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 - 나를 이루는 원자들의 세계
댄 레빗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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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년에 걸친 원자의 극적인 오디세이가 나와 지구를 탄생시켰다!

과학자들의 열정과 지구상의 모든 존재에 경이를 품게 되는 책!






150억 년에 이르는 

우주의 진화를 통해서 수소 원자가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예가 바로 우리 자신이다. 

- 칼 세이건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라플라스는 한 에세이에서 ‘만일 우주의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해명하고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 바 있다. 사람들은 이것이 가능하다면 ‘악마’일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과학자들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또 어디로 향할 것인지,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의 근원과 미래에 대한 해답을 ‘원자’에서 찾고자 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대체 왜, 이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작디작은 원자에 주목했던 것일까.




빅뱅에서부터 우리의 어제 저녁 식사까지,

원자에서 발견한 나와 우주의 연대기




  책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의 저자 댄 레빗은 우리 몸을 수백조 개에 달하는 원자로 이루어진 은하계에 비유한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3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군체로, 각각의 세포는 다시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춤추는 100조 개가 넘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지구의 모든 사막에 있는 모래알보다도 10억 배나 더 많은 수다. 게다가 주기율표에 포함된 132종 남짓한 원소 중 약 60종의 원소가 우리 몸속에 존재한다고 한다. 어쩌다 우리 몸에 이토록 많은 원자들이 존재하게 되었을까. 이 광대한 이야기의 시작은 ‘우주는 원시 원자들의 폭발로 시작됐다’는 현재의 빅뱅 우주론을 주장한 물리학자이자 카톨릭 성직자인 르메르트로부터 출발한다.











  댄 레빗은 빅뱅으로 만들어진 수소와 적색거성에서 만들어진 (주로 산소, 탄소, 질소, 칼슘, 인) 원소가 어떻게 태양계를 비롯해 지구처럼 단단한 행성을 만들어냈는지, 어떻게 엄청난 소행성들의 폭격을 견뎌가며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척박한 황무지였던 지구를 갑자기 청록색의 오아시스로 만들 수 있었는지, 또 어떻게 원자들이 생명으로 도약하게 되었는지 장대하고도 기이한 여정을 소개한다.



지금까지 과학의 역사에서 우리가 관찰을 통해서 알아낸 모든 사실에 따르면, 우리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질은 빈 공간 이외에 전자, 쿼크, 글루온이라는 단 세 가지 기본적인 입자로만 이루어져 있다. 질량이 없는 힘 입자인 글루온은 쿼크들을 서로 달라붙게 해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만들도록 한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30,000,000,000,000,000,000,000,000,000(30옥틸리언 개의 전자와 더 많은 수의 쿼크, 그리고 쿼크들을 서로 달라붙도록 해주는 수많은 글루온의 집합이다. / 58p


한편 초기에는 소행성과 더 적은 수의 혜성이 끊임없이 지구를 강타하면서 전달된 더 많은 양의 물이 마그마에 흡수되거나 대기 중에 남게 되었을 것이다.

마침내 지구와 대기가 식으면서 위협적인 구름은 너무 무거워져서 노아마저도 놀라게 했을 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을 것이다. 우리 몸에 있는 물은 한때 끔찍한 홍수를 일으켰던 몰이다. 아래쪽의 마그마에서 계속 분출되어 대기 중으로 공급된 수증기에 의해서 수천 년이나 수만 년 동안 비가 쏟아졌다. 판 구조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시기에는 지구에 높은 산이나 깊은 분지가 없었다. 비가 멈추면서 수심이 1,600미터가 넘는 바다가 지구 전체를 둘러싸게 되었다. / 124p


우리가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식물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만약 우리가 사라지더라도 식물은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식물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몇 주일이나 몇 달 이내에 지구에서 사라질 것이다.

빅뱅과 별에서 온 우리의 원자가 마침내 우리의 현관에 해당하는 입에 도달하게 되는 것은 식물을 통해서이다. 물과 일부 염을 제외한 우리 몸속의 거의 모든 원자는 식물을 통해서 우리에게 도달한다. / 287p











  우리 몸과 운석이 얼마나 공통점이 많은지(운석에는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한 분자들이 들어있다-세로토닌, 발린, 테스토스테론, 글루탐산 등), 진화에 있어서 산소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이 책은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원자의 세계를 탐구하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별에 들어 있는 다양한 원소의 비율을 알아낸 세실리아 페인, 우주를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던 원자들이 중력에 이끌려 회전하면서 태양과 주변의 행성들이 형성되었음을 계산해낸 빅토르 사프로노프, 적색거성 내부의 엄청난 온도와 초신성의 폭발로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프레드 호일 등 집요하게 원자를 따라가다 마침내 놀라운 발견을 이루어낸 과학자들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다.



