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잇 스노우
존 그린.로렌 미라클.모린 존슨 지음, 정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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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항상 이맘때만 되면 뭔가 설램설램 하는것이 사실입니다. 나이가 한두개도 아니고 낼모레면 이제 곧...(중간생략)인데, 뭐 그리 새로울것이 있다고,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20대이고 싶으니까요..흑...크리스마스보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더 설레인다고 누군가 그랬는데 그건 정말 사실인것 같아요. 뭔가 내일을 위해 제대로 전야제를 해야할것만 같은! ㅋ 그 전야제를 제대로 보여준, 오늘 읽은 요 책,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펼쳐지는 꼬꼬맹이들의 알콩달콩 사랑얘기를 담은 세 편의 이야기.




첫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16세소녀 주빌레입니다. 학교에서 인기짱인 노아가 자신의 남친이 되었다는것이 믿기지가 않는 주빌레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노아의 집에 초대가 되었지만 긴박한 사정으로인해 할머니집으로 가게되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던중 50년만에 내린 폭설로 인해 길중간에서 발이 묶여버립니다. 그 위험천만한 상황에 노아는 전화한통 없습니다. 그리고 주빌레는 그곳에서 스튜어트라는 남자아이를 만납니다.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토빈입니다. 남자같은 여자아이 듀크와는 어릴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죽마고우인데 역시나 50년만에 내린 폭설로 인해 둘이서 눈길을 걷게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세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애디입니다. 안타깝게도 크리스마스이브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어 너무너무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애디는 남자친구의 연락을 기다리지만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남자친구였던 젭은 사실 50년만에 내린폭설로 인해 발이 묶인 기차에 있었기때문에 애디에게 연락을 할수가 없었죠.



세편이 각각 작가님은 다르지만 연작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단편이지만 단편같지 않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첫번째 이야기에 등장했던 인물이 다음편에 나오는가 하면 첫번째 이야기에서 언급이 되었던 사소한 이야기가 다음편에 연결이 되기도 하여 이것 참 흥미롭구만 하며 책을 읽게 됩니다. ㅋㅋ 일테면 주빌레가 노아에게 한껏 화가 나있을때 전화가 옵니다. 스튜어트가 보는 앞에서 주빌레는 전화기를 눈속에다 던져버립니다. 그 전화기를 옆에서 놀던 8살꼬맹이들이 주워서 전화를 받죠. 그런데 그 이전에 기차에서 젭은 주빌레에게 전화기를 빌려 애디에게 전화를 걸었죠. 받진 않았지만.(첫번째 이야기). 애디가 젭 때문에 괴로워하자 애디의 친구가 애디의 전화기에 남아있던 부재중전화가 걸려온 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그랬더니 왠 꼬맹이들이 전화를 받아 주절주절.(세번째 이야기) 뭐, 이런식입니다. ㅋㅋㅋ 책을 읽어야 이해가 되려나요?



아무튼! 딱 요맘때 읽으면 좋을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세편의 이야기가 얽혀있어, 이 부분을 읽으며 지난 이야기의 그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작가님 세분이 회의하며 집필하셨나봐요. 폭설로 인해 시작되었던 세편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주인공들이 모두 스타벅스에서 집결하며 끝을 맺게 되는데요. 아주 시끌벅적, 청춘들의 활기가 느껴져서 더욱 좋았습니다. 어찌보면 참 유치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그 시절로 돌아간듯한 느낌으로 편하게 읽으면 좋을것 같아요. 영화로 봐도 참 재밌겠다 생각했는데 내년에 유니버셜픽쳐스에서 영화화한다는 소식도 있네요!!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생각을 듀크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똑같은 마음을 감추려 애쓰고 있었다. 듀크는 나를 좋아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듀크가 똑바로 쳐다보기 전에 머릿속의 생각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그래, 좋아. 나는 결심했다. 일단, 고개를 들어 듀크를 쳐다보고 듀크가 나를 쳐다보면 살짝 미소를 지은다음 다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해보자. 한 번만 쳐다보는 거야. <크리스마스의 기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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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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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두꺼운 책을 좋아하지만 <열세 번째 이야기>라는 600여페이지의 두꺼운 책을 받아들고 망설이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책태기인 요즘 약간 고전틱한 이 책을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잠깐 스쳐지나갔죠. 하지만 책표지가 너무 맘에 들어서, 그리고 <모던앤클래식>은 제가 워낙 좋아하는 라인이기도 해서 펼쳐 들었는데 왠걸, 도입부부터 시선을 확 잡아 끌더니 그 느낌 그대로 쭉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정말 쉼없이 한번에 읽고 싶었는데 참 안타까웠습니다.


