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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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피리위만에 위치한 피리위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따라가는 이 책은 긴 호흡을 가지고 읽어야 할 작품이다. 초긍정 아줌마 매들린은 첫 결혼에 실패하고 에드와 재혼하여 딸 클로에와 아들 프레드를 낳아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비록 전남 인 네이선이 한참이나 어린 여자 보니와 결혼하여 아들 스카이를 낳고 바로 이웃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긴 하지만. 더구나 클로에와 네이선이 같은 반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보니부부와 마주칠 일이 많아지긴 했지만 뭐 어떠랴 사는게 다 그렇지 뭐..하는 털털한 매들린이다.

매들린의 절친인 셀레스트는 전진 변호사였고 엄청난 미인이다. 남편 페리는 투자자산 사업가로 성공한 부자였고 잘생긴데다 자상한 멋진 남자다. 이웃들은 이 부부를 가장 이상적인 부부로 알고 있다.

결혼 8년 만에 쌍둥이를 낳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부부에게는 치명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스물 네 살의 제인은 열 아홉살 때 원 나잇 스탠드의 결과로 생긴 다섯살짜리 아들 지기를 둔 미혼모이다.

그녀의 부모에게도 지기의 친아빠가 누구인지 입을 열지 않았고 얼마전 피리위 해변으로 이사를 왔다.

매들린, 셀레스트, 제인은 단박에 절친이 된다.

 


예비학교에 모임이 있던 날 어린아이중 누군가가 레나타의 딸 아마벨라의 목을 조르는 사건이 터진다.

아마벨라는 그 아이가 제인의 아들 지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기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두 아이중 누가 거짓말장이일까.

그 사건으로 피리위초등예비학교의 학부모들은 두 편으로 나뉘게 된다. 제인의 아들 지기를 옹호하는 매들린편과 아마벨라의 엄마 레나타를편으로 갈린 학부모들은 결국 지기를 추방하자는 탄원서를 돌리게 된다.

의리있고 정의로운 매들린은 셀레스트와 힘을 합쳐 제인을 보호하려 한다.

어린 엄마 제인은 열 아홉살 때 아이를 만들었던 하룻밤에 대해 고백한다. 부동산 업자인 '색슨 뱅크스'란 잘 생긴 남자가 지기의 친부라고 밝힌 것이다. 하필 그 '색슨 뱅크스'는 셀레스트의 남편 페리의 사촌형제였다.

이미 딸 셋을 둔 유부남이 어린 여자를 강간하다시피하고 그 일로 임신을 하고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살고 있다니 매들린과 셀레스트는 경악한다. 그리고 매들린은 제인과의 약속을 져버리고 그 남자에 대해 검색해본다.

사실 제인은 '색슨 뱅크스'와 하룻밤을 보내던 날 호텔방에서 보았던 피리위지역 부동산 광고지를 잊지 못하고 지기를 데리고 피리위지역으로 이사를 했던 것이다. 막연하게나마 지기의 친부를 만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했던 것일까.

 

당시 조금 뚱뚱하고 어리숙했던 제인은 '색슨 뱅크스'가 넌 너무 뚱뚱하고 입냄새가 난다고 소리쳤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거의 거식증에 걸리다시피했고 매일 껌을 씹어야 하는 강박증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다른 남자를 만나보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여자의 자부심은 전적으로 외모에 있기 때문이에요. 그게 이유에요. 우린 외모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제인의 부르짖음은 자신에게 차가운 시선을 던지는 온 세상을 향한 처절한 외침이었다.

 

 

사실 셀레스트는 남편 페리에게 폭행을 당하는 아내였다. 자상하고 멋진 신사인 페리의 이중적인 생활을 견디고 있는

세레스트는 남편의 폭력에 이미 길들여져 있었다. 남편에게 매를 맞으면 마치 자신이 남편보다 위에 서있다는 착각을 하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남편의 위치가 올라가게 되고 세레스트는 자신도 모르게 페리를 자극하여 폭력을 유도 하기도 했다.

마치 마약에 중독되듯 폭력에 중독된 세레스트는 언젠가 페리를 떠나 독립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매 년 열리는 피리위초등학교 퀴즈대회가 열리는 날 페리는 죽고 만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락마다 아마벨라의 목을 조른 지기에 대한 이야기와 베란다에서 일어난 추락사고에 대해 증언을 하는 학부모들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다. 그 이야기속에 '카더라'라는 소문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다.