  원자의 역사에 다가가는 일은 본질적으로 나와 세상의 이해하는 일이다. 비록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원자가 별과 지구, 그리고 생명과 관계를 맺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세상의 그 무엇도 사소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원자를 탐구하는 이 매혹적인 여정에 꼭 동승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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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코스트 마티니클럽 1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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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까지 긴장감으로 꽉 채운 소설!

전 세계, 비밀스러운 전장에서 활약했던 은퇴한 스파이들의 이야기!





  유독 마음을 끄는 단어들이 있다. 내게는 ‘스파이’라는 단어가 그 중 하나다. 일단 표지에 ‘스파이’라는 단어가 보이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나 할까. 물론 스파이가 활약하는 ‘첩보물’ 하면 냉전시대의 전유물로, 이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구시대적인 소재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상 전쟁은 끊긴 적이 없고, 은폐와 조작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막는 세력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정보를 선점하기 위한 공작과 견제는 우리 시대에도 변함없는 현실이다. 세상을 안전하게 지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임무에 사명을 다하는 스파이라는 캐릭터와 그들의 활약에 끌리는 것 역시, 여전히 이 세계가 그들을 필요로 하며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은 아닐까.





은퇴한 스파이들, 그들이 다시 움직이다



  누구나 은퇴한 후의 멋진 삶을 상상하곤 한다. 이를 테면 코사무이의 푸른 해변을 내려다보며 언덕 위의 멋진 빌라에서 맞는 아침을, 새들이 세레나데를 부르는 코스타리카 숲에서 즐기는 느긋하고도 여유로운 일상을. 하지만 전직 CIA 요원인 매기 버드는 지난 16년 동안의 스파이 생활이 이를 허락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캐나다 메인주의 작은 시골 마을 퓨리티에 정착해 조용히 닭을 키우며 사는 여생을 택하기로 했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 은신하듯 조용히… 그녀는 앞으로도 쭉 이렇게 살 예정이었다.



집 앞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매기는 이것이 비극적으로 끝난 과거의 임무에서 비롯된 일종의 ‘경고’임을 모르지 않았다. 얼마 전, 정보국의 정보 시스템에 침입이 발생했고 ‘시라노 작전’에 동원된 요원들의 이름이 유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이곳은 더 이상 그녀에게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건 더더욱 원치 않는 일이었다. 결국 독서 클럽을 가장한 ‘마티니 클럽’이 소집되고, 전직 CIA 요원이자 은퇴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은퇴 후 더 이상 쓸 일이 없을 것 같았던 각자의 능력을 다시 발휘할 때가 온 것이다.



“최근 정보국의 정보 시스템에 침입이 발생했어요. 그 무단 침입으로 피해를 본 것은 시라노 작전 관련 파일뿐이었어요.”

“그 작전은 무려 16년 전의 일이에요.”

“그리고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관련 정보는 기밀로 유지되었죠. 그러나 이제는 여러분들의 이름이 유출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모든 이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분들을 추적하고 있고 도움이 필요한지도 알아보는 중이에요. 이런 곳에 계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 34p


나쁜 기억이란 마치 묘비처럼 영구적인 것이어서 한 마을에서 평생을 살다 보면 비극이 일어났던 장소들을 모두 기억하게 된다. / 44p











    메디컬 스릴러의 여왕이라 불리는 테스 게리첸이 이번에는 은퇴한 스파이들을 소환해냈다. 과거에 참여한 작전이 비극적인 결말과 함께 끝나면서 은퇴의 길로 접어든 지 16년, 작전과 관련된 이들을 노리는 전적들의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매기와 그의 친구들이 다시 실력을 발휘해야만 상황에 놓이게 되는 내용의 스릴러 소설이다. 이토록 섹시한 노년의 전직 요원들이라니! 턱밑까지 추격한 전적들로부터 일상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똘똘 뭉치는 전직 CIA 요원들의 활약상이 흥미진진하다. 사랑하는 사람마저 의심하고 속여가며, 국가의 안전을 위하여 인간성과 자신의 삶마저도 포기해야 했던 스파이들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녹여낸 점도 인상적이다.