장문의 편지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 전개가 됩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헌책방에서 "책관리"를 맡고 있는 마가렛.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전기를 쓰는 일도 하고 있는 그녀에게 어느날 한통의 편지가 배달이 됩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아닌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금세기의 디킨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작가라 불리는 비다윈터라는 유명한 작가였습니다. 비다윈터는 수백번의 인터뷰를 하면서 한번도 진실을 말한적이 없는 작가인데 마가렛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진실을 말해줄터이니 자신의 전기를 써달라고 부탁을 해온거죠. 호기심이 발동한 마가렛은 비다윈터의 저택을 찾아갑니다. 엔젤필드가문의 3대에 걸친 전설같은 이야기를 쏟아놓기 시작하는 비다윈터. 과연 마가렛은 그 이야기들 속에서 진실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조지와 마틸드, 그들의 사이에서 태어난 찰리와 이사벨. 그리고 이사벨의 쌍둥이 딸들인 에덜린과 에멀린. 이렇게 3대에 걸친 엔젤필드가의 이야기는 뭔가 음침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끝까지 책을 읽다보면 흔치않은, 아니, 쉽게 허용할 수 없는 사랑이 곳곳에 담겨있는 안타까운 이야기였습니다. 또한 순간순간 등장하는 유령의 존재는 엔젤필드가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서 도저히 책을 놓을수가 없었습니다. 유령의 존재가 드러났을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초록색 눈과 적갈색 머리카락은 엔젤필드가의 사람이라는 뚜렷한 증거였죠. 그런 특징이 유령에게서도 보여졌다면...(이것은 스포)

"나에겐 내 과거에 연막을 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네. 그리고 이제 그 이유들은, 분명히 말하건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라고 말하며 자신의 전기를 써달라고 말하는 비다윈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하나하나 밝혀지는 그녀의 과거와 그녀가 저질렀던 일들, 그리고 그녀가 불길속에서 손목을 잡아끌어 살려냈던 한 소녀는 과연 그녀가 사랑했던 그 소녀였는지.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발단-전개-결말-발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지막의 발단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을 의미하는 걸까요. 묘한 숙제를 남기는 결말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내 삶, 내가 경험한 모든 일들, 내게 일어난 모든 사건들, 내가 아는 모든 사람, 나의 모든 기억, 꿈, 환상, 내가 읽은 모든 것들. 그 모든 것이 그 퇴비더미에 던져졌다네. 시간이 흘러 반죽이 발효했고 결국엔 검고 비옥한 거름이 된 거야. 때때로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나는 그걸 그 거름 위에 심어놓고 기다리지. 나의 생각은, 한때는 생명이 있었던 그 검은 퇴비로부터 양분을 먹고 자라는 거야. 그리고 스스로 힘을 갖게 되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지. 그러다가 어느 화창한 날, 난 하나의 이야기, 소설을 갖게 되는 거야.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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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비서들 -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
카밀 페리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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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유쾌, 상쾌, 통쾌한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요즘같이 시국이 어수선하고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맘에 들지 않을땐 내가 나서서 뭐라도 해야할것 같지만 아무 의욕도 생기지 않는 요즘입니다. 그 와중에 이런 책을 읽으니 뭔가 통쾌하면서도 내가 만약 티나였더라도 전혀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을것 같았습니다. 최근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진짜 태어날때부터 쭉~, 어쩌면 죽을때까지 평생 흙수저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이 공감할 것 같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대학의 문이 높은것도 사실이고 그문을 뚫고 들어가기란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대학의 문이 높은만큼 등록금 또한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기만 하죠.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평균이 미국에 이어 세계2위로 높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에 반해 미국은 상대적으로 등록금 부담이 낮은 국공립 대학의 비율이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그렇게 따졌을때 우리나라의 등록금이 사실상 세계 1위라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이고 보니 한창 공부를 해야 할 아이들이 등록금을 벌어야 한답시고 이상한 알바를 하러 다니는걸 보면 참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는 하지만 그런 고생이 아니기에 더욱 한숨이 나오는 것이지요.




