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하룻밤 시리즈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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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고 복잡한 철학의 개념을 명료하게 정리한 철학서!

고대에서 현대 철학까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했던 삶의 문제들을 들여다보다!

 

 

  올해 들어 몇 권의 철학서를 연달아 읽으면서 철학에 대해 느낀 점은, ‘앎에만 그치는 철학이 아니라 삶을 위한 앎이 되는 철학’이 되어야 하며 그것으로 하여금 우리의 삶에 ‘무기’를 얻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유사시에 자기 마음속에 안전장치를 만들어두는 일이기도 하다. 고민이 발생하면 동시에 그 원인을 밝혀내고 원인을 제거해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노력을 통해 그것을 능동적으로 해결하려 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철학이기 때문이다. 서양의 사상가들이 3천 년 동안 도출해낸 이 ‘난해하고 어려울 것 같으며 추상적이고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철학’이 사실 ‘우리 삶에 넓게 퍼져 있는 문제들을 마주하고 인생의 걸림돌을 극복할 유용한 지침’임을 깨닫고 나면, 철학이야말로 일상의 가치를 더하는 가장 훌륭한 도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은 철학의 힘을 빌어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스스로 고민해봄으로써 이를 적극적으로 마주보는 시간을 갖게 할 것이다. 소크라테스에서부터 로티까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그 수천 년의 장엄한 시간을 하룻밤에 아우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것 아니겠는가.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은 고대·중세 사상을 대표하는 소크라테스에서부터 근대 사상가인 데카르트를 지나 니체와 프로이트로 대표되는 현대 사상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철학의 계보를 정리해놓았다. 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철학가와 그들의 명언과 개념어를 소개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들의 본질에 다가가면서 동시에 스스로의 삶에 질문을 던지게 한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 칸트의 ‘비판 철학’, 헤겔의 ‘변증법’, 소쉬르의 ‘구조주의’와 데리다의 ‘탈구축’ 등과 같이 비교적 어려운 철학 용어나 핵심 사상을 단순 명료하게 설명함으로써 철학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 어떤 테마에 대해 대화를 해나가면 반드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옳은 것’에 도달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로고스(논리·이상·언어 등 근원적 질서)를 구사하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면 최종적으로 모두가 똑같은 하나의 결론(객관적·보편적 진리)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이성을 신뢰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이성 중시’ 입장은 이후의 유럽 철학사를 관통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 24p

 

 

 

 

 

 

   책의 구성에서 알 수 있듯 철학의 흐름을 한 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놓은 데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당대의 철학가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이를 극복해나가기 위해 노력해왔는지를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 어떤 테마에 대해 대화를 해나가면 반드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옳은 것’에 도달한다고 하여 이성과 진실을 신뢰하였고, 플라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선, 정의 등의 객관적 진리 역시 감각으로 차 있는 일상을 초월한 다른 곳에 절대 기준인 이데아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비판하며 이데아는 개체와 분리되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개체에 내재해 있다고 생각했으며, 플라톤은 이데아가 참이고 이 세상은 거짓 모습(가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세상에 있는 것 또한 참이라고 가르쳤다.

 

 

 

   고대와 중세 사상이 이성을 중시했다면 근대에 들어서는 이성의 활동이 아닌 개인이 느낀 감각과 경험을 통한 인식에 가장 중점을 두는 사조가 일어났다. 바로 경험론이다. 하지만 이성을 중시했던 합리론이 독단론이라는 막다른 길로, 경험론이 회의론이라는 막다른 길로 빠져든 결과 철학이 진퇴양난의 상태에 빠졌을 때 칸트는 경험론의 입장을 인정하되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경험을 토대로 하지 않은, 선험적인 판단도 있다고 설명함으로써 다른 새로운 방법에 의한 이성의 길을 개척했다. 한편, 현대 사상은 전체가 목적을 향해 합리적으로 진행되기만 하면 다소의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헤겔의 철학을 극복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렇듯 철학의 흐름을 살펴보는 일은 완벽한 사상이란 없으며, 마치 헤겔의 변증법처럼 모든 일은 모순과 대립하면서 이를 해소하고 고양되어 보존되는 단계로 나아감으로써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전복되며 형성되어 왔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는 최근 많은 교양철학서들이 주제별로 접근하는 데의 이점을 살리느라 간과했던 부분을 짚고 넘어갈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이다.

 

 

인간은 나날의 번잡한 일로 마음을 빼앗기고 좌절하는 보잘것없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성장시켜야만 한다. 물론 신을 완전히 파악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좌절하면서도 은총의 빛이 주어지기를 바라고, ‘믿음’ ‘소망’ ‘사랑’을 실천해가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아퀴나스는 가르친다. / 78p

 

 

서류와 정리 선반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무작위로 쌓아 놓아버리면 손에 잡힌 문서가 어떤 서류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리 선반에 들어간 서류는 날짜나 크기, 또는 내용 등의 분류에 의해 그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칸트는 우리의 인식도 이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고 말한다. 칸트에 의하면 객관(서류)은 주관의 기능(정리 선반)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 우선 감성에 의해 대상이 부여되고, 그 다음 이 대상은 오성에 의해 사유된다. 이를 이성이 크게 아우르는 것이다. / 134p

 

 

 

   철학이 삶의 고민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고 강조했듯, 책을 읽다보면 철학가들이 주장하는 것들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많이 닿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왜 타인에게 나쁘게 행동을 하고 범죄를 저지르는가’라는 질문에서 소크라테스는 선악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한 행동이 나쁜 짓임을 깨닫지 못해서라고 답한다. 그렇기 때문에 덕에 대해 논의하고 음미하는 즉,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로의 의견이 부딪치고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니체는 뭔가를 판정할 때 ‘힘에의 의지’가 개입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힘에의 의지란 곧 자기를 실현하는 힘이며 욕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평을 털어놓고 싶을 때는 우선 그 불평정당화하려는 논리에서 떠나 불평을 말하는 이유로 눈을 돌려야만 한다. 그 경우 ‘좋다’ ‘나쁘다’라는 해석이 아니라, 오히려 그 해석(이치, 변명)이 진짜라고 확신하게 하는 근거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를 바란다.

