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볼
브래들리 소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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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지인이 톡으로 보내준 긴 글이 있었습니다. 한,두문장이 들어간 열 몇장의 사진과함께 마지막에 이런 글이 있었어요. <당신의 행복을 책임질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 정말 맞는 말인데 살면서 항상 망각하는 것들 중 하나인것 같아요. 내 행복을 다른 사람을 통해 찾으려 하니, 의지하게 되고 의지하는데 잘 안되면 짜증을 내게 되고, 그러다보면 그 사람을 원망하고 미워하고...악순환이 되풀이 되죠. 그건 뭐, 그렇고.. 오늘 읽은 <피시볼>은 지인이 보내 주었던 그 사진들과 내용이 닮아 있었습니다. 삶을 비관한 어떤 여자가 자신이 사는 11층에서 뛰어내렸습니다. 11층에서 1층까지 떨어지는 순간 그녀의 눈에 보여진 각층에 사는 이웃들.  겉으로 보기에 금슬이 최고였던 부부가 싸우는게 보였고, 남자들과 말도 섞지 않던 여자가 바람피는게 보였고, 듬직하고 남자다웠던 사람이 여자 속옷을 입는것이 보였습니다. 이렇듯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보이던 사람들도 각자 한,두가지쯤 나름의 고민이나 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몸을 던졌던 여자는 그제서야 겉으로 보여지는게 다가 아니구나 라며 자기위안을 했지만 때는 늦었고, 그렇게 떨어진 여자를 보며 다른사람들은 또 자기위안을 했을테지요.




<피시볼>은 27층 짜리 아파트 '세빌 온 록시'의 꼭대기층인 27층에 살고 있는 이언이라는 금붕어가 어항에서 탈출을 시도해 바닥으로 떨어지는 추락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다른여자를 집으로 끌어들이는 남자, 은둔형 외톨이로 집에만 틀어박혀 음란한 전화로 살아가는 여자, 맞춤드레스를 맞춰입는 공사장 인부인 남자,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는 관리인 남자,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와 살아가는 4차원같은 소년, 그리고 남자친구는 일터에 나가고 없는 집에서 혼자 아이를 낳을 위기에 빠진 여자등...각 층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렇듯 각양각색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이 되는데요. 처음엔 뭔가 이야기가 산으로 갔다, 강으로 갔다 좀 난잡한 면이 없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각자의 이야기 같지만 곧 서로 얼키고 설킨 관계로 귀결이 됩니다.




