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었던 소녀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저에겐 두 딸이 있습니다. 같은 엄마, 아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두 딸이지만 모든 면에서 너무도 다른 두 딸이기도 합니다. 생긴것 부터 성격, 성향,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아무튼 모든것이 다릅니다. 첫째딸은 사춘기가 뭔지도 모르고 지나간것 같은데 둘째딸은 지금 현재,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딱 그 시기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외적인 성장도 빠르지만 내적인 성장도 빨라서 우리가 어릴땐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그런 일들이나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것이 컴퓨터나 핸드폰 같은 미디어 매체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내 아이는 절대 그렇지 않을거야, 라고 모든 부모들은 생각하겠죠. 실제로 내 아이는 그렇지 않지만 주변의 친구로 부터 한순간 그렇게 변해 버리는것도 딱 이 시기인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불안하기도 합니다.



오늘 읽은 <내 것이었던 소녀>에 등장하는 소녀 역시 딱 딸아이 또래의 14살 소녀입니다. 이 아이들은 이제 갓 초등학교 딱지를 떼고 중학생이된, 정말 어린 소녀입니다. 호기심도 많고 철 없는 아이들이죠. 겉으론 모든걸 다 안다는듯이 으스대지만 붙잡고 이야기해 보면 정말 여리디여린 아이입니다. 이런 아이들을...세상에나...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심리학 박사인 조 올로클린의 집으로 온 소녀 시에나. 피를 보고 놀란 조의 아내 줄리안이 비명을 지르자 놀란 시에나는 풀 숲으로 도망갑니다. 시에나는 조의 딸 찰스의 둘 도 없는 친구였기에 조는 시에나를 찾기위해 풀숲을 뒤집니다. 그리고 얼마 뒤, 전직 형사였던 시에나의 아버지가 처참하게 살해당한 채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아이는 피를 뒤집어 썼고, 아버지의 시신에는 아이의 손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고...곧 시에나는 아버지를 살해한 용의자가 됩니다. 모든 정황증거도 아이가 범인임을 이야기하고 살해 동기도 충분한 상황인데 조는 아이가 범인이 아님을 직감으로 알게되죠. 바로 시에나가 다니는 학교의 교사인 고든 엘리스 때문입니다. 모든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그 교사를 시에나 역시 좋아하는데요. 그 교사와 시에나 사이의 관계가 석연치 않습니다. 그래서 조는 아이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고든 엘리스에 대해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데요. 책 속에는 또다른 몇가지 사건이 동시에 진행이 되는데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사건들이 서서히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이는 과정은 스릴러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 봤음직한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은 정말 무섭다는걸 다시 한 번 느끼기도 하죠.



내 본능은 시에나 헤거티가 자기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내 본능은 그녀가 누군가를 보호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 본능은 고든 엘리스가 입밖으로 내서 말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안다고 말한다. 내 본능은 내게 교사와 학생, 그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가 있다고 말한다. 선을 넘은 우정이. (219쪽)



이 이야기는 실제 호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끔찍합니다. 또래의 여자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누구라도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적인 성장이 빠른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특히, 미디어 매체에의 노출은 우리 아이들을 더 위험한 구덩이로 몰아넣는 도화선이 되기도 하지요. 어른들이 보기에도 민망한 영상들이 버젓이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는것을 볼때마다 참 한숨만 나옵니다. 습득력이 빠르고 무엇이던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충족을 시켜줄 것인지, 그 대안을 찾는것이 급선무인것 같습니다.



마이클 로보텀 작가, 정말 애정하게 될 것 같아요. 전작 <산산이 부서진 남자>는 작년에 내가 읽은 100여권의 책 중, 단연 다섯손가락에 꼽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내 것이었던 소녀>역시 그에 버금가는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주인공인 조 올로클린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심리학자입니다. 그의 뛰어난 직관력과 사람의 심리를 읽어내는 그의 능력때문에 전작에서 딸을 잃을 뻔 하기도 했고, 그 때문에 아내인 줄리안과는 현재 별거 상태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일을 놓지 못하는 남자. 파킨슨병으로 인해 약을 먹지 않으면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참 불안한 남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믿음이 가는 남자. 조는 정말 매력적인 남자인것 같습니다.



내 일부분은 레이 헤거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시에나가 피범벅이 되었는지, 왜 도망쳤는지 간절하게 알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목에 뭔가가 꽉 메인 듯 목소리가 떨린다. 이런 일을 다시 하고 싶어 하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했을 때, 그 대가로 내 전부를 잃을 뻔했다. (67쪽) 



또한, 이 책속에는 재미있고 믿음직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요. 언제나 든든한 조력자이자 친구인 루이츠. 전직 형사였던 그는 모든 일을 접고 쉬고 있지만 조가 부르면 한걸음에 달려와 조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친구입니다. 농담을 좋아하고 얼렁뚱땅 일을 하는것 같지만 천재적인 기억력의 소유자입니다. 모든걸 털어놓을 수 있는 이런 친구가 있는 조가 부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직 형사인 로이 경감. 사실 처음엔 남자인줄...그런데 거대한(?) 여자 경감입니다. 레즈비언이라는 언급이 나오긴 하는데 그게 정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스릴러물에선 대부분 주인공이 형사인데, 로이도 주인공 못지 않은 캐릭터입니다. 여자이지만 터프한 경감. 멋집니다. 로보텀 작가의 또 다른 책들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빨리 빨리 나와주세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6-04-14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