 

 

 

   한편, ‘인간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사르트르는 인간의 행위는 그것을 행함과 동시에 즉시 타자의 음미와 비판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즉 ‘시선’에 노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인간관계가 자유로운 주체끼리의 연결인 이상, ‘시선’이라는 둘 사이의 공간에서 타자로부터의 승인을 얻기 위해 자신의 행위를 선택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번거로운 관계의 집합체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열심히 자신의 의식의 존재를 주장해나가자는 저자의 말은 든든한 힘이 된다.

 

 

 

인간은 강에 빠진 아이를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구하고자 한다. ‘만약 이 아이를 돕는다면 나중에 사례를 받을 수 있지’라고 계산하고 행동하지는 않는다. 이때는 ‘무조건 아이를 구해야 한다’라는 명령이 마음속으로 퍼진다. 이 무조건의 명령(정언명령)에는 인과율이 존재하지 않는다.

강에 뛰어드는 행위는 자신의 의지로 결정한 것이다. 이때 인간은 인과관계에 지배되지 않는다. 사실 여기에 자유가 있다. 즉 인간은 자신의 이해나 욕망에 좌우되지 않고 도덕적인 명령에 걸맞은 행위를 했을 때 비로소 자유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 141p

 

 

이제 여기서 ‘비밀의 단어’가 무엇인지 밝히겠다. 그것은 ‘not(그렇지 않다)’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그 단순함으로는 상상할 수 없지만 사실은 엄청난 힘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의 언어다. 제임스는 말한다. 우리는 무슨 일이나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긴 문장도 ‘not’이라는 세 글자의 말에 의해 그 의미를 역전시킬 수 있다고.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그건 무리”… 가 아니야’ ‘“해봐야 소용없는”… 일은 없어’ ‘“어차피 안 될 거”… 따위는 없어’ ‘“전례가 없으니까”… 라는 건 없어’ ‘“능력이 없어”… 따위는 없어’

이처럼 ‘비밀의 단어’는 모든 부정적인 사고를 긍정적으로 바꾼다. 그런 다음 ‘나는 할 수 있어’라고 소리 높여 외쳐보자.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돌변한다. / 310p

 

 

 

 

 

 

   대부분의 교양철학서들이 데리다와 들뢰즈까지는 많이 소개하지만 실용주의 철학을 주장한 퍼스나 믿는 의지를 강조한 제임스 등의 철학자들까지는 잘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철학이 늘 과거에만 머물러있는 것 같아서 적지 않은 아쉬움이 있었는데, 현대인들의 사상에 영향을 미친 철학자들까지 다루고 있어 좋았달까. 무엇보다 저자가 책 속에 남긴 글 중에 ‘지식을 늘려가는 일 안에는 모순이나 잘못이 이미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학습은 옳은 일을 향해 나아가는 통과점이 된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바꾸기 바란다. 오히려 모순에 대해 감사해야만 한다. 세계는 착각의 총체다. 인간은 그 안에서 단련되고 힘을 늘려가도록 만들어졌다.’고 말한 부분은 계속 기억에 남을 듯하다. 우리 모두는 각종 모순으로부터 적응하고 때로는 저항하고 극복함으로써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에서, 부정 안에서도 긍정을 찾으려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까닭이다. 여전히 내게는 철학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덕분에 흔한 자기계발서보다 더 유용한 삶의 지침들을 얻을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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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쇼핑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넘어
박노성.정윤환.조영준 지음 / 성안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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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고 오래가는 쇼핑몰로 성공하기 위한 실전 전략서!

쇼핑몰을 창업하고 싶은데 막막했다면 이 책을 반드시 주목하라!

 

   지금은 그야말로 온라인 쇼핑몰의 황금기다. 2014년만 해도 100억 원이 안 되던 식료품 중심의 ‘새벽 배송’ 규모가 2018년에는 4,000억 원 이상으로 늘었다고 하니 말이다. 주로 스타트업 위주로 커왔던 시장에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당일배송 시스템이 구축되고, 다양한 상품들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장점에 최저가까지 알려주니 “검색이 곧 쇼핑”이 되는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제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공략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흥망이 결정되기까지 하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하기만 하면 물건이 잘 팔릴 거라 착각한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은 해변가의 모래처럼 많고, 성공의 원인을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려우며 실패의 원인도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남들 따라하는 수준으로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다면 작지만 강하고 오래 가는 쇼핑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나도 오늘부터 잘 나가는 쇼핑몰 사장이 되기 위한 특별한 노하우를 살펴보자.

 

 

 

 

 

 

창업 준비에서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이기는 쇼핑몰 사장이 되는 법

 

 

   <최강의 쇼핑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넘어>는 쇼핑몰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현재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검색에서 쇼핑까지 매출로 이끄는 쇼핑몰 성공 전략과 마케팅 전략을 담은 컨설팅 책이다.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창업과 마케팅 전략을 실천하고 성공적인 인터넷 쇼핑몰 비즈니스 컨설팅 업무를 해 온 3명의 저자가 자신들의 실패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성공한 쇼핑몰인 아마존을 비롯하여 현재 최적의 쇼핑몰 플랫폼을 자랑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여러 이커머스 업체를 정밀하게 비교 분석하여,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쇼핑몰 비즈니스의 성공법을 제시한다. 책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중점으로 한 창업 준비를 시작으로 매출을 극대화시키는 최적화 전략과 각종 운영 노하우, 광고비를 아끼는 스마트한 마케팅 전략과 이기는 쇼핑몰로 거듭나기 위해 필수 요소들을 정리한다. 아울러 쇼핑몰뿐만 아니라 두루 적용가능한 마케팅 기본 이론과 차별화된 가치를 바탕으로 한 나만의 사업 철학, 매출 목표를 잡는 방법에서부터 재무 계획을 세우는 실전법까지 익힐 수 있다.