집에 홀로 남겨진 딜라일라는 출산이 임박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고 집에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조언을 했던 조산사도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자신의 두 다리 사이로 조그만 발 하나가 나오자 기겁을 한 딜라일라는 이웃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무작정 복도로 나가 이집 저집 문을 두드리지만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복도에 쓰러져 있는 이웃집 소년 허먼을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허먼은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딜라일라는 허먼을 질질끌고 은둔형 외톨이 클레어의 집 문을 두드립니다. 누구도 집에 들여본적 없는 클레어는 몇번을 거절하다 결국 문을 열고, 딜라일라의 아기는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클레어는 119에 전화를 하고 정신을 차린 허먼이 통화내용을 따라 아기를 받아냅니다. 자신을 내보이기 싫어하던 클레어는 이렇게 세상밖으로 나오고 허약하고 상실감에 빠져있던 허먼은 자신이 한 생명을 받았다는 성취감에 인생을 다시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의 에피소드였지만 이렇게 이 책속에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같지만 금붕어 이언이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어항을 탈출했듯, 클레어도 허먼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만의 어항에서 이렇게 세상밖으로 나오기위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 한권의 책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불과 30분만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이언이 27층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4초라는 시간동안 이언의 눈으로 본 그것들은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고 탄생도 있고 죽음도 있습니다. 그 짧은 시간동안에 그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입니다. 지금 현재도 어딘가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가고있고, 태어나기도 하며 누구는 웃고, 누구는 슬픔에 잠겨 있기도 할테지요. 이쯤되니 지인이 보내준 그 글이 너무 가슴에 와닿는것 같습니다. 누구나 말못할 고민은 있습니다. 돌아서면 그만일 일을 괜히 걱정하며 더 크게 만들기도 하죠. 나의 행복을 책임질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아등바등 고민 끌어안고 살지말고 그냥 밖으로 나가 훌훌 털어버려야 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금붕어의 부족한 분석력은 이언에게 축복이다. 깊은 생각으로 인한 고민은 없고 원초적인 본능과 찰나의 기억만이 있다. 이언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순간순간 반응한다. 무엇이든 마음에 담아두거나 길게 심사숙고하는 법이 없다. 자신의 곤경을 깨닫는 순간 금세 잊어버리고 나중에 다시 발견한다. 그래서 이언은 잠을 잘 잔다. 걱정거리도 없고, 머리가 복잡할 일도 없다.(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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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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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니 몇년전에 보았던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풋풋한 건축학과 대학생역을 맡은 이제훈이 꼭 이 소설속의 건축학과를 갓 졸업한 청년인 사카니시와 오버랩되었습니다. 책의 분위기 또한 잔잔하고 조곤조곤한 분위기가 영화의 분위기와 비슷했던것 같아요. 스펙타클하고 긴장감으로 심장 쫄깃해지는 그런 책을 좋아하지만 가끔 잔잔하지만 이런 좋은 책을 만나면 마음이 동동 떠오릅니다. 이 책은 잔잔하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이었어요. 무엇보다 건축이라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건축물을 건축하는데 정말 다각도로 그 건축물과 관계된 모든 부분에 대해서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건줄 몰랐어요. 일테면 책 속에서 도서관을 건축하기 위해 도서관 바깥의 벤치를 어떻게 배열할것인가 하는...벤치에 앉았을때 저 도서관에 한번 들어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미칠 수 있는 그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체크를 하는것들 말이죠. 건축은 그냥 힘들고 험한 일인줄만 알았는데 그 어떤것보다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하는, 거의 예술의 경지인것 같습니다. 건축하시는 분들이 급 존경스러워 졌습니다.





책 속에서 "나"인 화자로 등장하는 사카니시는 갓 대학을 졸업한 청년인데 큰 꿈도 포부도 없어보입니다. 그냥 모든것을 흘러가면 흘러가는 그 리듬에 맞춰 살아갈것 같은 그냥 그런 평범한 사람. 그렇지만 유일하게 가고 싶었던, 자신이 존경하는 건축가인 무라이 슌스케 건축사무소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곳은 규모도 크지 않고 일을 크게 벌이지도 않으며 무라이는 자신의 소신대로 화려한 건축물보다는 주변에 잘 녹아들고 우선 사람이 편한 건축물을 추구하면서 소소하고 묵묵히 꾸려가는 곳입니다. 일흔이 넘은 무라이는 3년동안 신입사원 채용을 해오지 않았는데 사카니시를 채용하게 됩니다. 곧 다가올 국립현대미술관을 건축하기 위한 경합에 무라이 슌스케 건축사무소가 참가하기 위해서입니다. 독특한것은 해마다 여름이면 사무소 직원들은 짐을 꾸려 도쿄를 떠나 산속에 있는 여름별장으로 이사를 갑니다. 이곳에서 사카니시는 평생에 기억될 무라이 슌스케 건축사무소에서의 첫 여름을 맞게 됩니다.




