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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된 해리홀레. 너무너무 기다렸습니다. 우리의 상남자 해리의 젊은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해리홀레 시리즈는 지금까지 10권이 출간이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작품은 오늘 읽은 <바퀴벌레>까지 포함하여 7권입니다. 출간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저도 뒤죽박죽으로 읽었는데 이 시리즈가 모두 출간이 되는날, 날 잡고 박쥐부터 주루룩 다시 읽어보고 싶은 시리즈입니다. 특히나 해리홀레 시리즈는 각 권마다 과거 사건과 연관이 되는 이야기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므로 순서대로 읽기를 권장합니다만, 그다지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습니다. 저는 <스노우맨>을 제일 먼저 읽었는데요, 이 작품으로 알게된 요 네스뵈와 해리홀레입니다. 해리홀레 시리즈중 제가 최고로 꼽는 작품인데요. 오늘 읽은 <바퀴벌레>도 초기작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만만치 않은 흡입력에 역시 요 네스뵈구나 싶었습니다.
전작 <박쥐>에서 해리는 호주에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고 돌아왔지만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죠. 이 호주사건에서 동료형사의 죽음도 목격했고 해리의 연인도 그 사건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죠. 아픔을 달래기 위해 마신 술이 이때부터 해리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건 아닌지...해리=술, 술=짐빔 이라는 공식이 항상 제 머릿속에 있으니 그럴만도 하죠. 아무튼 이런때에 또 다른 도시 방콕에서 노르웨이 대사가, 그것도 사창가에서 시체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윗선에서는 이 사건의 적임자로 해리를 지목했고, 해리는 또다시 방콕으로 떠나게됩니다. 무엇때문인지 몰라도 이 사건의 실체를 숨기고자 하는 정계사람들과 윗선.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바라고 해리를 보냈지만 그렇게 만만한 해리가 아니죠. 단순강도 사건으로 처리하고 돌아오리라 생각했던 해리는 돌아오지않습니다. 그리고 해리는 점점 더 깊이 사건속으로 파고들어 가는데요. 작가는 방콕의 어두운 뒷골목의 사건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해 그려내고 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늘 그자리에 있는 바퀴벌레처럼 눈에 잘 띄진 않았지만 늘 일어나고 있는 그런 사건들... 그 사건속에 숨겨진 어마어마한 진실들을 파헤치며 또 한번 해리는 아픔을 만나게 됩니다.
휴...이 해리라는 사람은 어째서 이렇게 매번 아픔을 겪어야 하는지...책을 읽으면서도 참 안쓰러워서 혼났습니다. 물론 이렇게 아픔을 겪고, 또 겪어서 스노우맨의, 그리고 레오파드의 강한 해리로 거듭났겠지만 말입니다. <레오파드>란 책에서 보았던 해리는 참 이 모진 세상에 쓸릴데로 다 쓸리고 너덜너덜 해졌다가 단단하게 다시 일어선, 참으로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는데요. 그가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며 오슬로를 떠나 은신해 있던 장소가 홍콩이었습니다. 알코올에 찌들어 타락한 사람처럼 보였으나 사건으로 돌아온 해리는 어느 전작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바퀴벌레>는 노르웨이 현지에서 출간된지 무려 16년만에 영문판이 출간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의 후기작품들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으면 이렇게 오래된 초기작들이 지금에서야 출간이 되는지 이해가 갑니다. 저 같은 독자로서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고요.
해리홀레시리즈가 잠시 뜸한 틈을 타서 출간이 되었던 "오슬로 1970시리즈"의 <블러드 온 스노우>나 <미드나잇 선>은 음울함과 지독한 외로움, 그리고 사랑에 대해 그렸던 감성스릴러였다면 "해리홀레 시리즈"는 영미스릴러의 하드보일드함과는 또 다른, 하드보일드 하면서도 인간미가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상남자 같으면서도 따스함이 물씬 풍기는 해리에게 어찌 빠지지 않을수가 있단 말입니까. 오늘 이 글을 쓰다보니 전작들 진짜 다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그나저나 스노우맨 영화는 언제 개봉할까나요..? 북미 개봉이 2017년 10월이라고 하니, 1년이나...ㅠ 기다려야 하네요. 그전에 꼭 다시 한 번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책임감. 작년에 해리가 묻어두려던 것이 있다면 바로 책임감이었다. 산 사람을 위해서든 죽은 사람을 위해서든, 자신을 위해서든 남을 위해서든. 하지만 죄책감에 시달릴 뿐 어떤 식으로든 돌아오는 것이 없었다. 아니, 책임감이 어떻게 그를 이끌어주는지 깨닫지 못했다. 어쩌면 이번 일에 대해서 토르후스가 옳았는지도, 어쩌면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은 해리의 동기는 그리 고상하지만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저 어리석은 야망에 사로잡혀 사건을 미제로 남기지 않고 결정적 증거를 찾으려 혈안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사건 파일에 ‘해결’ 도장을 찍는 일이, 상대가 누구든 잡아넣는 것이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 (본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