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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평점 :
호주의 피리위만에 위치한 피리위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따라가는 이 책은 긴 호흡을 가지고 읽어야 할 작품이다. 초긍정 아줌마
매들린은 첫 결혼에 실패하고 에드와 재혼하여 딸 클로에와 아들 프레드를 낳아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비록 전남 인 네이선이 한참이나 어린 여자
보니와 결혼하여 아들 스카이를 낳고 바로 이웃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긴 하지만. 더구나 클로에와 네이선이 같은 반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보니부부와
마주칠 일이 많아지긴 했지만 뭐 어떠랴 사는게 다 그렇지 뭐..하는 털털한 매들린이다.
매들린의 절친인 셀레스트는 전진 변호사였고 엄청난 미인이다. 남편 페리는 투자자산 사업가로 성공한 부자였고 잘생긴데다 자상한 멋진 남자다.
이웃들은 이 부부를 가장 이상적인 부부로 알고 있다.
결혼 8년 만에 쌍둥이를 낳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부부에게는 치명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스물 네 살의 제인은 열 아홉살 때 원 나잇 스탠드의 결과로 생긴 다섯살짜리 아들 지기를 둔 미혼모이다.
그녀의 부모에게도 지기의 친아빠가 누구인지 입을 열지 않았고 얼마전 피리위 해변으로 이사를 왔다.
매들린, 셀레스트, 제인은 단박에 절친이 된다.
예비학교에 모임이 있던 날 어린아이중 누군가가 레나타의 딸 아마벨라의 목을 조르는 사건이 터진다.
아마벨라는 그 아이가 제인의 아들 지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기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두 아이중 누가 거짓말장이일까.
그 사건으로 피리위초등예비학교의 학부모들은 두 편으로 나뉘게 된다. 제인의 아들 지기를 옹호하는 매들린편과 아마벨라의 엄마 레나타를편으로
갈린 학부모들은 결국 지기를 추방하자는 탄원서를 돌리게 된다.
의리있고 정의로운 매들린은 셀레스트와 힘을 합쳐 제인을 보호하려 한다.
어린 엄마 제인은 열 아홉살 때 아이를 만들었던 하룻밤에 대해 고백한다. 부동산 업자인 '색슨 뱅크스'란 잘 생긴 남자가 지기의 친부라고
밝힌 것이다. 하필 그 '색슨 뱅크스'는 셀레스트의 남편 페리의 사촌형제였다.
이미 딸 셋을 둔 유부남이 어린 여자를 강간하다시피하고 그 일로 임신을 하고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살고 있다니 매들린과 셀레스트는
경악한다. 그리고 매들린은 제인과의 약속을 져버리고 그 남자에 대해 검색해본다.
사실 제인은 '색슨 뱅크스'와 하룻밤을 보내던 날 호텔방에서 보았던 피리위지역 부동산 광고지를 잊지 못하고 지기를 데리고 피리위지역으로
이사를 했던 것이다. 막연하게나마 지기의 친부를 만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했던 것일까.
당시 조금 뚱뚱하고 어리숙했던 제인은 '색슨 뱅크스'가 넌 너무 뚱뚱하고 입냄새가 난다고 소리쳤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거의 거식증에 걸리다시피했고 매일 껌을 씹어야 하는 강박증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다른 남자를 만나보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여자의 자부심은 전적으로 외모에 있기 때문이에요. 그게 이유에요. 우린 외모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제인의 부르짖음은 자신에게 차가운 시선을 던지는 온 세상을 향한 처절한 외침이었다.
사실 셀레스트는 남편 페리에게 폭행을 당하는 아내였다. 자상하고 멋진 신사인 페리의 이중적인 생활을 견디고 있는
세레스트는 남편의 폭력에 이미 길들여져 있었다. 남편에게 매를 맞으면 마치 자신이 남편보다 위에 서있다는 착각을 하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남편의 위치가 올라가게 되고 세레스트는 자신도 모르게 페리를 자극하여 폭력을 유도 하기도 했다.
마치 마약에 중독되듯 폭력에 중독된 세레스트는 언젠가 페리를 떠나 독립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매 년 열리는 피리위초등학교
퀴즈대회가 열리는 날 페리는 죽고 만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락마다 아마벨라의 목을 조른 지기에 대한 이야기와 베란다에서 일어난 추락사고에 대해 증언을 하는 학부모들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다. 그 이야기속에 '카더라'라는 소문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다.
자그마한 불씨가 엄청난 불길이 되어 온 산을 태우듯 사람들의 입소문이 누군가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고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게된다.
특히 어린 미혼모 제인은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지기의 친부에 대해 묘한 그리움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가 남긴 말이 비수가 되어
꽂힌 채 어두운 삶을 살고 있다. 그
리고 아마벨라의 목을 조른 아이가 지기가 아닌 다른 아이임을 밝혀지지만 사람들은 당연히 지기가 아마벨라의 목을 졸랐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
어린 미혼모의 자식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되바라졌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돈과 명예와 행복한 삶을 다 누리고 살것 같은 사람들에게도 상처는 있다.
우리는 그저 겉모습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우를 범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폭력남편의 이중적인 성격은 아이들에게도 전염되고 또한 자신의 삶이 끝나버리고 마는 결말을 맞고 만다.
그 사건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은 한 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다.
'죽을 놈이 죽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딸을 돌보는 보모와 바람이 난 남편을 향한 복수심이, 어린시절 엄마를 폭행했던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던 딸의 복수심이, 그리고 어린 자신을 강간하다시피하고 임신시켰던 남자에 대한 복수심이, 신사인척 살고 있지만 악마같은 얼굴로 자신을
때리는 남편에 대한 복수심이...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것으로 되갚아준 것은 아닐까.
세 여인을 둘러싼 사소한 거짓말과 엄청난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세심하게 풀어낸 탁월한 심리소설이다.
사건에 대해 서로 해석이 달랐던 주변 인물들의 증언들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었다.
때로는 방관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한 말을 지어내어 상처를 주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들.
전작 '허즈번드 시크릿'과는 사뭇 다른 탁월한 심리소실이라고 할 수있다. 다만 속도감이 뒤따르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지기의 친부에 얽힌 반전이 그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