오늘 읽은 <도둑비서들>은 높은 대학 등록금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 중 극단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남의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부분을 아주 유쾌하고 통쾌하게 그려나갔습니다. 티나는 굴지의 미디어 회사 타이탄의 오너인 억만장자 로버트의 비서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로버트의 부탁으로 비행기티켓을 예매하다 자신의 카드로 결재를 하게 되었고 곧 그 결재는 취소가 되었죠. 그러나 몇일 후 티나에게 2만달러라는 돈이 환급금으로 들어온것입니다. 나름 원칙주의자인 티나는 그 돈을 몇일간 가지고 있었지만 회사로부터 잘못 지급되었다는 연락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돈은 늘 자신을 옥죄던 학자금 대출액과 금액이 일치하는 우연까지! 눈 딱감고 학자금 대출금을 그 돈으로 갚아버린 티나. 그런 그녀에게 경비 처리부서의 비서로 일하는 에밀리가 마수(?)의 손길을 뻗칩니다. 티나가 써버린 눈먼돈의 내용을 알고 있다고 협박하며 자신의 학자금 대출금 7만달러도 갚아달라고 합니다. 티나는 에밀리의 7만달러를 갚아주기 위해 로버트의 경비처리내역을 위조하기에 이릅니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이 사실을 알게 된 회계팀장 마지의 협박까지 더해져 티나가 갚아야 할 대출금은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라는 옛말이 있죠. 한푼 한푼이 커져서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티나 일행들. 그녀들은 처음엔 티나를 협박했지만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동업자(?)가 되죠. 자신들이 모시는 상사들의 비인간적인 행동들과 상위 1%가 되기위해, 또는 유지하기 위해 하고 있는 비합법적인 행태들을 보며 자신들이 결코 나쁜짓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녀들의 생각에 나 역시 동참하고 싶어지는건 뭘까요. 후반부에 이어지는 그녀들의 통쾌한 반란은 이 사회를 제대로 한방 먹인것 같아 후련하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는 미국의 현실을 꼬집고 있지만 이건 분명 우리나라의 현실이기도 하기에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회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돈 걱정없이 마음편하게 공부만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 싶지만 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온 여자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다 똑같은 사연이었고 그 점에서는 에밀리나 나도 마찬가지였다. 학자금 대출은 태산 같은데 봉급이라고 받는 돈은 쥐꼬리만 하니까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뭐, ‘절망’이라는 표현은 과장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나마 비서라도 되니까 광부나 원자력발전소 수위보다는 형편이 나았다. 그래도 깊은 좌절감을 느끼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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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델핀 드 비강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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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도대체 픽션인가 논픽션이가..! 라는 의문이 들게 만드는 책. 끝까지 읽어봐야 그걸 알 수 있을것 같아 도대체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책이었습니다. 무언가에 집착한다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는 일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그 대상이 사람이라면 그건 분명 장점은 없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여기, 한 여자가 또 다른 한 여자에게 집착한 나머지 그녀를 파멸로 몰고가 버렸습니다. 어찌보면 너무 좋아해서, 또 어찌보면 너무 미워해서일텐데요. 도무지가 감을 잡을 수 없는것이 여자의 마음일까요. L이라는 여자가 너무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책 속에는 중간중간 챕터가 바뀔때 스티븐 킹의 소설 "미저리"의 일부분이 발췌되어 있습니다. 저는 영화로만 접했던 미저리인데 영화 미저리 속 그 여자의 얼굴이 소설 속 L의 얼굴과 오버랩되면서 그 영화를 보면서 끔찍했던 느낌이 살아나는것 같았습니다.