자그마한 불씨가 엄청난 불길이 되어 온 산을 태우듯 사람들의 입소문이 누군가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고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게된다. 특히 어린 미혼모 제인은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지기의 친부에 대해 묘한 그리움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가 남긴 말이 비수가 되어 꽂힌 채 어두운 삶을 살고 있다. 그

리고 아마벨라의 목을 조른 아이가 지기가 아닌 다른 아이임을 밝혀지지만 사람들은 당연히 지기가 아마벨라의 목을 졸랐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

어린 미혼모의 자식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되바라졌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돈과 명예와 행복한 삶을 다 누리고 살것 같은 사람들에게도 상처는 있다.

우리는 그저 겉모습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우를 범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폭력남편의 이중적인 성격은 아이들에게도 전염되고 또한 자신의 삶이 끝나버리고 마는 결말을 맞고 만다.

그 사건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은 한 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다.

'죽을 놈이 죽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딸을 돌보는 보모와 바람이 난 남편을 향한 복수심이, 어린시절 엄마를 폭행했던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던 딸의 복수심이, 그리고 어린 자신을 강간하다시피하고 임신시켰던 남자에 대한 복수심이, 신사인척 살고 있지만 악마같은 얼굴로 자신을 때리는 남편에 대한 복수심이...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것으로 되갚아준 것은 아닐까.


세 여인을 둘러싼 사소한 거짓말과 엄청난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세심하게 풀어낸 탁월한 심리소설이다.

사건에 대해 서로 해석이 달랐던 주변 인물들의 증언들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었다.

때로는 방관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한 말을 지어내어 상처를 주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들.

전작 '허즈번드 시크릿'과는 사뭇 다른 탁월한 심리소실이라고 할 수있다. 다만 속도감이 뒤따르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지기의 친부에 얽힌 반전이 그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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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메아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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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연안의 스카이 섬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버지니아는 섬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잠깐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독일인 여자 리비아 모어의 배가 선박충돌로 침몰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세계일주가 꿈이었던 남편과 함께 요트로 여행중이었던 리비아와 그녀의 남편 나타는 졸지에 전재산인 요트를 잃고 무일푼의 절망에 빠지게 된다.  버지니아는 잠시나마 자신의 집에서 일했던 리비아의 처지를 불쌍하게 여겨 그녀에게 자신을 옷을 주고 일이 해결될 때까지 별장에 머물게 한다.

버지니아의 남편 프레데릭은 성공한 은행가로 부와 지성을 지닌 인물이지만 별장을 찾아온 나탄을 보는 순간 거부감이 들면서 불길함을 느끼게 된다.

 


은행이 있는 런던을 떠나 킹스린의 저택에서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던 버지니아는 나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이상한 매력에 매료되면서 오랫동안 자신을 억눌러왔던 자유와 쾌락이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

한편 킹스린 일대에서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연쇄적으로 사라져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스카이 섬에서 휴가를 마치고 킹스런의 저택으로 돌아온 버지니아는 갑작스러운 나탄의 등장에 당황하게 된다.

갑작스런 사고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리비아를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섬을 떠났다고 하지만 어떻게 킹스런의 주소를 알아내어 들이닥쳤을까. 사실 나탄은 섬의 별장에서 버지니아의 젊었을 때 사진을 보게되고 우편물에 있던 주소를 알아내어 버지니아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무일푼인 그는 뻔뻔스럽게도 돈을 빌려달라고 하고 버지니아의 그늘을 캐치하여 그녀의 오랜 기

억들을 깨운다. 오래전 버지니아는 자유분망한 삶을 살았고 이종사촌이었던 마이클과는 동거까지 하는 등 지금의 차분한 모습과는 상반된 삶을 살았었다. 많은 남자들과 마리화나를 피우고 성관계를 갖는 등 난잡한 생활을 하고 심지어 유부남과 깊은 관계를 맺기도 했다.

어려서 친남매처럼 자란 마이클은 버지니아가 자신의 유일한 여자라고 믿고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버지니아의 마음은 이미 마이클을 떠나 있었다.


