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이름으로 2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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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신에게는 영원히 찾아올 것 같지 않았던 사랑으로 앨마는 행복한 결혼을 꿈꾼다. 괴팍한 핸리마저 앰브로즈의

선함을 인정하고 결혼을 허락한다. 하지만 화이트에이커의 재산은 절대 탐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이미 폐경을 지난 마흔 여덟이라는 나이로 결혼을 하게된 앨마였지만 그동안 자신이 꿈꾸었던 남녀의 결합에 대한

설레임으로 첫날밤을 맞게 된다. 하지만 앰브로즈는 그녀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한 후 잠이 들고 만다.

신혼 초야의 기대가 무너진 앨마는 혹시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지 절망에 빠지지만 무심한 앰브로즈는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만 충만할 뿐 절대 결합할 생각이 없다.

몇 달 후 저녁 식사 전 목욕을 하겠다는 앰브로즈를 따라 목욕탕으로 향한 앨마는 알몸으로 앰브로즈에게 향한다.

혹시 그의 성기가 문제가 있나? 하지만 그는 정상적인 모습이었고 다만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에 놀라 그녀를 밀어내게

된다. 모욕을 느낀 앨마는 당장 별채의 손님방으로 그를 쫓아내고 자신의 결혼이 시작도 하기전에 막을 내렸음을 깨닫는다.

 

앰브로즈는 육의 결합이 아닌 정신적인 결합에 더 의미를 두는 순수한 남자였다.

결혼 전 앨마를 잘 이해시켰다고 믿었던 앰브로즈는 앨마의 절망으로 상처받고 그녀의 지시대로 바닐라농장이 있는 타히티로

떠나게 된다. 앰브로즈를 만나 온통 세상이 장미빛이었던 때에 그녀의 에너지는 넘쳤고 학문은 빛을 발했었다.

하지만 사랑이 사라지고 그가 떠난 후 화이트에이커의 마굿간에 꾸며진 자신의 서재에 갇힌 앨마는 죽음과도 같은 어둠에 휩싸인다.

1851년 5월 타히티 마타바이만에서 37년 째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프랜시스 웰스 목사로 부터 앰브로즈가 감염으로 숨을 거두었다는

편지를 받는다. 앨마는 깊은 충격에 빠졌고 아버지의 병은 점점 깊어만 갔다.

그로 부터 다섯 달 뒤 앨마는 아버지의 충실한 부하인 딕 얀시로부터 앰브로즈의 작고 낡은 가죽가방을 전달받게 된다.

그 가방속에는 앰브로즈가 남긴 그림들이 남아있었는데..뒷면에 내일 아침이라고 씌여진 나체 남자의 그림을 보고 경악한다.

앨마는 앰브로즈가 남색이었음을 확신하게 된다.

그 해 가을 제왕이었고 폭군이었던 핸리가 세상을 떠났다. 오래전 결혼으로 떠나간 양딸 프루던스와 한네커에게는 한 푼도

유산도 남기지 않은 채 모든 재산은 앨마에게 남겨졌다.

장례식이 끝난 후 오랜세월 화이트에이커를 진두지휘해왔던 한네커는 오랜 비밀을 앨마에게 전하게 된다.

프루던스가 왜 아무 연애감정도 없던 가정교사인 아서 딕슨과 결혼했는지...조지가 갑작스럽게 레타와 결혼했는지도.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줄 몰랐던 프루던스는 음탕한 생모의 아름다움을 물려받는 자신의 외모가 주목받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어느 날 앨마가 조지를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 하던 날 표정없이 듣고 있었던 프루던스는 사실 조지를 사랑하고 있었다.

조지 역시 프루던스를 사랑하고 청혼했지만 프루던스는 앨마를 생각해서 거절하고 만 것이었다.

 

자신의 판단을 믿어왔었고 모두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사실은 자신을 배려했던 일을 알게된 앨마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자신이 당연하게 누려왔던 부가 온전히 다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화이트에이커를 노예해방을

위해 헌신하던 프루던스에게 상속하고 앰브로즈의 유일한 유품인 가방속에 있던 그림의 비밀을 찾아 타히티로 떠난다.

