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튜드 - 오롯이 나를 바라보는 고독의 시간
요한 G. 치머만 지음, 이민정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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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란 단어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환한 햇살보다는 어두운 그림자나 회색, 우울같은 것들이 더 떠오르지 않는가.

이 책의 저자는 1728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대영제국 국왕 조지 3세의 개인 의사였던 사람이라고 한다. 의사라는 직업이 대단하게 환영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영제국의 국왕을 치료했던 의사라면 명성이 꽤나 대단했던 사람은 분명해보인다.


중요한 것은 그가 명망있는 의사였다는 사실보다 그 시절에 이런 철학서? 혹은 사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쓰고 남겼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처럼 SNS가 필수였던 시절도 아니니 오히려 사색에는 더 집중하기 좋았던 점도 유리하게 작용은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독'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이토록 방대한 풀이를 해놓은 것은 정말 대단한 일 아닌가.


당시의 사회상까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부와 빈의 경계가 뚜렷했을 것이고 무분별한 모임이나 파티도 유행했을 것이다. 그게 가장 즐길거리였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고독'이나 '사색'이라는 주제는 자칫 주목받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고독'이란 여과장치가 강력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그 때 이미 알았다는 것은 정말 혜안이 뛰어난 사람임을 증명하고 있다.


저자 이전에도, 이후에도 수많은 철학자, 사상가들이 고독에 대해 많은 해설과 저서를 내놓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그 때에도 지금에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고독에 대해 정확이 꿰뚫어보고 그 여과장치가 어떤 때, 어떻게 쓰여야하는지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마치 칼의 양날처럼 고독이 어떻게 쓰여야 약이 되고 독이 되는지를 루소의 예를 들면서 설명을 해놓았다.


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사람에게 '고독'은 자칫 독이 되기도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그 뒤에 숨어서도 안된다는 말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숨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햇살밖으로 나오기는 더 힘들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럼에도 이따금 은둔, 혹은 고독속에 잠시 머무르지 않으면 우리는 제대로 살 수 없다.

뒤죽박죽 헝클어진 창고를 차분히 정리하는 것 같은 '고독'은 절대 필요하다.

너무 고독해서 외롭고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번잡한 현대사회에서의 고독은 엉킨 실을 풀어줄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마음의 정화를 위해 가끔은 고독해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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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는 너에게
이우연 지음 / 비선형프레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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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 듯한 시간이었다. 소리와 은하의 관계처럼 몽환적인 무대에 잠깐 다녀온 듯한, 그래서 잠시 현실과 꿈을 오간것 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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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는 너에게
이우연 지음 / 비선형프레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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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나놓고 보니 내가 가장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간들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과 비슷한 시간이있던 것 같다. 당시에 내가 그리 외롭고 상처받고 누군가를 그리워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었다. 많이 아팠고 그래서 세상밖에 소리치고 싶었고 그 소란을 잠재워줄 존재를 만났다.


내가 있는 세상이 아닌 상상의 세계, 혹은 닿고 싶은 세상으로 이끌어준 존재는 바로 책이었다.

누구와도 친밀하게 지내지 못하고 겉돌았던 소리가 은하를 만났던 것도 이와 비슷한 운명이 아니었을까. 조용히 다가와서 소리의 손을 이끌고 신비의 세상으로 이끌어준 존재!


'귀신을 보는 아이'는 소란할 수가 없다. 집중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봐야할테니까.

은하는 그런 소리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정말 존재하는지 아니면 허상인지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소리를 이끈다. 우리는 가끔 꿈과 현실을 헛갈린다. 그렇듯 은하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아이같았다.


은하가 안내해준 공간들에는 다른 사라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왜 학교라는 공간은, 특히 옥상같은 곳에는 귀신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을까. 아마도 많은 아이들이 그곳이 피신처라고, 혹은 마지막으로 선택한 공간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게 유일하게 소리곁에 있었던 은하는 떠났다.


읽는 동안에도 나는 소리가 들어간다는 가상세계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소리곁에 머물렀던 은하의 존재역시 실제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그 사실이 중요한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 느껴졌다면 그건 실제하는 존재일테니까.

'제발 돌아와' 달라는 소리의 마지막 외침이 눈에, 마음에 남는다.

네가 나를 잊는다고 해도 나는 기억할거야. 소리의 이런 다짐은 은하가 여전히 떠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떠나보내지 못하면 상대는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소리가 지나왔던 그 시간 무렵에 나도 누군가를 잃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소리처럼 못보내지는 않았지만 문득 문득 찾아와서 그립게 하는 아이! 잘 지내지?

너를 다시 만날 날이 이제 그리 멀지 않았네. 나를 못알아보면 어쩌지? 너무 늙어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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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강아지 봉봉 1 (리커버) - 똥개 아니고 번개 낭만 강아지 봉봉 1
홍민정 지음, 김무연 그림 / 다산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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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동화다. 요렇게 예쁜 강아지가 목줄에 메어 고물상에 묶여있다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진다. 봉봉아 어쩌다 거기에 묶인거야!


6개월 전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만 기억나는거야? 너도 분명 엄마, 아빠가 있었을텐데.

진짜 주인은 어디에 있는거야. 고물상 주인은 분명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겨우 사료만 던져주고 많은 돈을 주는 사람에게 팔아넘길 생각만 하다니. 봉봉아 어떡해!


