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델핀 드 비강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이건 도대체 픽션인가 논픽션이가..! 라는 의문이 들게 만드는 책. 끝까지 읽어봐야 그걸 알 수 있을것 같아 도대체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책이었습니다. 무언가에 집착한다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는 일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그 대상이 사람이라면 그건 분명 장점은 없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여기, 한 여자가 또 다른 한 여자에게 집착한 나머지 그녀를 파멸로 몰고가 버렸습니다. 어찌보면 너무 좋아해서, 또 어찌보면 너무 미워해서일텐데요. 도무지가 감을 잡을 수 없는것이 여자의 마음일까요. L이라는 여자가 너무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책 속에는 중간중간 챕터가 바뀔때 스티븐 킹의 소설 "미저리"의 일부분이 발췌되어 있습니다. 저는 영화로만 접했던 미저리인데 영화 미저리 속 그 여자의 얼굴이 소설 속 L의 얼굴과 오버랩되면서 그 영화를 보면서 끔찍했던 느낌이 살아나는것 같았습니다.




소설 속의 화자는 작가의 이름과 같은 "델핀"입니다. 화자의 독백형식으로 전개가 되는 이 이야기는 머릿말처럼 시작했던 독백이 그냥 계속 쭉 이어집니다. 자신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가족에 대한 실화를 책으로 만들어 베스트셀러가 된 후, 전작의 어마어마한 성공으로 인한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더이상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져버리고 슬럼프에 빠집니다. 남자친구는 늘 일때문에 바빠 수십일씩 그녀곁을 떠나 있고, 다 자란 아이들도 그녀곁을 떠납니다.  그때 그녀의 앞에 나타난 L이라는 여자. L은 델핀자신과 너무도 많은점이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금방 그녀에게 빠져버리게 되죠. 자신도 모르게 의지하고 힘든순간 L을 찾고 있는 델핀. 호의적이었던 L의 행동이 순간순간 달라 보이지만 델핀은 자신의 힘든 상황이 우선이라 그냥 흘려 넘겨 버립니다. 어느순간 델핀과 똑같은 옷을 입고 델핀의 작은 행동 하나까지 닮아 있는 L을 보니 소름이 끼쳤습니다. 서서히 델핀의 정신세계를 장악하고 심지어 그녀를 파멸로 몰고가버린 L이라는 여자에게 끝이란 없어보였습니다.



실화를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L은 델핀의 독자로서 그 다음 이야기를 쓰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델핀은 픽션을 쓰고 싶어했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다큐형식을 참 좋아했는데 말이죠. 이 책은 그런 독자의 심리를 십분 이용(?)하여 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델핀 드 비강 작가의 책은 이 책 이전에 <길 위의 소녀>로 처음 만나보았습니다. 성장소설이지만 그 속에 결코 가볍지 않은 현재사회가 처한 현실을 담아낸 책이었는데요. 담담하게 써 내려간 어린 소녀들의 눈으로 본 현실이 참 암울했지만 감동과 애틋함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길 위의 소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어지는 <실화를 바탕으로>는 독백형식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서 스릴넘치는 긴장감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역자는 이 이야기를 두고 엄청난 뒤끝을 남기는 책이다 라고 했는데 뭔가, 예전 "미저리"영화를 보고 상당히 충격적인 기억이 남아있던 것처럼 이 책 역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듯합니다.



오늘도 여전히, 우리 관계가 어떻게 그처럼 빨리 진전될 수 있었는지, 어떻게 단 몇 달 만에 L이 내 삶에서 그런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L은 나를 진정으로 사로잡았다. L은 나를 놀라게 하고, 유쾌하게 만들고,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나를 주눅 들게 했다. L은 독특하게 웃고, 독특하게 말하고, 독특하게 걸었다. L이 내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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