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의 여자들 -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선 여자들의 속깊은 이야기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2
황희연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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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서로 상처받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찾아낸다는 거지.'

영화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나온 이 대사대로라면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거나 어른의 몰골을

하긴 했지만 상처받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중일 것이다.

굳이 핀란드까지 날아가 카모메식당의 여자들을 만나고 싶었다던 저자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실제하는 곳이란 확신을 갖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식당에는 푸짐한 식사를 원하는 부두노동자들이 득시글하더라는 말에 나역시 실망스러웠다.

살찐 갈매기들만이 영화장면처럼 같았을까.

 





 

 

서른이라는 나이는 자신이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다시 다가올 30년을 대비해야 할 나이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서른이라는 주제로 나오는 책이 너무 많아졌다.

한때 잘나가던 기자였던 저자가 힘겹게 세상의 톱니바퀴를 밀어 올리며 살던 삼십 대의 어느날,

덜컥 사표를 던지고 긴 여행을 떠났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여행길에는 유독 아시아의 조그만 여자들이 많았던 걸까.

더 이상 배고프지 않은 나라에서 그동안 억눌려 살아왔던 선배여인들의 삶을 답습하고 싶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식당에 앉아 여자들을 기다리기 보다 먼저 찾아 나서기로 하고 씩씩하게 되돌아온

저자가 만난 여자들에게 여행이란 치유를 위한 순례길이었다.

일단 문학에 대한 사랑이 깊고 글쓰기를 즐기거나 이미 작가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감성을 가진 여자들은 늘 삶의 갈증에 시달리는 모양인지 축축 늘어져 내린 삶을 다시 팽팽하게

조이고 싶어하거나 팽팽하게 긴장된 삶을 늘어뜨리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려왔다.

 



 

 





 

여행길에서 남편을 만나 떠날때는 혼자였다가 올때는 한쌍이 된 미노의 여행기를 얼마전에 읽었던터라

또 한번의 조우가 반갑기만 하다.

 

아 나도 이제 떠나고 싶은 곳이 생겼다. 쿠바 그 열정의 나라로 가고 싶다.

늙음과 젊음의 구별없이 맘껏 사랑하고 발산하고 싶다.

주름속에 묻혀버린 청춘의 어느 한 자락이라도 다시 꺼내 볼 수 있다면 어디든 가고 싶다.

카모메식당에서 만난 이 여인들처럼 나도 씩씩하게 치유의 순례길을 떠나고 싶다.

그래서 이 여인들이 그렸던 것 처럼 자신을 치유하고 상대를 치유하고 이웃을 치유하는 멋진 인생을

살고 싶어진다.

사치에가 여자들을 위해 내어놓은 향긋한 시나몬 롤과 순록 고기가 들어간 오니기리처럼

향긋하지만 톡 쏘는 듯 따뜻한 차와 용기가 듬뿍 들어간 오니기를 맛본 기분이다.

서른은 이미 충분히 넘었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되든지 다시 달려볼 힘이 생긴다.

내 소올후드는 무엇일까. 잘 삭은 젓갈을 넣고 무쳐낸 겉절이일까. 아님 3년쯤 묵혀낸

묵은지일까. 익힌 시간이야 어찌되었든 엄마가 해주신 김치가 내겐 큰 위안이었다.

내 아이들에게 내 음식이 과연 소울후드가 되긴 하는건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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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사랑한다 세트 - 전3권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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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장, 이제 늙어 버린 원의 마지막 말은 도무지 읽히지 않았다.

 

'네가 있어 다행이었다. 널 두고 두고 괴롭히면서 한편으론 두고 두고 의지했었다...

너무 늦었지만 더 늦기전에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제 네마음이 원하든 대로 가렴.'

 

뿌여진 눈에 흐트러져 버린 글자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 네 사랑은 그렇게 져 버렸구나. 빛나던 네 얼굴의 미소는 주름속에 사라졌고

이루지 못한 사랑과 갈망도 그렇게 져 버렸구나. 왜 내 눈에 눈물이 흐르는 것일까.

 

고려에서 몽고, 고비의 사막에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왕원, 왕산, 왕린과 함께한 그 시간동안 내내 원을 미워했었다. 아니 사랑했었다.

