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친 그리움
림태주 지음 / 예담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엄마는 날 키우면서 언제가 가장 좋았어?"

"썩을 놈, 그 쓸 꺼리 떨어졌는갑다. 징그럽게서리 요상한 걸 다 물어보고 난리다냐?"

"울 엄마 도사네그려. 어뜨키 알았으카. 요새 인기가 팍 떨어져분게로 심심해 죽갔구만."

"작것, 그라믄 니는 여름 한 철 대비도 못 허고 산 것이냐. 그리 영특허지 못해서 어뜨키 작가를 허고 밥 얻어묵고 살긌냐. 니는 인기가 천년만년 하늘을 찌를 줄 알았제? 언감! 나랏님이야 인기 떨어지믄 아랫사람 경운기 부속 갈아 끼우드키 갈아불면 되지만서두 글쟁이들은 할 수 있는 기 성실밖에 없슨게 불 안 꺼지게 제때제때 연탄불 갈아주는 수밖에 읎는 것 아니겄어."

"아이고매! 울 엄마 오늘 껀수 하나 잡아부렀네. 야그 봇물 터져부렀네. 엄마는 그런 차진 말솜씨를 어디서 배웠당가?"

"우라질, 그냥 입 달고 나왔응게 해불면 되지 이런 것도 어디서 배운다냐. 비싼 밥 묵고 헛소리 허는 것이 늬우스에 나오는 빳지 단 종자들과 어찌코롬 그리도 닮았다냐. 니는 본받을 걸 배우고 살그라니."

"아, 딴말 말고 내가 물은 것에나 빨랑 대답허랑게. 나 키우믄스 언제가 젤 행복했냐고?"

"썩을 놈, 헛소리하지 말라고 허드냐. 언제가 어딨겄냐. 자슥 키우는 내내 행복헌 것이지 좋을 때만 행복허고 궂을 때는 안 행복허믄 그것이 부모다냐. 햇빛 나는 날만 날이고 비 오는 날은 날이 아니다냐.

나는 니가 밥 묵을 때도 똥 쌀 때도 받아쓰기 빵점일 때도 넘어져 혼자 일어섰을 때도 다 행복했으야. 니는 안 그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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