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인 아메탄에서도 약자의 입장에 있는 왕녀 아셰는 자신을 제국에 팔아 넘기려는 태자에게 반발하여 그를 살해합니다(1부인 꿈속의 기분과 연관된 이야기)그 죄로 5년간 왕녀의 성에 감금되었던 아셰는 아메탄에 숨어들어온 제국의 2황자 이단 엔리히와 재회하게 되고,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고 마는데...한시내님의 전작들을 감명깊게(!) 읽고 이 작품도 연재로 달리려 시도하였으나 실패해버린 <나의 자리>입니다. 읽고 보니 거의 다 읽었는데 포기한거였네요. 하핫; 연재로 읽기엔 너무나 감질났던 것이, 갇혀 있는 왕녀 아셰는 너무도 당당하고 아름다웠으며 세상에 무심하고 또 자신의 욕망(아주 사소한 것들이지만)을 드러내는 것에 거침이 없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거든요. 그리고 아셰에게 반해서 그녀의 궁에 잠입한 이단은 미친 놈이지만 매력적으로 미친 놈이라서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속박하고 싶지만(실시간으로 미침이 심화중이지만) 너를 정말 사랑하기에 미친 것도 숨기고 배려하려 하는 바람직한 미친놈(...)이라서 참신한 것이 아주 좋았습니다. "네 세상을 나처럼 황폐하게 만들어서라도 나만 담게 하고 싶어. ...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이 결국 네 날개를 꺾는 일이지."캬~ 외조의 정석! 바람직한 미친 놈의 정석이네요. 그런 둘이! 아메탄의 사정 및 제국의 처지 탓에!헤어져 있어야 하고! 막! 그러는데 제가 애가 타겠나요, 안 타겠나요? 결국 아셰에게 큰 불행이 닥쳤을 때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단행본만 기다렸는데 아...역시나 이 책은 단행본으로 끊기지 않고 읽어야 합니다. 정말 매력적이에요. 아셰의 왕녀다운 당당함과 공무원 같은 꼼꼼함, 그리고 이단의 미친 매력은 쉴 틈 없이 읽어야 더 진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아셰의 빠릿함 덕분에 암담한 시국에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은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힘내 주는 공무원이 있는 덕분이라는 것을 현실에서도, 책에서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로판인데 왜 이렇게 현실감 돋는지 모를 일입니다.근래에 읽은 로판 중에서 가장 세계관이 탄탄하고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은데 그게 머리 아프지 않고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정도의 수위라는 점도 이 시리즈를 계속 기다리게 만드는 요인 같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삼국의 이야기라 같은 세계관이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는 세밀함 덕분에 읽는 재미가 더해지거든요. <나의 자리>와는 다르게 속 터져서 읽다 포기한 <보호자의 역할>도 단행본으로 읽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게 재미있을지 기대됩니다.
다섯 연맹 중 힘을 숭상하는 적의 연맹에서도 세력가였던 일루미난의 고명딸 이릴카는 동맹 가문이자 약혼자이고 믿었던 친구이기도 한 세너루스 타츨리카에게 가족을 살해당합니다. 간신히 몸을 피하고 용병단을 전전한지 10년. 이제는 잊었다 생각했던 과거의 일이 다시 그녀를 쫒아오고 스스로를 '카사르'라 소개한 정체불명의 기사에게 납치당하게 되는데...이 기사, 납치범 치고는 묘하게 예의바르고 매력적인데?하는 이야기 입니다. 국가 간의 알력관계가 상당하고 용병단의 관계도 그렇고 연맹 중에 신성국가도 있어서 그들의 지위도 특수하고 등등 설정이 많은데 그걸 짧은 이야기에 때려넣으려다 보니 복잡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정치 이야기 빼고 읽으면 혼자 10년 구르면서도 기죽지 않는 당찬 여자 이릴카가 세상에 무심한 성기사 카사르를 홀랑 잡아 먹는 이야기 입니다. 금욕적으로 생긴 흑발 흑안의 성기사가 성욕에 굴복하여 무너지는 것이 포인트~(아님)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당해서 마음의 상처가 많은 이릴카에게 평생 그녀만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는 남자 카사르의 존재는 찰떡같고 좋았습니다. 정력남이고...둘 다 훈련받은 사람들이라 지치지도 않고...좋아요(흐뭇) 좀 더 길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매끄럽게 끌어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나폴 가문의 매력 터지는 6형제 중에서 나머지 다섯 형의 이야기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네요ㅎㅎ