언제 이별통보를 할까 고민 하던중 버지니아와 마이클이 사는 이웃의 소년 토미의 갑작스런 사고로 마이클은 버지니아를 떠난다. 그의 집앞에 세워놓았던 차문을 잠가놓지 않아 토미가 차에 올라타 핸드브레이크를 푸는 바람에 교통사고가 났고 토미는 얼마후 죽게 되었다. 사고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은 마이클은 심각한 정신충격으로 모든 생활을 접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마이클과 헤어지려던 버지니아는 그 후 공황장애를 겪게 되고 그즈음 나타난 프레데릭을 만나

결혼을 했던 것이다. 마이클의 갑작스런 이별이 버지니아에게 충격을 준 것일까.

사실 이 사건은 버지니아만 알고 있는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그 비밀이 밝혀진다.


자신에게 헌신적이고 모범적인 남편 프레데릭을 배신하고 나탄의 성적인 매력에 빠져버린 버지니아!

그리고 연쇄적으로 사라지는 여자 아이들! 두 사건이 얽히면서 과연 연쇄살인범이 누구인지를 대입하게 된다.

뻔뻔하고 사깃꾼 냄새가 솔솔 풍기는 나탄이 범인일까? 아니면 남편 프레데릭이?


버지니아의 과거에 숨겨진 비밀이 그녀의 삶을 어둡게 했다. 스스로를 감옥같은 저택에 가두어놓고 과거를 지우려했던 버지니아는 나탄을 만나 숨어있던 자신의 끼를 다시 드러내놓게 된다.

나탄과 불륜을 저지르는 동안 사라진 딸 킴은 과연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된 것일까.

버지니아는 자신의 죄로 인해 사람이 죽어간다고 생각한다. '죄의 메아리'라는 제목은 바로 버지니아가 치뤄야 할 죄의 댓가가 아니었을까.

불꽃같은 사랑으로 만나 결혼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나탄이라는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자신을 던지고 남편을 배신하는 버지니아의 행동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남자가 좋다지만 딸을 잊을 정도로 몰입하다니..

버지니아의 과거의 비밀을 알게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욕망이 무섭게 다가온다.

연쇄살인범이 의외로 너무 가까운데 있었고 배신으로 자신을 괴롭혔던 아내 버지니아에게 손을 내미는 프레데릭의 배려가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책을 덮었다.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독일인 이면서도 영국의 독특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낸 작가의 구성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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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 - 조선의 화식(貨殖)열전
이수광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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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부자는 하늘이 내고 작은 부자는 사람이 낸다'는 말이 있다.

조선의 역사에 큰부자로 이름을 남긴 16인의 이야기를 보면서 과연 이들이 하늘에서 낸 부자인지 생각해본다.

 

팔자소관에 '부(富)가 있다고 해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면 그 부를 가질 수 있었을까.

 

여주 선비 허흥의 이야기를 보면서 양반이지만 과감하게 벼슬길을 포기하고 돈을 벌기 위해 뛰어든 그의 선택과 노력이 그저 '하늘에서 낸 부자'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단지 양반이라는 이유로 서책이나 끼고 앉아 배고픔에 시달리기 보다는 실리를 취한 그의 대범한 성격이나 겨우 보리죽 두 그릇을 끓여 한 그릇은 여종에게 주고 부부는 한 그릇을 나누어 먹으면서 돈을 모은 그의 의지는 그저 하늘의 뜻대로 부자가 되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기장인인 한순계는 학자의 기상을 지닌 선비였지만 유기그릇의 매력에 빠져 스스로 장인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다.

 

조선시대는 알다시피 '사농공상'의 순서대로 직업의 귀천을 구분지었다. 한순계는 천하게 여기던 유기장인이지만 선비의 품위를 잃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자신의 그릇을 사기위해 긴줄을 설 만큼 수요가 많았음에도 자신으로 인해 장사를 하지 못하는 이웃의 유기장들을 보호하기 위해 문을 닫을만큼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내 어찌 이익을 독점하겠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실천했던 경주 최부자처럼 한계순역시 진정한 부자인 셈이다.

 

'재산을 만 석이상 모으지 마라, 사방 백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을 실천했던 경주 최부자의 정신이 이 시대 부자에게도 전해져 나눔의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자는 3대를 못간다'는 말이 있듯 경주 부자 김기연은 선대로 부터 물려받은 부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나름 돈을 벌어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선천적으로 지독하지 못하고 퍼주기만 한 그가 부자가 된 이유는 동화처럼 재미있기만 하다. 자신이 묵었던 주막옆에 아이를 안고 구걸을 하고 있던 여자에게 20냥을 쥐어주었고 주막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하고 고향으로 내려간 김기연은 결국 집안을 거널내고 짚신장사로 연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20냥을 건넸던 여인이 총명했던지 주막에 들르는 상인들이 정보를 이용하여 큰 부자가 되었고 결국 은인이었던 김기연을 찾아가 자신이 모았던 돈을 건네고 그의 첩이 되었다.

