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문구점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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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두물이 만나는 어딘가에 신상문구점과 그집식당이 꼭 있었으면 싶다.

도깨비터라 장사가 잘 된다는 그집식당에서 팥찰밥에 동치미를 시원하게 들이키고 싶다.

답답한 현실이 조금쯤은 가벼워지면서 살아갈 힘이 생길 것만 같아서다.


중학생 동하는 어린시절 아빠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엄마는 동하를 두고 집을 나갔다.

할머니의 말로는 젊은 며느리가 손주한테 잡혀서 주저앉지 말고 훨훨 날아가 새로운 삶을 살라고 했다는 것이다. 누구맘대로! 도대체 내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어른들은 다 지멋대로 결정한다.

그래서 동하는 엄마, 아빠 없이 할머니가 키웠다.


그나마 외로운 동하의 아지트였던 신상문구점의 단월 할매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동하는 죽음이란게 뭔지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아 이렇게 아무말도 없이 훌쩍 떠나버리는 것!

미처 이별의 준비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것! 그리고 할머니보다 더 살갑던 단월 할매를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것! 더구나 절친이었던 편조마저 도시에 사는 부모님에게도 가버지지 않았던가.

동하의 마음을 갈 곳을 잃었다. 단월 할매의 남편인 황 영감의 그 괴팍함도 지겹기만 하다.


외딴 시골에 박혀있는 그집식당이 왜 그렇게 손님이 많은건지 신기하기만 하다.

전주인이 이 백석리에 들어와서 팥농사를 짓던 할머니들에게 힘드시지 않냐고 물어봤던 것이 그집 식당의 시작이라니. 믿어야 하나. 제일 먼저 말을 건네준 할머니가 그 터에 장사를 해보라고 했단다. 백석리 할머니들이 힘들게 농사지은 팥으로 음식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그집식당은

할머니들 말대로 돈이 붙은 도깨비터가 분명하다. 전주인이 몸을 다치자 그냥 손님으로 왔던 지금 주인에게 가게를 넘겼다는 것도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렇게 가게를 서로 주고 받았다고?


어린시절 맞벌이를 하던 부모님은 둘째 아이가 생기자 첫째 딸이었던 편조를 백석리 외할머니집에 맡겨 키우게 했다. 동하처럼 그렇게 버려진 것 같이 내려온 편조는 부모님이 다녀갈 때마다 차를 쫓으며 울었다고 한다. 이제 대입을 위해 고입을 위해 부모님집으로 떠난 편조가 행복해지기는 커녕 더 외로워보인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 동하와 절친을 넘어 여친과도 같은 편조의 연락이 뜸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편조를 대신할 전학생 모경이 나타나고 이제 흰동중학교 폐교는 물건너 갔다.

전교생 10명이 넘어가면 안되는데...망한 사업때문에 떠돌고 있다는 모경의 부모님도 백석리에 모경을 보냈다. 백석리 터가 그런가. 왜 자꾸 아이들을 버리러 오거나 버리고 도망가는거냐고.

심란한 동하에게 신상문구점의 황 영감은 자꾸 신상문구점 일을 하라고 부추긴다.

단월 할매가 살아있을 때에도 신상문구점 돌아가는 걸 동하가 제일 잘 알았었다.

하지만 저 괴팍한 황 영감 밑에서 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떻게 한 인생이 한 인생에게 이렇게 빚을 지고 살아야 하나' 이 문장이 가슴에 툭 떨어졌다.

아 할머니의 보살핌이 동하는 빚이라고 여겼구나. 아들을 먼저 가슴에 묻은 할머니가 동하를 키우는 힘으로 버텼다는 걸 늦게서야 알았다. 늦게 찾아온 엄마 역시 동하를 버린게 아니란 것도 알게되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모르는 사연들이 너무 많다. 아프면 울어야지. 동하야 할머니도, 엄마도 많은 날들을 울고 살았단다. 너만 외로웠던 것은 아니었어. 신상문구점 고참 직원으로 열심히 신상을 채우렴.

그리고 헛헛했던 니 마음에도 우정으로, 사랑으로, 희망으로 가득채우렴. 신상문구점땜에 무척 행복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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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이론
콜린 아담스 지음 / 경문사(경문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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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이라 하면 끈을 묶거나 꼬아서 여러 모양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쉽게 우리 나라 전통 한복을 입을 때 드리우는 노리개같은 걸 보면 예쁜 매듭모양이 보인다. 이 매듭의 꼬임새가 다양하고 아름다워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이 매듭이 수학적 이론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냥 얼핏보면 매듭을 다양하게 만드는 법이 소개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이 매듭이 수학이론으로 진화되고 증명되는 것을 보게 된다. 오호 놀라운 대입이론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이 매듭은 단순히 모양을 위한 꼬임뿐만이 아니라 마술에도 응용이 된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사람에 따라, 일터에 따라 쓰임새에 따라 매듭의 모양도 차별화되어있음이 떠올랐다.

언젠가 선원들이 즐겨묶는 매듭법으로 인해 살인사건이 해결되는 것을 보았다. 매듭에게도 지문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된다.


모든 이론이 그렇지만 처음부터 인정을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최초의 매듭 이론이 물리학자 톰슨에 의해 시작되었고 이후 발전해나와 지금의 안정된 이론으로 정착되었단다.

