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 - 돌아온 바람의 딸 한비야의 떠나며, 배우며, 나누는 삶에 대하여
한비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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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이 돌아왔다. 그게 벌써 언제던가. 한 20여년 전 도서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그 책의 주인공! 몇 년전엔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끝으로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 못했었다.

지금이야 여행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시절이었지만 돈도 없고 비자도 어려운 그 시절에 세계 일주를 했던 여인이다.


국내 여행도 제대로 못해봤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바람의 딸의 여행기에 가슴이 설렜고 환호했었다. 이런 여행이 가능해? 후에 좀 과장된 점이 없지 않았나 하는 썰도 있었지만 과장이 좀 있었으면 어떠랴. 아마 살면서 거의 나는 밟을 일 없는 땅을 배짱하나로 돌아온 여인인데.

국제구호단체일을 하면서 이제는 공적인 여행으로 바쁘겠구나. 그래서 책은 다시 못쓰나 싶었다.


지난 해 네팔 여행에서 만난 한국여행자의 말 한마디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탄생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오지여행을 졸업했다는 저자에게 '누구 맘대로 졸업을 해요?'라고 했다지 않은가.

맞아 가슴만 설레게 해놓고, 뜨겁게 달구어놓고 이별의 말도 없이 돌아선 연인과 무엇이 다른가.

살다보면 운명은 어느 정도 타고난다고 믿게 된다. 사주에는 '역마살'이 없다고 하지만 차고 넘치는 팔자가 맞다.

과거의 어느 날, 고해성사의 그 날이 없었다면 우리는 한 시대를 풍미한 일꾼 하나를 얻지 못할 뻔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희생 열 번!의 보속을 내려주신 신부님께 밥 한 번 사고 싶어진다.


그리고 시작된 그녀의 희생을 보면 엄청 대단한 것들이 아니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던가. 아니 우리는 그 시시한 일조차 하지 못했고 할 생각도 못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베풀면서 받은 은혜와 사랑이 더 많았다고 하니 참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 사이 제자들도 부지런히 길러내고 봉사도 하고 조금 늦게 만난 남편과 여행도 하면서 잘 지낸 것 같아서 감사하다.


얼마 전 읽었던 여행서에서도 싱가포르에 이어 여권 파워가 세계 2위라는 글을 읽고 뿌듯했었는데 여행가들에게 이 순위는 엄청 소중한 자산인가보다. 역시 대한민국 대단해.

나도 '지금도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과거도 그닥 내세울 것 없이 시시하게 비루하게 살았는데 쬐금 나아졌다고 할 지금의 삶이 빛난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읽으면서 내내 자기 자랑이 너무 심한거 아니야 하는 맘이 들어서 쪼잔한 그 마음이 '부러움'이라는걸 깨닫는다. 앞으로는 공식적인 자리를 점차 내려놓고 천천히 살아보겠다는 말에 또 부럽다.

천천히 걷는 그 여정에 관한 이야기도 벌써 기대된다. 영원한 '바람의 딸'의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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