이 소설의 주 무대인 이 여름별장은 직접 보지 않고 글로만 봤지만 작가는 별장과 주변경관을 세밀하고 아름답게 글로 표현하여 마치 내가 그 속에 있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런곳에서 일을 하면 얼마나 능률이 오를까 싶은...또한, 여름 한 철을 모든 직원들과 동거동락하며 지내다보면 뭔가 가족처럼 끈끈한 유대감이 생기기도 할 것 같아 참 부럽기도 했습니다. 경합에 제출하기 위한 도서관의 모형을 만들때의 세심한 부분들, 특히 책장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책장마다 바람이 잘 통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그것을 실제로 연기를 일으켜 바람이 잘 통하는지의 여부를 체크하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깊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실제 건축을 함에 있어서도 당연히 응용이 되는 부분이겠지요? 이 책을 읽음으로서 건축의 새로운 모습을 참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여름 별장에서는 선생님이 가장 일찍 일어난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이 첫 문장에서 느껴지듯 전체적으로 참으로 담백하고 잔잔합니다. 하지만 정말 담백하고 깔끔한 문장들이지만 뭔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그런 문장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책을 펼치자 마자 마주한 저 첫 문장이 너무 좋았습니다. 화자로 등장하는 "나"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저는 개인적으로 참 애착이 갑니다. 세상일에 무감각하고 관심도 없는듯 하며, 카리스마 있게 일을 진행하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뭔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해선 철저하게 조사하고 공부하고 술술 말 할 수 있는 열정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그런 열정을 무라이 슌스케는 알아본 것이지요. 그를 믿고, 일을 맡기고, 때론 따끔하게 혼을 내기도 하는 모습이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같아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수동적이긴 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었던 마리코와의 사랑은 좀 안타깝기도 했구요. 일본의 여러 거장 작가들의 필력을 아우른다는 마쓰이에 마사시. 이 분 책들 유심히 봐야겠어요. 너무 좋았습니다.




"침실은 너무 넓지 않은 쪽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숙면을 도와. 천장도 높지 않은 편이 좋아. 천장까지의 공간이 너무 넓으면 유령이 떠돌 여지가 생기거든.” 우스갯소리를 하듯 말했다. “침대와 벽 사이는 말이야. 한밤에 잠이 깨서 화장실에 갈 때, 한 손을 가볍게 내밀면 바로 닿을 만한 거리가 좋아. 캄캄해도 벽을 따라서 문까지 갈 수 있고 말이지. 다이닝 키친의 경우, 요리하는 냄새가 좋은 것은 식사하기 전까지만이고 식사가 끝나면 바로 싫어지지. 주방의 천장높이와 가스풍로, 환기통 위치가 냄새를 컨트롤하는 결정적인 수단이야.” 장인이 전달하는 비법 비슷했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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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더 스토리콜렉터 1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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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묘한 일이네요. 저는 이런 SF, 판타지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죠. 이게 뭔가 싶게 세권을 거의 일주일만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이 시리즈를 읽기전에 과연 얼마나 걸릴까 무지하게 걱정스러웠는데, 어떤분이 이 시리즈 재미있어서 그냥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을거라고 하셔선, 책 늦게 읽기로 소문(?)난 한 이웃분이랑 말하길, 우린 절대 그럴일 없을거라고 주거니받거니 너스레를 떨었거든요. 그런데 진짜 후루룩 다 읽어버렸네요. 일주일이 그렇게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저한테 일주일에 세권은 있을 수 없는일입니다. 뭐, 결론은 이 시리즈가 참 잘 읽혔다~는 말입니다. 물론 판타지가 다 그렇듯 허무맹랑한 내용들이지만 저는 그저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작가님이 어쩜 그렇게 인물 하나하나에 동화의 내용을 적절히 잘 가미해서 쓰셨는지 정말 놀라울따름이었습니다.



위 세권의 시리즈는 각각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동화를 접목시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습니다. <신더>는 신데렐라를, <스칼렛>은 빨간모자를, <크레스>는 라푼젤을. 우선 이 이야기의 줄기는 4차 세계대전후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요. 달나라에 "루나"라는 국가가 있습니다. 이 루나왕국에 레바나라는 여왕이 있는데 이 야심찬 여왕님께서 지구를 잡아잡숫고 싶어해서 벌어지는 스토리입니다. 외계에서 지구침공을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영화에서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고 현재도 계속 진행중인 이야기 소재이죠. 너무나 흔하지만 볼때마다 재밌는. ㅋ 영화는 진짜 재미있습니다. 불과 몇일전에 보았던 <스타트랙>도 비슷한 이야기고 말이죠. 루나왕국은 엄밀히 말해 외계는 아닙니다. 지구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이룬 나라니까요. 루나왕국의 사람들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지구인과는 좀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일테면 마법을 써서 다른사람의 정신을 지배한다던가 그런. 그 와중에 그런 능력을 부여받지 못하고 태어나는 루나인도 있습니다. 책 속에서는 "껍데기"라고 불리웁니다.



