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무척이나 궁금했던 책이었습니다. 미니어처는 여자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우리 딸램이 무지무지 좋아라 하는데요. 물론 어른인 저도 그 깜찍함과 앙증스러움에 넋을 놓을때가 많죠. 딸아이는 유튜브를 통해 미니어처 음식 만드는 동영상을 한때 정말 미친듯이 보았던 적이 있었어요.  책을 읽다보니 책속에 나오는 미니어처 인형들이랑 갖가지 사물들이 눈에 선연히 떠오르면서 그 아기자기한 모습을 생각하니 실물로 보고싶어 지더라구요. 그렇지만 책속의 미니어처들은 그저 아기자기하고 이쁘고 귀엽기만한 것은 아닙니다. 이 미니어처들에 숨겨진 진실과 비밀이 어마어마한데요. 정말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작가분이 스토리를 기가 막히게 창작해 내셨구나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17세기인 1686년 암스테르담입니다. 이시기의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와 서인도회사를 설립하여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메리카까지 진출하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17세기는 네덜란드의 황금기라고도 불리운다고 하는데요. 그 황금기의 중심에 서 있는 거대한 규모의 상인인 요하네스 브란트와 그에게 시집온 시골 소녀 넬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18세 시골소녀 넬라는 부유한 상인인 30대 중반의 요하네스와 결혼을 하고 그의 대저택의 문을 두드리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화려하고 풍요로운, 그리고 사랑이 가득하고 달콤한 신혼을 꿈꾸며 암스테르담에 도착을 하였지만 넬라를 기다리는건 냉담한 가족들의 반응입니다. 대저택에는 요하네스의 동생인 시누이 마린과 그의 시중을 드는 하녀 코르넬리아, 그리고 오토라는 하인이 있습니다. 오토는 흑인인데요. 그 당시는 흑인을 사람취급을 안하던 시기라 그런지 주변에서 오토를 보는 시선이 아주 곱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요하네스와 시누이는 오토를 친가족처럼 여기며 살아갑니다. 이렇게 저택에는 많지 않은 가족이 살아갑니다.




홀홀단신 떠나온 넬라에게 가족들의 냉담함은 넬라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늘 바깥일로 바쁜 남편 요하네스는 넬라를 따뜻하게 한번 안아주지도 않습니다. 거기다 시누이 마린은 늘 집에서 넬라를 지켜보며 시시콜콜 가르치려 들고 하녀인 코르넬리아 마저 넬라에게 마음을 주지 않습니다.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뭔가 비밀을 갖고 있는듯한 음침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이런와중에 요하네스가 결혼선물이라며 넬라에게 건네준 미니어처하우스. 그 당시 실제 저택의 가격에 맞먹는 아주 고급스럽고 정교한 미니어처하우스는 요하네스가 얼마나 부를 축적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시기에 요하네스 같은 상인들은 암스테르담 시민의 0.1퍼센트로서 도시 전체 부의 42퍼센트를 소유했다고 하니 그 어마어마했던 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의 냉담함과 무심함에 움츠러든 넬라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위해 미니어처하우스를 꾸미기로 합니다. 미니어처리스트를 찾아 미니어처의 제작을 의뢰하는데요. 너무나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집과 집안의 사람들, 그리고 사물들의 미니어처들이 배달되어 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미니어처들에게는 넬라 주변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일들이 예언처럼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17세기라는 다소 고전적인 배경의 소설. 어쩌면 한번도 접해보지 못할 중세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물흐르듯이 흘러갑니다. 주로 남성이 우위(?)를 차지하는 그런 시대적인 배경이지만 이 소설속의 여성들은 또 다른 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위의 냉대와 무관심으로 위축되고 움츠러들던 넬라는 자신의 생각과는 달랐던 성향의 남편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의 또다른 모습을 사랑하게 됩니다. 이렇게 그녀는 또 한번 성숙해지고 어른이 되어갔으며 자신 안에 숨어있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겉으론 쿨내 풀풀 풍기는 강한 여성같지만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지키고 싶어하는 여자였던 마린. 그녀가 누구의 아기를 낳았는지 알게 된 순간 너무나 큰 충격이! 더구나 그 시대적 배경과 책속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성격으로 봤을때 그 충격은 어마어마 했었죠.


 


작가는 우연히 네덜란드로 휴가를 떠났다가 박물관에서 미니어처하우스를 보고 이 소설을 쓰게되었다고 하는데요. 단지 그 미니어처하우스 하나로 이렇게 탄탄한 스토리의 소설을 쓸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져도 정말 볼거리가 많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니어처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는 먹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죠. 부디 영화로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꼭 보고 싶네요. 



버릇없는 아이 다루듯 그녀를 몰아세워놓고 마린은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지도를 숨겨놓고 유세하는 마린, 항상 닫혀 있는 요하네스의 문, 자기들만의 은신처에 숨어 있는 코르넬리아와 오토, 자르고, 광을 내고, 닦아내고, 칼을 휘두르는 그들 두 사람만의 조용한 언어. (본문중)


캐비닛 집의 정교함이 놀랍다. 마치 실제 집이 줄어든 것 같다. 실제 집을 반으로 잘라 내부를 드러낸 것 같다. 아홉 칸의 방, 작업용 부엌, 응접실, 습기를 피해 석탄과 장작을 보관하는 고미 다락방까지. 완벽한 복제품이다. “비밀 창고도 있어요.” 작업용 부엌과 전시용 부엌 사이의 마룻바닥을 들어 빈 공간을 드러내 보이며 요하네스가 말한다. 전시용 부엌의 천장에도 똑같은 눈속임 페인트를 칠했다. 넬라는 오토와 나눈 대화를 떠올린다. 넘치기 시작할 거예요. 가짜 유리 지붕을 가리키며 오토가 말했지. (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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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8-14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