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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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당한 자들을 위한 삶의 마지막 공동체, 사하맨션!

낯설지만 그래서 낯설지 않은 기묘한 국가, 그 속에서 연대를 꿈꾸는 자들의 찬란한 반란!

 

 

   『82년생 김지영』으로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한 조남주 작가가 신작 『사하맨션』으로 돌아왔다. 어느 미래의 가상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다. 시장의 논리에서 배제되고 등돌려진 자들의 공포와 불안을 예리하고도 담담하게 묘파해낸 조남주 작가의 이번 작품은 탄압과 혁명, 자유와 인권을 부르짖었던 과거 우리 시대의 유산으로부터 조금도 멀어지지 않은 미래 세계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그래서 낯선 듯 조금도 낯설지 않은 이 기묘한 국가와 사하맨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무섭고, 참혹하고, 서글프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비의 날갯짓을 기억하는 한 우리는 끝까지 함께 살 것이다

 

 

   사람들은 도시의 이름 대신 기업의 이름으로 도시를 불렀다. 도시는 기업에 인수되었고 거대한 기업인지 국가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도시국가가 탄생했다. “타운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회장은 대국민 담화문으로 밝혔지만, 도시는 계열 임직원들로 이루어졌고 직원이 아닌 사람들은 묘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공항, 철도, 도로, 공공주택 등은 회장의 일가나 기업의 간부에게 헐값에 넘어갔다. 타운은 공동총리제를 도입했으나 총리들의 정체는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졌고, 텔레비전과 라디오 채널이 단일화되고 신문사가 통폐합되었다. 휴일에 세 사람 이상의 성인이 모임을 가질 때에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했고, 불러서는 안 되는 노래가 있었고, 읽을 수 없는 책이 있었고 걸을 수 없는 거리가 있었다. 처음 도시를 인수하던 당시 회장은 원주민 모두를 새 도시국가의 주민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총리단에서 무분별한 밀입국을 막기 위해 주민 자격을 두었고, 살던 방식대로 조용히 살아가던 이들까지 추방 명령을 받고 그들이 떠난 주거지들은 빠르게 철거되었다. 그 가운데 주인이 될 수도 없고 떠나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 일부가 사하맨션으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사하맨션에는 엄마의 추락사를 자살로 둔갑시킨 이사 업체의 사장을 죽이고 사하맨션으로 도망쳐 들어온 701호의 도경과 진경 남매, 한쪽 눈이 없는 채로 태어나 열일곱 살부터 술을 파는 바에서 일을 하고 있는 214호의 사라, 무서울 만큼 커다랗고 재빠른 몸을 지닌 탓에 사하맨션의 사람들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앞장 서는 311호의 우미, 낙태 시술을 하다 사고가 발생해 도망쳐 들어 온 꽃님이 할머니, L2로 태어났지만 보육사의 꿈을 꾸며 사하맨션의 아이들을 보살피는 305호의 은진 등 저마다 기구한 사연을 짊어진 인물들이 이곳에서 살고 있었다. 이들은 비록 기묘한 기업 국가의 시스템과 제도권 밖에서 거부당하고 열악한 환경과 소모품으로 전락한 취급을 받는 난민들이었지만 스스로 자급자족하고 위기를 함께 극복함으로써 공동체가 되었다.

 

 

 

‘타운’이라고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장 이상한 도시국가. 밖에 있는 누구도 쉽게 들어올 수 없고 안에 있는 누구도 나가려 하지 않는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국가에서 사하맨션은 유일한 통로 혹은 비상구 같은 곳이다. / 33p

 

 

L2 대부분은 주민 자격이 되지 않으나 고향을 떠날 수 없어 2년마다 모욕적인 자격 심사와 건강 심사를 받고 L2 체류권을 연장해 가며 타운에 남은 원주민과 그런 L2들이 양육의 의지 없이 낳은 아이들이다. 진경은 L2도 못 되었다. ‘사하’라고 불리었다. L도 L2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마땅한 이름도 없는 이들. 사하맨션 주민이라서 ‘사하’인 줄 알았는데 사하맨션에 살지 않아도 ‘사하’라고 했다. 너희는 딱 거기까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15p

 

 

 

 

 

 

   소설은 의사이자 도경과 사랑에 빠진 타운 주민 ‘수’가 인적이 드문 공원 주차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고, 이때 함께 차에 타고 있었던 도경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경찰은 수의 죽음이 강간과 살인에 의한 것이라 발표하고 그 범인으로 도경을 지목한다. 맨션을 들쑤시는 경찰들의 매서운 감시망 속에서 도경은 사라의 집으로 들어가 숨게 되고, 단조로웠던 맨션 전체가 이내 어지럽게 뒤틀리게 된다. 그 와중에 훤한 대낮에 경찰로부터 사라가 희롱을 당하고, 우미는 살아 있는 자신의 몸을 일종의 실험 대상처럼 여기며 마음대로 가져다 쓴 이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 맨션의 사람들은 점차 이제껏 깨닫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과 현실 너머의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