신더는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양어머니 밑에서 이복언니랑 이복동생이랑 같이 살아갑니다. 신더는 시장의 조그만 가게에서 정비공으로 일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화재사고로 신체의 많은부분이 손상된 신더는 손과 발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체가 사이보그로 개조되었습니다. 신더라는 인물은 이 시리즈의 주된 인물로서 세권의 책속에 거의 같은 비율로 등장을 하는데요. 시리즈가 한권한권 지날수록 등장인물과 사건사고가 늘어나기 때문에 책의 두께도 신더 보다는 스칼렛이, 스칼렛 보다는 크레스로 갈수록 점점 두꺼워집니다. 그리고 빨간머리의 스칼렛은 할머니와 농장에서 살아가는데 어느날 할머니가 납치당하고 스칼렛은 할머니를 찾아 나서는데요. 거기서 울프라는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또한, 크레스는 루나인이자 일명 껍데기로서 천재 해커로 등장을 하는데요. 루나의 마법사 밑에서 길러지다 혼자 인공위성에 갇혀 루나왕국을 위해 해커로 일하고 있는 소녀입니다. 이렇게 어린 세 소녀는 각각 동화를 모티프로 재창조된 인물인데요. 너무나 놀랍도록 들어맞는 설정에 작가님께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ㅎㅎ



최근, 동화를 모티프로 한 소설들이 꽤 많이 등장했는데요. 제가 읽은 책들은 대부분 잔혹동화를 소재로 한 장르소설이었습니다. SF에다 판타지, 거기에다 로맨스까지 가미한 루나크로니클 시리즈. 정말 정신줄 놓고 읽었던것 같아요. 굳이 허무맹랑하고 말이 안된다는둥 꼬투리잡지않고 그냥 아무 사심없이 재미로만 읽으면 될것같아요.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신더와 스칼렛, 그리고 크레스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만나게 되며, 이 세 소녀들이 어떤일을 벌이는지! 이 세 권에서 전개되는 일들이 불과 몇일? 동안의 일이기 때문에 전개가 상당히 빠릅니다. 완전 스팩타클하죠. 그리고 곧 출간될 루나크로니클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윈터>는 백설공주를 모티프로 전개가 된다고 하는데 윈터와 그녀들의 만남이 사뭇 궁금해집니다. 신더와 그 일행들은 레바나의 지구침공 계획에 어떻게 대처를 할지, 과연 이 소녀들이 지구와 루나왕국을 잘 지킬 수 있을지 <윈터>를 얼른 만나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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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야의 여름
트리베니언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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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어떤 장르로 구분지어야 할까요. 하드보일드한 스릴러를 즐겨 읽는 독자로서 많이 기대하고 있었는데 초반부는 "음...? 이거 뭐지? 스릴러는 아닌데? 로맨스인가?" 싶었습니다. 마치 <제인에어>같은 고전문학을 읽는 느낌이었달까요. 소설의 배경이나 소설속에 흐르는 느낌도 무척이나 잔잔하고 아름답습니다. 1920년대 프랑스의 바스크지방을 주 무대로 전개한 이야기는 그 당시 그 지방 고유의 풍습이라던지, 지방색을 느낄수도 있어서 상당히 이국적이고 느낌이 새롭습니다. 트리베니언 작가는 정말 처음 접하는 작가입니다. 이름도 못들어 봤...그런데 어떻게 많은 분들이 이 작가님을 아시는지, 정말 고수님들이 많은것 같아 저는 부끄럽지만 또 이렇게 새로운 작가를 알아갑니다.