 

왜 앨마는 자신의 아버지인 핸리가 평생 쌓아두었던 부를 버린 채 자신을 배신하고 쫓겨난 앰브로즈의 그림에 집착했던 것일까.

아름다운 소년의 나체에서 남색의 기미를 찾아낸 앨마는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믿었던 앰브로즈에게 무엇을 증명받고

싶었던 것일까. 태어나서 한 번도 화이트에이커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던 앨마가 원시의 타히티라니..

 

생각대로 타히티는 문명과는 정반대인 세상이었다. 모기와 도마뱀과 질병과 소통의 부재인 땅에서 앨마는 소년의 흔적을

찾기위해 애쓴다. 앰브로즈의 사망소식을 알렸던 웰스 목사는 기독교신앙의 고루함에서 벗어나 타히티만의 기독교로 많은 사람들을

개종시켰고 그의 선교로 또다른 목사가 된 양아들중에 그림속의 남자가 있음을 알게된다.

타히티 전사의 전투를 이끌었던 웅변가의 아들이었던 '내일 아침'-본명의 어감이 tomorrow morning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

을 통해 앰브로즈의 죽음의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세상에세 유일하게 자신을 여자로 사랑했던 앰브로즈의 사랑은 한 마디로 아카페적인 사랑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에로스를 배제한 교감을 이해하지 못했던 앨마는 깊은 상처로부터 회복되고..

어머니의 고향인 네덜란드로 향한다.

 

어머니가 태어나고 자랐던 호르투스 식물원에는 외삼촌이 책임자로 있었다.

앨마는 처음 만난 데이스 삼촌에게 그동안의 논문을 건네며 식물원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끼를 연구하는 선태학자로서 앨마는 획기적인 논문을 완성하게 된다. 논문에 감동한 삼촌은 그녀를 받아들이고 그녀의 논문을

출판하라고 설득한다. 하지만 앨마는 자신의 논문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판할 수 없다고 거절한다.

그녀가 미완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같은 생물종이면서 진화와 도태를 반복한 인류가 왜 이기적인 생물들처럼 살아가지 않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었다. 프루던스와 앰브로즈가 그랬던 것처럼...자신의 삶은 포기한 채 이타적인 삶을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아름답거나 뛰어나거나 독창적이거나 우아한 사람이 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아니었다. 살아남는 이는 때로 가장 가차

없거나 운이 좋거나 고집스러운 사람이었다. 변화를 감당하는 비법은 가능한 한 오래도록 삶의 시험을 견디는 것이었다.'-331p

 

'종의 기원에 관하여'를 쓴 다윈과 그와 같은 이론을 정립한 윌리스는 앨마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었다.

다만 다윈은 누구보다 먼저 자신의 논문을 발표하여 영웅이 되었고 다윈을 존경했던 윌리스는 그를 위해 논문을 포기했을 뿐이다.

앨마 역시 그 두사람이 영광을 차지하도록 자신의 논문을 영원히 묻게된다.

여성에게 학문이 금기시되던 시대..세상을 놀라게했던 대학자와 같은 반열에 서있었다는 것으로 그녀는 행복을 느꼈다.

 

이 소설은 아직 여성의 영역이 좁았던 시대 막대한 부와 부모의 정성으로 자신을 길을 찾았던 한 여성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꽃처럼 아름다워야만 주목받았던 시대에 못생긴 외모였지만 좀 더 아름다운 학문으로 자신을 드러냈던 앨마의 생을 통해 삶의 시험을

견디고 살아남은 진정한 아름다운 삶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보다 아름다웠던 프루던스와 레타는 결코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했었다.

이기적인 삶으로 살아남은 수많은 생물종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타적인 삶으로 생존경쟁에서 스러진 인간들을 대비하면서

펼쳐지는 스토리가 아주 이색적인 느낌이다. 자칫 지루할지도 모를 과학에 관한 저자의 안목에 탄복하게 된다.

앨마가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의 반바퀴를 도는 여정 또한 상당한 지식없이는 구현되기 어려운 대목들이다.