진실은 훨씬 더 복잡하지만 거울의 세계에 살게 되면 진실은 항상 왜곡되기 마련이다. 너무 자주 우리는, 우리의 관점을 곱씹게 하는 양심을 찌르는 사실과 모든 불편한 작은 조각들은 무시하는 반면,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만을 선택한다. 우리는 명확한 것을 열망한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 127p


우리 모두는 자신이 아닌 무언가인 척하고 있으며, 몇몇은 그것을 더 잘해 내기도 한다. / 158p










  마지막 장까지 긴장감으로 꽉 찬 작품이다. 반전에 반전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007시리즈를 비롯해 스파이 첩보물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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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멸종할까 봐 - DNA로 파헤친 꿀벌 실종 사건의 진실 최고의 선생님 1
김영호 지음, 이수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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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꿀벌들! 지구의 소중한 꿀벌 실종 사건의 원인을 파헤쳐라!

꿀벌에게 닥친 위기는 곧 인간에게 닥칠 위기이기도 하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책!






  비상! 비상! 꿀벌이 사라졌다!

  어느 날, 꽃과 벌집 사이를 하루에도 수천 번씩 오가던 꿀벌들이 사라졌다. 그것도 한 마리도 아니고 수백억 마리가 싹 사라진 것이다. 길을 잃는 법이 없던 꿀벌들이 대체 어디로 갔을까? 왜 집을 다시 찾아오지 못하는 것일까?




  수백억 마리의 꿀벌들이 실종되기 시작한 지 벌써 몇 년 째. 겨울이면 자연적으로 15~20퍼센트 감소하는 꿀벌을 제외하고서도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꿀벌이 멸종할까 봐』의 저자인 김영호 곤충학 박사는 “대체 꿀벌이 사라진 게 왜 문제야?”라고 묻는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전 세계 식량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가운데 약 63퍼센트의 식물이 꿀벌의 도움을 받아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에,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뿐만 아니라 그것을 먹고 자라는 동물도 사라지고, 결국엔 인간에게도 식량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고!












지구에서 꿀벌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이 수상한 사건을 해결해야만 한다!





  김영호 박사는 우리에게 닥친 ‘꿀벌 실종 사건’의 진실을 과학자의 눈으로 다가가는 법을 알려준다. 곤충 DNA 전문가로서 원인의 주요 단서로 사용할 수 있는 DNA 분석을 바탕으로, ‘꿀벌 속에서 발견된 질병 바이러스, 벌집의 불법 침입자인 꿀벌 응애, 살충제, 심각한 위기로 다가온 기후 변화를 대표 원인’으로 분석한다. 어린이 독자들은 이러한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핵심 과학 개념을 익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자처럼 생각하고, 과학적 근거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다양한 관점에서 답을 찾아나가는 법들을 배울 수 있다. 또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움으로써 꿀벌의 미래가 곧 어린이들의 미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DNA에는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어. 곤충들이 왜 특정한 행동을 하는지, 어떤 병에 걸렸는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까지 모두 알아낼 수 있단다. 말 못하는 곤충의 마음을 DNA로 들여다볼 수 있는 거지. 이 DNA 세계를 알아 가다 보면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는 마음마저 저절로 생겨날 거야. / 6p


그래프를 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날개불구증 바이러스’와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 ‘여왕유충흑색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들의 수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한다는 걸 알 수 있어.

영국와 독일에서는 ‘날개불구능 바이러스’와 ‘이스라엘급성마비증 바이러스’가 특별히 겨울철에 많이 나타난다는 걸 알아냈어. 우리나라 꿀벌들이 실종된 것도 겨울이니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우리가 살펴본 그래프에 나타나듯이 꿀벌 실종 사건이 많이 발생한 2021년에 유난히 상승폭이 크다는 연구 결과까지 고려하면 실종 사건의 범인이 바이러스일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하게 되는 구나. / 44p


