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볼
브래들리 소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지인이 톡으로 보내준 긴 글이 있었습니다. 한,두문장이 들어간 열 몇장의 사진과함께 마지막에 이런 글이 있었어요. <당신의 행복을 책임질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 정말 맞는 말인데 살면서 항상 망각하는 것들 중 하나인것 같아요. 내 행복을 다른 사람을 통해 찾으려 하니, 의지하게 되고 의지하는데 잘 안되면 짜증을 내게 되고, 그러다보면 그 사람을 원망하고 미워하고...악순환이 되풀이 되죠. 그건 뭐, 그렇고.. 오늘 읽은 <피시볼>은 지인이 보내 주었던 그 사진들과 내용이 닮아 있었습니다. 삶을 비관한 어떤 여자가 자신이 사는 11층에서 뛰어내렸습니다. 11층에서 1층까지 떨어지는 순간 그녀의 눈에 보여진 각층에 사는 이웃들.  겉으로 보기에 금슬이 최고였던 부부가 싸우는게 보였고, 남자들과 말도 섞지 않던 여자가 바람피는게 보였고, 듬직하고 남자다웠던 사람이 여자 속옷을 입는것이 보였습니다. 이렇듯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보이던 사람들도 각자 한,두가지쯤 나름의 고민이나 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몸을 던졌던 여자는 그제서야 겉으로 보여지는게 다가 아니구나 라며 자기위안을 했지만 때는 늦었고, 그렇게 떨어진 여자를 보며 다른사람들은 또 자기위안을 했을테지요.




<피시볼>은 27층 짜리 아파트 '세빌 온 록시'의 꼭대기층인 27층에 살고 있는 이언이라는 금붕어가 어항에서 탈출을 시도해 바닥으로 떨어지는 추락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다른여자를 집으로 끌어들이는 남자, 은둔형 외톨이로 집에만 틀어박혀 음란한 전화로 살아가는 여자, 맞춤드레스를 맞춰입는 공사장 인부인 남자,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는 관리인 남자,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와 살아가는 4차원같은 소년, 그리고 남자친구는 일터에 나가고 없는 집에서 혼자 아이를 낳을 위기에 빠진 여자등...각 층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렇듯 각양각색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이 되는데요. 처음엔 뭔가 이야기가 산으로 갔다, 강으로 갔다 좀 난잡한 면이 없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각자의 이야기 같지만 곧 서로 얼키고 설킨 관계로 귀결이 됩니다.




집에 홀로 남겨진 딜라일라는 출산이 임박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고 집에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조언을 했던 조산사도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자신의 두 다리 사이로 조그만 발 하나가 나오자 기겁을 한 딜라일라는 이웃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무작정 복도로 나가 이집 저집 문을 두드리지만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복도에 쓰러져 있는 이웃집 소년 허먼을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허먼은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딜라일라는 허먼을 질질끌고 은둔형 외톨이 클레어의 집 문을 두드립니다. 누구도 집에 들여본적 없는 클레어는 몇번을 거절하다 결국 문을 열고, 딜라일라의 아기는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클레어는 119에 전화를 하고 정신을 차린 허먼이 통화내용을 따라 아기를 받아냅니다. 자신을 내보이기 싫어하던 클레어는 이렇게 세상밖으로 나오고 허약하고 상실감에 빠져있던 허먼은 자신이 한 생명을 받았다는 성취감에 인생을 다시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의 에피소드였지만 이렇게 이 책속에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같지만 금붕어 이언이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어항을 탈출했듯, 클레어도 허먼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만의 어항에서 이렇게 세상밖으로 나오기위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 한권의 책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불과 30분만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이언이 27층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4초라는 시간동안 이언의 눈으로 본 그것들은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고 탄생도 있고 죽음도 있습니다. 그 짧은 시간동안에 그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입니다. 지금 현재도 어딘가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가고있고, 태어나기도 하며 누구는 웃고, 누구는 슬픔에 잠겨 있기도 할테지요. 이쯤되니 지인이 보내준 그 글이 너무 가슴에 와닿는것 같습니다. 누구나 말못할 고민은 있습니다. 돌아서면 그만일 일을 괜히 걱정하며 더 크게 만들기도 하죠. 나의 행복을 책임질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아등바등 고민 끌어안고 살지말고 그냥 밖으로 나가 훌훌 털어버려야 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금붕어의 부족한 분석력은 이언에게 축복이다. 깊은 생각으로 인한 고민은 없고 원초적인 본능과 찰나의 기억만이 있다. 이언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순간순간 반응한다. 무엇이든 마음에 담아두거나 길게 심사숙고하는 법이 없다. 자신의 곤경을 깨닫는 순간 금세 잊어버리고 나중에 다시 발견한다. 그래서 이언은 잠을 잘 잔다. 걱정거리도 없고, 머리가 복잡할 일도 없다.(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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