이 이야기는 프랑스 바스크지방의 살리라는 작은 마을에 장 마르크 몽장이라는 젊은 의사가 그 여름, 카티야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입니다. 설정 자체도 무척이나 낭만스럽고 로맨틱합니다. 어느날, 몽장에게 다가온 그녀 카티야. 자전거를 타고 여름날 소나기처럼 몽장에게로 와서 자신의 동생이 팔을 삐었다며 집으로 왕진을 가주기를 요청합니다. 여자의 몸으로 자전거를 탄다는 자체가 예사스럽지 않았던 그 당시 시대상으로 봤을때 카티야는 분명 평범한 여성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것이 사랑인줄도 모른채 그녀에게 빠져버린 몽장. 그렇게 그녀의 집으로 간 몽장은 그녀와 똑같이 생긴 동생 폴을 만납니다. 그리고 어쩐지 그녀의 집은 묘한 느낌이 납니다. 폴은 몽장에게 호의적이지 않았고, 집안일에는 신경도 쓰지않고 서재에 틀어박혀 학문연구만 하는 그녀의 아버지. 그렇지만 몽장은 그녀의 집을 오가며 그녀와 가까워지고 그녀의 아버지에게 호감을 사게됩니다. 그렇지만 폴은 여전히 그에게 냉담했고, 트레빌가에서 느껴지는 비밀스럽고 의문스러운 느낌은 커져만 갑니다.




전반부의 낭만스럽고 로맨틱한 분위기는 몽장이 폴에게서  조금이나마 듣게된 트레빌가의 비밀을 알게된 시점부터 자연스럽게 서스펜스소설로서의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심장 쫄깃한 긴박한 스릴은 없었지만 뭔가 뒤에 밝혀질 진실이 도대체 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음에 궁금증은 더해갔고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이 묘한 느낌이란! 그 와중에도 결말부분에 이르러 나타나게될 반전의 주인공으로부터는 여전히 그 낌새도 느낄 수 없을만큼 전반부와 비슷하게 평화로운 느낌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죠. 그늘진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보여지지 않는, 어쩌면 백치미가 느껴지는, 그래서 더욱 현명해보이는(무슨말인지...) 암튼, 카티야라는 인물은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보아도 참 매력적인 인물입니다만,




처음 접하는 작가의 책이지만 정말 흥미롭게 읽은 책입니다. 이 작가분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 검색을 하다가 알게된 사실이지만 처음으로 검색해본 책이 <메인>이라는 책이었는데요. 이 책은 딱 저의 취향저격인 하드보일드한 경찰소설이더라구요. 어쩜 두 소설이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나 싶을정도로 극과극을 달릴것 같은 장르의 느낌이 들지만 그것이 다 작가의 역량아니겠습니까. <메인>도 꼭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생자필멸의 진리를 깨달아야만 초월이 가능하지만 그 해 여름, 나는 너무 어렸었다. 어리석게도 내가 불멸의 영혼을 가졌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에체베리아를 향해 2.5킬로미터를 걸어 나가는 동안 내 마음은 한껏 들떠 있었다. 황금빛 액체같은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졌고, 향긋한 풀과 꽃향기가 기분 좋은 산들바람에 실려 왔다. 맑게 갠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산을 향해 유유히 떠가고 있었다. 생울타리에서는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다. 젊음의 활력이 마구 샘솟아 올랐다. 어느 때보다도 인생이 아름답게 느껴젔다.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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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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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시 만나게 된 해리홀레. 너무너무 기다렸습니다. 우리의 상남자 해리의 젊은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해리홀레 시리즈는 지금까지 10권이 출간이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작품은 오늘 읽은 <바퀴벌레>까지 포함하여 7권입니다. 출간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저도 뒤죽박죽으로 읽었는데 이 시리즈가 모두 출간이 되는날, 날 잡고 박쥐부터 주루룩 다시 읽어보고 싶은 시리즈입니다. 특히나 해리홀레 시리즈는 각 권마다 과거 사건과 연관이 되는 이야기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므로 순서대로 읽기를 권장합니다만, 그다지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습니다. 저는 <스노우맨>을 제일 먼저 읽었는데요, 이 작품으로 알게된 요 네스뵈와 해리홀레입니다. 해리홀레 시리즈중 제가 최고로 꼽는 작품인데요. 오늘 읽은 <바퀴벌레>도 초기작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만만치 않은 흡입력에 역시 요 네스뵈구나 싶었습니다.




