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구멍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 클래식 3
반성희 그림, 이민숙 글 / 책고래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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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만나면 반가운 책은 역시 동화가 아닐까요.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고 나쁜 사람에게는 벌을 준다는 아주 뻔한 결말을 알면서도

바로 그런 정직한 스토리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나라와 나라간의 무역을 엄격하게 다뤘다고 하는데요.

비록 계급은 중인 신분이지만 무역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역관(통역관)들은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웬만한 양반보다 잘사는 역관들이 많았다고 하니 이 글의 주인공 현씨 역시 무역으로 재미를 쏠쏠히 본 모양이에요.



청나라를 오가면서 통역일을 했지만 현씨는 역관일 보다는 탐나는 물건을 꿀꺽 꿀꺽 하는 일에 재미가 났다네요.

나중에 몇 배로 갚겠다고 허풍을 치고는 돈을 꿀꺽하고는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짓고 살았다나봐요.

마을사람들이 인삼이나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시침을 뚝 떼고 나 몰라라 했다니 여간 욕심쟁이가 아니네요.  그러던 어느 날, 도사가 나타나서 동전 하나로 도술을 부렸답니다.

작은 동전이 수레바퀴만큼이나 커져서 사람이 드나들 만해 졌는데 도사는 절대로 구멍안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당부했지요.  하지만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게 사람 마음 아니겠어요.

특히 욕심쟁이 현씨는 구멍안이 궁금해서 좀이 쑤시다 못해 결국 구멍안으로 쏙 들어가고 말았답니다.



구멍 안으로 들어간 현씨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도사의 말을 어겼으니 큰 벌이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요.

금도끼 은도끼에 나오는 욕심쟁이 나무꾼도 그렇고 보물이 나오는 박을 욕심내던 놀부가 그렇듯이 욕심쟁이들은 끝내 벌을 받고 말잖아요.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욕심내지 않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 행복한 삶이 아니겠어요? 요즘 아이들 자기만 알고 배려가 부족하잖아요.  요런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착한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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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나카지마 교코 지음, 승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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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 비해 가지도 많지 않은 나무에 폭풍이 가실 날이 없다면.

72세 전직 치과의사인 히다 류타로는 은퇴 후 틀니를 만들고 바둑을 두는 일로 소일하고 있다.

66세인 아내 하루코와는 큰 잡음없이 노후를 보내고 있고 다만 아흔이 넘어 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 다케를 모시는 일이 좀 부담스럽긴 하겠다. 큰 딸인 이쓰코가 남편인 소스케의 사업실패로 다시 집에 들어오게 되고 둘째 딸인 도모에게 이혼 후 다시 본가로 들어오는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조용했던, 아니 조용해 보였던 집구석은 다시 번잡스러워지기 시작한다.



길어지는 불황에 사업실패는 흔한 일이고 한집 걸러 이혼이 대세인 요즘 이혼하고 다시 돌아온 딸도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임신이라니...더구나 헤어진 사위의 아이가 아니라고?

동거는 필수도 임신은 선택이라는 요즘같은 세상에 사건아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미혼모가 된 둘째 딸의 귀환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나이 서른을 먹도록 방구석에 박힌 막내아들 가쓰로는 또 어떻고.

사실 가쓰로의 존재는 히다 집안에서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가쓰로 자신도 그렇게 잊혀진 인물이 된 것이 더 편할 지경이 되었다. 가쓰로의 방안에서 무슨일들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그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정도만 인지될 뿐.



치열하게 사춘기와 싸우고 있는 소스케와 이쓰코의 외아들 사토루는 나름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명문중학교에서 졸지에 일반 공립 중학교로 전학, 아니 전락해버린 사토루는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 '공립 중학교 서바이벌 메뉴얼'을 만들어 실천중이다. 결코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라. 나름 사회생활 계획성이 있다.

친정엄마 다케를 성심껏 돌보고 있는 하루코는 전형적인 일본 엄마의 모습이다.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열심히 키워낸, 자신의 삶보다는 가족의 삶을 우선했던 하루코는 오랜만의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불행을 하소연하고 싶었다.

하지만 얼핏 부러워보이던 친구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그들도 하루코의 벼락같은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조금 안심이 될 정도이다. 사위의 파산으로 동반자살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도모에의 요상스런 임신도 생명의 소중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 하기로 했다.