앰브로즈의 신비로운 난초화에 못지않은 삽화가 곁들여진 이 소설을 이틀만에 읽었을 만큼 내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소심하지만 순수했던 사랑과 도덕이 강조된 시대에 꿈틀거리며 솟구치던 성적인 욕망들..

200여년 전의 세계정세를 꿰뚫어 풀어낸 여정또한 놀랍다. 저자는 상당한 과학적 지식을 탐구했을 것이다.

타히티 해변에서 포효했던 앨마처럼 저자는 '모든 것의 이름으로'라는 책으로 자신을 입증했다.

성년을 맞은 세대에게 전해주고 싶었다던 민음사의 의도가 얼마나 적절했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 감명깊은 소설이다.

세상을 향해 한 발을 내 딛는 여린 여성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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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이름으로 1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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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핸리 휘태커는 1760년 영국 런던 템스 강 유역의 리치먼드 마을에 있는 큐 가든 공원의 과수원지기의 여섯 아들중 막내로

태어났다. 도덕적이고 무력한 아버지와 거친 형들과는 다르게 영민하고 부에 대한 욕심이 과했던 핸리는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귀족인 조지프 뱅크스경의 가든에서 도둑질을 시작한다.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왕립 식물원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조지프 뱅크스는 세계각지를 돌며 희귀한 수목을을 모았고

세계각지의 식물학자나 부유한 사람들은 그 수목들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죽어가는 사과나무를 살려낼 정도로 유능한 아버지를 둔 핸리는 수목원의 귀한 수목들이 돈이 될 것을 알았고 몰래 훔쳐내어

팔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잠든 줄 알았던 아버지가 깨어나 현장을 보고 조지프경에게 고백하는 바람에 핸리는 조지프경에게

끌려가게 된다. 당시 도둑질을 큰 사회적 범죄로 교수형에 당할 정도로 엄한 처벌이 뒤따랐다.

핸리는 타고난 배짱으로 조지프경에게 도둑임을 당당히 밝히고 자신이 얼마나 재능이 많은 사람인지를 피력하게 된다.

확실히 무식한 고용인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간파한 조지프경은 자신이 살려낸 아이가 과연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해 핸리를 쿡선장의 배에 태워 3년이란 기간동안 세상을 돌아보게 한다.

조지프경을 능가하는 신사가 되고 부자가 되기위해 핸리는 힘든 항해와 거친 선원들의 장난을 이기고 아직 원시를 간직한 세상을

돌며 귀한 식물과 수목들을 채취하고 기록하게 된다.

3년 뒤 조지프경에게 당당하게 돌아온 핸리는 다시 페루로 떠나게 된다. 당시 세계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로 유일하게 인정받던

기나나무의 가치를 알아본 핸리는 좀 더 많은 채취를 위해 환경조건이 비슷한 인도에서 키워보기로 결심한다.

영국으로 돌아온 핸리는 조지프경이 자신의 업적을 알아주고 왕립학회 회원으로 추천해주길 부탁하지만 조지프는 단번에

거절한다. 화가난 핸리는 그동안 도둑질했던 돈과 임금을 모아 네덜란드로 떠나게 된다.

 

6년 뒤 핸리는 부자가 되었고 자바에 있는 기나나무농장은 번창하고 있었다.

서른 한 살이 된 핸리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하기로 하고 영리하면서도 정숙한 네덜란드인 아내 베아트릭스 반

데벤데르를 맞이하게 된다. 처가의 극심한 반대에 두 사람은 반 데벤데르가와 인연을 끊기로 하고 미국으로 향한다.

1793년 초에 필라델피아에 도착한 핸리부부는 화이트에이커라고 명명한 성을 짓고 거대한 부를 쌓아나간다.

1800년 1월 5일 자식운이 없었던 핸리부부는 몇 번의 실패끝에 유일한 핏줄인 딸 앨마를 얻는다.

앨마는 화이트에이커의 유일한 공주였고 세상은 온통 그녀의 것인 양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사실 앨마는 붉은 피부를 가진 못생긴 아이였다. 하지만 영리한 머리를 가진 앨마는 엄마인 베아트릭스의 엄격한 교육으로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 라틴어까지 능통한 아이로 자라게 된다.

