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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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인줄만 알았던 이 작품이 40여년도 훨씬 전에 쓰여진 작품임을 책 말미에서야 알고 우선 놀라왔다.

일본의 전형적인 미스터리물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세월이 반세기 가량 흐른 지금 읽어도 진부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미스터리의 전형인 반전의 플릇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단점을 빼고는 너무도 성실하게 추리물의 교과서를 보는 듯한 소설이었다.

더구나 사건을 따르는 시선이 두 주인공에 의해 교차되는 기법은 참 탁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독자들은 이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느라 정작 작가가 숨겨둔 트릭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나처럼.

 


표지에서 느껴지는 청과 홍의 배색이 이 소설의 특색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추리물의 기법상 여러 트릭들이 교차되지만 담백하다고 할까. 미스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 왜 '필독서'로 손꼽히는지 책을 덮고 나면 반드시 느껴질 것이다.

신인추리작가 사카이 마사오가 자신의 집에서 추락한 채 발견된다. 사인은 청산가리에 의한 자살로, 엄청난 고통에 못이긴 사카이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창밖으로 추락한 것으로 사건은 종결된다.

몇 년전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등단한 사카이가 여러해 동안 신작을 내지 못해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구나 안에서 문을 잠근 밀실사건이라 타살이라는 혐의점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의학전문출판사의 편집자이면서 대작가 세가와 고타로의 딸인 아키코는 그의 자실을 믿지 않은 채 홀로 사건을 뒤쫓는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작가의 열망을 간직했지만 지금은 주간지의 '살인 리포트'란에 원고를 써주는 르포작가 쓰쿠미역시 사카이의 자살사건을 취재하던 중 그의 죽음에 의문을 느껴 뒤를 쫓기 시작한다.

 


이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사카이의 유작인 '7월 7일 오후 7시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사카이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의 제목처럼 바로 그날 그 시간에 자살을 했었다.

애인으로 발전한 아키코에게는 머지 않아 거액의 돈이 생길것이라는 이상한 말을 했었고 아키코에게 여행을 가자는 말도 했었다. 아키코는 그런 그가 절대 자실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가 죽기 얼마전 그의 집에서 마주친 묘령의 여성 리쓰코의 행적을 쫓는다. 하지만 리쓰코는 사카이가 죽던 시간 다른 곳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사진으로 의심을 피한다.

그녀가 묵었던 여관에서 촬영된 시계탑의 시간으로도 도저히 사카이의 사건에 개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키코는 이 시간의 트릭을 멋지게 풀어낸다. 하지만 리쓰코가 사카이를 죽인 범인일까?

 


한편 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쫓던 쓰쿠미는 사카이의 유작과 똑같은 작품이 '내일 죽을 수 있다면'이란 이름으로 이미 발표가 되었던 것을 확인하고 사카이가 표절을 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죄책감에 못이겨 자살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발표된 작품을 선정하여 발표한 출판사의 부편집장 야나기사와의 수상쩍은 행동에 주목하게 된다.

오래전 그의 여동생이 사카이에게 실연을 당해 자살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고 복수를 위해 그의 작품을 일부러 발표시키게 한 뒤 표절작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씌우는 복수를 했다고 짐작하고 그의 행적을 쫓게 된다.


사카이의 죽음에 각기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두 사람, 아키코와 쓰쿠미!

결국 한 점에서 만날 것이란 예상은 보기좋게 깨져버린다. 물론 두 사람은 각기 사카이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기는 한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벗겨지는 순간 작가에서 철저하게 농락당했다는 것을 알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작가 '나카마치 신'은 흔히 범인들이 방패처럼 내세우는 시간의 알리바이를 도입하고 또한 보기좋게 깨 부서버린다.

누이동생의 자살에 원한이 있었던 야나기사와의 알리바이역시 당시 전화선의 특성을 이용하여 복선을 깐 후 한자의 배열을 이용한 단어트릭에서도 멋지게 성공한다.

더구나 사건을 쫓던 주인공이 살인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방식은 다소 충격스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다소 황당한 진실을 접하는 순간 좀 아쉽다는 생각도 금할 수 없다.

작가 자신이 젊은 시절 추리물의 대가 아가사크리스티나 앨러리 퀸같은 작가에 열광했다고 하듯 추리물의 전형을 보여준 이 작품이 많은 미스터리물의 작가들에게 또 하나의 교과서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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