 

김기연의 경우는 자신의 노력으로 부를 이뤘다기 보다는 그의 선함으로 인해 부를 되찾은 경우라고 하겠다.

 

 

 

 

 

 

조선시대에는 부를 이야기하는 것을 경멸하고 부자를 천시하는 풍조가 있었기 때문에 부자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저 책이나 읽고 벼슬을 하는 길이 최선이라고 믿었던 시대에 부를 일군 부자들은 남들보다 시대를 읽는 눈이 있었던 셈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조선이 좀더 일찍 실리를 알고 부를 키웠더라면 후에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쌓기만 하고 나누지 못하는 '부(富)'는 진정한 부가 아님을 다시 깨닫게 된다.

 

후일 이 시대의 부자로 이름을 올릴 사람은 누구일까. 경주최부자처럼 진정한 부자로 이름을 남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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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유영소 지음, 김혜란 그림 / 샘터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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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넘어가고 있네~~

어려서 부르던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동화입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열두고개를 넘어 오두막에 도착합니다. 왜 고개를 넘어 오두막에 와야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오두막은 사람도 보이지 않고 아궁이엔 찬바람만 휑하고 부뚜막은 먼지가 그득합니다.

배가 고팠던 꼬부랑 할머니는 겨우 불을 지피고 물을 끓이고 있는데 갑자기 떡을 잔뜩해가지고 온 김부자가 들어섭니다.

뒤를 이어 곽떡꾹이란 사람은 국거리할 소고기를 가지고 오고 지단을 부칠 달걀도깨비가 도착합니다.

이렇게 모아진 떡과 고기로 떡국을 끓여 먹고 있는데 다람쥐는 알밤을, 밤골 땡이 할머니는 한과를 여우는 말린 버섯을, 약방 아저씨는 말린 박대를 들고 나타납니다.


떡국을 먹고 있던 꼬부랑 할머니는

'이노무 할망구 대체 뭔 짓을 하고 살았기에 이렇게 손님이 자꾸만 찾아오누...'

하고 짜증을 냅니다. 배는 고픈데 아직 떡국을 얼마 먹지 못했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원래 오두막에 살던 꼬부랑 할머니는 모두에게 넉넉한 인심을 베풀었던 모양이네요.

 

 

추측해보건대 이 꼬부랑 할머니는 욕심도 많고 인심 박하게 살아왔던 모양입니다.

산삼이 천 년을 묵으면 어린애로 변해서 돌아다닌다는 옛말이 있는데 고 어린것 이름이 바로 메산이라고 하네요.

메산이 제일 좋아하는 장날에 갔다가 흙에 묻힌 애를 구해서 꼬부랑 할머니에게 맡기게 됩니다.

이미 메산이는 눈다친 호랑이 새끼부터 다리부러진 노루까지 벌써 몇 번이나 꼬부랑 할머니에게 맡겼다니 메산이는 마음이 참 착한 산삼이네요. 꼬부랑 할머니는 귀찮기만 합니다.

 


혹시 떡 좋아하는 호랑이 이야기 아시나요? 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하는 그 이야기요.

꼬부랑 열 두고개를 넘어가던 떡장수 아줌마를 잡아먹지 않으면 맛있는 떡을 해주겠다고 원래 꼬부랑 할머니가 약속을 했다네요. 오두막 울타리 곁에서 입맛을 다시는 호랑이 녀석을 보니 무섭다기 보다는 귀여운데요.

과연 이 호랑이는 꼬부랑 할머니의 떡을 얻어 먹을 수 있을까요?


제가 정말 그리워하는 정채봉작가의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가 많이 나오네요.

그나저나 정말 원래 오두막에 살던 마음 착한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로 갔을까요?

그리고 얼떨결에 그 할머니 역할을 하게된 꼬부랑 할머니는 마음을 고쳐먹고 착하게 살았을까요?

배터지게 먹고 살고 있지만 가짜 노릇하는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말이죠.

아주 재미있는 동화를 읽으며 잠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되돌아가봅니다.