 

 

 

· 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닌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

· 쇼핑몰 플랫폼의 날카로운 분석과 선택에 도움을 주는 책

· 쇼핑몰 마케팅의 이론적인 지식 배경과 구체적인 사례가 어우러진 책

· 실질적인 매출 성과를 올리는 마케팅 노하우를 담은 책

· 세밀한 매뉴얼과 쇼핑몰 사업 계획의 통찰을 주는 창업 가이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네이버쇼핑인가요?”

   우리는 흔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네이버쇼핑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네이버쇼핑은 네이버 이용자가 원하는 물건을 쇼핑몰이라는 플랫폼에 담아 연결해 주는 공간이다. 네이버는 이용자가 원하는 물건을 찾아주기 위해 ‘상품 검색’, ‘다양한 카테고리 분류’, ‘가격 비교’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계속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다. 이때 제품은 있으나 쇼핑몰이 없는 판매자를 위해 최근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라는 서비스를 확대 개편했다. 이는 네이버쇼핑 영역에 입점 되어 있는 온라인 마켓 중 네이버가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 플랫폼으로, 다른 마켓 상품과 노출 영역에 차이가 있다. 스마트스토어에 상품을 등록하는 경우 쇼핑몰 이름이 그대로 게재된다는 것과 클릭을 해도 해당 쇼핑몰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내에서 구매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스마트스토어를 통해서 네이버쇼핑 영역에 노출되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여 매출을 올리는 것을 넘어 자신의 쇼핑몰 이름도 알릴 수 있다. 즉, 네이버의 수많은 이용자를 내 쇼핑몰의 잠재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수수료가 업계 최저 수준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판매 수수료를 6%로 책정해 두고 판매를 시작하면 큰 무리가 없는데, 최근에는 수수료율 인하 정책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다 하니 영세 판매자들은 이를 참고하면 좋겠다.

 

 

 

이제 우리는 네이버 노출 알고리즘의 핵심 개념을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노출 영역의 유동성이다. 검색어와 검색 시기에 따라 노출 영역이 다른 이유는 고객이 원하는 정보에 가까운 결과를 우선수위로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두 번째는 연관성에 기반을 두어 노출 순서를 정하는 연관 검색어 시스템이다. 하나의 검색 결과에서 원하는 결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빅데이터 활용 방법인 셈이다. / 63p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상품을 등록했는데 내 상품은 왜 안 보일까?’, ‘내 상품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상위 노출이 될까?’를 가장 궁금해 할 것이다. 책에서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네이버 검색 정책에 맞게 키워드를 설정하라’고 말한다. 소비자와 상품을 연결해 주는 것은 사용자가 입력하는 텍스트이다. 이 텍스트를 검색 엔진은 키워드라 부른다. 키워드를 잘 활용하면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우리 제품을 보여줄 수 있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소비자가 찾지 못한다면 판매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품을 등록할 때 검색 후 유입 가능한 키워드 세팅이 반드시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눈에 띄는 헤드 카피와 상품 설명이 잘 되어 있는 상세 페이지의 품질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네이버 검색 광고에서 키워드별 PC와 모바일 검색량을 비교한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의 키워드가 모바일에서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따라 모바일에서 잘 보이도록 상품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블로그를 운영해 본 판매자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스토어에 상품을 등록하는 매뉴얼 역시 블로그에 글 올리는 매뉴얼과 동일하다. 디자인은 모바일에 기준을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 129p

 

 

잘 팔리는 상품의 기본적인 조건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저렴한 가격: 비슷한 품질과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을 때 저렴한 가격은 최고의 무기다.

2. 차별적 편익: 고객은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라 ‘파는 사람과의 관계’도 함께 산다. 같은 자전거를 팔아도 나에게 완벽한 애프터서비스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고객에게 ‘차별적 편익’이 된다.

3. 희소성: 오프라인에서 흔하게 구할 수 없는 제품, 특별한 나라에서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브랜드 상품 등이 ‘희소성’ 측면에서 가치를 지니는 상품이다. / 178p

 

 

“대부분 사람들은 하나의 컨셉을 정한 다음에 논리를 세워. 컨셉이 광고주 마음에 들면 성공하겠지만 반대로 마음에 안 들면 실패하는 거지. 모 아니면 도라고나 할까? 반대로 나는 배경 설명에 공을 많이 들이면서 컨셉이 도출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 그러면 컨셉이 광고주 마음에 안 들어도 컨셉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설득당하게 되어 있어.” / 218p

 

 

 

 

 

 

   4부에서 소개하는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은 쇼핑몰 운영자라면 꼭 알아두어야 할 좋은 정보이다. 여기서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바이럴 마케팅’ 즉 입소문 마케팅을 소개하는데, 이를 위해서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연관 검색어, 지식iN, 블로그, 카페 등에 정보를 제공하면서 매출로 유도하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와 같은 SNS를 공략하는 방법도 일러준다. 이때 정보에 스토리텔링을 더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소비자의 반응을 끌어내는 법이나, 똑똑한 블로그 글쓰기, 이벤트 및 체험단 마케팅을 활용하는 방법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니 꼭 참고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들이 ‘인스타그램’을 홈페이지 주소로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코 긴 글이 아니어도 이미지 하나면 충분한 공간, 5분 안에 간단하게 포스팅할 수 있는 공간, 그럼에도 콘텐츠가 성의 없다고 고객이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이 바로 인스타그램이기 때문이다. 생산자에게 최적화된 마케팅툴인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면 최대한 간단하고 심플하게, 별 기술 없이도 꽤 괜찮은 콘텐츠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다. / 258p