 

이런 사랑이라면 내게 오지 않기를 바랬다. 아름다운 소년 둘과 한 소녀와의 사랑이라니.

애증과 갈망이 절절한 사랑은 너무 버겁다.

한때는 이 세상 절반을 점령했던 대 제국 원(元)의 종속국이었던 고려.

징기스칸의 발아래 꺽여버린 나라들 가운데 그나마 피를 섞음으로서 살아남았던 나라이다.

그렇게 섞이지 않았다면 후에 조선이나 지금의 우리나라가 온전히 존재했을까.

왕이라면 모든 권세를 누리고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줄 알았지만 정작 사랑만큼은

얻을 수 없었다. 원의 볼모이다 시피한 처지도 과히 부러워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왕이었지만 정작 자신이 사랑하는 한 여자는 얻지 못하고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는 품질 못했다.

 





 

고려의 여자는 물론 몽골의 여자들은 나름대로 권리를 누렸던 것 같다. 왕의 뒤에는 왕을 조종하는

모후가 있었고 마음마저 좌지우지하는 여자들의 암투가 볼만하다.

사랑과 우정의 경계는 어디인가. 왕과 왕이 사랑하는 여자 모두를 사랑한 린의 절제심이 서둘러

결말을 보고자했던 마음을 주저앉히곤 했다. 정말 이런 사람, 이런 사랑이 있을 수 있나.

멋진 두 사내에게 사랑받았던 '산'의 기다림 또한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왜 나는 '산'의 모습에 내 맘을 얹고 싶었을까. 실제했던 충선왕이 이런 삶을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보다 더 한 사랑이 없었다고 단언치 못할 과거의 시간들이기에 차라리 이런

기가막힌 사랑극 하나쯤 저 먼 시간속에 있었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든다.

어느 시대 어느 곳이었다해도 사랑은 기적을 이루고 결국 승리함이 또 한번 증명이 된 셈이다.

실제했던 인물들과 사건들의 자료를 끌어 모아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내어놓은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 글 좀 쓴다는 작가들 조차 겁내는 역사소설을 이렇게 살아있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오는 작가라면 앞으로 그녀의 작품을 두고 볼만 하겠다.

산, 린, 그리고 불행하면서도 행복한 왕이었던 원...너희들의 아름다운 사랑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너희들을 닮은 후손들이 이 세상 어디선가 너희의 사랑이 실제했음을 완성했음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기로 했다. 그리고完이라고 쓰고 싶다. 너희들의 사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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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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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인 10대를 보냈기 때문에 소설가가 되었다는 작가가 있단다.

그렇다면 이 책에 나오는 10대 소년들은 결코 소설가는 되지 못할 것이다.

도리어 엉망진창인 세상을 향해돌멩이를 날리는 이 소년들은 너무나 아름다운 십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 저나 컬링이라니...하긴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언젠가 TV에서 스톤인가 뭔가를 빗자루 비슷한 걸로

쓸어내리는 해괴한 스포츠를 본적이 있기는 하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저걸 하나 싶었는데..

이제 난 컬링 게임을 시시하게 보지 못할 것 같다.

며루치와 산적과 으랏차 소년의 가슴을 뻥 뚫어준다는 '컬링'을 어찌 외면하겠는가.

 





 

'세상을 바꾸려면 힘이 들거든. 세상은 바뀌보다는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훨씬 많아. 그걸 다수라고 하지.

그리고 말이다. 결국 다수가 원하는 대로 세상은 돌아가는 거다.' -244p

 

가슴이 먹먹해진다. 힘있는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법이란게 힘없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알면서도

나역시 세상이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다수에 속한 것은 아니었을까.

어느 시대 언제 어디서나 힘없는 사람들은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런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그들이 닥친 불행을 당연하다고 무심히 대해왔을지도 모른다.

이런 어른들에게 '그냥 컬링'팀을 조직한 소년들은 강펀치를 날리고 있다.

 





 

부모님들의 강권에 못이겨 꿈조차 제맘대로 가질 수 없는 우리 아이들!

개성없고 획일화된 교육에 시름 시름 시들어가는 젊음과 비겁하기만 한 현실에 스피릿, 울분과 저항,

그런 것 때문에 컬링을 한다는 아이들!

