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부탁으로 천재 첼리스트 지세훈의 공연장에 스탭으로 참가하기 된 김하연은, 현장에서 난처해하는 다른 사람을 도우려다가 지세훈의 대기실에 들어가게 됩니다.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신신당부에도 잠깐이면 되는데 뭐 어떻냐는 생각이었지만, 결국 세훈과 마주치고 마는데...다한증이 컴플렉스인 하연과 타인의 피부에는 닿기도 싫은데 하연의 몸에 있는 물방울은 사랑스럽기만한 세훈 두 사람이 쓰는 안하무인 나르시시즘 지세훈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입니다. '날 때린 사람은 니가 처음이야.'라는, 라떼는 말이야~ 소환하는 대사로 한 번, 계약으로 묶어 두고 '계약서는 내 발 아래 있다'는 대사로 두 번 놀라게 한 안하무인 지세훈은 사실 이 책을 타 서점에서 사고도 읽다 포기하게 만든 원흉이었습니다. 워낙 비호감인 녀석이라 굳이 참고 읽을 필요가 있나? 싶게 만들었었는데 2권 이후가 재미있다는 리뷰에 한 번 더 속아보기로 했거든요. 확실히 1권의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그 장벽을 넘은 후에는 다른 것이 장벽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의미심장했던 세훈의 가정도 재벌 치고는 평범(?)하고(하연이가 놀랄 정도!) 하연을 힘들게 하던 하연이 어머니도 그냥 우리 엄마 같았어요(...) 둘 사이에 끼어드는 이물질도 없고, 의미 없는 악조도 없이 두 사람이 싹틔우는 감정만 따라가면 되어서 1권 이후에는 감정 낭비할 부분도 많지는 않았습니다(세훈이 성격 탓에 없다고는 차마...) 어려서부터 천재라 안하무인으로 자란 녀석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달달하게 녹아내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세상 단 한 사람만 중요한 까칠남과 그런 까칠남 덕에 자존감을 회복한 여주라는, 제가 좋아하는 관계도라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까칠남의 달달함 최고조인 대사 투척하고 이만 줄입니다."김하연. 난 첼로는 사랑 안 해. 그냥 도구일 뿐. 그런데 너는 하려고, 사랑."(오글오글 하는데 세훈이 입장에서는 이게 최선입니다...)
"오후 19시 35분에 김포 공항으로 출발하는 로나 항공 RN4646편이 제주 인근 해안에서 시작된 돌풍으로 인하여 결항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갑작스러운 돌풍으로 제주도에 발이 묶인 세 커플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입니다. 같은 소재로 쓴 글인데 작가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1. 킴쓰컴퍼니 작가님의 이야기 - 이래도 되는 날원치 않는 맞선을 보기 위해 제주도에 와서 허탕을 친 이은아와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두고 내린 <캡틴 로이드 환상동화>라는 책 덕분에 출장을 온 목적도 달성하고 사랑도 만나게 된 강재엽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당차고 드센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계모에게 억눌려 살던 은아와 개인적 아픔을 가지고 있던 재엽이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이 되는 과정이 풋풋하고 발랄해서 좋았습니다. 은아의 동화에 대한 해석이 인상적이었어요.2. 이윤정 작가님의 이야기 - 돌풍이 다가와 마음을 흔들면남자와의 관계는 하나의 의미만을 갖는다 생각하는 여자, 기태라에게 남동생 기획사의 사장인 김진혁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진혁이 태라에게 접근한 이유가 순수하지 않았기에 둘은 헤어졌고, 갑작스러운 돌풍은 둘이 재회할 계기를 마련해 주는데...태라의 성격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였습니다...만 저는 당찬 태라가 좋았어요. 그보다는 태라와 진혁을 둘러싼 주변의 반응이 짜증이 났습니다. 누나가 사랑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데 꼭 그래야만 했냐...철없는 동생아! 3. 물빛항해 작가님의 이야기 - 귤 향 가득한 밤회사의 착오로 출장일 전날 표를 받은 주향은, 상대방의 배려 덕분에 거래는 무사히 마치지만 윈드시어로 제주에 발이 묶입니다. 거래처 사장의 오빠가 운영하는 <거북이 그늘, 서점, 북 스테이>로 향한 주향과 평소 주향에게 마음이 있던 남태석에게는 이 태풍이 단순한 의미가 아니게 되는데...제목 그대로 귤 향 가득하고 세 단편 중에서 가장 제주도 냄새가 날 것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한결같은 남자 태석과 상처가 있는 여자 주향의 잔잔한 이야기는 고즈넉한(아마도? 제가 제주도에 가본 적이 없어요.하핫;) 제주도의 바다와 굴밭을 연상하게 하네요. 이야기와는 별개로 향긋한 청귤청과 달큰한 구운 귤, 시원한 얼린 귤이 먹고싶어졌습니다...아...츄릅.
