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날들이 당신 편이에요
하승완 지음 / 부크럼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다 보니 시간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라는걸 새삼 깨닫게 된다.

골목에서 고무줄 놀이를 하고 머리를 땋고 교복을 팔랑거리며 지루하게 학교를 오가는 날들이 어제 같은데 어느새 몇 십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1년을 기다려 활짝 핀 벚꽃이 고작 열흘만에 저버린 것처럼 인생은 딱 그만큼의 시간인 듯 싶었다.


화려했던 십일홍은 더 짧았는데 그 청춘의 기억은 내 인생중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 정점의 어느 날, 나는 '아 나는 오늘 하루가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날인 것'임을 알았다.

그 시간들은 잘 무장되지 않았어도 가난했어도 비참하지는 않았고 살아볼만 하다는 힘이 있었다.

이후 어려운 시절들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어떻게 이겨내고 살았는지 정신이 없었다.

그냥 살아졌다. 내 힘으로 산 것이 아니었다. 누가 이끈 것처럼, 그냥 끌려다닌 것 같은 시간이었다.


살고보니 이만큼이나 오고보니 '슬픔에도 끝이 있고, 눈물에도 끝이 있다'늘 말이 와 닿는다.

살아야 할 날들중 슬픔이 없다거나 눈물이 없는 시간만 존재할 것이란 것은 아니다.

다만 슬픔이 와도 눈물이 와도 예전만큼 힘들지 않으리라는 것, 또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알뿐이다. 그 슬픔과 눈물덕에 더 단단해졌고 더 깊어졌다. 그게 인생이니 견뎌내 보자.


그냥 멈춤 없이 살아온 시간들이 가엽다. 조금 쉬어도 좋았을텐데. 우리 세대 사람들은 너무 부지런했고 자신을 닥달하고 살아왔다. 그래야 잘 사는 것이라고 믿었으니까.

이 글을 읽는 사람들만이라도 잠시 멈추는 법을 알았으면 좋겠다.

지치면 잠시 쉬어보자. 힘들면 누군가의 손도 잡아보자,


'언젠가는 다 지나간다'

'붙잡지 않아도 되는 인연이 있다'

고르기 힘든 보석이 가득한 주얼리샵에 들어온 것 같았다.

어느 한 문장만 고르기가 너무 힘든 책이다.

살아온 시간들이 많지 않은 저자가 어떻게 이런 위로의 말들을 골라냈는지 놀랍기만 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이가 차면 저절도 되는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다.

살아온 날들 뿐만이 아니라 돌아보면, 곁을 보면 내 삶을 지켜준 사람들, 책들, 문장들이 너무 많았음에 감사한다. 지금 힘들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건네주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만 너이기 때문에 나태주의 인생 시집 3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니들북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요즘 시집이 많이 팔린다고 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긴 문장은 읽기 귀찮고 짧은 글이지만 함축된 시에 많은 위로를 느끼는 것 같다.

특히 나태주 시인의 시집은 연작이 나올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이 시집은 나태주 시인의 인생 시집 3부작중 3부이다.


이름 모를 풀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시인의 '바라봄'과 '관심'이 간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작가는 작품으로만 만나는 것이 낫다는게 내 지론이다. 작품에 열광했던 독자가 막상 작가를 만나 더 행복한 경우도 있지만 실망한 경우를 내가 겪어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태주 시인은 시로만 만나는 것보다 직접 만나는 게 더 좋았다. 천진의 얼굴과 따뜻한 심정이 더 다가왔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불황이 이어지던 시절에 전쟁까지 터지고 보니 살아나갈 일이 막막해진다.

희망이 있으려나. 아직 자리잡지 못한 청년들은 어쩌나.

시인은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낌없이 사랑해야 하고 무엇보다 소망의 끈을 놓치 말아야 한다'고 다독거린다. 그 것이 날마다 아침이 오는 까닭이고 지금처럼 찬란한 봄이 오는 까닭이라고. 그래서 지는 벚꽃의 낙화를 아파하지 말라고.

그래 다시 봄은 온다. 지는 순간 죽는 것이 아니고 다시 꽃피울 준비를 하는 것임에 눈물을 거둔다.


'얘야, 네 둘레에 있는 것들을 아끼고 사랑해라 작은 것들 버려진 것들 오래된 것들을 부디 함부로 여기지 말아라'

뭐든 넘치는 시대를 살아온 아이들에게 부족함이 많지 않다.

하지만 넘보지 말아야 할 욕망들은 오리려 넘친다. 작은 것들, 오래된 것들을 함부로 한다.

인생을 오래살아온 시인 선배는 경계하라고 부탁한다. 경륜에서 오는 조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나도 때때로 바람을 기다린다. 내 숨결을 싣고 내가 두고온 사랑에게 달려가 내 소식을 전해달라고, 아직 여기 있다고, 알려주기를 기원한다.

나도 그의 숨을,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 기다린다. 바람은 그런 존재가 아니던가.

사랑했다

좋았다

헤어졌다

그래도 고마웠다

아프게 헤어진 사랑이 고마웠던 적은 없었는데 '네가 나를 버리는 바람에 내가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었다'라는 말이 가슴에 머문다. 그랬던 것 같네.

이래서 난 나태주 시인이 좋다. 감사하다. 별 대단한 문장이 아닌 듯 하면서도 가슴을 파고 든다.

진심이다. 꾸며낸 시어가 아니다. 더 많이 이 세상에 머물러 봄바람처럼 다가와 주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료의 힘 - 얼어붙은 조직, 신뢰로 녹인 600일의 여정
김주성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직된 조직사회에 만연한 문제점을 간파하여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 혁신을 이루어가는 여정이 존경스럽다.
이름을 불러주고 생일축하전화를 해주는 그런 작은 관심이 불러일으킨 나비효과를 주목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료의 힘 - 얼어붙은 조직, 신뢰로 녹인 600일의 여정
김주성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코로나 팩데믹 시대에 재택 근무가 늘어나면서 이후 재택근무 시스템이 많이 정착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재택 근무가 불가능한 직종도 있고 효율면에서 대면 근무가 더 능률적인 직종이 있다.