소설 속의 화자는 작가의 이름과 같은 "델핀"입니다. 화자의 독백형식으로 전개가 되는 이 이야기는 머릿말처럼 시작했던 독백이 그냥 계속 쭉 이어집니다. 자신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가족에 대한 실화를 책으로 만들어 베스트셀러가 된 후, 전작의 어마어마한 성공으로 인한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더이상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져버리고 슬럼프에 빠집니다. 남자친구는 늘 일때문에 바빠 수십일씩 그녀곁을 떠나 있고, 다 자란 아이들도 그녀곁을 떠납니다.  그때 그녀의 앞에 나타난 L이라는 여자. L은 델핀자신과 너무도 많은점이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금방 그녀에게 빠져버리게 되죠. 자신도 모르게 의지하고 힘든순간 L을 찾고 있는 델핀. 호의적이었던 L의 행동이 순간순간 달라 보이지만 델핀은 자신의 힘든 상황이 우선이라 그냥 흘려 넘겨 버립니다. 어느순간 델핀과 똑같은 옷을 입고 델핀의 작은 행동 하나까지 닮아 있는 L을 보니 소름이 끼쳤습니다. 서서히 델핀의 정신세계를 장악하고 심지어 그녀를 파멸로 몰고가버린 L이라는 여자에게 끝이란 없어보였습니다.



실화를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L은 델핀의 독자로서 그 다음 이야기를 쓰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델핀은 픽션을 쓰고 싶어했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다큐형식을 참 좋아했는데 말이죠. 이 책은 그런 독자의 심리를 십분 이용(?)하여 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델핀 드 비강 작가의 책은 이 책 이전에 <길 위의 소녀>로 처음 만나보았습니다. 성장소설이지만 그 속에 결코 가볍지 않은 현재사회가 처한 현실을 담아낸 책이었는데요. 담담하게 써 내려간 어린 소녀들의 눈으로 본 현실이 참 암울했지만 감동과 애틋함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길 위의 소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어지는 <실화를 바탕으로>는 독백형식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서 스릴넘치는 긴장감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역자는 이 이야기를 두고 엄청난 뒤끝을 남기는 책이다 라고 했는데 뭔가, 예전 "미저리"영화를 보고 상당히 충격적인 기억이 남아있던 것처럼 이 책 역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듯합니다.



오늘도 여전히, 우리 관계가 어떻게 그처럼 빨리 진전될 수 있었는지, 어떻게 단 몇 달 만에 L이 내 삶에서 그런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L은 나를 진정으로 사로잡았다. L은 나를 놀라게 하고, 유쾌하게 만들고,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나를 주눅 들게 했다. L은 독특하게 웃고, 독특하게 말하고, 독특하게 걸었다. L이 내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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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 - 어떤 역사 로맨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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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책을 두 권정도 읽었는데 사실 나랑은 좀 안맞는...아니, 나에게는 좀 어려운 책들이었습니다. 글의 내용이 뜻하는 바도 잘 모르겠고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도 잘 몰랐...ㅠ 그런데 많은 분들의 칭찬이 자자한 작가님이라 역시 나의 내공이 부족하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임신중절>이라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읽기전에 좀 걱정을 했습니다. 역시나 이 책도 어렵겠지?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읽었습니다. 한자 한자 꼭꼭 씹어가며...근데 의외로 잘 읽혔습니다. 내용도 아주 단순했습니다. 이거 뭐지? 이렇게 싱겁나? 싶을만큼.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에 잠겨 봅니다. 과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그러나, 작가의 의도도 중요한 요소이고, 작가의 의도를 알면 더 깊은 독서를 할 수 있겠지만 저는 독서를 일종의 기호식품이라고 생각하므로 내가 느끼는 대로의 독서를 즐기고 싶기에 그냥 내 느낌을 끄젹여 봅니다.