전작 <박쥐>에서 해리는 호주에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고 돌아왔지만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죠. 이 호주사건에서 동료형사의 죽음도 목격했고 해리의 연인도 그 사건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죠. 아픔을 달래기 위해 마신 술이 이때부터 해리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건 아닌지...해리=술, 술=짐빔 이라는 공식이 항상 제 머릿속에 있으니 그럴만도 하죠. 아무튼 이런때에 또 다른 도시 방콕에서 노르웨이 대사가, 그것도 사창가에서 시체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윗선에서는 이 사건의 적임자로 해리를 지목했고, 해리는 또다시 방콕으로 떠나게됩니다. 무엇때문인지 몰라도 이 사건의 실체를 숨기고자 하는 정계사람들과 윗선.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바라고 해리를 보냈지만 그렇게 만만한 해리가 아니죠. 단순강도 사건으로 처리하고 돌아오리라 생각했던 해리는 돌아오지않습니다. 그리고 해리는 점점 더 깊이 사건속으로 파고들어 가는데요. 작가는 방콕의 어두운 뒷골목의 사건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해 그려내고 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늘 그자리에 있는 바퀴벌레처럼 눈에 잘 띄진 않았지만 늘 일어나고 있는 그런 사건들... 그 사건속에 숨겨진 어마어마한 진실들을 파헤치며 또 한번 해리는 아픔을 만나게 됩니다.



휴...이 해리라는 사람은 어째서 이렇게 매번 아픔을 겪어야 하는지...책을 읽으면서도 참 안쓰러워서 혼났습니다. 물론 이렇게 아픔을 겪고, 또 겪어서 스노우맨의, 그리고 레오파드의 강한 해리로 거듭났겠지만 말입니다. <레오파드>란 책에서 보았던 해리는 참 이 모진 세상에 쓸릴데로 다 쓸리고 너덜너덜 해졌다가 단단하게 다시 일어선, 참으로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는데요. 그가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며 오슬로를 떠나 은신해 있던 장소가 홍콩이었습니다. 알코올에 찌들어 타락한 사람처럼 보였으나 사건으로 돌아온 해리는 어느 전작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바퀴벌레>는 노르웨이 현지에서 출간된지 무려 16년만에 영문판이 출간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의 후기작품들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으면 이렇게 오래된 초기작들이 지금에서야 출간이 되는지 이해가 갑니다. 저 같은 독자로서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고요.




해리홀레시리즈가 잠시 뜸한 틈을 타서 출간이 되었던 "오슬로 1970시리즈"의 <블러드 온 스노우>나 <미드나잇 선>은 음울함과 지독한 외로움, 그리고 사랑에 대해 그렸던 감성스릴러였다면 "해리홀레 시리즈"는 영미스릴러의 하드보일드함과는 또 다른, 하드보일드 하면서도 인간미가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상남자 같으면서도 따스함이 물씬 풍기는 해리에게 어찌 빠지지 않을수가 있단 말입니까. 오늘 이 글을 쓰다보니 전작들 진짜 다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그나저나 스노우맨 영화는 언제 개봉할까나요..? 북미 개봉이 2017년 10월이라고 하니, 1년이나...ㅠ 기다려야 하네요. 그전에 꼭 다시 한 번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책임감. 작년에 해리가 묻어두려던 것이 있다면 바로 책임감이었다. 산 사람을 위해서든 죽은 사람을 위해서든, 자신을 위해서든 남을 위해서든. 하지만 죄책감에 시달릴 뿐 어떤 식으로든 돌아오는 것이 없었다. 아니, 책임감이 어떻게 그를 이끌어주는지 깨닫지 못했다. 어쩌면 이번 일에 대해서 토르후스가 옳았는지도, 어쩌면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은 해리의 동기는 그리 고상하지만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저 어리석은 야망에 사로잡혀 사건을 미제로 남기지 않고 결정적 증거를 찾으려 혈안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사건 파일에 ‘해결’ 도장을 찍는 일이, 상대가 누구든 잡아넣는 것이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 (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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