 

 

 

“우리는 누굴까. 본국 사람도 아니고 타운 사람도 아닌 우리는 누굴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뭐가 달라지지? 누가 알지? 누가, 나를, 용서해 주지?” / 51p

 

 

"우리,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서로 미안하지? 나한테 진짜 미안해야 할 사람은 누구지? 아무도 내게 사과를 안 해. 누군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나는, 요즘 분해서 자꾸 눈물이 나." / 117p

 

 

“위로는 받았어요. 위로라고 생각하고 받았어요. 위로와 배려를 받고 나니 그걸 준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따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팔아먹은 게 됐어요. 그러니까 진경 씨, 살면서 혹시 위로받을 일이 생기더라도 받지 말아요. 위로도 배려도 보살핌도 격려도 함부로 받지 말아요.”

아니요. 위로받아도 됩니다. 위로와 배려를 받게 되면 받는 거고 받았더라도 따질 게 있으면 따지는 거고 그리고 더 받을 것이 있다면 받는 게 맞아요. / 164p

 

 

우미는 자신의 몸이 이정표가 되기 위해 뜯기고 버려지는 빵 같았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뜯어내다 보면 내 몸에는 뭐가 남을까. 헨젤의 빵은 새들이 모두 쪼아 먹어 버렸고 헨젤과 그레텔은 결국 집을 찾아가지 못했지. / 272p 

 

 

 

   ‘타운’과 ‘사하맨션’을 중심으로 하는 이 이야기는 사실 가상의 국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묘한 기시감을 전달한다. 30년 전에 조산원에서 일을 하고 있던 꽃님이 할머니와 낙태 시술을 받으러 온 어린 연인들과의 일화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낙태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원장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결정은 아이를 낳겠다는 결정만큼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고 그래서 아이를 낳는 곳은 아이를 낳지 않는 곳도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사람은 잘 모를 수도 있고 부주의할 수도 있고 상황이나 생각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 번의 실수로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문장은 조남주 작가가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여성과 인권에 관한 주제들을 이 작품에서도 뚝심 있게 제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나비 폭동이 일어났던 날, 소방 헬기가 시위대를 향해 물을 쏟아 붓고 시위대보다 더 많은 군인과 경찰이 무기를 휘두르며 공포를 조장하고 국가 체제에 반하는 이들을 묵살하는 행위들은 오늘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게 해서 섬뜩하다.

 

 

 

   이 때문에 등장인물 중 보육사를 꿈꿨던 은진이라는 인물이 유독 의미 있게 읽힌다. 맨션 내에 살고 있던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의 우울한 유배지, 그 안에 속한 어찌할 수 없는 번거롭고 불편한 부속물 같은 존재였지만 은진이 온 후로 아이들에게 맨션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 ‘기대’라는 감정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어제와 다른 일 혹은 즐거운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적인 예감을 품게 된 것이다. 은진이 직접 요리를 한 적이 없고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거나 식사 예절을 가르친 적도 없지만, 아이들 스스로 밥을 잘 먹고 매일을 새로운 놀이로 삼았던 것처럼 ‘사람’이 어떤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문제의식’과 ‘시도’가 변화를 이끌 수 있으며 공동체라는 ‘연대’가 희망을 엿보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원래 그렇다고 알고 살았던 사람이 ‘원래’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273p

 

 

거기 없었어. 따라가도 없었어. 그러니까 항상 진짜가 어디 있을지 생각해야 해. / 329p

 

 

  ‘수’라는 여인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개인과 공동체, 소수와 약자를 생각하게 하는 커다란 주제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정체되거나 후퇴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많이 고민할 수 있었다. 언젠가 이 작품이 영화화 되는 것도 상당히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사하맨션』을 통해 페미니즘이라는 틀 너머의 조남주 작가를 더욱 기대하게 되었으니, 계속해서 응원할 수 있는 작가가 늘어서 기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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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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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어 12년 만에 다시 찾아온 감동 소설!

지금 당장 사랑하는 나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게 만드는 명작! 

 

 

   이따금 엄마나 아빠를 ‘부모’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결코 완전하지 않은 한 인간으로서 맛보게 되는 상처와 좌절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한 얼굴 뒤에 감쳐진 진짜 표정들, 단단하던 신체가 하나둘씩 약해지고 기울어지는 모습들까지. 부모와 자식 그 관계와 위치도가 조금씩 변해가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아니 내가 부모가 되고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 엄마도 하고 싶었던 일이 있지는 않았을까? 아빠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혼자서 삭혔을까?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 속에서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것들이, 어쩌면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이 희생과 인내,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들이었음을 알았을 때 나도 역시 그들과 닮은 삶을 살게 될 거라는 어렴풋한 짐작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표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방황하고 부서지는 순간에도 다정했던

 

 

