스터 헌팅턴 지음, 신소희 옮김 / 벤치워머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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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밴 라이프

 지은이: 포스터 헌팅턴

 옮긴이: 신소희

 펴낸 곳: 벤치워머스 / 도서출판 푸른숲


 일부러 챙겨보진 않지만, 채널을 돌리다가 TV 프로그램 <여행 생활자 집시맨>이나 <나는 자연인이다>가 방영하면 한참 보곤 한다. 몇억을 호가하는 비싼 캠핑카나 멋진 별장이 아니어도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무엇이 그들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게 했는지 100% 실감할 순 없지만, 그 남다른 삶을 그저 잠시 엿보는 순간에도 가슴에 와닿는 기분 좋은 짜릿함이 있다. 이번에 만난 책 『밴 라이프』 역시 그런 짜릿한 쾌감은 선사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그 옛날 피로회복제 광고 콘티처럼 다 팽개치고 떠나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살살 달래주는 이 책, 유쾌 상쾌 통쾌! 보는 것만으로 머리가 맑아지고 행복해지니 옆에 잘 모셔두고 자주 펴보면 두통이 싹 가실듯하다.

 

 

 

 

 

 

 

 

 

 

 

 

 '#vanlife'라는 해시태그를 만든 이 책의 저자 포스터 헌팅턴은 창문 하나 없는 사무실에서 일하며 탈출을 꿈꾼다. 그토록 바라던 폭스바겐 T3 싱크로 매물을 손에 넣은 그는 그 후로 2년간 밴을 타고 북미를 돌며 주행거리 1만 3천km를 찍었고 멕시코 바하 지역까지 내려가 해변을 만끽했다고 한다. 밴은 자신의 이동 수단이자 보금자리라는 포스터. 길 위에서 소중한 인생을 누리는 여러 사람을 만나 나눈 대화와 멋진 사진을 엮어 펴낸 책이 바로 이 『밴 라이프』다. 악천후를 뚫고 달리다 차가 고장 나는 아찔한 순간부터 장작 난로를 달고 수납공간과 선반을 고치며 늙은이처럼 골골거리는 낡은 밴을 수리하여 그들은 오늘도 달리고 또 달린다. 물론 멈추는 건 자유! 푸른 바다, 초록 숲, 햇살 좋은 해변, 광활한 황야... 이들에게 가지 못할 곳이란 없다.

 

 

 

 

 

 

 

 

 

 굳이 비싼 최신식 캠핑카가 아니어도 낡은 밴 한 대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이들의 삶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잦은 고장으로 속을 썩이기도 하지만 하나하나 손봐가며 온전히 자신의 분신으로 만든 밴은 그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자 탈출 캡슐! 밤하늘 별을 보며 잠들고 머리맡으로 쏟아지는 햇살과 귓가를 간지럽히는 파도 소리에 눈 뜰 수 있다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지 않을까? 야영 경험이 거의 없는 내게 어쩌면 길 위의 인생은 너무 불편하고 가혹할지 모르지만, 자연의 품으로 뛰어들어 한참이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 힘든 하루하루가 쌓여 마침내 떠나고 싶어질 때, 어쩌면 지금보다 훌쩍 나이가 들었을지라도 원하고 고대하던 바로 그 날, 나 역시 길 위로 나서리라! 귀한 사진이 가득 담긴 『밴 라이프』는 정말 소장가치 100%! 궁금하면 서점에서 보고 구매하시길!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자연의 찰나를 담은 사진에 반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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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좋은 이유 - 내가 사랑한 취향의 공간들 B의 순간
김선아 지음 / 미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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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기가 좋은 이유

지은이: 김선아

펴낸 곳: 미호

 

 

 나이가 들면 들수록 흘러가는 젊음만큼이나 아쉬운 게 하나 있다. 바로 좋아하는 게 줄어든다는 점!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으면 그게 바로 늙은 거라는데, 요즘 마음마저 늙어버리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즐겁게 살자'는 의지를 다져본다. 세월이 흘러 좋아하는 건 줄어들었어도 꾸준히 좋아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깊은 지식을 쌓게 되는 건 그나마 세월이 준 선물이리라. 뭐든 좋아하고 잘 아는 사람이 보면 다른 법! 오늘은 공간을 사랑한 건축가가 들려주는 즐거운 에세이를 만났다. 애정은 절대 숨길 수 없는 법! 카메라로 직접 담아낸 사진과 한 줄 한 줄 꼼꼼히 채운 글에서 공간을 향한 작가의 애정이 퐁퐁 솟아나 읽는 내내 즐거웠던 『여기가 좋은 이유』.