그런 봉봉이에게 다가오는 고양이 녀석들이라니. 한 녀석 눈 봤어? 분명 사나운 녀석일거야.

볼트와 너트라는 이 고양이 녀석들은 봉봉이 사료를 먹으러 오는 정말 도둑고양이었어.

길고양이들이 배불리 먹을 수가 없긴 하지만 남의 사료를 훔쳐먹다니. 목줄에 묶인 봉봉이는 녀석들을 쫓아낼 수가 없어. 목줄이 짧아서. 눈뜨고 사료를 빼앗긴 날은 쫄쫄 굶어야해.


그렇게 배가 고픈 봉봉이에게 어떤 남자가 다가와 맛있는 간식을 내미는거야. 수상해! 수상해!

하지만 배가 고픈데다 천성이 착한 봉봉이는 아무 의심없이 맛있게 먹었는데 이 남자에게 정말 역한 냄새가 풍기는거야. 그런 봉봉이를 지켜보는 눈이 있었지. 바로 고양이 녀석들.

남자는 고물상 남자에게 봉봉이를 팔라고 꼬득이는데 더 많은 돈을 받으려고 주인이 안팔고 있을뿐이었던거야. 고물상 주인이 퇴근을 하고나면 남자는 나타나서 봉봉이를 훔쳐가려고 하고.


고양이 녀석들이 마침내 남자의 정체를 알게되고 봉봉이는 너무 무서워서 고양이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비록 봉봉이의 사료를 훔쳐먹긴 했지만 두 녀석 마음은 정말 착한 녀석들이었어.

봉봉이의 목줄을 끊어서 도망치게 도와주기로 마음먹은거야. 고양이들. 칭찬해!!

목줄을 끊어줄 시궁쥐를 찾아 시장으로 향한 고양이들은 어금니가 무지막지한 톱니라는 시궁쥐를 만나게 되고 시궁쥐의 내건 조건을 수락하고 봉봉이가 있는 고물상으로 향하는데..

아뿔싸 남자가 나타난거야. 이제 봉봉이가 남자에게 잡혀가는건 시간문제인데.

그 남자 진짜 정체가 뭔지 알면 놀라 자빠질거야. 봉봉아 제발 고물상에서 탈출해야해! 냥이들아 시궁쥐에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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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여행자-되기 둘이서 3
백가경.황유지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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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쉬운데 어렵다. '관내'라고 하면 무슨 관을 얘기하는 것일까.

저자들의 해설을 보면 '도시를 관통하는'정도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책을 좋아하고 외출시에는 가능하면 가방에 들어갈 정도의 책을 가지고 다니는 편이다.

그래서 아주 두툼한 책은 좀 부담스럽다고 여기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책 한권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았다.


독자들이 종이의 무게를 달아 사주는 고물상도 아니고 대개 책들은 페이지수로 가늠을 하기 때문에 무게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생각보다 너무 무거워서 가슴이 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가볍게 여기저기 돌아보는 정도의 여행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나같이 주제가 너무 무거워서 가뜩이나 요즘 우울증으로 고생중인 나에게는 무겁게 다가왔다.


인천은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고 여전히 차이나타운이 있고 맥아더 동상이 있다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던 나로서는 그 곳에 성냥공장이니 방직공장 같은 것들이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가난한 조국의 상당 부분 우리의 가난한 '여공'들이 짊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누군가는 차이나타운의 중국요리보다 그런 곳들이 더 마음에 들어온다는 걸 알았다.


몇 년전 '미투'의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많은 이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유명인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에 성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빈약했었나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었다.

미군부대가 있던 도시에서는 성매매가 버젓이 이루어졌고 그 돈이 가난한 조국의 양식이 되었음을 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넘어서 우리는 성매매, 성폭력, 성추행같은 것에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관대해왔던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맞다. 여성이 몸으로만 평가되는 시대는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딸들이, 손녀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옛말로나 존재하기를 바라고 그 책임은 과거 어른들, 지금의 우리들에게 있음을 직시해야한다.


보광동에서 태어나 이태원소재의 국민학교에 다녔던 나는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 그 동네가 공동묘지터였다는 것을 알았다. 하긴 사대문안으로만 묘지가 없지 그 밖으로는 온통 묘지가 즐비하던 시절 이야기일터다. 암튼 어려서 무슨 클럽이니 양공주니 하는 말들을 일상으로 들었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물건들을 웃돈을 주면서 사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참사가 일어났던 그 호텔은 내가 결혼을 한 곳이기도 하다.

어려서는 그닥 친하지 않았던 친구가 이태원에 고깃집을 내어 성공해서 돈을 무척 벌었다.

아주 오랫만이 그 집을 찾아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참사의 그 날 그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

실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기도 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고 요즘도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얼마 전 그 현장에 구호활동을 하던 소방관의 자살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우리는 무수한 사고를 겪고 보고 듣고 살아간다.

그리고 흥분하고 성토하고 때로는 현장에 찾아가 시위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달라졌을까.

인간의 아주 탁월한 능력인 '잊기'에 익숙해지고 나면 냄비에 물이 급격히 끓어오르다가 또 그만큼 식어가듯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래야만 복잡한 머리속을 비워내고 살아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때로 잊혀질뻔했던 일들을 이렇게 다시 끌어내야 하기도 한다.

그래야만, 어쩌면 그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관내 방관자'로 남았다는게 많이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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