   출간 즉시 ‘일본문학의 가장 높은 달성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작품 <도쿄타워>가 12년 만에 다시 독자들 앞에 섰다. 당시 유명 배우 오다기리 죠 주연의 동명 작품 <도쿄타워> 역시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주목을 받은 까닭에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미처 접하지 못했던 작품이라 지금에라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어쩐지 반가웠다. 교교한 달빛을 품고 있는 도쿄의 밤과 화사하지만 조금은 외로운 듯한 도쿄타워가 배경인 표지가 무척이나 예뻐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도 한몫 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12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의 표지만 봐서도 그렇고 ‘대도시 도쿄를 살아가는 한 청년의 일과 사랑 이야기’ 쯤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니 오히려 다행스러운 것은 12년 전에 읽었다면 주인공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을 거라는 것, 어쩌면 단순 신파쯤으로 생각하고 이 책을 평범하게 읽고 말았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나 역시 두 아이의 부모가 되고 보니 오롯이 가슴으로 전해지는 이 책의 내용이, 문장 하나하나가 그렇게도 좋고 또 애달팠다.

 

 

 

그저 아무 일 없는 듯,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먼지를 밖으로 쓸어내지는 못해도 방구석에 밀어놓다 보면 흘러가는 시간이 종이를 겹겹이 붙여 만든 연극 소품 같은 ‘가정’ 정도는 만들어 준다.

하지만 가족관계란 몹시 신경질적인 것이다. 무신경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일수록 실은 세심한 신경이 필요하다. 금이 간 거실 벽, 가령 이미 눈에 익어버려서 그것을 웃음거리로 바꿀 수 있다 해도 거기서 확실하게 바람은 들이닥친다. 웃고 있어도 바람은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37p

 

 

 

   이 이야기는 오래전에 그것(도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상경했었고 결국 떨려나서 고향으로 돌아갔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이곳에 나왔다가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나, 그리고 단 한 번도 그런 환상을 품은 일이 없는데도 도쿄까지 따라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한 채 도쿄 타워 중턱에 영면한 어머니의 조그만 이야기이다. 책의 서두에서 이 책의 저자이자 작중 화자인 ‘나’는 이렇게 술회한다. 나에게 있어 아부지(아버지)는 우주의 어딘가에,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머나먼 어딘가에 둥실둥실 떠있는 듯한 존재이고 엄니(어머니)는 ‘있다’는 것으로 나를 안심시켜주는 그런 존재였다. 다시 말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당최 알 수 없고 밖으로 나돌기만 하는 아버지와 달리 비록 가난하지만 모자 가정이라는 환경 속에서 열등감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정성을 다해 홀로 키워주신 어머니 덕분에 따뜻한 이웃과 친척들 사이를 오가며 무람없이 자랄 수 있었다. 소설의 전반부는 이렇듯 유년시절의 ‘나’가 성장을 하면서 느꼈던 가족의 의미와 어머니와의 추억을 그리는 장면들로 전개된다.

 

 

말로 표현할 능력이 없을 뿐, 아이는 그 상황이나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하는 감각이 뛰어나다. 그리고 자신이 이제부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뛰어난 연기력도 갖추고 있다. 그것은 약한 생물이 제 몸을 지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갖추고 태어난 본능이다.

‘부부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지 못할 일이 있다.’

자주 듣는 말이다. 분명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부 당사자만 모르고 있는 둘만의 일’은 어린 아이나 타인의 냉정한 눈에 더 잘 보이는 경우도 있다. / 38p

 

 

결국 파랑새는 내 집 새장 속에 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행복의 파랑새가 결국 내 집의 새장 속에 있었던 것처럼 ‘행복’은 ‘가정’에 있다.

이 법칙에서 인간은 도망칠 수 없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인간은 정말 재미도 없고 가능성도 의외성도 없는 생물이지만,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생물인 것이리라. / 105p

 

 

 

   주인공인 나는 고향을 떠나 미술공부를 위해 홀로 도쿄로 상경한다. 마치 우리의 서울이 그러하듯 일본의 청년들은 자신들의 꿈과 낭만을 실현시키기 위해 도쿄로 모여든다. 도쿄타워는 그러한 꿈의 첨탑을 상징한다. 하지만 나는 애초의 원대한 꿈과는 달리 학교를 빠지기 일쑤고, 이렇다 할 의지도 상실한 채 도박에 전전하다가 빚까지 지게 된다. ‘아득히 지평선 너머까지 광대하게 펼쳐진 거대한 영원. 이 거리에 동경을 품고 저마다의 고향에서 가슴을 두근거리며 찾아온 사람들. 이 도시는 그런 사람들의 꿈과 희망, 회한, 슬픔을 잠들게 하는 커다란 묘지인지도 모른다.’던 그의 표현대로 도쿄에서의 삶은 하나하나 꿈을 묻어두는 묘지와 다름없다.

 

 

 

착취하는 측과 착취당하는 측, 무시무시한 승부가 명확히 색깔별로 분류되는 곳에서 자신의 개성이나 판단력이 함몰되고 마는 모습에 빈곤은 떠도는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필요 이하로 비춰지는, 그런 도쿄의 수많은 이들의 모습이 가난하고 서글픈 것이다.

