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나태주의 인생 시집 1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니들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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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참 이렇게 어린아이같은 마음을 가지고 평생 살아온 사람이 있을까. 그 동심을 가진 큰 어른!

바로 시인 나태주님이시다. 이 불안과 우울의 시대에 눈시울이 시큰할 정도로 위안을 준다.

꾸며서는 절대 쓸 수없는 시, 그 마음이 시인의 선한 얼굴과 겹쳐 전해지면서 나도 웃게 된다.


발밑에 가엽게 핀 꽃 밟지 말라고 죄받는 일이라고 하시니 별하나 가슴에 품게 되고 길을 가다가 풀한포기도 피해가게 되네.


가슴속에 별이 품고 살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별이 되는 순간이 끝내 올거라고 그리고 죽으면 세상에서 가난하고 슬프게 살았지만 사랑하는 마음 잃지 않고 살았으니 별이 되리라고 해주니 가슴속 별이 반짝이고 나중에 하늘에 별이 되는 생각만으로도 힘든 오늘을 견디게 된다. 감사합니다.


나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으면 남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는걸 알면서도 나를 대접하지 않고 살아온 것 같다. 남들이 함부로 하면 화가 나지만 혹시 나를 함부로 준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술한테, 슬픔한테 절망한테 나를 맡긴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가장 아깝고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라고. 그래 분명 이 별에 이 시대에 온 것은 신의 큰 뜻이 있겠지.

그걸 알아봐준 시인도 마침 한 시대 한 별에 살게 된 것은 행운이었고.


길가에 아무렇지도 않게 핀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법을 가르쳐준 스승님.

'나는 아직 너보다 예쁜 꽃을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나를 기쁘게 해준 연인같은 시인님.

그런 시인의 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생각했다.

'아들아 이제 그만 그쯤에서 멈추어다오, 네가 가고 있는 길은 어둠의 길, 낭떠러지 길이다' 왈칵 눈물이 솟는다. 내가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어서.

'네가 나를 포기할 수 없듯이 나도 너를 포기할 수 없다'는 시인의 그 말을 나도 건네고 싶어서.

비록 지금은 풀처럼 보여도 후일 저혼자 찬란해질 수 있는 꽃일 수도 있다는 말을 나도 시인처럼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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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 - 돌아온 바람의 딸 한비야의 떠나며, 배우며, 나누는 삶에 대하여
한비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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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이 돌아왔다. 그게 벌써 언제던가. 한 20여년 전 도서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그 책의 주인공! 몇 년전엔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끝으로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 못했었다.

지금이야 여행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시절이었지만 돈도 없고 비자도 어려운 그 시절에 세계 일주를 했던 여인이다.


국내 여행도 제대로 못해봤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바람의 딸의 여행기에 가슴이 설렜고 환호했었다. 이런 여행이 가능해? 후에 좀 과장된 점이 없지 않았나 하는 썰도 있었지만 과장이 좀 있었으면 어떠랴. 아마 살면서 거의 나는 밟을 일 없는 땅을 배짱하나로 돌아온 여인인데.

국제구호단체일을 하면서 이제는 공적인 여행으로 바쁘겠구나. 그래서 책은 다시 못쓰나 싶었다.


지난 해 네팔 여행에서 만난 한국여행자의 말 한마디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탄생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오지여행을 졸업했다는 저자에게 '누구 맘대로 졸업을 해요?'라고 했다지 않은가.

맞아 가슴만 설레게 해놓고, 뜨겁게 달구어놓고 이별의 말도 없이 돌아선 연인과 무엇이 다른가.

살다보면 운명은 어느 정도 타고난다고 믿게 된다. 사주에는 '역마살'이 없다고 하지만 차고 넘치는 팔자가 맞다.

과거의 어느 날, 고해성사의 그 날이 없었다면 우리는 한 시대를 풍미한 일꾼 하나를 얻지 못할 뻔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희생 열 번!의 보속을 내려주신 신부님께 밥 한 번 사고 싶어진다.


그리고 시작된 그녀의 희생을 보면 엄청 대단한 것들이 아니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던가. 아니 우리는 그 시시한 일조차 하지 못했고 할 생각도 못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베풀면서 받은 은혜와 사랑이 더 많았다고 하니 참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 사이 제자들도 부지런히 길러내고 봉사도 하고 조금 늦게 만난 남편과 여행도 하면서 잘 지낸 것 같아서 감사하다.


얼마 전 읽었던 여행서에서도 싱가포르에 이어 여권 파워가 세계 2위라는 글을 읽고 뿌듯했었는데 여행가들에게 이 순위는 엄청 소중한 자산인가보다. 역시 대한민국 대단해.

나도 '지금도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과거도 그닥 내세울 것 없이 시시하게 비루하게 살았는데 쬐금 나아졌다고 할 지금의 삶이 빛난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읽으면서 내내 자기 자랑이 너무 심한거 아니야 하는 맘이 들어서 쪼잔한 그 마음이 '부러움'이라는걸 깨닫는다. 앞으로는 공식적인 자리를 점차 내려놓고 천천히 살아보겠다는 말에 또 부럽다.

천천히 걷는 그 여정에 관한 이야기도 벌써 기대된다. 영원한 '바람의 딸'의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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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두번째 이야기
이장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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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외로웠던 시절이지만 그립기도 한 시간을 여행했다. 살다가 쓸쓸하고 그리워지면 다시 펼쳐보고 싶은 그림책이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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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두번째 이야기
이장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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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느낀 첫 감정은 '그립다'였다.