이 엄청난 사건의 중심에 있던 가장 류타로는 제멋대로 들어왔다가 또다시 나갔다를 반복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인 양 자기 멋대로인 가족들을 보며 울분을 느낀다. 하지만 이제 류타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저 지켜봐주는 수밖에.

그나마 실패한 인생을 만회해보려 다시 들어온 가족들에게 방이라도 내어줄 수 있음을 다행이라고나 할까.


히다의 가족들은 전혀 특별하고 엉뚱한 사람들이 아니다. 바로 이웃일 수도 있고 아니 내 가족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만 인생의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갑작스런 고난으로 잠시 휘청거렸을 뿐이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다시 품어주고 힘을 주는 것. 누구의 간섭도 없이 스스로 다시 자신을 길을 찾아낸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히다씨네 집 울타리안에 얽혀있는 사람들로 봤을때는 다들 한심해 보였던 모습들이 각자의 눈으로 풀어쓴 글을 보니 나름 열심히 살았던 흔적들이 느껴진다. 그리고 스스로 다시 일어설 힘을 얻어가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나도 돌뿌리에 넘어지고 험한 산을 넘어보지 않았던가. 그래도 이렇게 품어주는 가족들이 있다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을게다.

오래전 전쟁을 겪은 세대부터 스마트폰 세대에 이르는 다양한 세대가 앓고 있는 어려움을 아주 잘 짚어낸 수작이다.

겉 도는듯 해도 결국 뭉칠 수 밖에 없는 따뜻한 가족들의 모습을 잘 풀어냈다.

우리와 비슷한 문화를 지닌 일본의 가족적인 모습이라 더 공감이 컸다.

열심히 산다고 해도 길이 보이지 않는 시대라고들 한다. 그래도 여전히 힘든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건 가족임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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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즐거움 - 7:5:1 정리 법칙으로 일상이 행복해지는 기술
야마시타 히데코 지음, 박선형 옮김 / 생각정거장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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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온다고 하면 일단 걱정부터 앞선다. 집을 청소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마음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가족들이야 지저분한 집안이 익숙하니까 그렇쳐도 손님들에게 보여주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정리 정돈이

필요한 나로서는 이 책이 너무 든든하게 다가온다.

 


일단 버려야 깨끗해진다 라는 저자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지금도 옷장안에는 언젠가 입으리라 마음먹고

버티는 옷들이 엄청나다. 사실 거의 입을 가능성이 없으면서도 말이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것들은 고급으로 산다는 저자의 용기가 참으로 부럽다.

만원에 몇 장하는 팬티가 아닌 백만원에 가까운 속옷을 사다니...하지만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에 확 마음이 끌린다.



정리정돈도 힘들지만 사실 청소도 만만치 않다. 한 달에 한 두번 몰아서 대청소를 하는데 저자의 말을 빌면 절대 대청소를 하지 말란다. 그 때 그 때 밀지 말고 바로바로 하는 것이 진리란다.

특히 미끈거리는 물때에 예전에 질투가 많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친구 이름을 붙여 청소한다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싫은 사람 이름을 부르며 물때를 닦노라면 너무 깨끗하게 청소가 될 것만 같다.



저자의 정리 법칙은 상식을 깨는 비법이 너무도 많다. 화장실에 슬리퍼를 없애다니...화장실은 멀리 두고 싶은 장소가 아니고 식탁만큼 친근한 장소라는 이야기에 또 공감 한표!

반짝 반짝 윤이 나게 청소한 화장실이라면 언제든 맨발로 다녀도 편하지 않을까.

하지만 청소도구나 목욕용품들을 어디다 숨겨두나.



얼마전 냉장고를 정리하면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요리재료들을 보며 언제 이걸 넣어두었나 놀랐었다.

건망증이 심해지는 나이가 되면서 냉장고는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뚱딴지가 되어 버렸다.

채소를 잘게 잘라 냉동고에 넣어두는 팁은 센스가 돋보인다.

그리고 아주 훌륭한 도자기 작품이며 그림같은 것들을 아끼지 말고 사들여 집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정말 부럽다.

단지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안목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어서 더욱 그렇다.

아 조만간 집을 몽땅 뒤집어야 할 것 같다. '버리는 즐거움'을 만끽 하려면.

워낙 정리 정돈에 능한 일본인의 특성을 살린 이 책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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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이재익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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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내기인 내가 가장 가기 싫었던 동네가 바로 영등포였다.  지금은 환골탈태의 모습으로 번쩍거리는 모습이지만 아직도 뒷골목은 예전의 그 어두운 모습들이 공존하는 동네이다.  복합 쇼핑몰로 다시

지어진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거대한 타임스퀘어가 들어섰고 건너편에도 깔끔한 쇼핑몰과  건물들이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시장골목과 건너편 철공소골목들이 건재하고 있는 곳!

