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맞벌이를 하던 부모님은 둘째 아이가 생기자 첫째 딸이었던 편조를 백석리 외할머니집에 맡겨 키우게 했다. 동하처럼 그렇게 버려진 것 같이 내려온 편조는 부모님이 다녀갈 때마다 차를 쫓으며 울었다고 한다. 이제 대입을 위해 고입을 위해 부모님집으로 떠난 편조가 행복해지기는 커녕 더 외로워보인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 동하와 절친을 넘어 여친과도 같은 편조의 연락이 뜸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편조를 대신할 전학생 모경이 나타나고 이제 흰동중학교 폐교는 물건너 갔다.
전교생 10명이 넘어가면 안되는데...망한 사업때문에 떠돌고 있다는 모경의 부모님도 백석리에 모경을 보냈다. 백석리 터가 그런가. 왜 자꾸 아이들을 버리러 오거나 버리고 도망가는거냐고.
심란한 동하에게 신상문구점의 황 영감은 자꾸 신상문구점 일을 하라고 부추긴다.
단월 할매가 살아있을 때에도 신상문구점 돌아가는 걸 동하가 제일 잘 알았었다.
하지만 저 괴팍한 황 영감 밑에서 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떻게 한 인생이 한 인생에게 이렇게 빚을 지고 살아야 하나' 이 문장이 가슴에 툭 떨어졌다.
아 할머니의 보살핌이 동하는 빚이라고 여겼구나. 아들을 먼저 가슴에 묻은 할머니가 동하를 키우는 힘으로 버텼다는 걸 늦게서야 알았다. 늦게 찾아온 엄마 역시 동하를 버린게 아니란 것도 알게되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모르는 사연들이 너무 많다. 아프면 울어야지. 동하야 할머니도, 엄마도 많은 날들을 울고 살았단다. 너만 외로웠던 것은 아니었어. 신상문구점 고참 직원으로 열심히 신상을 채우렴.
그리고 헛헛했던 니 마음에도 우정으로, 사랑으로, 희망으로 가득채우렴. 신상문구점땜에 무척 행복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