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1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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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개에게 물렸던 기억이 있는 나는 동물이라면 일단 피하고 본다.

사나운 눈빛이나 날카로운 이빨이 무섭고 달려들어 물어 뜯을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아파트같은 공동주택에서 애완동물을 버젓이 키우고 동네 공원에 가면 여기저기 동물들의 배설물이

볼썽 사납게 널려 있어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무분별에 화가 난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섹시스타 이효리가 유기견을 키우고 유기견을 위해 기부금을 냈다는 기사를 보고 착한 일을 했구나

싶었지만 한편으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고 많은데 하면서 살짝 불편한 맘이 들기도 했었다.

이 한 권의 책이 내 마음에 들어오기 전까지 말이다.

네이버 만화 웹툰을 통해 이미 인기절정을 달렸다는 이 작품은 차가와진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기에

너무 충분한 어른 동화이다. 철저하게 차단하고 두텁게 쌓아올린 벽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밖에

없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단순히 버려진 동물들에게 동정을 구하기 위해 그려진 그림만은 아니라는 작가의 진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나처럼 관심이 없었거나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공감하는 그

자체만으로 행복하다는 말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15년간 함께한 늙은 개 '낭낙'이와 유기견센터에서 죽음을 눈 앞에 둔 어린 고양이 '순대'를 데려와 키우면서

단순히 주인과 애완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신선하고 가슴 따뜻하게 그려졌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동물들을 인간의 장례처럼 엄숙하게 치뤄주고 유골을 잘 수습하여 주인에게 돌려주는

신종 사업이 인기라는 기사를 보았다. 종이 박스에 담겨져 땅에 묻히기 보다는 한 생명에 대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좋았었다.

우리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미명아래 참 많은 죄를 짓고 살고 있구나 싶다.

말 못하고 스스로 살아가기 힘든 동물들은 유기하고 상처주는 인간들의 모습은 동물보다 다를 것이 없다.

버려진 동물들에게 인간들의 모습은 어떻게 비쳐질지 문득 궁금해진다.

저희보다 못한 애물단지로 비쳐지는 비극은 없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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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인 서울 Agit in Seoul - 컬처.아트.트렌드.피플이 만드는 거리 컬렉션, 개정판 in Seoul 시리즈
민은실 외 지음, 백경호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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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내기로 몇십년을 살면서도 내가 서울에 대해 이렇게 무지스럽다는 것을 이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하긴 서울사람들 대부분 63빌딩도 못가보고 남산도 못가봤다고 하니 다람쥐 체바퀴 돌듯 살고 있는 서울사람들의

애환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게 서울안에 아지트는 어디일까? 아마 아파트 내방 정도가 아닌가 싶어 부끄러울 지경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내가 알고 있는 서울이 얼마나 달라지고 다양한 얼굴을 가졌는지 눈이 휘둥그레진다.

첫사랑의 남자와 같이 걸었던 정동길은 여전히 가을에 어울리는 모습이고 예전에는 한산하기만 했던 홍대앞의

풍경은 이제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내 고향이기도 한 이태원은 이제 국제적인 골목이 되어 버렸고 한국사람보다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의 모습이 되었다.

서민들이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청담동의 안쪽에서는 의외로 책방도 있고 젊은 여성들이 좋아한다는

신사동 가로수길에는 이국적인 카페들의 모습이 아기자기하게 늘어서 있었다.

분명 서울사람인데 왜 나는 이런 곳들을 알지 못했는지 마치 다른나라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효자동의 기름 떡볶이는 꼭 한번 가보려고 별렀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삼청동의 수제비도 그립고 갓 갈아낸 커피향을 느끼고도 싶어진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7080세대들이 찾아갈 만한 추억의 골목길 같은 곳이 더 있었다면 하는 것이다.

이국적인 맛집도 좋지만 올라가는 고층빌딩속에 숨은 추억의 맛집도 우리는 몹시 그립기 때문이다.