‘가난’이란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결코 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도쿄의 ‘볼품없는 가난’은 추함을 넘어 이미 ‘더러움’에 속한다. / 57p

 

 

그 무렵에 우리가 보았던 것은 어떤 풍경이었을까? 먹고 살기조차 힘겨운 그런 생활을 하면서도 장래나 미래에 불안을 느끼거나 침울해졌던 일은 없었다.

그보다 우선 당장 눈앞의 일에 허덕거렸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분명 앞으로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무것도 시작한 게 없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다.

무엇 하나 확실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생활이었지만, 하루하루를 따분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무언가를 손에 넣은 사람에게나 두려움과 따분함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가오는 것이다. / 247p

 

 

 

 

 

 

   하지만 고향에서 살던 엄니가 살 곳이 마땅치 않아 도쿄로 와 함께 살게 되면서 나의 생활도 점차 달라지기 시작한다. 빚도 청산하고 점차 이런저런 일을 하게 되면서 풍족하지는 않아도 엄니와의 단란한 생활을 꾸려나간다. 한때는 아는 이 하나 없이 아들이 사는 대도시에 간다던 엄니를 고향에 살던 자매들이 말리기도 했지만 워낙 붙임성 좋고 음식 솜씨가 좋은 엄니인지라 그의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가는 친구나 이웃들 덕분에 전혀 외롭지 않았다. 비록 형편은 좋지 않아도 내 자식처럼 거둬 먹이고 정작 본인은 찬밥을 먹었던 엄니의 그 마음에 내 눈시울도 붉어진다. 하지만 마치 예고된 운명처럼 엄니의 몸에 위암이 찾아오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어서야 비로소 그간 한결같이 보여준 엄니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인간이 태어나 맨 처음 알게 되는 부모자식이라는 인간관계. 그보다 더한 무언가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나지만, 결국 태어나서 처음 알았던 것, 처음부터 그곳에 당연한 일처럼 있었던 그것이야말로 유일하고도 강력하고 결코 뒤집히는 일이 없는 관계였다고, 마음에 가시를 찔려본 후에야 가까스로 깨닫는다.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랑이 있으나 부모가 아이를 귀애하는 것 이상의 사랑은 없다.

사랑을 원하는 동안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저 열심히 주는 입장이 되어 보고서야 겨우 조금씩 깨달아간다. 예전에 부모가 내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가. 그날의 일을 깨닫고, 지금에야 나 자신이 그것과 똑같이 되려고 마음먹는다. / 148p

 

 

아부지 인생은 큼직하게 보였지만, 엄니의 인생은 열여덟 살의 내가 보아도 어쩔 수 없이 아주 작게 보였다. 그건 자신의 인생을 뚝 잘라 내게 나눠주었기 때문인 것이다. / 192p

 

 

 

 

 

 

   진부한 신파에 불과한 소재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타워>란 작품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거대한 도시 이면에 담긴 청춘의 애환들을 덤덤하게, 그러면서도 밀도 있게 그려냄과 동시에 비록 방황하고 부서지는 순간에도 우리를 지탱하는 건 가족이고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을 매우 진실 되게 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 본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칫 사적인 추억거리에 함몰될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완결되었다는 점은 인상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역시 좋은 소설과 책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좋은 법인가 보다. 12년이나 훌쩍 지나서 읽는 책이 여전히 잘 읽힐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에 힘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체감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도쿄타워>가 보여준 그것처럼 묻혀 있던 또 다른 다양한 작품들이 다시 조명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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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진짜 쉬운 그림 그리기 - 그림에 자신 없는 엄마를 위한 길벗스쿨 놀이책
이정아 지음 / 길벗스쿨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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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자신이 없는 엄마를 위한 제일 쉬운 그림 그리기 책!

순서대로 따라 쓱쓱 그리면 어느새 완성되는 우리 아이를 위한 그림책!

 

 

 

  저는 그림을 그리는 데 소질이 없는 그야말로 ‘똥손 엄마’입니다. 아이와 스케치북을 마주하게 되면 부담부터 팍 드는 것이, 행여 뭐라도 그려 달라 할까 싶어 조마조마해 하곤 하지요. 강아지 그림이나 꽃, 자동차를 그려주는 것뿐인데 그 간단한 것마저도 제게는 쉬운 게 아닙니다. 때문에 아이와 마음껏 미술 놀이를 해주지 못해서 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우연히 한 SNS에서 그림에 자신이 엄마를 위한 <진짜 진짜 쉬운 그림 그리기>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저 같이 그림 그리는 데 자신이 없는 엄마를 위한 책이 나왔구나, 반가운 마음이 팍 들었다지요.