부(富]와 권력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못난 어른들에게 브러쉬를 흔들며 정의로움에 다가가려는 아이들의

눈물어린 투쟁이 우리 못난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세상이 아무리 불합리하고 멋대로의 잣대로 아이들을 두들겨도 오뚜기처럼 일어나서

맛서 싸울줄 아는 소년들이 있어, 친구를 위해 대자보를 흩뿌리는 용기가 있어서 세상은 아직 살아볼만

하다고 나를 위안한다. 그리고 소년들이여 쩔어도 좋아 '그냥 컬링'팀 못난 어른들이 응원할게!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엉망진창인 십대에 가깝다고 엄살을 떠는 작가여,

엉망진창이 아닌 십대의 빛나는 이야기를 멋지게 풀어놓을 줄 아는 딴짓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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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 - 당신이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
김원 글.사진.그림 / 링거스그룹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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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지만 그동안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을 보이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더니 우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보이지 않지만 혹은 보이지만 느끼지 못했던

고마운 이웃들과 사물들에 대해 얼마나 무심했는지 부끄러웠다.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어서 그런것일까. 저자는 사물을 보는 눈이 깊고 감성이 섬세하다.

어느 날 새벽 문득 눈을 떴을 때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생각했더니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거나 핑계만 대지 않는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란 없더라는 말에

나역시 그래왔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건이 좋아질 때까지 혹은 시간이 좀 여유로워질 때까지 기다리다보면

어쩌면 그 일을 영원히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저지르는 삶이 아름답다는 그의 말에

나역시 '아 글쎄 좀 기다려 보시라니까요. 나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구요.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나가 생기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말도, 손펀지를 써서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고 싶다는 말에도

갑자기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욕구와 이렇게 살아야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취미가 무엇이냐는 그의 질문에 쉽게 대답을 내어 놓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탄식이 나왔다.

 

'사랑이란,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것이다.'

-본문 218p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 인용문

 

아! 나는 비가 오면 우산부터 챙겨 상대에게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고 살아왔음을.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지고 가는 자'라는 인디언의 격언처럼 이 책은 내가 등에 짊어 지고 있던 짐 하나를

끌어내려 턱하니 짊어지고 앞서나가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조금은 가벼워진 영혼의 무게가 가뿐하다. 그리고 이 사람 과연 어떤 감성을 가진 사람일지..

바람 스산히 부는 이 가을에 마주앉아 뜨거운 국물 안주 앞에 놓고 술 한잔하며 밤새워 얘기하고 싶어진다.

사랑을 믿는다는 당신! 혹시 내게도 나누어줄 시간이 있으십니까?

저자의 작품을 보면 마음에 선명히 맺히는 게 있다는 가수겸 배우 김창완의 추천사처럼 나도 내마음에

파란 가을 하늘처럼 문득 맺히는게 느껴졌다. 그래서 읽는 내내 눈이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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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동양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9
일연 지음, 최호 옮김 / 홍신문화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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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 김훈은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삼국유사'를 꼽았다.

그렇다면 교과서에서나 만났던 삼국유사의 진면목은 어떠한가.

분명 역사책인데 마치 동화책을 읽는 느낌이다.

 





 

삼국유사속의 이야기는 단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마늘과 쑥을 먹고 여인이 되었다는 웅녀의 이야기부터 선덕여왕이나 만파식적,

맹아의 눈을 뜨게한 분황사의 천수대비의 이야기등 마치 동화를 읽는 것처럼

전설과 현실을 넘다드는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혹시 지루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순식간에 씻어내고야 만다.

지금처럼 자료가 풍부한 것도 아니고 찾고 정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시대이던가.

과연 고려후기에 승려의 신분이었던 일연은 어떤 의지로 이 책을 썼는지 궁금하다.

혹은 잘못된 자료는 바로잡아가며 여러가지 설이 있다면 다른 설까지 곁들어가며

정성없이는 도저히 쓸 수 없었을 책이다.

 





 

책을 덮는 순간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를 한것같이 개운함이 느껴졌다.

아 이렇게 멋진 책을 너무 늦게서야 읽게 되었구나 하는 회한도 들었다.

두고두고 후손들에게 읽힐 훌륭한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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