 

 

 

 

 

 

   자의든 타의든 사업을 시작하다보면 누구나 성공하기 위해 밤낮을 새어가며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모두가 성공을 원하면서도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에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넘어 최강의 쇼핑몰을 운영하기 위한 기술적인 요소 외에도 창업자 스스로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봄으로써 기본적인 마인드를 점검해볼 것을 강조한다. 특히 차별화된 가치를 도출하는 과정을 배우기 전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가치를 올바르게 만드는 3가지 요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남이 아닌 나와 경쟁할 것’이다. 인터넷은 풍요로움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독특함에 열광하는 문화의 장을 열어 주었다. 해답이 없는 문제를 낑낑거리며 풀려고만 하지 말고, 고개를 들어 세상의 변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남들의 성공 방정식을 맹신하지 말 것’이다. 성공한 사장님들을 만나 보면 자신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나에게 적용하려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반화하기 어려운 성공이라면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고민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 ‘이윤이 아니라 사람을 남겨야 할 것’이다. 알다시피 돈을 좇으면 오히려 돈과 멀어진다. 역설적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돈을 좇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의 가치, 그리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우선으로 생각하기를 바란다.

 

 

 

   이처럼 <최강의 쇼핑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넘어>는 남의 쇼핑몰을 검색하고 구경하고 부러워하며 쇼핑만 하던 이들에게 창업의 길을 열어주고, 수많은 스토어 사이에서 나만의 생존전략을 펼치는 방법을 설명해놓았다. 덕분에 나처럼 온라인 쇼핑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도 사업 구조나 장단점, 운영 방식들을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점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오늘도 온라인 쇼핑몰을 기웃거리며 나도 해볼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망설이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꼭 참고해보길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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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교과서 개념 읽기 : 수 + 연산 세트 - 전2권 수학 교과서 개념 읽기
김리나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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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수학에서 고등 수학까지, 주제별로 접근하는 수학 개념 읽기!

기초 개념에서 출발하여 상위 개념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수학 학습법!

 

 

 

   수능시험을 앞두고 나는 ‘수포자’라 단언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할애해도 수학 성적은 이렇다 할 반전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에 수학은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으로 마음을 비웠다. 분명 중등 수학을 공부할 때만 하더라도 수학은 재미있는 과목이었고 하는 만큼 성적도 나왔는데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수학은 재미없고 어려운 과목이 되어버렸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그렇게 수학과는 끝내 친해지지 못한 것으로 일단락이 되었는데 최근에 들어서 다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아직 5살에 불과하지만 이제 덧셈과 뺄셈에 대한 개념을 익히기 시작한 아이에게 이 단계를 넘어서면 그땐 어떤 방법으로,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 것인지 막막해진 것이다. 당장 수학문제집이라도 찾아서 풀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찰나에 창비 출판사에서 <수학 교과서 개념 읽기>라는 책이 나와서 관심이 갔다. 수와 연산 세트, 도형 세트까지 출간되었는데, 이 중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수와 연산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자연수부터 허수까지, 덧셈에서 로그까지

 

 

   우리나라 교육 과정에 따르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에 걸쳐 수학 개념, 원리, 공식 들을 배운다. 수학 교과서 한 단원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전 학년에서 배웠던 연관된 개념과 원리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몇 년 전에 배웠던 수학 지식을 모두 기억해서 활용하고, 지식 사이의 관계까지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허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에서 배운 양의 정수와 0, 중학교에서 배운 음의 정수와 유리수, 무리수의 개념과 이러한 수 사이의 관계를 알아야 하는데, 이를 모두 기억했다가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수학과 관련된 많은 책이 수학 개념을 학년별로 구분지어서 설명하는 까닭에 이들 개념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 교과서 개념 읽기> 시리즈의 저자는 ‘수학 개념은 서로 이어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초·중·고 수학 교과서에서 흩어져 있는 수학 개념들을 주제별로 모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엮었다. 이를 통해 수학 지식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고, 수학의 개념과 원리, 공식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수’ 편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자연수와 0부터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허수와 복소수까지,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수를 담고 있다. 자연수와 분수처럼 원시 시대부터 일상생활에 사용되었던 수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 무리수, 계산을 획기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어 준 소수, 수학자들이 상상을 통해 만들어 낸 허수 등을 살펴본다.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자연수에서부터 새로운 수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과 어원을 차근차근 살펴보다보면 수의 체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소수점 아래 숫자가 반복되는 부분이 있는 소수를 순환소수라고 해요. ‘순환’은 매일 같은 구간을 도는 순환 버스같이 일정하게 반복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예요. 순환소수에서 반복되는 부분을 순환마디라고 합니다.