작년에 타임스퀘어내에 있는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무심히 돌아나오다가 마주친 홍등가의 모습을 보고 큰충격을 받았었다. 이 책의 작가도 바로 그 지점에서 나처럼 큰충격을 느꼈다고 했다.

청량리역 역시 백화점과 연계된 복합쇼핑타운으로 거듭났지만 아직도 588의 흔적이 조금쯤 남아있는 것처럼 영등포에도 거리의 여자들이 아직 남아있었다니...

그 뒷골목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쇼윈도우 앞에 앉아 남자들을 기다리는 여자들, 그리고 그런 여자들을 고용한 포주들, 심부름과 시끄러운 뒷일을 처리해주는 삼촌들...나름대로 꽤 짜임새있는 구성이다.

첫 희생자는 삼촌들중에 하나였던 도영철. 비록 뒷골목에서 살았지만 평판이 좋았던 영철은 적의가 가득한 자상이 난무한 상태로 과다출혈로 숨졌다. 하필 자신이 돌보던 뒷골목의 여자 미선에게 발견되었다.

청량리 588에서 포주로 군림하다 영등포로 들어온 이남순 노파는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되었지만 잠원동 자택에서 살해당한다. 그녀 역시 영등포 뒷골목의 포주였기에 연쇄살인 두번째 희생자로 이름을 올린다.



영등포 뒷골목에서는 모든 사람을 네 개의 이름으로 부른다고 하던가. 삼촌, 이모에 이어 다음 희생자는 아가씨일것 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그 골목에서 가장 착한 아가씨 미선의 손님이었던 남자가 살해당한다.

그가 처음 미선을 찾아와 성을 사고 서로의 이름을 나누는 장면은 참 리얼하다.

그 골목의 여자를 15분동안 7만원에 살 수 있고 그 사이 남자들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해야 한다.

혹자는 성매매가 존재하지 않으면 범죄가 더 늘어난다고도 하고 완전히 없애는건 불가능하다고도 한다.

오래전에는 인신매매에 의해 여자들이 끌려가 성매매를 강요받기도 했고 이 소설의 키워드가 바로 그 시절의 사건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연쇄살인으로 아내를 잃고 메마른 가슴으로 살아가던 구형사와 엄마와 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영등포 뒷골목을 찾아든 미선의 사랑이야기가 아련하다. 이런 사랑이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굉장한 트릭이나 스릴러는 없지만 현재진행형인 영등포 뒷골목의 이야기는 상당히 리얼하다.

거대한 타운안에 지하도시처럼 어둡게 존재하는 그곳의 사람들을 우리는 외면해야만 할까.

소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화재장면은 과거의 아픔을 지우고 싶은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여전히 그 골목이 존재해야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이 가슴아프다.

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도 있는 법! 우리는 절대 들여다볼 수 없었던 골목 이야기에 잠시 마음이 가라앉았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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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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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고만 여겼던 인문학이 몇 년 동안 꾸준히 낮은 포복으로 우리에게 왔다.

때로는 노숙자에게 때로는 교도소 수용자들에게 다가가 새로운 힘을 불러 일으켰다.



왜 우리에게 인문학이 필요한가? 최근에 인문학에 대한 책들이 꾸준히 나오면서 궁금했던 질문이다.

이 책은 이렇게 되묻는다. '당신은 어제와 같은 삶을 살 것인가?'

인문학에서 찾은 인생에 대한 해답이 궁금하다.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했던 수업을 정리한 이 책에는 인문학이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 부수는 명 강연도 수두룩하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면 호프집과 막걸리집을 들먹이며 길을 알려주고 목사님은 교회를 가리키며 길을 알려준단다. 그리고 '+'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면 수학자는 덧셈,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 목사님은 십자가, 교통경찰은 사거리라고 답한다는 말이 걸작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나에게 인문학은 사색이고 역사며 퍼즐조각같다. 얼기 설기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맞추는 기분도 들고 뭔가 비어있던 곳을 꽉 채우는 느낌이랄까...아마 낮은 곳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도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은 무엇인지,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기어코 가야할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결국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을 만나고서야 새로운 길이 보이지 않을까. 낮은 포복으로 다가온 인문학을 만나고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들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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