 

핸리가 꾸며놓은 아름다운 온실과 정원에 둘러쌓인 앨마는 식물학공부에 재능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핸리 부부는 화이트에이커의 수석 정원사가 음탕했던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하자 그녀의 딸인 폴리를 입양하여

프루던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동갑인 앨마와 자매처럼 키우게 된다.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프루던스는 외로 컴플렉스가 있던 앨마에게 열등감을 불러일으키고 프루던스 역시 뛰어난 머리를

지닌 앨마에게 주눅이 든다.

 

거대한 화이트에이커의 성에 유일한 또래인 앨마와 프루던스는 묘한 거리감이 있었다.

그러던 중 이웃에 엉뚱 발랄한 아가씨 레타가 그녀들의 친구로 등장하게 된다. 예쁜 외모를 지녔지만 조금 모자란 듯한 레타는

경직된 화이트에이커에 웃음을 선사하는 선물이 된다.

 

앨마는 출판업자인 조지와 책을 출판하면서 교류를 해오고 있었다. 그의 뛰어난 지성에 매력을 느낀 앨마는 그를 사랑하지만

소심한 성격에 내색을 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의견을 결코 말하지 않던 프루던스는 자신들의 가정교사였던

딕슨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동안 둘 사이에 연애가 있었다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터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앨마가 사랑했던 조지 역시 그녀들의 앵무새 친구 레타와 결혼한다고 선언한다.

앨마는 프루던스와 레타의 결혼에 절망하고 만다.

자신이 사랑했던 조지가 사랑하는 친구 레타와 결혼한다는 충격과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으로 상처받지만 엄마의 충직한

하녀이며 자신의 유모인 한네커의 조언으로 다시 힘을 낸다.

 

사실 앨마는 핸리의 욕심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끌어모은 도서를 정리하는 중에 발결한 '쿰 그라노 살리스'라는 책으로

인해 성의 신비를 알게 되었고 자위를 통해 엄청난 쾌락을 즐기고 있었다.

어두운 제본실에서 몰래 자위행위를 하면서 그녀는 늘 죄책감을 느꼈고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맹세했지만 유혹은 너무 강렬했다.

하지만 못생긴 자신에게도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떳떳한 성을 누릴 수 있을리라는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앨마는 깊은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새로운 식물학에 몰입하게 되는데 바로 이끼였다.

조용하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이끼에 매력을 느낀 앨마는 화이트에이커의 온실과 저택뒤의 울창한 숲에서 이끼를 채취하고

공부하면서 자신만의 학문을 키워나간다.

그런 그녀에게 조지는 난초 석판화를 보여준다. 그 그림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실물과 똑 같았다.

그 석판화를 그린 사람은 바로 앰브로즈 파이크로 16년간 밀림을 떠돌면서 식물을 연구하고 그림을 그리다가 최근에 메사추세츠로

돌아온 남자였다.

그의 그림에 깊은 감동을 느낀 앨마는 그의 그림출판을 돕기로 하고 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기에 이른다.

자신보다 열 살이나 어린 앰브로즈는 선한 영혼과 배려를 지닌 따뜻한 사람이었고 앨마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하버드를 다니다가 정신병자로 몰려 밀림으로 들어간 앰브로즈는 신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간 남자였고 그를 통해 정신적인 교감을

느낀 앨마는 그와 결혼을 결심한다.

 

지금부터 200여년 전 막 과학이 세상에 증명되기 시작할 무렵이었고 여전히 질병은 수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시기에 부에 눈을 떠

엄청난 부를 축적한 아버지를 둔 앨마가 감옥과도 같은 화이트에이커에서 학문에 눈을 뜨는 과정이 펼쳐져 있다.

모든 걸 가졌지만 소심하고 영민했던 앨마가 세상과의 소통보다는 성안의 식물들과 교감하는 편이 훨씬 더 자유로왔을 것이다.