세대가 젊어질 수록 회시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정도로 '어울려 살아가기'가 예전만큼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구세대인 나로서는 해보지 못했던 재택 근무의 매력을 한 번쯤 느껴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동료들과 어울려 근무했던 예전의 방식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민원인을 직접 만나야 하는 경우에는 더 특별한 관리방식과 경영방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현 노원구 시설 관리공단 이사장으로서 고인 물을 깨끗하게 바꾸고 순환시키는 시스템으로 혁신을 일으켜 성공한 사례들을 담고 있다.


'시설관리공단'이 공무원 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치열한 기업들과는 다른 구조를 되어 있을 거라는 짐작이다. 대체적으로 수동적인 경우가 많을 것 같고 혁신이 필요한 직장이라기 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깊숙이 들여다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는 직장과 상관없이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관계'와 '소통'이 아닐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생각에 몸을 낮추고 적당히 어울리는 척 하려는생각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너무 튀면 눈총을 받을 수가 있고 용기를 내어 의견을 말해도 수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보니 좋은 생각을 갖고 있어도 입을 다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일단 조직은 굴러가니까. 매일 그렇고 그런 회의도 지겹고, 조직에서 '나'란 존재가 뭐 그리 중요할까. 기억도 안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당사자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저자는 간파했던 것 같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나'란 존재를 누군가 알아준다고 하면 더 열심히 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가 저자가 그냥 '누군가'로 남을 수도 있는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빛나는 '꽃'이 되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내 생일도 내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언제부터인가 일부러 며칠 전부터 광고를 해서 찾아먹고는 있지만 그냥 서비스업체에서 무심하게 보낸 '생일 축하'메시지에도 괜히 마음이 찡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름을 불러주고 생일축하 전화를 걸어주는 일이 쉽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이름을 잃어버리고, 생일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기에 누군가의 관심에 가슴이 뜨거워 지는 것이다. 그런 점을 알아채고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심정으로 시도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혁명','혁신'이 거창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작은 걸음부터 시작해서 전 직원과 면담시간을 갖고 상대에게 귀를 기울이고 하나씩 개선해나가는 여정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그런 상대에게 투쟁의 머리끈을 묶고 파업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겠는가.

상대의 니즈를 파악하고 들어주고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성공하고 있는 저자의 시도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AI시대에 인간이 서야 할 자리가 점차로 더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 도전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 리더가 있는 조직에서는 내가 그런 존재로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스로 깨어라 - 헤르만 헤세 청춘소설 3부작,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니-사실은 세 편의 작품-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겪은 것처럼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 들었다. 헤르멘 헤세라는 작가는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을까. 살았다고, 경험했다고 쓸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하필 시절은 잔인하다는 4월의 중반에 접어들고 있었고 그리 화려했던 벚꽃은 처참하게 흩어져 떨어져 버렸다. 삶의 빛나는 시절과 허무함을 고작 열흘 간격으로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아마 나는 오래전 이 작품들을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데미안만 겨우 생각이 났고 '수레바퀴 아래서'는 거의 처음 인듯 낯선 작품이었다. 주인공 한스 기반라트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수재였다.

이미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장사수완이 좋아 가난하지 않았던 아버지를 둔 한스는 학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소년이다.


한스는 공부하는 법을 알았고 조금만 노력을 해도 성과를 내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쓰여질 당시의 독일이라는 사회가 성직자의 길을 가장 탁월한 성공이라고 여겼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시대마다 추앙받는 직업은 있겠지만 아마도 당시의 독일은 종교가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그러기에 지금 생각하면 가장 외롭고 인내심이 필요한 성직자의 길을 가야했던 소년의 고독함이 서늘하게 다가온다. 한스가 선택한 길이 아니었다.

모두의 기대치가 한스를 그 길을 가야만 한다고 떠민 것이다. 그렇게 가게 된 신학교 생활에서도 한스는 모범생이었지만 도중에 그만두거나 죽음을 선택하는 친구들을 보게 된다.

한스 자신은 몰랐겠지만 그 선택은 한스의 길이 아니었고 두통과 신경증을 앓게 되며 결국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누군가는 실망했고 누군가는 위로했지만 한스는 어느 길을 가야할지 방황한다.


'태어나려고 하는 생명은 알을 깨야 한다'는 글귀로 유명한 데미안도 그렇다.

평안한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자란 싱클레어가 지금으로 치면 학폭의 희생자가 되면서 불안과 우울을 겪게 된다. 그 때 만나게 된 신비한 느낌을 가진 전학생 데미안!

그는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신과 종교에 대한 믿음을 반박하는 데미안에게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부인에게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사회적으로 용인받을 수 없는 감정에 방탕한 생활을 하게되기도 하고 결국 싱클레어는 전쟁의 현장에서 부상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꿈인듯 현실인듯 다시 만나게 된 데미안!

싱클레어는 늘 데미안을 그리워했었다. 그의 불안과 우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그를.


인도 최고의 계급인 브라만 가문의 아들인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집을 떠나게 되고 사문이 되어 고행을 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쾌락에 빠지지만 다시 구도자의 길로 돌아온다는 '싯다르타'는 인간의 삶에 대한 고뇌와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세 편의 소설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 태어나고 느끼며 살아가는 일들에 대한 과정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오히려 무거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결국을 모든 것을 겪고 이겨내고-때로는 굴복하고-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무겁지만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