과학자는 하나의 정해진 답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밝혀진 과학적 근거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창의적으로 새로운 답을 찾는 사람들이야. 한 과학자가 얻은 결과로 그 현상의 모든 것을 말할 수 없기도 하지. 그저 자신이 밝혀낼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연구하면 그것이 또 다른 과학자의 연구와 연결되어 더 넓은 해석이 가능해진다. / 156p











  꿀벌의 습성을 이해하다보니 꿀벌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를 느끼게 된다. 작지만 이토록 소중한 존재를 지키는 데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강력한 공감이 필요한 때인 만큼, 많은 어린이 독자들이 이 책을 꼭꼭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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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4.11.12 - no.57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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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안과 밖, 다양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






  『Axt』 57호의 키워드는 ‘G.O.A.T’다. Greatest Of All Time. 특정 스포츠 종목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의미하는 단어로 주로 쓰이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특정 영역을 넘어 ‘시간을 초월하여도 유효한, 대체불가능의 존재감을 지닌 이들’에게 우리는 G.O.A.T라 부른다. 내게 있어 고트는 일상을 비트는 감각, 꺾을 수 없는 마음, 외롭지만 그래도 나아가는 용기, 그리하여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드는 전율의 순간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게 있어서 G.O.A.T는 사람이고, ‘임윤찬, 페이커, 신진서, 안세영, 김연아…’ 그 이름들이 쌓아 나아간 대체 불가의 서사다. ‘G.O.A.T라는 단어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바로 그 막막한 시간’이었다던 박연빈 에디터의 말처럼, 수없이 아득하고 막막한 시간 속에서도 부단히 걷고 걸어 기어코 앞으로 나아갔기에 빛날 수 있었던 나의 G.O.A.T들. 그들에게 진심으로 경이를 표하며 그들이 주는 영감이 내 삶에도 중요한 조각을 남기리라 믿어본다.



그런 의미에서 묻지 않을 수 없겠다.

당신의 고트(G.O.A.T)는 무엇인가요?




문학을 사이에 두고 그걸 알아보는 사람들이 마주 볼 수 있다거나 둥그렇게 둘러설 수 있는 일, 우리말인데 끼리끼리 우리끼리 암호 같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때의 절로 고개 끄덕거림 같은 것만으로도, 그러니까 그 ‘공감’이라는 ‘동심’이 고트 아니려나 싶고요. / 16p









  이번 호의 포문을 연 것은 ‘올해의 G.O.A.T.한 순간들’이다. 김민정 시인과 성해나 소설가, 이동환 목사 그리고 정멜멜 사진작가가 각자 생각하는 고트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으로, 고트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롭다. 그 중에서도 되려 커다란 허상에 짓눌리기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시간들을 어떻게 고트하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던 이동환 목사의 글이 인상 깊다.



  표지에 실린 구본창 작가의 <비누>에 관한 박지수 편집장의 커버스토리도 눈에 띈다. 비누에 대한 정의와 특성 그리고 형태와 용도 등을 배제하고 비누 그 자체의 본질에 집중한 구본창 작가의 사진을 통해, ‘나’를 수식하는 온갖 숫자와 관념들에 얽매이지 않을 때 진정 나의 허물어짐까지도 껴안을 수 있게 된다는 깨달음을 얻어 본다. 젓가락으로 묵을 집어 먹는 듯한 답답한 관계가 지속될 땐, 휴대전화에 ‘옆방 아주머니(엄마)’ ‘옆방 아저씨(아빠)’ ‘옆방 청년’ ‘옆방 학생’으로 변경해보는 것도 은근한 해소법이 된다는 양다솔 작가의 글도 재미있다. 이 외에도 『딸에 대하여』와 『불과 나의 자서전』을 쓴 김혜진 작가의 단편작 외 여러 단편작, 연작, 소설 리뷰도 만나볼 수 있다.




내 연구의 시작은 향기를 차가운 향과 따뜻한 향으로 분류하는 작업이었다. 날카롭고 시퍼렁고 차가운 향기와 둥글고 새빨갛고 따뜻한 향기.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향기를 다른 감각들에 연결시키곤 했다. 특정 향기를 색과 빛으로, 맛으로, 질감으로, 그리고 온도로 표현하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낯설다면 지금이라도 눈을 감고 떠올려보자. 붉은빛을 띤 로즈 노트,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머스크 노트, 바람처럼 시원한 라벤더 노트. 우리는 이미 감각의 전이에 익숙해 있지 않은가. / <향기의 온도-CAS N° 112-45-8> 김태형 조향사의 글 중에서 99p


