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두번째 이야기
이장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느낀 첫 감정은 '그립다'였다.

제목에서의 그리다는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리워한다는 뜻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책을 내려놓았을 때의 느낌은 '반가웠다. 그리고 참 답다 다워'였다.


첫장에 등장한 '용산'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어서 울컥 뭔가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보광동, 이태원, 삼각지, 남영동, 후암동, 해방촌..모두 과거의 내 발길이 닿았던 곳들이다.

몇 년전이던가 후암동 골목길을 걸으며 그래도 많이 변하지 않아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했었다.

남산 3터널을 지나가면서는 명동에 닿기전 왼편으로 보이는 동네들도 그닥 변하지 않아서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나이가 들었다는 뜻인가. 없어지고 변하는 일들이 싫어진다.


서울역에서 크로스로 맞은편에 세브란스 건물이 있었던 것이 기억나는데 지금은 모두 신촌으로 이전을 했나보다. 그 건물터에 현봉학의사동상이 있다니 후손으로서 참 송구한 마음이 든다.

흥남 철수 작전때 그의 설득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살아났던가. 의사(醫)이면서 더 진정한 의사(義)임을 다시 깨닫게 되고 꼭 들러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다.


저자가 그린 삼각지로타리 그림에는 내가 다니던 중학교가 보였다. 보광동에서 이태원 홀트동상이 있는 로타리를 지나 미군부대를 따라 자구 걸어서 학교를 오갔었다.

엊그제 갈일이 있어 본 삼각지 로타리터는 육교를 건너야 닿을 수 있던 그 학교는터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정말 맛있게 먹었던 문방구안 분식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이 지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여리고 가난했던 어릴 적 나를 만나는 것 같았다.

걸어다니면서 모은 버스회수권을 받아주던 떡볶이집 아줌마는 이제 세상에 없으실텐데.


1976년에 세웠졌던가. 더 어려서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이슬람사원을 오르기전 있던 국민학교을 다녔고 사원뒷편에 있던 조그만 숲터에서 많이 놀았었다. 특유의 기도음악이 흐르던 기억이 아련하다.

낯선 곳이고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지금 이태원터에는 한국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사는 것 같다.

6학년 때 큰 홍수가 나서 한강이 넘쳤던 기억, 저자도 언급했지만 제3한강교(한남대교)가 건설되던 모습도 또렷이 기억한다. 일주일에 서너번씩 건너다니는 동호대교 근처에 저자도라는 섬이 있었다니 정말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아마 오래된 사진을 나열했다면 이만큼의 감동은 없었을 것 같다.

심지어 오래된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재현한 것도 있었다. 정성스런 마음이 아니던가.

가난했던 소녀가 어렵게 손에 쥔 크림빵을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먹어가며 아끼던 마음! 딱 그마음이 든 책이다. 마냥 다 먹어버리기 아까운 그런 책!

어떻게 이렇게 옛기억을 고스란히 소환해낼 수 있을까. 섬세한 터치의 그림은 고흐의 그림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그냥 쓸쓸해질 때, 떠나간 것들이 그리워질 때 한 번씩 꺼내어 한참을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