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맛집 투어 - 고단한 하루가 맛있는 인생으로 바뀌는 서울 맛집 가이드
콘텐츠 공작소 '베리베리스트로베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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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태원은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고 예전 삼각지 로터리에 있던 중학교를 다녔고 사회에 나와서는

광화문을 중심으로 종로와 시청주변에서 한 잔 걸치기를 즐겼던 사람이다.

왠만한 골목길까지 모르는 곳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에 소개된 맛집을 보니

다국적 동네가 되어버린 이태원의 변모가 놀랍기만 하고 그냥 스쳐지나갔던 맛집이

이렇게 많았던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루종일 산더미같은 일과 깐깐한 상사에게 시달리고 퇴근 후에 한잔 걸치는 낙이 없었더라면

내 젊은 2,3십대는 공허하지 않았을까.

 

 

TV나 신문에 소개되는 맛집을 섭렵하고 여행전에는 맛집 검색을 제일 먼저 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맛깔스럽고 푸짐한 맛집 소개집이라면 열 일을 제쳐놓고 독파하게된다.

참숯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들의 생생한 사진에서는 고소한 냄새까지 나는 것 같다.

결국 책을 다 덮기도 전에 오랜만에 낮잠에 빠진 가족들을 깨워 고깃집으로 달려가고야 말았다.

소개된 맛집이 서울에서도 강북쪽에 있다는 것이 7080세대인 내가 더 열광하는 이유이다.

요즘에야 홍대앞이나 강남역쪽이 번화가였겠지만 신촌이나 종로, 시청쪽이 시내의 중심이던

시절이 있었다.  퇴근 후 한잔하기 좋았던 '피맛골'도 사라지고 기업의 중심이 강남으로 이동하면서

우리들의 맛집도 분산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골목에 숨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맛집들을

보노라니 아련한 옛기억이 떠오른다.

 

 

 

광장시장의 빈대떡이나 해물탕, 동대문시장 뒷골목의 생선구이냄새가 오롯이 살아난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깃들인 음식을 먹고나면 세상이 나를 좀 괄시를 해도 오르지 않는 월급이 원망스러워도

꿋꿋하게 버틸 힘을 얻게 된다.

재료의 원산지부터 꼼꼼하게 체크한 맛객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단순히 맛집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지만 손님을 생각하는 주인의 마음씀씀이부터 다소 아쉬운

마음까지 더해져 칭찬 일색의 여당표 소개책이 아니어서 마음에 쏙 든다.

이제 우리들의 모임도 풍성해질것 같다. 때로는 젊은 아이들에게 주눅들어 들어서기 어려웠던

홍대앞에도 마음 편하게 즐길만한 공간이 이렇게 많다니 다음번 모임은 홍대앞이다.

물론 내 고향 이태원 뒷골목에 이렇게 많은 다국적 레스토랑이 들어섰다니 순서를 매겨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아...먹을 곳은 많고 찌는 살은 부담스러우니 다음번에는 이런 책이 나오면 좋을텐데.

'먹는 즐거움으로 사는 맛객이 날씬하게 살아남는 법'

저 시원한 대구탕을 먹으면 어제 먹은 숙취가 싹 달아날텐데...아 그립다 삼각지 그 골목!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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