 

 작은 땅덩이에 인구는 많은지라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은 건물에 숨이 턱 막히기 일쑤인데, 저자는 그 수많은 건물 중에서도 용케 느낌 있는 건물을 쏙쏙 골라낸다. 직업도 직업이고 워낙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발품을 꽤 팔았겠구나 싶었다. 신기하게도 공간을 취재하고 글을 쓰러 갔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좋아하는 장소를 방문하고 친한 사람에게 여기가 왜 좋은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기분이라 참 편하다. 보물을 발견하고 신난 아이처럼 작가는 그렇게 자신의 보물을 독자에게 기꺼이 내어준다.

 

 

 

 

 

 첫 시작은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이다. 박람회 관람차 몇 번 가봤던 곳인데 그때는 리모델링 전이라 뭔가 답답하고 꽉 들어찬 분위기였다. 리모델링 후 인스타에 별마당 도서관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어찌나 가보고 싶었던지! 서가의 상층부를 사용할 수 없고 지붕을 거쳐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인해 바닥에 넓은 패턴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단점이 있다는데... 글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단점인 양 생각할 겨를 없이 그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마냥 좋지 않을까? 공장이나 낡은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카페도 상당히 신선했다. 내가 사는 지방까지 그런 카페들이 즐비한 걸 보면 꾸밈없이 자연스레 드러내는 게 요즘 트랜드인가 보다. 그곳에선 회색 시멘트벽도 헐벗은 천장도 나름의 멋으로 손님을 끌어들인다. 컨테이너로 예술 작품처럼 쌓아 올린 건물, 아이들이 뛰놀 정원이 있는 카페, 전시장 혹은 편집숍에 레스토랑과 커피숍을 더한 복합 공간, 인테리어가 독특한 호텔, 구불구불 골목길을 헤매야 찾을 수 있는 보석 같은 장소까지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공간이 한가득이라 흐뭇한 기대감이 차오른다.


 포근하고 아늑한 곳에서 마음이 안정되고 좋아하는 책이 가득한 곳에서는 심장이 두근두근, 탁 트인 푸르른 자연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듯이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세세하고 치밀하게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본 공간은 일반인이라면 놓치기 쉬운 소소한 매력과 아름다움까지 담아내어 공간이 주는 매력을 극대화한다. 사진 찍는 건축가가 자신이 사랑하는 공간을 찍고 글로 담아낸 『여기가 좋은 이유』. 작가가 사랑하는 공간을 나 역시 소망하고 작가의 추억이 담긴 이 책이 나도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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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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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레몬

글쓴이: 권여선

펴낸 곳: 창비

 

 표지에서 느껴지는 부들부들한 느낌이 좋다. 카메라 초점을 잘못 맞춘 듯 뿌옇게 찍힌 레몬이 선명한 검은색 표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어 마치 레몬이 두둥실 허공으로 떠오를 것만 같다. 1996년 <푸르른 틈새>로 제2회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는 권여선 작가. 오래도록 책을 읽다 7, 8년이라는 오랜 공백 후에 다시 책에 푹 빠져 살게 된 나에게 권여선 작가라는 이름 세 글자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책벌레 이웃님들의 열성적인 환호에 대단한 작가인가보다 했을 뿐. 그럼 왜 난 이 책 『레몬』을 읽기로 했을까?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책 뒤표지에 실린 짧지만 굵직한 네 줄의 글. 그저 그 글이면 이 책을 선택하기에 충분했다.


2002년, 언니가 살해됐다.

누군가 봄을 잃은 줄도 모르고 잃었듯이 나는

내 삶을 잃은 줄도 모르고 잃었다.

레몬, 레몬, 레몬, 복수의 주문이 시작되었다.