 

 

 

 

 

 

  <진짜 진짜 쉬운 그림 그리기>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펴낸 것으로, 오늘도 아이가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면 부담부터 느끼는 엄마를 위한 그림 도안책입니다. 책은 ‘동물’, ‘곤충’, ‘식물’, ‘사물’, ‘탈것’, ‘사람’ 이렇게 총 5가지 주제로 나눠져 있고, 연관된 그림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요. 그림이 단계별로 바뀌는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어 글씨를 읽지 않고 그림만 봐도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답니다. 덕분에 엄마만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릴 수도 있지요. 그림을 그리고 색연필, 사인펜, 크레파스 등으로 색칠도 해보아요. 책에 나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좋아하는 색으로요. 그래야 자기만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고 창의력도 생긴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본문 하단에 다양한 그리기 활동을 위해 <이것도 그려 봐요>와 <이렇게 그려 봐요> 코너가 있어 응용도 가능하니 여러모로 유용한 책이네요.

 

 

 

 

 

 

  그림체를 보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글동글 부드러운 곡선을 몇 번만 쓱 그리면 간단하게 완성되는 그림들! 정말 포인트만 쏙쏙 뽑아 그리기만 해도 이렇게 멋진 그림이 완성되네요.

 

 

 

 

 

 

  공룡을 그려달라고 해서 그려줬더니, 티라노사우르스는 이빨에 피가 있어야 한다고 디테일의 중요성을 일러주네요.

 

 

 

 

 

 

  돼지를 그려주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돼지 글자를 어떻게 쓰냐고 물어서 써줬더니 따라 써보네요. 그림 덕분에 이렇게 글자를 배우려는 의지도 보여주니 신기하네요. 또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하면서 튼튼한 벽돌집에서 산다고 스토리텔링까지 하는 모습도 기특합니다.

 

 

 

 

 

 

  양 그림을 그려주니 솜처럼 뭉게뭉게한 구름을 닮았다고 표현하네요. 이렇게 상상력을 표현하는 것도 참 좋은 일입니다.

 

 

 

  오늘은 어린이집을 하원하면 좋아하는 탈것들을 그려줘야겠어요. 또 아이 스스로 함께 그려보는 시간도 가지면서 점차 스스로 그림 그려보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응원해주어야겠습니다. <진짜 진짜 쉬운 그림 그리기> 덕분에 이젠 아이와의 미술 놀이가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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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셀프 트래블 - 나 혼자 준비하는 두근두근 해외여행,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조은정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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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를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지구상의 아름다운 풍경은 모두 모아놓은 듯 다채로운 테마가 가득한 미국 서부 즐기기!

 

 

 

   얼마 전에 <나 혼자 산다> LA 특집 편 재방송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와~”하고 감탄을 한 적이 있다. 한창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라 창문도 못 열고 갑갑해하던 중이라 LA 하늘을 쭉 비춰주는 화면을 보며 ‘그래, 하늘은 저래야지~’ 하고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청명한 하늘 아래 LA 도시가 그림 같이 펼쳐져 있는 광경을 보며 왜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LA를 연호하는지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덕분에 여행지로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미국마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요즘 우리의 류현진 선수가 대활약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럴 때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서 스타디움에도 한 번 가줘야 하는 건데 말이다.

 

 

 

어렵고 복잡한 여행은 그만! 미국 서부에서 즐기는 특별한 경험

 

 

   <미국 서부 셀프트러블>은 LA를 비롯하여 샌디에이고,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포틀랜드 및 각각의 근교 도시를 다루고 있는 최신판 미국 서부 여행가이드북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미국 서부에서는 지구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모두 모아 놓은 것처럼 다채로운 대자연을 품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의 거리를 걷다가 다음 날에는 요시미티 국립공원이나 그랜드 캐니언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고, 바다를 끼고 있는데다가 언제나 강렬한 태양이 있어 주는 덕분에 그 어디에서나 신선한 과일과 해산물, 고기 등을 맛보는 식도락 여행 또한 가능한 곳으로, 단언컨대 이런 완벽한 여행은 미국 서부에서만 가능하다’며 적극 추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천사의 도시라 불리고 우리나라와 가장 친숙한 도시이기도 한 로스앤젤레스(LA), 미국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 한다는 평화의 도시 샌디에이고, 카지노와 쇼, 대자연의 신비를 품은 라스베이거스, 도시 곳곳이 낭만으로 가득 찬 샌프란시스코,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가 있어 도시적인 이미지를 풍기지만 조금만 근교로 나가면 아름다운 대자연이 펼쳐져있는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도시 시애틀, 개성 넘치는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현재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는 도시 포틀랜드까지 어디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곳이 바로 서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은 미국 서부에서 꼭 해봐야 할 모든 것을 테마별로 구성해 필요한 것만 쏙쏙 골라볼 수 있도록 소개한다. 이를 태면 서부에서 꼭 해보면 좋을 대표 경험들, 음식, 대자연, 건축, 박물관, 힐링 여행지,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 데이트 명소, 슈퍼마켓, 할인 몰, 쇼핑 아이템, 테마파크, 영화&드라마 촬영지 등이다. 여기에 미국 서부의 지역별 주요 명소와 주소, 가는 법, 요금, 홈페이지, 유용한 Tip, 꼭 필요한 여행 정보 등 초보 여행자도 어렵지 않게 여행할 수 있도록 중요한 정보들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라스베이거스 Las Vegas