동화는 오히려 어른이 되어 읽으니 더 좋은 거 같습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어디로 갔는지 우리 한번 찾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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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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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인줄만 알았던 이 작품이 40여년도 훨씬 전에 쓰여진 작품임을 책 말미에서야 알고 우선 놀라왔다.

일본의 전형적인 미스터리물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세월이 반세기 가량 흐른 지금 읽어도 진부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미스터리의 전형인 반전의 플릇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단점을 빼고는 너무도 성실하게 추리물의 교과서를 보는 듯한 소설이었다.

더구나 사건을 따르는 시선이 두 주인공에 의해 교차되는 기법은 참 탁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독자들은 이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느라 정작 작가가 숨겨둔 트릭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나처럼.

 


표지에서 느껴지는 청과 홍의 배색이 이 소설의 특색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추리물의 기법상 여러 트릭들이 교차되지만 담백하다고 할까. 미스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 왜 '필독서'로 손꼽히는지 책을 덮고 나면 반드시 느껴질 것이다.

신인추리작가 사카이 마사오가 자신의 집에서 추락한 채 발견된다. 사인은 청산가리에 의한 자살로, 엄청난 고통에 못이긴 사카이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창밖으로 추락한 것으로 사건은 종결된다.

몇 년전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등단한 사카이가 여러해 동안 신작을 내지 못해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구나 안에서 문을 잠근 밀실사건이라 타살이라는 혐의점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의학전문출판사의 편집자이면서 대작가 세가와 고타로의 딸인 아키코는 그의 자실을 믿지 않은 채 홀로 사건을 뒤쫓는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작가의 열망을 간직했지만 지금은 주간지의 '살인 리포트'란에 원고를 써주는 르포작가 쓰쿠미역시 사카이의 자살사건을 취재하던 중 그의 죽음에 의문을 느껴 뒤를 쫓기 시작한다.

 


이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사카이의 유작인 '7월 7일 오후 7시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사카이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의 제목처럼 바로 그날 그 시간에 자살을 했었다.

애인으로 발전한 아키코에게는 머지 않아 거액의 돈이 생길것이라는 이상한 말을 했었고 아키코에게 여행을 가자는 말도 했었다. 아키코는 그런 그가 절대 자실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가 죽기 얼마전 그의 집에서 마주친 묘령의 여성 리쓰코의 행적을 쫓는다. 하지만 리쓰코는 사카이가 죽던 시간 다른 곳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사진으로 의심을 피한다.

그녀가 묵었던 여관에서 촬영된 시계탑의 시간으로도 도저히 사카이의 사건에 개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키코는 이 시간의 트릭을 멋지게 풀어낸다. 하지만 리쓰코가 사카이를 죽인 범인일까?

 


한편 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쫓던 쓰쿠미는 사카이의 유작과 똑같은 작품이 '내일 죽을 수 있다면'이란 이름으로 이미 발표가 되었던 것을 확인하고 사카이가 표절을 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죄책감에 못이겨 자살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발표된 작품을 선정하여 발표한 출판사의 부편집장 야나기사와의 수상쩍은 행동에 주목하게 된다.

오래전 그의 여동생이 사카이에게 실연을 당해 자살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고 복수를 위해 그의 작품을 일부러 발표시키게 한 뒤 표절작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씌우는 복수를 했다고 짐작하고 그의 행적을 쫓게 된다.


사카이의 죽음에 각기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두 사람, 아키코와 쓰쿠미!

결국 한 점에서 만날 것이란 예상은 보기좋게 깨져버린다. 물론 두 사람은 각기 사카이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기는 한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벗겨지는 순간 작가에서 철저하게 농락당했다는 것을 알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작가 '나카마치 신'은 흔히 범인들이 방패처럼 내세우는 시간의 알리바이를 도입하고 또한 보기좋게 깨 부서버린다.

누이동생의 자살에 원한이 있었던 야나기사와의 알리바이역시 당시 전화선의 특성을 이용하여 복선을 깐 후 한자의 배열을 이용한 단어트릭에서도 멋지게 성공한다.

더구나 사건을 쫓던 주인공이 살인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방식은 다소 충격스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다소 황당한 진실을 접하는 순간 좀 아쉽다는 생각도 금할 수 없다.

작가 자신이 젊은 시절 추리물의 대가 아가사크리스티나 앨러리 퀸같은 작가에 열광했다고 하듯 추리물의 전형을 보여준 이 작품이 많은 미스터리물의 작가들에게 또 하나의 교과서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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