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평점 :
스릴러 소설을 읽다보면 많이 접하는 단어 중 하나가 <프로파일링>또는 <프로파일러>가 아닐까 싶다. 범행 현장에 남아 있는 희미한 흔적과 범행수법을 심리학과 행동과학 등을 근거로 분석해, 범인의 성격 및 특성ㆍ행동양태 등을 추론해 범행동기 및 숨겨진 의도 등을 밝혀 내는 범죄심리분석 수사관을 프로파일러라고 한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파일러로 유명하신 분은, 많이들 알고 계시는 표창원 교수님과 이수정 교수님이시다. 어디에서든 무엇이든 첫 시작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그 부분의 발전도 이루어진다. 프로파일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고 낯설던 때 우리나라 1세대 프로파일러라 할 수 있는 이수정교수님은 우리나라의 수사에 프로파일이라는 틀을 마련하는데 큰 몫을 차지하지 않았나 싶다.
그에 앞서 이 책의 저자인 <존 더글러스>는 최초로 프로파일이라는 수사기법을 도입한 프로파일링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어린시절 너무 충격적일만큼 재미있게 보았고, 얼마전 다시 찾아 보기까지한 영화 <양들의 침묵>에 등장하는 스캇 글렌이 연기한 잭 크로포드라는 인물은 그 당시 FBI소속 프로파일러인 존 더글러스를 모델로 삼아 그려진 캐릭터라고 한다. 또한 최근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는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에 등장하는 프로파일러 제이슨 기디언 또한 존 더글러스를 모델로 그려낸 캐릭터라고 하니 영미에선 프로파일러 하면 존 더글러스를 빼고는 이야기가 안되나 보다.
7-8년 전, 스릴러 소설에 한참 푹 빠져 있던 시절, 제목만 보고 홀딱 반한 팻 브라운의 <프로파일러>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땐 그 책이 왜 그렇게 따분하고 재미가 없었는지 모르겠다. 책 한권을 2주일도 넘게 갖고 다니면서도 못 다 읽고 포기한 책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프로파일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나 싶기도 하여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그때의 기억이 남아 <마인드헌터>역시 소설이 아니란걸 알고 살짝 겁을 먹었는데 왠걸! 너무너무 책장이 잘 넘어가는 거다. 이건 마치 소설같은 실제 이야기들이다 보니 소설을 읽을때보다 그 사건들이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나저나 책을 읽다 보니 현실에선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사건들이 정말 많구나 싶다. 스릴러 소설을 읽으며 막연히 사건과 범인에 대해 상상했을때는 몰랐던 느낌을 이 책을 읽으며 확연히 느꼈다. 그리고 사람이 자라온 환경이 그 사람의 인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도. 존 더글러스는 프로파일을 완성하기 위해 교도소로 찾아가 살인범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다. 살인범들에게는 각자 자신만의, 그리고 특정범죄에 대한 그것만의 시그니처(범인의 개인적 충동을 드러내는 일종의 요소로 저자가 확립한 개념이다. 범죄 방식이 바뀌어도 시그너처는 변하지 않는다), 즉 그것에 대해 특별히 알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것을 파악했고 그에 맞는 프로파일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이수정교수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고 있는 범인에 대해 그 당시 연쇄살인이라는 프로파일링을 내놓았는데 아무도 그 프로파일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범인을 잡고 보니 그 프로파일과 일치했음에도 말이다. 그만큼 프로파일이라는 단어가 생소했고, 어쨌든 제3자가 보기엔 못 미더울 수도 있었을 시기였다. 존 더글러스는 살인사건이 나면 원한관계나 주변탐문을 하며 지극히 고전적인 방법으로 범인을 검거하던 그런 시절에 프로파일이라는 개념을 확립했다. 얼마나 많은 실수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었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이 아니지만 소설보다 더 흥미로운 책.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책.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시라.
나는 내 부하 요원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어떤 화가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을 보지 말고 그림을 보라."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그림'을 봤고 가장 유명한 '화가'들을 상대로 폭넓은 인터뷰를 해왔다. (47쪽)
지난 25년 동안 흉악범들을 연구, 조사하면서 내가 느낀 것이 있다면 좋은 성장 환경, 우애 깊고 서로 돕는 가정,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사람이 흉악범이 된 경우는 단 한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5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