물론 없어진 곳들이 더 많겠지만 한번쯤 되짚어 주었다면 더 반갑지 않았을까.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곳이 많아진 요즘 왠지 소외된 늙은이가 되어 가는 것 같아 서글프다.

지면의 대부분을 다양한 사진으로 실제감을 더한 것이 정성이 가득한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올림픽 공원내에 있다는 왕따나무앞에서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 이 가을을 남기고 싶다.

구석구석 서울을 제대로 보여주는 바람에 얼치기 서울내기는 갈 곳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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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맨
에릭 가르시아 지음, 장용준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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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 장기 매매업이 성행하는 미래사회, 사람들은 자신의 장기를 대여받고 댓가를 지불하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그 댓가를 지불하지 못하면 '리포맨'이라 불리는 장기회수자들에 의해 장기를 빼앗기게 된다.

다소 황당한 미래 설정이긴 하지만 예전에 나왔던 영화속에 등장한 최첨단 과학들이 실제로 등장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면 실제 이런 미래가 도래할지도 모를일이다.

누군가를 늘 감시하는 CCTV나 인체의 몸을 스캔하는 탐지기, 페이스오프처럼 얼굴을 바꾸는 일들은

과거에는 상상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었다.

'리포맨'이란 직업은 그러니까 장기매매업이 성황을 이루는 미래의 어느날 탄생될 직업인 셈이다.

아직 정복되지 못하는 질병이 많고 인간의 몸에서 나온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많은 환자들은

아마도 이런 미래를 갈망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장기가 너무 고가라는데 있다.

생명을 유지시키는 주요 장기이지만 대여료가 체불되면 인정 사정 봐주지 않는 '리포맨'들이 매스와 마취에

필요한 에테르를 갖고 장기를 회수하기 위해 대여자들을 찾아와 상대가 죽든 말든 잔혹하게 장기를

회수해 간다.

이런 리포맨들에게도 레벨이 있어 최고 등급인 레벨 5라면 사치스런 삶과 명예를 얻게 된다.

비록 다섯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듭한 리포맨이 유명 탈렌트의 인공신장을 꺼내려다 심장발작을 일으키고

결국 인공심장을 이식받고 자신의 동료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쫓는자에서 쫓기는 자가 되어 자신이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 보면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는 한 때 잘나가던 리포맨, 잘 훈련된 해병대 출신답게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냉정하고 건조하게

반추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다.

과거속에 숨어버린 가족들이지만 어느 날 그의 앞에 나타난 전아내와 아들의 존재가 그를 다시 인간다운

세상으로 끌어내올 수 있을까.

언제가 도래할 이런 미래가 과연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할지를 묻게된다.

심장 하나만을 남기고 인공장기로 대체한 인간이 과연 인간이라는 표현될 수 있을 것인가.

어찌보면 신의 영역이랄 수 있는 수명조차 인간들의 좌지우지하는 미래가 무지개빛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순환의 법칙에 따라 탄생과 소멸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만 우매한 인간에게 겸손이라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간직할 것이 아닌가.

주드 로주연의 '리포맨'의 원작소설이라는 소개글로 시작해서 일까 읽는내내 눈앞에 스크린을 보는 것 같았다.

얼핏 냉혹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주인공을 상상하면서 그래도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해주는 열쇠가 될 것임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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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록 - 신역 홍신한문신서 42
이민수 엮음 / 홍신문화사 / 198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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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끝날 무렵 세계는 종말론에 휩싸여 뒤숭숭한 2천년을 맞았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나 마야의 예언들은 여전히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있다.

이렇듯 미래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예언을 믿고 피난처를 찾게 된다.

신을 대신하는 교주들이 등장하고 신종 종교가 사람들을 현혹했다.

이런 불안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 왔던지 우리나라에도 예언서가 등장하게 된다.

참서(讖書)의 하나인 이 책은 여러 비기(秘記)를 모은 것으로 참위설,풍수지리설,도교 사상등이

혼합되어있다. 저자도 알수없고 오랜세월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동안에 다양한 이본(異本)이 생겨

그 종류가 40~50종류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책이름이기 보다는 말세예언을 추종하는 민간신앙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정감록》의 원전 격인 《감결》은 조선의 선조인 한륭공()의 두 아들 이심(

이연()과 조선 멸망 후 일어설 정씨()의 조상이라는 정감()이 금강산에서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엮어져 있다.