조폭같은(사실 전직 조폭인) 기획사 사장 차무혁과 생활력 없는 동생, 아픈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병간호에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는 어머니까지 주렁주렁 달고 사는 연리진은 설상가상으로 '연리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여자 가수입니다. 비록 남성 오메가이지만 별 탈 없이 활동하던 그에게 폴라리스 기획의 카펠라라는 우성 알파 아이돌 그룹과의 방송에서 일어난 작은 사고는 일상을 바꾸는 비극이 되고 마는데...워...시작부터 하드코어한 굴림이라 할 말 없게 만든 카펠라의 다섯 멤버는 (저는 이 부분 잘못 읽은 줄 알고 몇 번을 다시보기 했어요) 그 후에도 사람이 견디기 힘든 온갖 플레이를 해댑니다. 리진 혼자였다면 반항이라도 했을 텐데! 줄줄이 비엔나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리진을 코너로 몰아 넣고, 그에 카펠라 멤버는 열심히 기름을 부었어요. (다 읽고 나서 생각하니 카펠라 멤버들이 리진 동생에게 한 행동이 결국 자기들 손으로 목줄을 풀어준 거였네요ㅋㅋㅋ꼬숩다, 이놈들아!)처음부터 끝까지 능욕당하다가 자그마한 자유조차 얻지 못하고 절망하는 리진이 안타까웠고 마지막까지 반성이나 후회따윈 없었던 카펠라 멤버들은...후우... 저는 차무혁 주식을 밀었는데 결국 꽝이었습니다. 그래도 리진을 가장 아끼고 잘 아는 사람은 차무혁이었던 듯 하다는게 아이러니네요.주인공들에게 가장 알맞은 엔딩이라 생각되어 엔딩에는 불만이 없지만 오타와 비문, ~깐으로 끝나는 문장들과 가볍기만한 카펠라 멤버들의 설정(다섯이나 되는데 주입식 개성이라 구분이 잘 되지 않고 그냥 강간범 A.B.C.D.E였던.혹은 그걸 의도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이 아쉬웠습니다.
'아아, 아버지. 차라리 죽어 버리세요.'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느끼고 스승의 손자를 납치, 감금한 남자를 아버지로 둔 현진원은 그 일을 계기로 아버지가 자살하고 어머니는 정신을 놓고 배다른 여동생이 생기는 등 온갖 고통을 겪게 됩니다. 어찌어찌 자라 잘 나가는 호스트가 된 진원의 가게에 과거 납치사건의 피해자 서은호가 나타나 엉뚱한 말을 합니다."내가 다,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세요..."우상처럼 숭배하던 아버지를 잃게 한 원흉과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준 사람의 아들. 잘못된 만남 같지만, 서로를 증오해야만 하는 관계 같지만 같은 사건을 겪었기에 서로를.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또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두 사람의 아프면서도 안타깝고 또 사랑스러운 이야기였습니다. 초반부 넘기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이런 걸 생각해 내시다니 작가님 천재이신 듯. 하지만 너무나 생생한 묘사라 읽기 힘들었어요ㅠ) 한참을 끌다가 결국 덮었는데 용기 내어 읽어 보니 아프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아픈 과거를 사랑으로 극복해내는 두 사람의 용기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밝게 만들어주는 조연들의 역할도 좋았습니다. 대신 분위기를 무겁게만 만드는 조연들은 미웠어요.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필요했다는 것은 알겠지만요.상당한 구작이지만 구작느낌 크게 나지 않는 세련된 문체야 이야기 진행, 섬세한 감정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무려 2009년 작품! 깜짝 놀랐어요.) 좋은 작품 출간해 주시는 더클북 분들 치얼스~ 다른 좋은 구작들도 나오길 기대하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