 한일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던 2002년, 미모의 여고생 해언이 살해된다. 집에서 입던 편한 차림으로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은 채 공원에서 발견된 사체엔 성폭행이나 다른 폭행의 흔적은 없었다. 해언의 죽음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삶 역시 가파르게 무너져 내린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에게 충격이었던 해언의 죽음. 그들의 너덜너덜 조각난 삶을 대변이라도 하듯 소설 역시 조각조각 시간의 파편을 더듬으며 어렵사리 이야기를 이어간다. 해언이 죽은 2002년, 2006년, 2010년, 2015년, 2017년 그리고 마지막 2019년. 소설은 해언의 동생인 다언, 해언의 동창이자 다언의 선배인 상희, 해언을 죽도록 미워하던 태림, 이렇게 세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묵묵히 언니를 죽인 살인범을 쫓는 다언, 우연히 만난 다언을 보고 옛 추억을 떠올리는 상희, 미친 사람처럼 해언이 죽은 사건 정황을 내뱉는 태림. 해언이 죽은 지 17년이 흘렀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 해언은 여전히 살아 있다. 비밀이 많은 소설 『레몬』은 절대 모든 것을 쥐여주지 않고 해언을 죽인 범인이 누군지 오롯이 짐작하게 만든다. 사실 누가 죽였는지는 알겠지만 '어떻게'와 '왜'라는 범행 수법과 동기가 모호하기에 읽고 나서도 속이 후련하지 않아 마음 한구석이 어지간히 찜찜하더라는...


 권여선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이미 떠나버린 사람을 도저히 놓을 수 없는 남아 있는 이들의 삶. 무엇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 속에 누구도 온전하게 살아갈 수 없음을 꼬집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누구든 결국 죗값을 치르게 된다는 것? 곧 끊어질 듯 내리는 가랑비가 어느새 옷을 적셔 놓는 것처럼 남아 있는 이들의 삶은 복수와 슬픔 그리고 공허함으로 물든다. 과연 이 소설에서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죽은 해언도 복수한 다언도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상희도 모두 '우리'와 너무 닮아 가슴 아픈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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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실험 -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한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딜런 에번스 지음, 나현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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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토피아 실험

지은이: 딜런 에번스

옮긴이: 나현영

펴낸 곳: 쌤앤파커스

 

 

 

 1999년 12월 31일. 앞자리가 2로 바뀌는 순간 모든 컴퓨터가 작동을 멈추고 온 세상이 정전으로 인해 암흑에 시달릴 것이며 오로지 선택받은 자만이 구원받을 거라고 말하는 사이비 종교가 속출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세상 종말론. 처음엔 섬뜩하다가도 이내 그저 장광설에 불과하단 걸 깨닫고는 이젠 '종말'이란 말만 들어도 "에헤이, 또야?"라는 소리부터 나온다. 한데, 조금 특별하게 세상의 종말을 걱정한 어느 괴짜 과학자를 만났다. 그간 들었던 이야기와는 사뭇 달라서 귀를 쫑긋 눈을 번쩍 든 채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며 유토피아를 찾아 떠나는 그 말도 안 되는 여정에 동참! 고생 또 고생 생고생에 기진맥진하고 허탈함에 영혼마저 탈탈 털리는 이 책 『유토피아 실험』이 100% 실화라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책 앞으로 다시 돌아가 정말 실화가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더랬다.

 

  이 책의 첫 시작은 정신병원. 겁에 질려 외치는 비명에 오톨도톨 불쾌한 소름이 돋는다. 아니, 이럴 수가! 이 책을 쓴 딜런 작가가 실험 실패 후 정신병원에 있는 상황. 물론 지금이야 퇴원했겠지만 대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끓어오르는 궁금증을 참을 길이 없다. 딜런이 유토피아 실험 아이디어를 최초로 떠올린 순간은 2005년 9월 멕시코에서였다고 한다. 메리다에서 바가지를 잔뜩 쓰고 옷을 산 딜런. 그때 노파에서 대접받은 독주에 약이라도 섞여 있던 걸까? 마야 문명이 어떻게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는지 탐구하던 딜런은 문득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문명 역시 쇠퇴할 것이라고 여기고 자급자족을 통해 원시 부족처럼 살아가는 유토피아 실험을 꿈꾸게 된다. 아니, 그저 꿈에서 그쳤다면 좋으련만 딜런은 집도 팔고 일도 포기한 채 이 엄청난 실험에 매달리게 된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생판 남이 이랬다고 하니 웃으면서 볼 수 있지, 딜런의 가족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학습 공동체, 노동 공동체를 표방하며 지식을 나누고 함께 노동할 것을 당부하고, 18개월이라는 실험 기간 중 지원자는 3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다는 조항 하에 실험 참가자를 모집한 딜런. 기대 이상으로 밀려든 신청자에 놀라며 희망차게 시작한 이 공동체 생활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잘 굴러갔으면 했던 이 실험은 얼마 가지 않아 여러 가지 이유로 삐걱대기 시작한다. 뭐 이미 다들 눈치챘겠지만, 이 실험은 실패. 하지만 유토피아를 꿈꾸며 진행하는 공동체 생활에서 여실히 들어가는 인간의 본능과 갈등, 시행착오로 겪는 난감한 상황 등등 재밌는 요소가 셀 수 없이 많으니 꼭 읽어보시길!