그 내용은 조선 이후의 흥망대세()를 예언하여 이씨의 한양() 도읍 몇백 년 다음에는

정씨의 게룡산 도읍 몇백 년이 있고, 다음은 조씨의 가야산 도읍 몇백년 같이 우리나라의 도읍지를

말하고 그 중간에 언제 무슨 재난과 화변이 있어 세태와 민심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차례로

예언하고 있다. 유난히 변란이 잦았던 과거의 역사이다 보니 민심이 이런 예언서에 혹세무민하여

십승지지(十勝之地)와 같이 전쟁의 화마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 곳을 찾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주로 깊은 산중에 자리한 십승지가 아무래도 전쟁으로부터 안전하였을 것으로 생각되긴 한다.

정감록과 같은 책이 대중에게 관심을 받는 것은 외세로부터 백성을 지켜주지 못하는 지도자의 무능과

힘이 없는 대중이 기댈곳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연 정감록에 쓰여진 대로 역사가 전개되어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부분을 맞고 어떤 부분은 황당한 이야기로 남았다.

대중에게 비기로 관심을 받았던 정감록은 어떠한지 실체를 알고 싶었다.

아쉬운 점은 정감록에 기록된 사건들이 과연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설명이 없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책을 해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역사와 맞물려 예언서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 대중에게 정감록의 실체가 좀 더 확실하게 다가올 수 있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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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마이 퓨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3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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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지상주의, 성적지상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상실감과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함을 감동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어느 학자가 서울의 변두리에 있는 산동네의 아이들을 이십년간 추적을 했단다.

과연 그곳에서 나서 자란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에 대한 연구였던 것 같다.

대부분 일용직 막노동의 삶을 산 그들의 부모들처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비슷한 삶을 살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신분상승, 흔히 말하는 개천에서 용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도금공장과 채석장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일터에서 얻었을법한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골목시장 좌판앞에서 김밥장사를 하는 엄마는 장사가 되지 않아 폐업을 하기에 이른다.

정신지체자인 형과 누나를 둔 장세풍은 이제 열 여덟살의 긍적하나 만큼은 국보급의 멋진 소년이다.

그가 마주한 세상은 어둡고 뛰어 넘어야 할 벽은 높기만 해 보인다.

공부는 시원치 않지만 화장실 청소는 끝내주게 잘하는 세풍은 엄마에게 가게를 차려주고 싶어

자퇴를 한 후, 음식점 배달원으로 취직을 한다.

그저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는 그말은 그저 격언으로만 써먹는 것일까.

배달시켜먹고 음식값을 떼어먹는 몰염치한이 있는가 하면 자기 영역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쪼잔들이 태반인 세상이다.

어린 소년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처럼 자기 실속만 챙기는 업주들도 있다.

가진 것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지하 셋방의 곰팡이 낀 어둠처럼 빛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세풍은 털털 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세상을 향해 보란듯이 달리고 있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어떤가. 가진 것이 없으면 어떤가. 이렇게 긍정뿐인 소년에게 역경은 초라해 보인다.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고 옥상에서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는 불구의 사회이다.

여전히 폭력을 정당화하는 못난 교사가 있는 학교는 감옥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청정한 곳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처럼 어둠속에 한점 빛이라도 뿌려야 하지 않겠나.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세상에...세풍이 처럼 청정한 소년하나쯤은 세상을 받혀줘야 하지 않겠나.

청소용역업체로 식당도 차리고 화원도 차리고 싶다는 세풍의 무작정 긍정앞에 절망과 폭력들은

무릎을 좀 꿇어줘야 세상 살맛이 나지 않겠나. 꼴찌들에 대한 책 세권을 내겠다는 작가의 공언은

지켜졌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가 꼴찌들에게 박수를 보낼 것임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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