엄격한 어머니의 교육으로 지적인 능력과 자제심을 익힌 앨마에게 유일한 핸디캡은 큰 키에 우람한 체구, 그리고 못생긴 외모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첫사랑이었던 조지가 친구인 레타와 결혼하자 깊은 절망에 빠졌던 앨마는 새로운 이끼공부로 자신을 추스리게 되고

맑은 영혼과 깊은 신앙심을 지닌 앰브로즈와 사랑에 빠지면서 그녀의 인생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들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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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정태원 옮김 / 검은숲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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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러리 퀸은 소설을 쓰기 위해 조용하지만 동네에 모든 사람들이 소문을 공유하는 소도시 라이츠빌을 찾아온다.  

마침 라이츠빌은 새로운 공장들이 들어서 많은 인력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집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던 부동산업자는 앨러리가 작가라는 사실을 말하자 흔쾌히 한 집을 소개하게 된다.

마을을 창조했고 거대한 금융회사의 사장인 라이트 부부가 지은 빈 집이었다.

그 집은 라이트의 둘째 딸인 노라의 결혼을 위해 지었지만 결혼 이틀 전에 신랑인 짐이 갑자기 사라져버려 빈 집이

된 곳이었다. 그 집을 짓고 나서 흉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 마을사람들은 그 집을 흉가라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미신따위는 믿지 않을 것 같은 작가 앨러리에게는 그만한 집이 없겠다는 부동산업자의 판단으로 앨러리는

6개월간 집을 빌리기고 계약을 하게 된다.

 

앨러리가 작가라는 말에 흔쾌히 집을 빌려준 라이트 부부에게는 세 딸이 있었는데 큰 딸 롤라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다가 이혼한 후 저택에서 떨어진 곳에 혼자 살고 있었고 노라는 짐이 떠나버린 후 상심한 채

보내고 있었다. 막내딸 퍼트리샤만은 유쾌하고 머리가 좋아서 집안의 우울한 분위기를 밝게하는 유일한 딸이었다.

 

하지만 앨러리가 그 집에 들어온 후 갑자기 떠나갔던 노라의 약혼자 짐이 돌아오고 둘은 전격 결혼하기에 이른다.

할 수 없이 노라의 몫으로 지어졌던 집을 비워주고 라이트부부의 집으로 옮겨간 앨러리에게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게 된다. 아니 엄격하게 말하면 라이트씨의 저택에 재앙이 시작된 것이다.

 

짐의 이삿짐에서 우연히 세통의 편지가 발견되고 편지가 끼워져 있던 독물학책에는 비소가 소개된 부분이 접혀져 있었다.

마침 이 상황을 지켜보게 된 앨러리와 막내딸 퍼트리샤는 짐이 노라를 살해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세 통의 편지에는 자신의 아내가 죽어가고 있다거나 죽었다는 내용이 있었고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편지가 씌여진 날짜에

노라가 비소에 중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앨러리와 퍼트리샤는 짐을 더욱 의심하게 되고 죽음이 씌워져있던 날짜인 1월1일의 전날인 새해전야제 파티에서 짐을

감시하게 된다. 하지만 앨러리의 매같은 눈길에도 불구하고 다니러 와있던 짐의 여동생 로즈메리가 독살되고 만다.

로즈메리가 마셨던 칵테일을 만들었던 짐이 범인으로 체포되고 노라는 충격으로 쓰러진다.

범인으로 지목된 짐은 이제 거의 사형을 면할 방법이 없을만큼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고 재판의 마지막 순간 퍼트리샤의

증언으로 재판은 무효가 되기에 이른다. 영민한 퍼트리샤는 사랑하는 언니 노라를 위해 형부인 짐을 구하려고 일부러

배심원중 한 명에게 접근하여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짐은 다시 재판을 받기위해 수감되고 노라는 충격으로 임신했던 아이를 6개월만에 제왕절개로 낳아놓고 죽고만다.

노라의 장례식날 묘지에 나타난 짐은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던 중 탈출을 하게 되고...

 

모든 미스터리물의 압권은 바로 반전이다. 이 책을 읽는동안 독살된 로즈매리를 누가 죽였을까 하는 의문으노 나는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을 범인으로 대입해보았다. 분명 방탕하고 천박하게 보이는 로즈메리가 짐의 친여동생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녀가 왜 여동생을 가장하고 마을에 나타났는지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 노라에게도 말하지 못할만큼 짐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어쩌면 죽을 사람이 죽었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왜 짐은 그 사실을 끝내 밝히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 것일까.