그런데 반복되는 숫자는 대체 몇 번이나 써야 할까요? 0.333…에서 3을 몇 번이나 써야 보는 사람이 3이 순환마디구나, 하고 알 수 있을지 아리송합니다. 이와 같은 불편을 없애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순환마디 위에 점을 찍어 나타내기로 했어요. 순환마디의 숫자가 하나인 경우에는 그 숫자 위에, 순환마디 숫자가 2개 이상인 경우에는 순환마디의 첫 번째 숫자와 마지막 숫자 위에 점을 찍어 순환마디를 나타냅니다. / ‘수 편’ 중에서 83p

 

 

 

 

 

 

   <수학 교과서 개념 읽기>의 수 편을 읽으며 참 유익하다 싶었던 것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수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대하지 않아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만 익힐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빈약하지 않고 필수 예제를 쏙쏙 담아 초등학생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놓은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어 ‘연산’ 편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덧셈과 뺄셈부터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지수와 로그까지,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연산을 담고 있다. 수학자들이 어떤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덧셈을 곱셈으로, 곱셈을 지수로, 지수를 로그로 바꾸어 계산하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이 새로운 연산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여러 연산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전된 것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산의 체계’의 그림을 보면 각각의 연산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그간 정밀하게 연결된 연산의 체계를 잘 모른 채 서로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하거나 공식만 달달 외웠으니 수학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새삼 깨닫게 된다.

 

 

 

2개 이상의 수나 식을 더하는 계산을 덧셈이라고 합니다. 덧셉이라니,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 시시하다고요? 그렇지만 덧셈을 빼고 다른 연산을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덧셈은 새로운 연산 기호를 약속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덧셈 기호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곱셈 기호가 만들어졌고, 이어서 지수, 로그도 생겨났습니다. 또 덧셈을 잘 알고 있으면 뺄셈, 나눗셈, 루트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덧셈을 거꾸로 하는 연산이 뺄셈은 나눗셈과 루트를 약속하는 데 토대를 제공합니다. / ‘연산 편’ 중에서 21p

 

 

 

 

 

 

   <수학 교과서 개념 읽기> ‘수, 연산’ 편을 읽으며 수학 실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수학 개념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 만족스러웠다. 특히 나와 같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수학책을 들여다보기 전에 꼭 읽어보기 좋고,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꼭 읽혀보게 하고 진학시키기를 권하고 싶다. 허수라던지 로그까지는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내가 배운 덧셈과 뺄셈이, 곱셈과 나눗셈이 어디로까지 나아가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학습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부하는 기분이 아니라 수학의 역사까지 가볍게 살펴봄으로써 편안하게 읽는 재미까지 더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에 접근하시라 주변에 추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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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토머스 해리스 지음, 이창식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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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독보적인 ‘악’의 캐릭터, 한니발 그가 돌아왔다!

양들의 침묵 그 이후의 이야기, 한니발은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장르가 되었다!

 

 

  스릴러 장르 사상 가장 독보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는 한니발 렉터. 안소니 홉킨스가 한니발 역으로 등장한 영화 <양들의 침묵>은 이제껏 본 스릴러 장르 사상 감히 최고의 영화라 손꼽는다. 이는 FBI 수습 요원인 클라리스 스탈링으로 주연한 조디 포스터가 연쇄살인범 버팔로 빌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기괴한 범죄 설정과 인육을 먹는 충격적인 소재를 떠나 이 영화가 단연 수작이라 할 만한 것은 치밀한 캐릭터 설정과 범죄와 수사로 점철된 남성의 세계에서 여성 수사관으로서 고립된 상황과 불안한 현실을 공포라는 장르에 잘 녹아낸 점, 특히 관객의 심리를 자극할 줄 아는 영화의 미장센은 그 어떤 잔인한 장면이 없이도 내내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스탈링이 살인자의 심리를 알기 위해 수감 중인 괴인 한니발 렉터 박사를 찾아가 그에게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고 연쇄 살인마의 심리에 대한 힌트를 얻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니발 렉터는 유능한 정신과 의사임과 동시에 식인종이었다. 사람들의 심리를 들여다볼 줄 아는 탁월한 감각 속에 날카로운 맹수의 본능을 숨기고 있는 인물로, 이 역을 맡은 안소니 홉킨스는 2시간 남짓의 러닝타임 중에 단 16분만 출연하고도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니 그야말로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렬한 캐릭터임에 틀림없다.

 

 

 

   이후 <한니발>, <레드 드래곤>, <한니발 라이징> 순으로 한니발 렉터를 주연으로 하는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지만 <양들의 침묵>의 힘을 능가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데 최근, 이 작품의 원작자인 토머스 해리스의 《카리 모라》가 출간되면서 이 한니발 시리즈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양들의 침묵》, 《한니발》, 《한니발 라이징》 3부작으로, 한니발 시리즈의 원작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나는 이 중 시간상 가장 뒷이야기라 할 수 있는 《양들의 침묵》 그 이후의 이야기, 《한니발》부터 시작해서 거슬러 올라가보기로 했다.

 

 

 

잔혹한 복수극과 추격 그 속에서 빛나는 그로테스크한 상상력

 

 

   잔혹한 연쇄살인마인 일명 버팔로 빌을 잡아 유명해진 클라리스 스탈링은 이제 베테랑 수사관이 되었고 수많은 사건 해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녀는 상관을 존경하고 열심히 일하고 규칙을 준수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항상 남보다 앞섰고 장학금을 받았으며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들의 세계였던 FBI 내에서 번번이 여성으로서 한계에 부딪치곤 했다. 거기다 일찌감치 거둔 성공이 도리어 그 속에서 자신을 끌어내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처럼 눈부신 출발을 하고서도 FBI에서 진급에 실패한 것은 그녀로서는 처음 겪는 뼈아픈 경험이었다. 떠오르던 별이지만 뻗어나갈 길이 막혀버린 꼴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약단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아기를 안고 있던 이벨다 드럼고를 사살했다는 이유로 스탈링을 마녀 사냥 하는 기사와 항의가 연일 쏟아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그녀는 파면될 위기에 처하고 만다.