옛날 옛적, 호랑이가 곰방대 피던 시절, 저는 글을 몇줄 썼었습니다. 글이라고 하기에도 웃긴 아주 비루한 글이었지만 당시 나의 상황이 십분 담긴 그런 진솔한 글을 다른사람 이야기인냥 소설처럼 끼적였던 적이 있었지요. A4용지 너댓장 되려나요? 그걸 쓰고는 직장 동료 언니에게 달려가 보여주었습니다. 나이가 한참 많았던 언니는 그 글을 읽더니 "니 얘기구나!"라며 금방 알아버립니다. 손발이 오그라들고 부끄러워서 "아니에요~~" 라며 얼른 뺏어들고 내 자리로 왔어요.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네요. 무슨 근자감으로 그걸 남에게 보여줄 생각까지 한건지...어떻든 그 종이가 어딘가 잘 보관이 되어 있을것 같은데 오늘 이 책을 읽다보니 책속에 나오는 도서관이 실존한다면(실제로 "브라우티건도서관"이라고 밴쿠버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네요) 거기로 보내면 되겠다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에게 내보일 만한 자신감은 없고 그대로 사장시키기엔 좀 아쉽고. 루저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자존감이 좀 부족한 사람들이 쓴 책들을 보관하는 도서관이라고나 할까요.



소설 속 "나"는 위와 같은 도서관에서 근무합니다. 집도 필요없고 돈도 필요없는, 도서관에서 모든 생활을 해결합니다. 심지어 새벽 2시던 3시던 언제 어느때라도 책을 가지고 와서 벨을 누르면 "나"는 달려나가 손님을 맞이합니다. 지루하고 무료 할법한 이 생활에 만족을 하며 살아가던 어느날 자신의 몸에 대해 쓴 책을 가지고 온 바이다. 마치 광고같은 일상을 보내는 바이다는 자신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것이 싫어 몸을 가리고 다니기도 하고, 땅만 보고 걷기도 했지만 도서관에서 만난 "나"와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그리고 둘은 "임신"이라는 문제에 봉착을 하게되죠. 당시 낙태가 불법이었던 미국과는 달리 낙태가 허용이되었던 멕시코로 임신중절 수술을 떠나는 두 사람. 수술도구를 물로 씻고 불로 소독하던 시절. 언제 어떻게 비명횡사할지도 모를 그런 곳에서 임신중절 수술을 다행히도 무사히 끝내고 다시 돌아온 도서관에 "나"의 자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도서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생활했던 "나"는 바이다를 만나 사랑도 하고 임신중절이라는 산을 넘어 다시 돌아왔지만 자신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결국엔 물질문명속으로 합류하게 됩니다. 참으로 순수한 영혼을 지닌것 같은 주인공들입니다. "나"는 남들 다 누리는 물질문명의 혜택을 받아보지도 원하지도 않는 삶을 살았고, 바이다는 누구보다 월등한 그녀의 외모를 뽐내지도 않습니다. 책을 다 읽고 곰곰히 생각해도 알 수 없던 작가의 생각을 이 글을 쓰면서 어렴풋이 조금이나마 알것도 같습니다. 책소개를 보면 이 소설은 조금 서툰 커플의 엉뚱한 연애 이야기로 읽어도 흥미롭고, 소위 총천연색 ‘루저’들의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로 읽어도 유쾌하고, 작가가 내내 천착한 상실, 죽음, 폐허 등의 키워드로 읽어도 의미 있을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엉뚱한 연애 이야기와 더불어 자존감이 조금 부족한 사람들의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로 읽었습니다. 깊이가 있는 책은 언제라도 다시 들춰보게 됩니다. 다시 들춰본 그때는 처음 읽었을 때와는 참 많이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이 책도 언젠가 다시 한 번 들춰볼 날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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