그리고 작가이며 탐정인 앨러리는 왜 뒤이은 죽음들을 막지 못했을까...끝까지 진실을 알지 못했던 것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이 정리된 후 마을을 떠났던 앨러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시 마을을 찾는다.

 

그 역시 퍼트리샤가 말했던 마지막 힌트를 듣지 못했다면 영원히 진실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힌트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돌이킬 수 없는 죽음들이 지나가고 진실이 묻힐뻔한 순간 다시 나타난 앨러리는

퍼트리샤에게 진실을 말한다. 너무가 고통스런 진실이었기에 앨러리는 주저했던 것이다.

하지만 퍼트리샤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기에 퍼트리샤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을 말한다.

 

흔히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더니 자신의 삶을 파괴한 남자에게 보낸 복수는 통쾌하기보다는 가슴아프다.

그나마 자신의 죄를 스스로 단죄한 남자의 최후가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역동적이지 않지만 사건 현장에 은근히 끌려들어가는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지막 반전은 가장 합리적인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른 미스터리물들의 주인공과는 달리 앨러리는 너무 감성적인 인물이

아닌가 싶다. 작가이면서 스스로 범인을 쫓는 주인공 앨러리는 바로 작가 자신의 모습이라는게 흥미롭다.

오래전 작품이지만 지금도 손색없는 멋진 작품이라 하루만에 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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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 더 깊고 강한, 아름다운 당신을 위한 마음의 당부
김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그 여자가 왜 좋았어요?"

"마음이 좋았어요."

오늘 아침 TV에 나온 신혼부부에게 누군가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MC가 말합니다. "마음은 보이지도 않는데?"

순간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흔히 외모야 보이는 것이니 당연히 눈에 들어올테고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것이죠. 누군가는 보여지는 모습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더 들여다보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목처럼 '삶이 내게 무엇을 물었는지' 스스로 물어보게 됩니다.

사실 시험시간에 받아든 질문이 가득한 질문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질문지를 받아든 느낌입니다.

 

꽃이 만발한 봄의 절정기에 내게 온 이 책에는 삶이 내게 물어온 거의 200여개의 질문에 대한 정답이 적힌 정답지입니다.

 

피곤에 지쳐 사러간 의자가 그렇게 편하더랍니다. 하지만 배달되어 온 의자는 그 날처럼 편하지 않았다죠.

그래서 너무 피곤할 때에는 의자를 사지 말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하지 않은 의자를 받아든 여자는 방구석에

놓아두었답니다. 앞으로 해 질 무렵에 의자를 사려 할 때나, 나쁜 선택에 유혹을 느낄 때 일종의 경고처럼 바라보기 위해서.

내 집을 둘러보았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샀던 물건들이 지금은 푸대접을 받아 먼지가 뽀얀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도 있고

아예 쓸모가 없어져 누구에겐가 주었던 물건들도 있었을겁니다. 문득 나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잣대하나가 내 가슴속에

있는지 마음에게도 묻게 됩니다.

 

'수행이란 행동을 통해 마음을 닦는 것. 그렇다면 일상은 가장 훌륭한 교과서다. 걸레질을 하는 것도. 매일 대하는 서류를

넘기는 것도, 집을 나서서 정류장까지 걷는 것도 모두 다 마음을 닦는 수행이다.'  -본문중에서

 

갑자기 지리멸멸하고 그날이 그날 같아 시들했던 일상들이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비슷 비슷한 삶을 사는 누구에겐가는

걸레질 하나도 수행이라는데 나는 귀찮고 번거롭게만 생각했던 일 그 자체로만 남아있구나 싶었습니다.

 

문득 세 사람을 같은 길을 걸어가면 그 중 반드시 스승이 있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이 정답지에는 정답뿐만 아니라 숨었던 지혜까지 끄집어내는 재주가 있는 모양입니다.

