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함, 인생을 담아드립니다 -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환대하는 법
최나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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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런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신은 쓰임에 따라 삶을 배정해놓으시는 능력이 있으신가 싶다. '표구'를 하는 작가! 요즘 표구를 배우는 사람이 있었던가.

어떻게 표구를 배울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단순히 평면적인 작품을 표구하는 것이 아니고 한 사람의 인생을 담는 특별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니 선택받은 사람이 아닌가 말이다.


어려서는 학교근처에 표구하는 집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이야 인사동 정도는 가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지만 현대식 표구작품을 만나는 일은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작품을 보니 세련됨을 넘어서 감동과 사랑, 수많은 사연들이 그대로 전해져 마음이 따뜻해졌다. 참 감사한 일을 하고 있구나.

더구나 한남동 오거리에서 순천향병원을 오르는 그 길에 있는 작업실이라면 내가 어려서 뛰돌던 곳이라 더 애틋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모리-mory'라는 단어를 연상하긴 했지만 정확한 뜻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리워할 모(慕), 특별하게 다룰 리(異), 담을 함(函). 이름도 참 특별하다. 사모하는 마음할 때 그 모자일 것이고 리는 [다를 이]만 생각했었는데 이런 뜻도 있었구나.

자꾸 '메멘토 모리'가 떠올랐다. 모리함이 꼭 죽은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작품을 만드는 곳은 아니지만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삶을 바라본다면 인생이 조금쯤은 더 겸허해지고 감사해질 것 같았다.


왜 엄마가 그리 급히 하늘나라로 떠나셨을까. 그 때의 황망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는 죽은 사람의 물건을 불길하다고 여겨 많이 간직하는 편은 아니어서 나중에 그리워하는 일이 많다. 미리 알았더라면 많이 남겨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얼마나 컸을까. 그런 마음으로 '모리'를 찾는 고객들을 맞을 것이다.

시집가는 딸을 위해 수를 놓은 어머니의 마음, 아버지가 건네준 마지막 용돈, 그리고 한동안 책을 넘길 수 없을 만큼 내 눈길을 붙들었던 귀여운 강아지의 사진!


나도 언젠가 내 사랑하는 반려견을 먼저 떠나보낼지도 모른다. 생각만해도 가슴이 미어진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세상을 떠날 것이고 가끔은 누군가 기억을 해주겠지.

내가 남길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시절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오래된 것들을 잘 버리지 않아 집안이 어수선하다. 치매에 걸리기 전 엄마가 건네준 반지를 보면서 더 정신을 놓기전에 딸에게 물려주고 싶어했던 엄마의 마음이 전해졌다.

나도 조만간 '모리'를 찾아 내 인생을 담은 작품 하나쯤 의뢰하고 싶다.

과연 나를 가장 잘 표현해줄 물건은 무엇일지, 얼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의 탄생부터 늙어가는 지금까지의 사진? 아니면 이런 글귀하나들? 문득 남길 것 없는 초라한 인생인 것 같아 부끄럽다.

누구에겐가는 소중한 것들을 담아 멋진 감동을 만들어내는 작가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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