“우리는 계속 따라갈 거야. 계속 쫓아갈 거야. 사진은 사진으로, 영상은 영상으로, 피해자는 가해자로 계속 덮어쓸 거야.” / <덮어쓰기, 박문영> 중에서 170p


긴 세월의 흔적이 남은 이국의 엽서, 누군가의 성격과 습관이 스며든 필체, 지금은 세상을 떠났을 게 틀림없는 수신자와 발신자, 그들 사이에 오고 간 애틋하고 다정한 언어, 그리고 그 언어들 아래 흐르는 뜨거운 마음. 그녀의 내면의 뭔가를 깨운 건 일상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그런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상상력 덕분인지도 몰랐다. 그 엽서들의 주인, 남자의 존재 때문이 아니라. / <빈티지 엽서, 김혜진> 198p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된 건 사소한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그걸 알아야 해요. / <빈티지 엽서, 김혜진> 205p









  추위가 깊어지는 계절에는 역시 따뜻한 방구석에서 따뜻한 고구마와 손톱이 노래질 때까지 귤을 까먹으며 무엇이든 읽는 게 최고다. 그 중에서도 문학의 안과 밖, 다양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이런저런 책이 더 읽고 싶어지는 것이 계간지를 읽는 묘미가 아닐까. 올 한 해 쭉 『Axt』와 함께 하면서 ‘읽고 싶은 마음’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문학인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계간지로 오래오래 함께 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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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 오답노트 같았던 삶에 그림이 알려준 것들
이유리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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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서 생의 부조리와 아름다움을 찾고,

일상을 환기시키는 여러 질문들에 다가가는 시간!






  스위스의 화가 프랑수아 바로의 그림 <빵 자르는 사람>을 보는 순간, 덜컥 큰 덩어리 같은 것을 삼킨 기분이 들었다. 그림 속에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뜨거운 수프가 놓인 식탁에서 엄마와 딸이 마주하고 앉아 있는데, 턱을 손으로 괸 채 고개를 돌린 딸의 표정이 샐쭉하다. 빵을 자르는 엄마의 평온해 보이는 표정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아니, 엄마는 애써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일지도…. 이 그림이 이토록 신경 쓰이는 건 나에게도 이러한 순간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집돌이었던 큰 아이가 친구들과 놀러 나간 뒤에는 하루 종일 감감 무소식이고, 이따금 심통이 나서 감정 조절을 어려워하는 걸 보면, 이제는 종알종알 귀엽기만 했던 꼬마와는 작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사춘기 아이가 (부모의) 무대에서 퇴장하고 나면 지금까지 아이를 비추던 스포트라이트가 부모의 생활을 비추는데, 그 순간 부모가 충족된 삶을 사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의 저자 이유리는 책 《부모로 산다는 것》의 한 구절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아이의 사춘기는 아이와 부모가 서로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시기이며 이때 부모의 자리가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의 땅인지, 아니면 먼지만 날리는 폐허의 땅인지 진정으로 돌아보게 되는 시기라고 말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전전긍긍하며 아이의 뒷모습만 붙들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내 마음에 친절을 베풀고 내 자리를 단단히 다질 수 있는 수 있는 시기로 삼을 것인가. 나는, 오늘이라는 시간에 내가 읽고 있는 이 모든 책들이 불안하거나 삶의 여러 모순에 부딪쳤을 때 그것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 역시 그러하다.




“경로를 이탈했다는 자동차 내비게이션 안내음이 내 인생에 대한 경고처럼 들리던 순간, 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았다.” / 12p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는 그림을 보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키고 굳건한 내면의 힘을 키우고자 했던 이유리 작가의 미술 에세이다. 그녀는 주변이 너무 소란스럽게 느껴지고 복잡한 세상이 버거울 때마다 정적이고 고요한 미술의 세계로 숨어 들었다. 그렇게 옛사람들이 남긴 작품 속에서 ‘이 모든 것은 다 지나갈 거야’라는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위대함’으로 박제된 작품 이면에 가려진 화가의 고독함과 고통, 시련을 들여다봄으로써,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것만 보거나 경험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좌절이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해나갈 때 마침내 아름다움을 꿰뚫는 깊은 시선이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우리 인생에는 절절만이 있는 게 아님을, 화려한 순간과의 이별이 들이닥치는 때가 온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떨어지는 불꽃처럼, 그것과 아름답게 멀어질 수 있다는 자각.