인류은 역시 위대한 존재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얼핏 이 매듭이 수학적으로 설명되고 증명되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런 이론을 생각하고 정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참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어쩌면 무척이나 어려운 매듭이론은 주로 대학원생이나 학부의 고학년을 위한 것으로 상당한 고급 수학이라고 하는데 다행이 이 책은 학부의 저학년생이나 중, 고등학생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나는 너무 어렵지만.

일단 그림대로 매듭을 묶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볼까나. 그러면 그렇게 싫어하던 수학이 조금쯤은 좋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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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튜드 - 오롯이 나를 바라보는 고독의 시간
요한 G. 치머만 지음, 이민정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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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란 단어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환한 햇살보다는 어두운 그림자나 회색, 우울같은 것들이 더 떠오르지 않는가.

이 책의 저자는 1728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대영제국 국왕 조지 3세의 개인 의사였던 사람이라고 한다. 의사라는 직업이 대단하게 환영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영제국의 국왕을 치료했던 의사라면 명성이 꽤나 대단했던 사람은 분명해보인다.


중요한 것은 그가 명망있는 의사였다는 사실보다 그 시절에 이런 철학서? 혹은 사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쓰고 남겼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처럼 SNS가 필수였던 시절도 아니니 오히려 사색에는 더 집중하기 좋았던 점도 유리하게 작용은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독'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이토록 방대한 풀이를 해놓은 것은 정말 대단한 일 아닌가.


당시의 사회상까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부와 빈의 경계가 뚜렷했을 것이고 무분별한 모임이나 파티도 유행했을 것이다. 그게 가장 즐길거리였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고독'이나 '사색'이라는 주제는 자칫 주목받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고독'이란 여과장치가 강력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그 때 이미 알았다는 것은 정말 혜안이 뛰어난 사람임을 증명하고 있다.


저자 이전에도, 이후에도 수많은 철학자, 사상가들이 고독에 대해 많은 해설과 저서를 내놓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그 때에도 지금에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고독에 대해 정확이 꿰뚫어보고 그 여과장치가 어떤 때, 어떻게 쓰여야하는지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마치 칼의 양날처럼 고독이 어떻게 쓰여야 약이 되고 독이 되는지를 루소의 예를 들면서 설명을 해놓았다.


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사람에게 '고독'은 자칫 독이 되기도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그 뒤에 숨어서도 안된다는 말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숨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햇살밖으로 나오기는 더 힘들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럼에도 이따금 은둔, 혹은 고독속에 잠시 머무르지 않으면 우리는 제대로 살 수 없다.

뒤죽박죽 헝클어진 창고를 차분히 정리하는 것 같은 '고독'은 절대 필요하다.

너무 고독해서 외롭고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번잡한 현대사회에서의 고독은 엉킨 실을 풀어줄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마음의 정화를 위해 가끔은 고독해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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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는 너에게
이우연 지음 / 비선형프레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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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 듯한 시간이었다. 소리와 은하의 관계처럼 몽환적인 무대에 잠깐 다녀온 듯한, 그래서 잠시 현실과 꿈을 오간것 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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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는 너에게
이우연 지음 / 비선형프레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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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나놓고 보니 내가 가장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간들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과 비슷한 시간이있던 것 같다. 당시에 내가 그리 외롭고 상처받고 누군가를 그리워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었다. 많이 아팠고 그래서 세상밖에 소리치고 싶었고 그 소란을 잠재워줄 존재를 만났다.


내가 있는 세상이 아닌 상상의 세계, 혹은 닿고 싶은 세상으로 이끌어준 존재는 바로 책이었다.

누구와도 친밀하게 지내지 못하고 겉돌았던 소리가 은하를 만났던 것도 이와 비슷한 운명이 아니었을까. 조용히 다가와서 소리의 손을 이끌고 신비의 세상으로 이끌어준 존재!


'귀신을 보는 아이'는 소란할 수가 없다. 집중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봐야할테니까.

은하는 그런 소리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정말 존재하는지 아니면 허상인지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소리를 이끈다. 우리는 가끔 꿈과 현실을 헛갈린다. 그렇듯 은하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아이같았다.


은하가 안내해준 공간들에는 다른 사라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왜 학교라는 공간은, 특히 옥상같은 곳에는 귀신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을까. 아마도 많은 아이들이 그곳이 피신처라고, 혹은 마지막으로 선택한 공간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게 유일하게 소리곁에 있었던 은하는 떠났다.


읽는 동안에도 나는 소리가 들어간다는 가상세계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소리곁에 머물렀던 은하의 존재역시 실제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그 사실이 중요한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 느껴졌다면 그건 실제하는 존재일테니까.

'제발 돌아와' 달라는 소리의 마지막 외침이 눈에, 마음에 남는다.

네가 나를 잊는다고 해도 나는 기억할거야. 소리의 이런 다짐은 은하가 여전히 떠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떠나보내지 못하면 상대는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소리가 지나왔던 그 시간 무렵에 나도 누군가를 잃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소리처럼 못보내지는 않았지만 문득 문득 찾아와서 그립게 하는 아이! 잘 지내지?

너를 다시 만날 날이 이제 그리 멀지 않았네. 나를 못알아보면 어쩌지? 너무 늙어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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