 

 

 

그들 가운데는 그녀와 같은 직무에 종사했거나, 영장 발부를 함께했거나, 함께 총질을 당했거나, 유리 파편을 떼어내기 위해 서로의 머리카락을 빗어준, 이른바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스탈링을 향했다. / 65p

 

 

 

 

 

 

   한편, 한니발 렉터 박사는 멤피스 감방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다섯 명을 더 죽인 후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진 듯했다. 그런 그가 무려 7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친애하는 클라리스’로 시작하는 그의 편지가 스탈링 앞으로 도착한 것이다. 한니발 렉터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에 한때 한니발의 살해 시도로부터 겨우 살아남아 인공호흡기로 삶을 연명하고 있던 메이슨 버저는 흥분으로 들떴다. 그는 한니발 앞에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고, FBI와 의원까지 매수해 복수할 날만을 꿈꾸며 한니발에게 가장 잔인한 고통을 맛보게 해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반면 한니발의 편지로 인해 파면될 위기에서 건져진 스탈링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메이슨 버저가 손씀으로써 FBI는 한니발을 잡는 데 스탈링을 이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그녀를 파면하기로 한 계획을 철수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최고의 구금시설이 갖춰진 정신병동에 앉아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조종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을 파헤쳐 일깨워주던 그의 목소리를 잊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프레드가 사람들에게 자주 보여주던 심전도 테이프가 있었는데, 렉터 박사가 그 불쌍한 간호사에게 달려들었을 때 그의 온몸은 전선에 감긴 채 심전계에 연결되어 있었죠. 그가 얼마나 괴물이냐 하면, 간호사를 물어뜯던 그 순간에도 맥박이 별로 상승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안전요원들이 달려와 그를 간호사에게서 떼어낼 때 그의 어깨뼈가 부러졌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 엑스레이를 찍었죠. 내가 알기론 어깨뼈만 부러진 정도로 끝나진 않았을 거예요. / 120p

 

 

실제로 정신의학계에서는 렉터 박사를 계속해서 인간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가 이따금씩 발표하는 신랄한 논문에 두려움을 품은 정신의학계의 동료들마저도 그를 완전히 별종으로 취급한 지 오래이다. 그들은 편의상 그를 ‘괴물’이라 부르고 있다. / 218p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일어난 범죄 사건을 수사하던 리날도 파치 수사반장은 우연히 한니발 렉터를 포착해냈다. 한니발 렉터는 실제 펠 박사라는 이름으로 위장해 피렌체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가 카포니 궁 관장의 자리에 오를 유력한 인물로 꼽히는 바람에 파치 반장의 눈에 띄고 말았다. 파치는 한니발을 잡기만 하면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명성을 떨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펠 박사가 한니발 렉터가 분명하다면 엄청난 돈을 받고 메이슨 버저에게 팔아넘기는 게 더 큰 이익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다. 이로써 메이슨 버저의 부하와 파치 반장, 스탈링은 저마다 갖고 있는 정보력과 기동력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은닉해있던 한니발의 정체에 점차 다가가기 시작하고, 한니발 역시 자신을 잡으려는 이들이 더욱 가까워져오고 있음을 눈치 채기 시작하는데…….

 

 

 

렉터 박사는 가끔 자신의 손과 팔, 뺨으로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곤 했다. 그리고 얼굴과 마음으로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해부학적 이유에서도 다행인 것은, 다른 어떤 감각보다도 냄새가 그의 기억을 더 촉진시킨다는 사실이었다. / 291p

 

 

미각. 포도주와 송로버섯. 모든 것에서 맛을 따지는 렉터 박사의 습관은 미국에서나 유럽에서나 변함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성공한 의사로서 살 때나 엽기적 살인 행각을 저지른 도망자로 살 때나 그는 여전했다. 얼굴은 변했을지 모르지만 그의 입맛은 전혀 변한 게 없었다. 그는 자신을 푸대접하는 유형의 인물은 아니었다. / 344p

 

 

 

 

 

 

   소설은 내면에 치명적인 광기를 품고 있는 이 한니발 렉터의 그로테스크한 면모에 탐미적이면서 지능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켜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해냈다. 한니발의 고상하면서도 우아한 취미와 지능적인 플레이에서 기인한 섬뜩한 공포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발시켰다.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장면에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은 그냥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다. 여기에 야간순찰을 나갔다가 살해당한 아버지와 도축장이 있는 친척 집에 머무르면서 얻은 스탈링의 트라우마가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하나 뿐인 동생 미샤에게까지 벌어진 한니발의 끔찍한 과거와 오버랩되면서 그들의 기묘한 관계를 심리적으로 풀어낸 구성까지 흥미로웠다.

 

 

 

미샤를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는 어느 정도만 이루어졌다. 미샤의 젖니 몇 개를 탈영병들이 변소로 사용하던 똥구덩이 속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곳은 탈영병들이 잠을 자는 막사와 1944년 동부전선이 무너질 때까지 그들의 생계수단으로 감금했던 아이들이 있던 헛간 사이에 있었다. 기도에 대해 그렇게 일부만 응답을 받은 뒤로 그는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만드는 능력과 엄청난 악의 외에는 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 391p

 

 

“우리는 한니발 렉터가 리투아니아에서 출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백작이었는데, 그것은 10세기에 얻은 작위입니다. 그의 어머니는 이탈리아의 비스콘티가(밀라노를 지배한 명문가) 출신입니다. 독일이 러시아에서 퇴각하던 때 그곳을 지나가던 나치 기갑 사단은 빌뉴스(리투아니아 공화국의 수도) 근처에 위치한 한니발 렉터가의 사유지에 포탄을 퍼부었습니다. 그 사건으로 한니발 렉터의 부모님과 대부분의 하인들이 죽었죠. 그리고 아이들은 사라졌습니다. 한니발과 그의 여동생이었죠. 우리는 그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렉터가 클라리스 스탈링처럼 고아였다는 사실입니다. / 409p

 

 

 

   뜻밖의 결말로 인해 얼떨떨하긴 하지만 또 다른 이야기의 전개를 상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한니발 시리즈는 아직 끝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것이 비록 나만의 상상에 그친다 할지라도 한니발이라는 괴인과 스탈링이라는 매력적인 여수사관의 캐릭터가 남긴 이 긴 여운을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팬이라면, 여름의 끝자락에서 진한 서스펜스와 스릴러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한니발 시리즈를 꼭 읽어보시라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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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전 - 설명할 수 없는 마음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 위하여
김버금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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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할 수 없어 외면했던 나의 마음에 이름을 붙이다!

