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이재익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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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내기인 내가 가장 가기 싫었던 동네가 바로 영등포였다.  지금은 환골탈태의 모습으로 번쩍거리는 모습이지만 아직도 뒷골목은 예전의 그 어두운 모습들이 공존하는 동네이다.  복합 쇼핑몰로 다시

지어진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거대한 타임스퀘어가 들어섰고 건너편에도 깔끔한 쇼핑몰과  건물들이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시장골목과 건너편 철공소골목들이 건재하고 있는 곳!

작년에 타임스퀘어내에 있는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무심히 돌아나오다가 마주친 홍등가의 모습을 보고 큰충격을 받았었다. 이 책의 작가도 바로 그 지점에서 나처럼 큰충격을 느꼈다고 했다.

청량리역 역시 백화점과 연계된 복합쇼핑타운으로 거듭났지만 아직도 588의 흔적이 조금쯤 남아있는 것처럼 영등포에도 거리의 여자들이 아직 남아있었다니...

그 뒷골목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쇼윈도우 앞에 앉아 남자들을 기다리는 여자들, 그리고 그런 여자들을 고용한 포주들, 심부름과 시끄러운 뒷일을 처리해주는 삼촌들...나름대로 꽤 짜임새있는 구성이다.

첫 희생자는 삼촌들중에 하나였던 도영철. 비록 뒷골목에서 살았지만 평판이 좋았던 영철은 적의가 가득한 자상이 난무한 상태로 과다출혈로 숨졌다. 하필 자신이 돌보던 뒷골목의 여자 미선에게 발견되었다.

청량리 588에서 포주로 군림하다 영등포로 들어온 이남순 노파는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되었지만 잠원동 자택에서 살해당한다. 그녀 역시 영등포 뒷골목의 포주였기에 연쇄살인 두번째 희생자로 이름을 올린다.



영등포 뒷골목에서는 모든 사람을 네 개의 이름으로 부른다고 하던가. 삼촌, 이모에 이어 다음 희생자는 아가씨일것 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그 골목에서 가장 착한 아가씨 미선의 손님이었던 남자가 살해당한다.

그가 처음 미선을 찾아와 성을 사고 서로의 이름을 나누는 장면은 참 리얼하다.

그 골목의 여자를 15분동안 7만원에 살 수 있고 그 사이 남자들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해야 한다.

혹자는 성매매가 존재하지 않으면 범죄가 더 늘어난다고도 하고 완전히 없애는건 불가능하다고도 한다.

오래전에는 인신매매에 의해 여자들이 끌려가 성매매를 강요받기도 했고 이 소설의 키워드가 바로 그 시절의 사건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연쇄살인으로 아내를 잃고 메마른 가슴으로 살아가던 구형사와 엄마와 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영등포 뒷골목을 찾아든 미선의 사랑이야기가 아련하다. 이런 사랑이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굉장한 트릭이나 스릴러는 없지만 현재진행형인 영등포 뒷골목의 이야기는 상당히 리얼하다.

거대한 타운안에 지하도시처럼 어둡게 존재하는 그곳의 사람들을 우리는 외면해야만 할까.

소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화재장면은 과거의 아픔을 지우고 싶은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여전히 그 골목이 존재해야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이 가슴아프다.

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도 있는 법! 우리는 절대 들여다볼 수 없었던 골목 이야기에 잠시 마음이 가라앉았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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