이곳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세계 최고의 카지노인 건 맞지만 그것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1980~1990년대에 걸쳐 휴양지로 손색이 없는 다양한 가격대의 호텔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점, 도시와 주변 근교에서 즐길 수 있는 골프와 쇼, 전시회 등이 대거 개발되어 언제 가도 지루할 틈이 없는 관광 도시로서 매년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낮보다는 밤이 훨씬 아름다운 이 멋진 도시에서 미국 서부의 광활함을 체험해보자! / 190p

 

 

 

   미국 서부 편을 보면서 나의 시선을 끈 곳은 다름 아닌 라스베이거스다. 그간 LA를 위주로 하는 여행을 많이 생각해왔지만 유독 이번에는 라스베이거스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사실 라스베이거스 하면 <C.S.I 라스베이거스>를 통해 본 어둡고, 퇴폐적이며 화려한 카지노와 클럽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서 부정적인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가 포함되어 있는 네바다 주 외에도 유타 주와 애리조나 주의 다양한 국립공원과 캐니언, 호수와 강 등으로 둘러싸여 그야말로 미국 서부의 웅장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임을 알게 된 순간, 이 도시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일단 라스베이거스하면 생각나는 것은 어마어마한 장관을 연출하는 호텔들이다. 아서 왕이 살던 중세 시대를 테마로 한 엑스칼리버 호텔&카지노, 입구의 황금색 사자상으로 유명하며 <CSI>의 세트장 체험관이 있는 MGM 그랜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에 등장했던 벨라지오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는 분수 쇼는 가희 압권이라 하니 놓칠 수 없다. 로마의 대궁전에 머무는 듯한 착각을 일게 만들며 웅장한 야외 수영장이 최고 인기 포인트인 시저스 팰리스, 이태리의 베네치아를 완벽히 축소해놓아 뱃사공이 노를 저어주는 곤돌라를 타고 호텔을 구경할 수 있는 베네시안, 화려한 생화 장식과 회전목마를 보면 누구라도 감탄을 터트릴 만큼 아름다운 윈 라스베이거스는 그 어떤 이도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에는 유난히 맛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이 모두 모여 있다 하니 사진만 봐도 황홀해질 지경이다. 특히 스코틀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셰프 고든 램지의 스테이크, 펍, 버거 등을 맛볼 수 있고 호텔별로 저마다 개성 있는 뷔페 음식을 제공하고 있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즐거운 고민에 사로잡힌다. 만약 라스베이거스의 뷔페를 완벽하게 체험해보고 싶다면 ‘뷔페 오브 뷔페 패스’를 구매해 시저스 그룹 호텔의 뷔페 6곳을 24시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하니 관심이 있다면 꼭 이용해보자. 뿐만 아니라 뉴욕 뉴욕 호텔&카지노에서 즐길 수 있는 롤러코스터, 헬리콥터 투어, 슬롯질라 같은 액티비티를 즐기는 재미와 라스베이거스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멋진 클럽들, 쇼, 카지노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도전을 좋아하는 모험가들에게 트레킹이나 암벽 타기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레드 록 캐니언, 호버 댐, 밸리 오브 파이어 주립공원과 같이 근교에서 멋진 자연 경관을 누릴 수도 있으니 그간 라스베이거스의 매력을 몰랐던 사람들이라면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을 꼭 읽어보고 떠나보시길 추천한다.

 

 

 

그랜드 서클 Grand Circle

“미국 여행이 뭐가 좋아?”라고 종종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가장 먼저 그랜드 서클에 대핸 일장 연설을 시작하곤 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 대자연이 주는 감동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와 그 도로가 끝나면 만나게 되는 웅장한 자연의 풍경 앞에 내가 한없이 작게만 느껴지던 그 느낌! 그래서 모처럼 겸손해지던 마음! 단언컨대 오직 그랜드 서클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다. / 396p

 

 

 

 

 

 

   여행가이드북 하면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지에 대한 주요 정보, 항공권 구입법, 숙소 구하는 법, 한국에서 가지고 가면 도움이 될 것들, 미국의 단위와 화폐, 비자와 입국 심사 및 시내 이동 방법, 대중교통이나 렌터카 등과 같은 이동 수단 활용법, 편리한 여행을 돕는 시티 패스 활용법 등처럼 꼭 알아두어야 할 필수 정보들일 것이다.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에서는 이렇듯 쉽고 빠르게 미국 서부 여행을 준비할 수 있는 주요 정보들로 마지막까지 점검하고, 한국으로 사가기 좋은 선물 아이템과 같이 미리 알고 있으면 좋을 팁도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하기를 권한다. 부록으로 맵북과 트래블 노트까지 수록되어 있으니 작은 가방 속에 꼭 넣어서 다녀보자.