마음 읽는 연습을 통해 나의 가장 솔직한 감정에 다가가다!

 

 

   글을 쓰다보면 ‘즐겁다’, ‘행복하다’, ‘기쁘다’ 같은 감정 표현을 쓰는 일이 문득 어색해질 때가 있다. 상투적인 표현이라서 그런 것이겠거니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의 마음을 읽고 그것을 표현해내는 게 도무지 익숙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서른여섯이란 나이에 이르러서도 아직까지 나는 감정 표현에 너무나 서툰 사람이었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에는 능숙하게 굴던 나도 내 마음 앞에서는 막막해지던 순간들이 차츰 쌓이다보니, 이제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조차 낯설어졌나보다.

 

 

 

   ‘모든 마음에는 이름이 있다’던 김버금 작가는 늦은 밤, 자리에 누워 내내 뒤척이던 날에 문득 밀려오는 그 마음을 알고 싶은데, 그래야 괜찮아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내 마음의 이름을 도무지 모르겠을 때, 책장 한편에 잠들어 있던 낡은 국어사전을 꺼내들었다고 한다. 밤이 깊도록 기역에서 히읗까지 읽어 내려가며 마음의 이름들을 한 자씩 노트에 옮겨 쓰며 천 개가 넘는 이름들을 빼곡히 모아 두었단다. 천 개라니, 그게 또 그리 많은 줄은 나도 미처 몰랐다. 쓸쓸함, 불안함, 우울함 그리고 외로움. 흔들리는 것이 두려워 마음 한쪽도 내주지 않으려고 외면해왔던 이름들인데, 모두 다 내 마음인데, 그간 다정에만 눈이 멀었나보다고 고백하는 그녀의 마음이 꼭 내 마음 같다. 그렇게 설명하기 어려운 자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임으로써 그녀는 자신과 좀 더 가까워지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고, 타인에게만 쏟던 관심과 배려를 자신에게로 돌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한다. 내가 매일 불안한 이유는 내가 나의 마음의 이름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당신의 마음에게도 이름이 있다고, 이제 그 이름을 찾아 불러주라고.

 

 

 

 

 

 

내 마음을 다시 혼자 두지 않기 위해

 

 

   <당신의 사전>은 역대 최다 작품이 지원한 6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사랑을 시작하고 이별을 한 뒤에, 이제는 어른이 되어 아빠와 엄마의 자리를 더듬어보게 되는 순간에, 내 청춘의 불완전함 사이에서, 사소한 깨달음과 후회의 멋쩍음이 저울질 하는 틈바구니에서 발견해낸 나의 마음에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주었다. 책에는 처연하다, 먹먹하다, 낯없다, 애틋하다, 겉돌다, 무색하다, 포근하다, 사위다 등 마음과 관련된 47개의 단어들을 뽑아 쓴 47편의 자전적인 글이 수록되어 있다.

 

 

 

젖은 신발처럼 다시 마르기까지, 다시 아물기까지 유독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젖지 말아야 하는 것만은 아니었음을, 나는 온통 젖어본 뒤에야 알았다. 여러 계절을 돌아온 내가 그때의 나를 바라본다. / ‘홀가분하다’ 중에서 19p

 

 

이사를 가기 며칠 전쯤이었다. 골목길을 가로질러 가다 아담한 벽돌집에 붙은 흰 종이를 봤다. 네 귀퉁이가 청테이프로 눌러진 그 종이에는 라카가 아닌 펜으로 몇 글자가 쓰여 있었다.

‘여기 사람 삶.’

첫 단어인 ‘여기’가 가장 크고 ‘사람’은 그보다 작고 ‘삶’은 그보다 더 작았다. 글자를 쓰다 공간이 모자랐던지 ‘살고 있음’을 ‘삶’으로 줄인 듯했다. 사람과 종이의 끝, 그 사이에 삶이 간신히 끼워져 있었다. / ‘서글프다’ 중에서 24p

 

 

 

 

 

  결혼을 하고 두 아이까지 낳고 보니, 문득 내가 나이를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나의 아빠가 그리고 엄마가 어려지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니, 이젠 내가 두 분에게 이렇게 하시라 저렇게 하시라 훈수를 두거나 뭔가를 알려줘야 할 때가 잦아진다.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모아 두었다가 딸 얼굴 보는 날 하나하나 물어가는 모습이 꼭 그렇다. 또 어디 먼 길을 다녀오겠노라 하시면 내가 더 마음이 쓰여서 이런 저런 다짐을 받아두곤 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르는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래서 가장 슬프기도 한 일이다. 그녀에게도 이런 순간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나보다. 어디든 한 번 간 길은 다 기억하는 똑똑한 우리 아빠가 스마트폰 지도 안에서 머뭇거리며 헤매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내려 안고, 어느 순간 엄마보다도 어른이 되는 일이 무서워지는 걸 보면 말이다. 이제야 느끼게 되는 가장 큰 깨달음은 아빠와 엄마의 돈과 젊음과 꿈을 배불리 먹고 내가 이만큼 컸다는 것이며, 그 많은 시간을 당신들을 위해 오롯이 쓰지 못한 데에 대한 미안함을 나는 여전히 갚지 못하고 있음이다. 덕분에 오늘은 그냥 엄마와 아빠라는 이름만으로도 울컥해지는 밤이다.