 

 

 

  책을 덮은 후 곰곰이 생각해봤다. 고마운 줄, 귀한 줄 모르고 누리고 있는 이 편안한 생활을 하루아침에 뺏겨 버리면 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 옛날 사이비 종교 이야기에 콧방귀를 끼면서도 자식 굶길까 걱정되어, 라면 1박스와 생수 묶음을 베란다 깊숙이 쟁여두었던 우리 엄마처럼 나 역시 자식 생각이 앞선다. 원시 시대로 돌아가 고인돌 가족처럼 '우가우가' 하며 살겠냐마는 어떤 상상을 펼쳐도 결론은 혹독한 현실이기에 부디 지금 이미 가진 것을 아끼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 『유토피아 실험』이란 책을 통해 한 과학자의 위대한 도전을 여실히 보여준 딜런 덕분에 그간 미처 신경 쓰지 않았던 생존과 문명, 환경과 지구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과학 이야기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코미디처럼 재밌으니 이 책이 궁금하시다면 겁먹지 말고 선택하셔도 됩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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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 자연의 역사를 읽는 사람들
랜스 그란데 지음, 김새남 옮김, 이정모 감수 / 소소의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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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큐레이터

 

지은이: 랜스 그란데

옮긴이: 김새남

감수: 이정모

펴낸 곳: 소소의 책


 

 이집트 문명을 비롯한 세계 7개 불가사의에 푹 빠져 그에 관련된 책을 탐독하고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를 보고 또 봤던 어린 시절 내 꿈은 고고학자였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점차 현실에 눈을 떴고, 과연 내 손에 발견될 유적이 남아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고고학자가 되겠다는 꿈은 서서히 빛을 잃었고 어느새 난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한창 취업 준비를 하던 20대 시절에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보며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이미 모래알처럼 덧없이 놓쳐버린 꿈이지만 고고학 연구와 박물관을 향한 동경이 여전히 내 가슴속에서 불타오르고 있음을 그 순간 깨달았다. 그 후로 어디를 가든 더 열심히 박물관을 찾았던 것 같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촬영지인 뉴욕 자연사 박물관을 찾았을 때의 설렘이란! 까마득한 그 시절을 추억하면 지금도 내 마음은 두둥실. 한데, 내 관심은 '큐레이터'라는 직업까지 깊숙이 미치진 않았나 보다. 그저 박물관에서 연구하는 사람 혹은 미술관을 운영하고 작품을 해설해주는 사람으로만 알았던 큐레이터는 대지에서 꿈틀대는 생명의 역사를 다루는 놀랄 만큼 역동적인 직업이었다! '소소의 책 출판사'에서 출간한 『큐레이터』를 통해 그들이 이룬 위대한 역사의 흔적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시카고 필드 박물관에서 무려 33년이나 큐레이터로서 연구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저자 랜스 그란데. 많은 사람이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의외로 너무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닫고 저자는 이 위대한 여정의 첫 삽을 뜨게 된다. 수십 혹은 수백 년을 거듭하며 이어온 큐레이터의 역사와 업적,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물론 놀라운 발굴 작업과 현장 모험기, 전시회, 유골에 담긴 여러 가지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들려주며 '큐레이터'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요목조목 알려주는 이 책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전 세계 티렉스 뼈대 화석 중에 가장 크고 완전한 '수'라는 공룡과 털이 복슬복슬한 꼬리를 가진 커다란 구름쥐, 식인 사자 이야기까지 스릴 넘치고 때로는 황홀하기까지 한 그 자연의 역사 한복판에 우리의 큐레이터들이 있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어류 화석을 계기로 경영학에서 지질학과로 전향한 저자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자연사와 '큐레이터'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한순간 찾아온 운명적인 만남으로 인생이 어디까지 바뀔 수 있는지 감탄하며 경외심 가득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도 또 넘겼던 시간. 그저 이 행복한 순간이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총 460페이지에 무게 1,088g인 탄탄한 양장본! 240여 장에 이르는 귀한 사진 자료가 실려 있는 이 책은 소장 가치 100%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이나 자연사 혹은 고고학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그 위대한 발자취에 감탄하게 될 『큐레이터』. 더 늦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이 책을 만난 나는 진정한 행운아다. 양장본이라 오래도록 잘 소장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특히 더 신경 써서 꼭 우리 딸에게 물려줘야지! 소소의 책 출판사의 『큐레이터』,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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