 

 

 

   사실 미국은 나처럼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여행을 하기가 그리 쉬운 곳이 아니지만 언젠가 아이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곳으로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다. 그 때를 위해 하나하나 가보고 싶은 곳을 선별하는 마음으로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을 읽어보았다. 미국 여행을 계획하거나 곧 떠날 이들이라면 꼭 이 책의 도움을 얻어 보시길 추천 드린다. 더 멋지고, 재미있고, 알찬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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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린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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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떠난 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애플을 누가 이끌어갈 것인가!

새로운 리더십과 경영 철학으로 애플의 새 미래를 연 팀 쿡을 주목하라!

 

 

 

   나는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가 출간된 날이다. 당시 대형서점에서 근무를 하고 있던 나는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가 막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직원 모두가 고무되었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책이 포장된 박스를 연 순간, 새하얀 양장에 스티브 잡스의 얼굴이 흑백으로 찍힌 표지를 보자마자 와, 하고 경탄했던 그 순간을 말이다. 정말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답다고 해야 할까. 이 책은 꼭 가져야만 한다, 정말 그런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이 지닌 가치는 애플이라는 거대한 기업의 가치와 맞먹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세상을 떠났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당시 누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스티브 잡스가 없으니 애플은 더 이상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머지않아 애플이 퇴보하거나 시장에서 곤두박질칠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수 년이 지난 지금, 몰락을 점쳐왔던 사람들의 우려와 수많은 경쟁 기업의 강세에도 애플은 변함없이 건재하다. 애플이라는 이름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하고,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특유의 감각적인 광고는 이번에는 또 어떤 변화를 이루어냈을까 기대감으로 설레게 한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대체 누가 이런 일을 해내고 있는 걸까?

 

 

 

애플은 연못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하나의 자갈이 되어야 한다

 

 

   애플의 아이콘이자 CEO인 잡스가 세상을 떠나기 전, 잡스는 갑작스레 쿡을 불러 앉혀놓고 애플의 CEO 자리를 맡아달라고 말했다. 자신은 비상근으로 물러나 애플의 이사회 의장직을 맡겠다고 밝히면서 말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두 사람은 잡스의 병세가 위중했으나 점점 호전되어가는 것처럼 보였기에 그가 앞으로 더 일정 기간 이상 애플과 함께할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잡스의 후계자 선정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적잖은 시간 동안 배후에 CEO 직무를 대행해오던 팀 쿡은 잡스의 자연스러운 후계자였다. 하지만 잡스가 전형적으로 보여준 것처럼, 그는 모두가 애플에서 필요하다고 여겨온 유형의 리더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을 ‘디자인이 주도하는 조직’으로 이끈 조너선 아이브나 ‘미니 스티브’라고 알려진 스콧 포스톨을 유력한 차기 CEO 후보로 점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팀 쿡이 CEO가 되었을 때는 ‘종말의 신호’로 받아들이기도 했다고. 하지만 잡스가 병으로 자리를 비운 두 차례 모두 팀 쿡은 잡스를 대신해 애플을 진두지휘했고,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은밀하게 CEO가 될 준비를 해나가고 있었다.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쿡이 CEO직을 넘겨받은 지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의 분위기를 반영한 기사 중 2011년 5월 《허핑턴포스트》의 사설 제목 「왜 애플은 비운에 처할 운명인가?」의 내용이 인상적이다. 해당 사설에서 타이 후지무라는 ‘잡스가 사망하면 애플이 그 여파를 극복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애플의 성공을 이끌어낸 그 탁월한 취향과 감각만큼은 결코 차기 지도부가 재현하지도, 필적할 만한 수준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월등하게 우월한 제품이 없다면 누가 그들의 오만한 마케팅에 귀를 기울이겠느냐고 말이다. 잡스가 워낙 독보적인 리더였기에 잡스가 없는 애플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쿡은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갔다. 그를 곁에서 지켜봤던 조스위악은 쿡은 임기 초기에 부당한 비판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말하며 세상 사람들은 그를 스티브에 비유하고 싶어 했지만 정작 그는 스스로 스티브가 되려고 애쓰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실제 쿡은 잡스의 유산을 보전하며 ‘내 안의 모든 것,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쏟아붓고자’ 노력하겠지만 결코 잡스와 같아지는 것을 목표로 삼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내가 될 수 있는 최상의 팀 쿡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던 그의 이러한 태도야말로 잡스 사후에 애플이 흔들리지 않고 지금껏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나는 그가 결코 스티브 잡스를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또 어느 정도는 그렇기도 합니다.” MIT 슬로안경영대학원의 마이클 쿠수마노 교수가 《파이낸셜타임스》에서 한 말이다. “그럼에도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잡스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고, 조직은 전보다 덜 대립적이며 온화한 문화를 창출하면서 결집하고 있습니다. 팀 쿡의 공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요.” / 328p