데뷔 3년만에 이름을 알린 신예배우 진하율은 존경하는 선배인 10년차 배우 권세준과 함께 작품을 하게 되어 기쁜 마음에 세준에게 인사를 하지만, 어째서인지 세준은 하율의 인사만 무시합니다. 자기만 따돌린다는 사실에 화가 난 하율은 ...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세준이 사실은 여자 한 번 사귀어본 적 없는 모태 솔로에다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떨려서 인사도 못 건네는 숙맥이라는 걸!연예인물은 스폰서니 상납이니 파파라치에 사생팬 등 자극적인 소재가 많아서 선호하지 않는데, 하율이랑 세준이는 요즘 애들 같지 않게 많이 순수합니다. 키스부터 시작한다는 제목처럼 둘 사이는 키스부터 시작하고요, 마지막엔 결혼도 하고서 어쨌든 애를 갖는데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키스입니다. 그만큼 순수한 두 사람이라서 자극적인 소재는 많지 않고요, 권세준 출생의 비밀 정도? 근데 그 지극적인 소재도 다른 소설들에 비하면 유한 편입니다. 덕분에 MSG빠진 건강식 만난 기분이에요. 주변 인물들에 의한 질투유발 같은 것도 슴슴하고(둘 다 연애는 잘 못해서 그런지 눈치가 없어요) 삽질을 꽤 오래 합니다. 그나마 삽질도 귀엽게 해서 답답함은 별로 없었어요.순수하고 순진한 두 사람이 숙맥이기까지 해서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이야기의 절반을 날려버리지만 그것도 귀엽게 봐줄 수 있다면 봄바람 살랑이고 꽃도 활짝 피는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두 사람은 개나리랑 진달래 분위기인데 지금은 튤립이랑 철쭉, 장미가 피어있어서 쬐끔 아쉽네요 ㅎㅎ
천사의 심장이 필요해서 지나가던 맹한 천사를 줍줍한 악마 오스카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뽈뽈거리다가 악마에게 납치당해 마계로 간 어리버리 천사의 이야기 입니다. 외전은 잘난 남자 오스카와 그런 오스카의 연인인 아네트의 찐~한 모습을 찍은 파파라치에게 협박 당하는(?) 두 사람의 에피소드 그리고 아네트 부모님을 만난 두 사람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상 이야기 입니다. 은근슬쩍 보여주는 오스카의 질척하고 깊은 집착이 아주 좋습니다. 아네트는 일은 잘 하는지 몰라도 맹해서 길 잘못 들기 띡 좋은 타입 같은데, 오스카가 단단히 붙잡아 주겠죠? 둘은 진짜 천생연분이에요. 김빠님 작품인데다 외전이기까지 하니까 씬 반 스토리 반인데, 씬이 무척 화끈해서 좋습니다. 절륜한 오스카가 미개봉 신상이었다는 점이 특히 좋습니다. 배운 적 없어도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극복할 수 있는 오스카는 준비된 남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