제목에서의 그리다는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리워한다는 뜻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책을 내려놓았을 때의 느낌은 '반가웠다. 그리고 참 답다 다워'였다.


첫장에 등장한 '용산'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어서 울컥 뭔가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보광동, 이태원, 삼각지, 남영동, 후암동, 해방촌..모두 과거의 내 발길이 닿았던 곳들이다.

몇 년전이던가 후암동 골목길을 걸으며 그래도 많이 변하지 않아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했었다.

남산 3터널을 지나가면서는 명동에 닿기전 왼편으로 보이는 동네들도 그닥 변하지 않아서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나이가 들었다는 뜻인가. 없어지고 변하는 일들이 싫어진다.


서울역에서 크로스로 맞은편에 세브란스 건물이 있었던 것이 기억나는데 지금은 모두 신촌으로 이전을 했나보다. 그 건물터에 현봉학의사동상이 있다니 후손으로서 참 송구한 마음이 든다.

흥남 철수 작전때 그의 설득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살아났던가. 의사(醫)이면서 더 진정한 의사(義)임을 다시 깨닫게 되고 꼭 들러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다.


저자가 그린 삼각지로타리 그림에는 내가 다니던 중학교가 보였다. 보광동에서 이태원 홀트동상이 있는 로타리를 지나 미군부대를 따라 자구 걸어서 학교를 오갔었다.

엊그제 갈일이 있어 본 삼각지 로타리터는 육교를 건너야 닿을 수 있던 그 학교는터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정말 맛있게 먹었던 문방구안 분식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이 지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여리고 가난했던 어릴 적 나를 만나는 것 같았다.

걸어다니면서 모은 버스회수권을 받아주던 떡볶이집 아줌마는 이제 세상에 없으실텐데.


1976년에 세웠졌던가. 더 어려서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이슬람사원을 오르기전 있던 국민학교을 다녔고 사원뒷편에 있던 조그만 숲터에서 많이 놀았었다. 특유의 기도음악이 흐르던 기억이 아련하다.

낯선 곳이고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지금 이태원터에는 한국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사는 것 같다.

6학년 때 큰 홍수가 나서 한강이 넘쳤던 기억, 저자도 언급했지만 제3한강교(한남대교)가 건설되던 모습도 또렷이 기억한다. 일주일에 서너번씩 건너다니는 동호대교 근처에 저자도라는 섬이 있었다니 정말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아마 오래된 사진을 나열했다면 이만큼의 감동은 없었을 것 같다.

심지어 오래된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재현한 것도 있었다. 정성스런 마음이 아니던가.

가난했던 소녀가 어렵게 손에 쥔 크림빵을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먹어가며 아끼던 마음! 딱 그마음이 든 책이다. 마냥 다 먹어버리기 아까운 그런 책!

어떻게 이렇게 옛기억을 고스란히 소환해낼 수 있을까. 섬세한 터치의 그림은 고흐의 그림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그냥 쓸쓸해질 때, 떠나간 것들이 그리워질 때 한 번씩 꺼내어 한참을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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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연구 일지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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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소설이 아니고 미래, 아니 현재진행형의 보고서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혹은 인간을 판단하고 지배하는 두려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에 우울감이 밀려온다. AI는 이제 우리의 삶과 밀착되어가고 분명 지구멸망을 보여주는 영화의 장면과 겹쳐져서이다.


이제 갈날만 남은 노인들이 모여있는 요양병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브39'에 대해 경외로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브를 개발한 토마는 이브에게 완벽한 추리소설을 쓰라고 강요한다. 매번 퇴짜를 놓고 차가운 평판을 해대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브는 토마에게 요양병원에 있는 인간들을 연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완벽한 추리소설을 쓰기 위해서.


몸이 굳었거나 머리가 굳은 노인네들이 뭘 할수 있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뛰어난 지혜를 지닌 몇 몇 인물들이 있어 이브는 그들의 신경회로에 접근하고 싶어진다.

요양병원에는 밤마다 요상한 신음소리가 들린다. 당직 간호사들이 사랑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소리의 비밀이 나중에 밝혀진다. 인간들의 비열함과 탐욕이 가득한 비밀들.


이브가 생각지도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이브는 추리소설에나 등장할법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범인을 찾아나선다. 심지어 범인이 그 모습을 나타나게 하기 위해 덫까지 놓는다.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이 어느정도까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 모든 프로젝트의 뒤에는 뛰어난 지능을 지닌 인간이 있었고 자신이 벌인 끔직한 사고를 보상하기 위한 연구가 있었다.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을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일이라는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미래형 소설을 보면 늘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터미네이터'의 마지막 장면!

"I will back'. 인간을 파괴시키기 위해 개발된 로봇이 어느새 인간을 구하는 로봇이 되어 미래를 구할 소년을 낳게 되는 여인을 보호하고 소멸되면서 외쳤던 마지막 대사!

이브역시 스스로를 던져 인간에게 닥칠 미래를 구하고 자신이 속하지 못했던 인류에게 던지는 마지막 대사가 가슴을 울린다.

'찰나처럼 짧은 순간일지라도 우주의 무한한 혼돈속에서 길을 잃었다는 느낌이 덜 들도록 서로 도우라고' 이브 고마워! 너희 희생이 인류를 구하는 열쇠가 되었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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