 

 

 

아빠는 다시, 처음의 장소에 있었다. 기억 속의 걸음을 홀로 무수히 반복하면서. 손금 같이 좁은 골목들을 뒤쫓는 아빠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무슨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무슨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중얼거리는 아빠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끝내 대답이 되어줄 수 없는 말에 문에서 조용히 손을 떼며 생각했다.

왜 어떤 말들은 기어코 혼잣말이 되는가. / ‘철렁하다’ 중에서 48p

 

 

아빠의 돈과 아빠의 젊음과 아빠의 꿈을 배불리 먹고 자란 내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도 보고 일본에서 온천도 할 동안 아빠는 줄곧 나이만 먹어왔다. 아빠가 첫 해외여행을 떠나기까지 걸린 시간, 오십 년. 숫자로는 헤아릴 수 없는 아빠의 한 평생이 담긴 시간이었다. / ‘슬프다’ 중에서 53p

 

 

매일 밤, 잠에 들 때마다 캄캄한 밤이 또 무엇을 가져갈까봐 다시 하나를 잃은 채로 아침을 맞을까 봐 매일 불을 켜두고서 선잠을 주무셨던 할머니. 손쓸 수 없이 하얗게 덮쳐오는 아침이 기억을 사라지게 할까 봐 방안에서만 꼭꼭 숨어 계시기를 택하셨던 할머니.

어쩌면 할머니에게 가장 두려웠던 것은 무언가를 잃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잃고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른 채로 견뎌야 하는 영겁과 같은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 ‘저미다’ 중에서 68p

 

 

 

 

 

 

   우리는 흔히 “힘내라”는 말을 마치 안부처럼 전하곤 한다. 괴로워서 힘이 드는 순간에도 “힘내라”고, 무언가를 열심히 잘 하고 있는 순간에도 “힘내라”다. 뭘 그렇게 힘내야 할 게 많은지. 그렇지 않아도 팍팍하고 힘겨운 세상살이에 자꾸 힘을 내고, 더 내라 하니 진짜 힘들 노릇이다. 힘을 내는 사람은 어쩐지 계속 힘을 내야만 하는 삶을 살기에, 뜻 없는 나의 습관적인 인사로 또다시 그가 힘을 내게 되는 것은 바라지 않아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단다. 나는 네가 힘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라고. 그 낯선 인사말에 친구는 고맙다는 인사를 돌려주었다고 한다.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참 어색하고 낯선 인사말이라 피식 웃음이 나왔을 테지만, 그 무엇보다 진정 나를 위한 따뜻한 응원의 말이었음을 친구도 모르지 않았나보다. 너의 내일은 힘내지 않아도 좋은 날이기를, 너의 내일은 힘내지 않아도 충분한 하루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무화과라는 이름의 열매가 있다. 꽃 없이 맺힌 열매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이 이름이 무화과에서는 퍽 아쉬운 뜻이다. 무화과는 사실 수많은 작은 꽃들을 꽃주머니 안에 가지고 있다. 겉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꽃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꽃보다 눈에 띄는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고도 제 열매를 맺는 무화과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나 또한, 지금까지의 모든 소중한 날들을 빛나지 않은 날로 부를 이유는 없었다. / 127p

 

 

“완벽의 어원을 아세요?”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완전무결하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실은 귀한 구슬을 끝까지 무사하게 지킨다는 뜻이에요.” 그때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갈라진 도자기를 빚으며 갈라진 마음을 빚는 어두운 밤을 떠올린다. 완벽에만 집착하느라 완벽하지 않은 것으로 폄하하였던, 나의 다친 마음들을 둥글게 헤아리는 시간을. 삶에서 생긴 실금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흔적이 아니라 완성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흔적이다. 완성은 완벽함이나 완전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무사히, 끝까지, 지켜내는 데에 있으니까. / 141p 

 

 

 

 

 

  아마도 내가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서툴렀던 것은 그럼으로써 얻게 되는 상처를 원치 않기 때문이었고, 또 그 흉터를 내내 보는 일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작 나는 매일같이 울며 엄마에게 안겨오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뭐 어때. 그럴 수도 있는 걸.” 아, 정작 나에게는 그런 말 한 번 제대로 해주지 못했으면서. “괜찮다. 다 넘어지면서 크는 기라.” 넘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던 유년기 시절에 어른들은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넘어지지 않고 큰 아이는 없듯 상처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예기치 않은 삶의 풍랑에 생긴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넘어져본 아이만이 일어나는 법을 배우고 다친 사람만이 낫는 법을 배운다고, 흉터는 부끄럽고 창피한 흔적이 아니라 ‘그럼에도’의 흔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넘어져 다치고 부러졌을지라도 이렇게 잘 아물었다는 흔적. 그럼에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났다는 흔적이라는 것을.

 

 

 

   <당신의 사전>을 읽으며, 내 마음에 이름을 붙여봄으로써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던 그녀의 시간들에서 나를 종종 발견하곤 했다. 인생이 설명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라면 설명할 수 없는 내 마음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아도 좋겠다던 그녀의 말이, 틀린 마음이란 없다는 그 이도 계속 맴돌았다. 가만가만, 조근조근 들려주는 그 이야기가 참 소소하기 이를 데 없으면서도 가장 큰 무언가를 얻게 하는 것 같다. 이젠 나도 내 마음은 무슨 단어들을 찾고 있을지 자주 들여다봐줄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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