치앙마이의 국수가게 사람들의 선행을 보노라니 이웃이 잘되면 배가 아픈 우리들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누군가 잡혀가면 왜 나만 잡아가느냐며 숨은 사람들까지 고자질해서 같이 감옥을 가야 공평해 보인다는 우리나라사람들 속성도 떠올랐습니다. 분명 나도 잘되는 이웃이 반갑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사람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일도 귀찮아했던 내가 삶이 물어오는 심오한 질문에 정답을 제출할 능력은 없어보입니다.

그래도 이 책으로 살짝 예습을 한다면 몇 문제쯤은 정답을 채워넣지 않을까요?

말하자면 이 책은 내게 어린 시절 가난한 집에서는 사지 못했던 표준전과이고 수련장인 셈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아주 많이 늦었지만 조금은 보충할 시간이 남아있지 않을까 하면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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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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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왜 사랑받을 자격이 넘치는 사람들이 세상을 먼저 떠나는 것인지 신에게 묻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실력있는 영문과교수이면서 감동적인 글을 써서 우리에게 따뜻함을 나누어주었던 장영희씨가 세상을 떠난지

어언 5년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빈 자리는 너무도 컸습니다.

 

겨울의 그 삭막함속에 죽은 듯 스러져있던 잡초들이 봄이 오면 다시 되살아나듯 이 봄 그녀가 다시 살아온 것만 같은

반가운 책이 나를 찾았습니다.

 

그녀보다 두어 달 먼저 세상을 떠났던 김점선화백의 그림도 다시 살아났습니다.

생전에 자매처럼 다정했던 두 사람은 그 봄 같이 떠남으로써 친한 티를 내더니만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아름다운 시로,

그림으로 다시 우리에게 그리움을 전해줍니다.

 

 

하늘나라에서 다정하게 손 붙잡고 기뻐하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나에게 영미 시는 윌리엄 워즈워드나 로버트 프러스트의 시가 고작이었습니다.

특히 프러스트의 '가지 못한 길'은 평생 내 마음을 흔드는 소중한 시 입니다.

 

 

사실 영미 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시 자체가 단어의 조그만 변화에도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하물며 영어를 작가의 의도가 살아나도록 번역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일 겁니다.

이 '가지 못한 길'도 내가 알던 시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노란 숲속에 길이 두갈래 있었습니다. 나는 두 갈래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장교수는 이 시를 '몸 하나로 두 길 갈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라고 번역하였습니다.

 one traveler 나 I could not travel both..라는 문구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나에게도 원문에 상당히 충실한 번역으로 느껴집니다.

아마 다른 번역가가 다시 쓴다면 또 다른 표현이 나올수도 있는 것이 영미 시의 특징이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단지 번역가가 아닌 거의 시인의 감성을 지닌 작가가 번역을 하였다면 원작에 훨씬 가까운 시가 표현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장교수가 만난 시들은 정말 제대로 임자를 만난 셈입니다.

 

 

A.E. 하우스먼의 '나무 중 제일 예쁜 나무, 벚나무'에서 '이제 내 칠십 인생에서 스무 해는 다시 오지 않으리. 일흔 봄에서

스물을 빼면 고작 쉰 번이 남는구나'라는 싯귀를 보고 '쉰 번의 봄이 많지 않다니, 그러면 채 스무 번도 남지 않은 저는

어쩌란 말인지요'라고 아쉬워합니다. 언제 이 시를 번역하였는지 모르지만 장교수가 그 뒤 몇 번의 봄을 맞았는지 궁금해집니다.

문득 다가오는 봄 속에 내가 숨쉬며 살아 있다는 사실이 눈물겹도록 감사하다는 그녀의 이 말이 가슴을 칩니다.

이 글에서처럼 제대로 된 꽃구경은 나섰을까요. 다시 몇 번을 맞을 봄이라도 당장 지금의 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녀는 알았을까요.

 

미국의 애표 여류시인인 에밀리 디킨스의 3월이란 시에서

'3월님 이시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일전에 한참 찾았거든요.' 하고 긴 겨울을 지나 힘겹게 다시 찾아온 3월을 예찬하고 반갑게 맞이합니다.

나는 이 시를 이렇게 고쳐쓰고 싶습니다.

'장영희님 이시군요, 어서 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다시 만나지 못할까봐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다시, 봄!

그녀가 무척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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