그 무엇보다 절정을 지나 사라져가는 빛도 불꽃이라는, 휘슬러가 가르쳐준 그 진실이 사무치게 아름다웠다. 마치 우리네 삶처럼 말이다. 청춘의 시절이 소란스레 지나간 후 아프고 적막한 퇴화의 시간이 닥쳐와도, 죽음을 맞기 전까지 우리네 삶은 그 역시 소중한 생명이듯이. / 42p












  뭉크하면 누구나 <절규>를 대표작으로 손꼽지만, 나는 앞으로 <지옥에서의 자화상>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다. 화염이 뜨겁게 솟구치는 지옥 같은 곳에서 맨몸으로 꼿꼿이 선 채 화면 밖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이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까닭이다. 고작 다섯 살에 어머니를 결핵으로 잃고, 이어 의지하던 누나마저 열다섯에 잃은 뭉크는 “나의 모든 작품은 질병에 대한 사색에서 비롯되었다. 두려움과 아픔이 없었다면 나의 삶은 방향키가 없는 배와 같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좀먹는 고통 속에서도 그림으로 하여금 슬프고 아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구체화하고, 이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감정을 객관화해서 받아들일 수 있었던 뭉크. <지옥에서의 자화상> 속의 눈빛이 증명하듯, 시련을 더 큰 의지와 맞바꿨던 뭉크에게서 ‘우여곡절 끝에 피는 꽃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되새기게 된다.





그렇다. 우리의 본성은 악한 구석이 많다. 그리고 엔소르의 삶이 증명하듯 약하고 모순적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 안의 본능을 끊임없이 견제하고 단속해야 할 것이다. 처음에는 위선이고 가면일지 몰라도, 말투를 다듬고 행동을 다듬은 세월이 쌓이면 그것이 결국에는 나의 인격이 될 것이기에. / 65p









  아울러 코코슈카의 그림은 우리에게 사랑이 가져다주는 슬픔과 고통을 감내하고 수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제임스 엔소르의 그림에서는 약하고 모순적인 인간의 본성을, 휘슬러의 그림에서는 절정을 지나 사라져가는 빛도 불꽃이라는 진실을 배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앤디 워홀의 삶을 통해서는 자신의 취약성을 오히려 온몸으로 드러낼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왠지 할아버지도 ‘나’가 사탕을 살 만한 돈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그림은 1944년 9월 23일자 잡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표지를 장식해,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독자들이 이 그림을 특히 좋아한 이유는 아마도 그림 속 주인 할아버지의 표정에 떠오른 잔잔한 ‘체념’의 정서를 읽어냈기 때문이리라. ‘어쩔 수 없군. 또 하나의 동심을 지켜줘야지 뭐.’

(…) 어차피 때가 되면, 아이는 현실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기를 결정하는 이가 어른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급해하거나 닦달하지 않을 것. 사탕 가게 할아버지들은 이 점을 잘 알았던 것 같다. / 187p



사랑과 계절의 공통점은 시작과 끝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왠지 이 사랑이 곧 끝날 것 같은 예감이 사로잡힌 코코슈카는 알마에게 애원한다. “제발 나를 사랑한다고 많이 편지해줘. 그림 앞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그 애원 끝에 그린 그림이 바로 <바람의 신부>이다. (…) 독일어로 ‘회오리바람’을 뜻하기도 하는 ‘바람의 신부’는 그림 속 남녀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고 있다. 사방에 미친 돌풍이 휘몰아치는데도 편안히 잠든 여자와 대조적으로, 남자는 혹여나 푸른 바람이 이 여자를 빼앗아갈까 봐 두 눈을 홉뜬 채 불안해한다. 이 두 사람은 바로 코코슈카 자신과 알마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 216p




  미술에서 생의 부조리와 아름다움을 찾고, 일상을 환기시키는 여러 질문들에 다가갈 수 있어 특별한 에세이다. 미술 작품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 작은 화폭에 삶의 수많은 투쟁을 담아내는 작가들에게 또 한번 경이를 느낀다. 그들의 생애와 비애가 생생히 담긴 그림 속에서 나의 이야기와 새롭게 써나갈 이야기들을 발견해보시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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