 

 

 

   책 <팀 쿡>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소박한 남부 시골 도시에서 자란 쿡이 어떠한 성장 과정을 통해 지금의 애플에 입사하게 되었는지 순차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IBM에 이어 컴팩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던 쿡이 잡스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어 애플에 오게 된 과정이 흥미롭다. 당시 그를 아는 사람들은 쿡이 컴팩을 떠나 애플에 들어간다면 바보 중에서도 상바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애플에 가라고 권한 사람은 주변에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쿡은 잡스를 만난 자리에서 그의 신선하고 흥미로운 관점에 빠져들었고, 잡스가 꿈꾸던 애플에 대한 전략과 비전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도 그의 사명에 동참해 가치 있는 기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잡스와 같은 실리콘밸리의 전설과 함께 일하게 되는 것이 ‘일생일대의 특권’이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쿡은 제조와 유통을 총체적으로 정비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가 애플에 입사했을 때, 회사는 비용관리도 안 되고 재고관리도 엉망이고 고객 계정관리도 제때 이뤄지지 않을 만큼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쿡은 오자마자 생산 공정의 모든 세부사항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짧은 시간에 사업 운영 시스템을 완전히 정비했다. 조립 공장과 공급 업체 사이의 거리를 가깝게 하여 애플의 부품 조달 속도와 빈도가 늘어 JIT프로세스를 훨씬 더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게도 했다. 또 외부의 파트너 기업에 생산을 위탁함으로써 재고 누적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애플의 사업 운영 개선뿐만 아니라 기술 업계 전반의 생산 프로세스 관리와 해당 프로세스에 대한 인식까지도 바꿔놓았다. 이렇듯 쿡이 사업 운영 방식에 단행한 개혁과 모든 비즈니스 측면을 향한 깊은 이해는 애플이 극적으로 회생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그도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CEO 재임 첫 해는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스티브 잡스를 대체할 수 없다는 주변의 시선으로부터의 압박감, 갤럭시의 성공에 힘입어 상당수 시장에 애플을 앞서 나가고 있는 삼성과의 경쟁, 실망스러운 아이폰 판매 실적 부진, 2명의 고위 임원 해고, 애플맵의 실패, 폭스콘 노동자들의 자살 사건, 탈세 혐의와 주가 하락까지 그가 해결해야 할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팀 쿡이 이끄는 애플은 이전에 잡스가 이끌던 시절에 보여주지 못했던 상당부분을 수정하고 잘못된 것은 기꺼이 사과하면서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환경 개선에 관심을 기울였다. 자선 활동을 확대하고 업계 최초로 재생 에너지와 지속가능한 제조 분야에 막대한 수준의 투자를 감행했으며, 무엇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애플의 주가가 떨어졌을 때 스스로 급여는 회사의 성과와 연계되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으로 자진 삭감하는 행동력까지 보여주었다. 심지어 기업 최초로 자신이 게이임을 커밍아웃하여 소수자들의 인권과 입장에 앞장서기까지 하는 모습은 놀라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나는 내가 현실세계에 살며 내 스스로 얻은 것에만 의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나는 노동과 노력의 가치를 인정한다.

나는 교육의 가치를 믿는다. 교육은 내게 현명하게 일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하고 능숙하게 일하도록 나의 정신과 손을 훈련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정직과 진실을 믿는다. 그것이 없으면 내가 동료로부터 존중과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 71p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 것은 우리가 함께 정립하는 가치관입니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하기 원하고 정직함과 솔직함을 추구합니다. 우리는 실수를 인정하고 고쳐나가는 용기를 중시합니다. 그리고 사내 정치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저는 정치 행위를 경멸합니다. 회사라는 조직에는 그런 게 들어설 여지가 생겨서는 안 됩니다. 저는 그런 것까지 다룰 수 있을 만큼 저의 삶이 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관료주의도 용인할 수 없습니다. 회사가 사내 정치나 사적인 어젠다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그러면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이 될 수 없습니다.” / 174p

 

 

“쿡이 지닌 원대한 비전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이 큰 기업을 선한 힘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기업이 가진 규모와 영향력으로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쿡은 궁극적으로 세 가지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노력에 동참하고, 친환경 재료를 제품에 사용하며, 지구의 자원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그 세 가지다. / 258p

 

 

 

 

 

 

   아이폰 시리즈, 애플워치, 에어팟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애플은 쿡의 지휘 아래 세계에서 최초로 1조 달러짜리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애플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잘하면서 동시에 선을 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격언을 스스로 입증하면서 새로운 혁신의 시대를 열어나가려 한다. 여전히 혹자들은 팀 쿡의 애플을 불안해하고 미래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애플의 미래는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한대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과 정신이 여전히 강력하게 뿌리박혀 있는 애플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윤리관과 가치관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간 팀 쿡의 모습은 경영에 몸담고 공부하고 있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어쩌면 머지않아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팀 쿡을 기억해야 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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