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딱딱하고 복잡한 철학의
개념을 명료하게 정리한 철학서!
고대에서 현대 철학까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했던
삶의 문제들을 들여다보다!
올해 들어 몇 권의 철학서를 연달아 읽으면서 철학에 대해 느낀 점은, ‘앎에만 그치는 철학이 아니라 삶을 위한 앎이 되는 철학’이
되어야 하며 그것으로 하여금 우리의 삶에 ‘무기’를 얻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유사시에 자기 마음속에 안전장치를 만들어두는 일이기도
하다. 고민이 발생하면 동시에 그 원인을 밝혀내고 원인을 제거해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노력을 통해 그것을 능동적으로 해결하려
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철학이기 때문이다. 서양의 사상가들이 3천 년 동안 도출해낸 이 ‘난해하고 어려울 것 같으며 추상적이고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철학’이 사실 ‘우리 삶에 넓게 퍼져 있는 문제들을 마주하고 인생의 걸림돌을 극복할 유용한 지침’임을 깨닫고 나면,
철학이야말로 일상의 가치를 더하는 가장 훌륭한 도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은 철학의 힘을 빌어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스스로 고민해봄으로써 이를 적극적으로 마주보는 시간을 갖게 할 것이다.
소크라테스에서부터 로티까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그 수천 년의 장엄한 시간을 하룻밤에 아우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것 아니겠는가.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은 고대·중세 사상을 대표하는 소크라테스에서부터 근대 사상가인 데카르트를 지나 니체와 프로이트로
대표되는 현대 사상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철학의 계보를 정리해놓았다. 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철학가와 그들의 명언과
개념어를 소개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들의 본질에 다가가면서 동시에 스스로의 삶에 질문을 던지게 한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 칸트의 ‘비판 철학’, 헤겔의 ‘변증법’, 소쉬르의 ‘구조주의’와 데리다의 ‘탈구축’ 등과 같이 비교적 어려운 철학 용어나 핵심 사상을
단순 명료하게 설명함으로써 철학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 어떤 테마에 대해 대화를 해나가면 반드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옳은 것’에
도달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로고스(논리·이상·언어 등 근원적 질서)를 구사하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면 최종적으로 모두가 똑같은 하나의
결론(객관적·보편적 진리)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이성을 신뢰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이성 중시’ 입장은
이후의 유럽 철학사를 관통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 24p


책의 구성에서 알 수 있듯 철학의 흐름을 한 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놓은 데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당대의 철학가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이를 극복해나가기 위해 노력해왔는지를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 어떤 테마에 대해 대화를 해나가면 반드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옳은 것’에 도달한다고 하여 이성과 진실을 신뢰하였고, 플라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선, 정의 등의 객관적 진리 역시 감각으로
차 있는 일상을 초월한 다른 곳에 절대 기준인 이데아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비판하며 이데아는
개체와 분리되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개체에 내재해 있다고 생각했으며, 플라톤은 이데아가 참이고 이 세상은 거짓 모습(가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세상에 있는 것 또한 참이라고 가르쳤다.
고대와 중세 사상이 이성을 중시했다면 근대에 들어서는 이성의 활동이 아닌 개인이 느낀 감각과 경험을 통한 인식에 가장 중점을 두는
사조가 일어났다. 바로 경험론이다. 하지만 이성을 중시했던 합리론이 독단론이라는 막다른 길로, 경험론이 회의론이라는 막다른 길로 빠져든 결과
철학이 진퇴양난의 상태에 빠졌을 때 칸트는 경험론의 입장을 인정하되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경험을 토대로 하지 않은, 선험적인 판단도
있다고 설명함으로써 다른 새로운 방법에 의한 이성의 길을 개척했다. 한편, 현대 사상은 전체가 목적을 향해 합리적으로 진행되기만 하면 다소의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헤겔의 철학을 극복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렇듯 철학의 흐름을 살펴보는 일은 완벽한 사상이란 없으며,
마치 헤겔의 변증법처럼 모든 일은 모순과 대립하면서 이를 해소하고 고양되어 보존되는 단계로 나아감으로써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전복되며 형성되어
왔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는 최근 많은 교양철학서들이 주제별로 접근하는 데의 이점을 살리느라 간과했던 부분을 짚고 넘어갈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이다.
인간은 나날의 번잡한 일로 마음을 빼앗기고 좌절하는 보잘것없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성장시켜야만 한다. 물론 신을 완전히 파악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좌절하면서도 은총의 빛이 주어지기를 바라고, ‘믿음’ ‘소망’ ‘사랑’을 실천해가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아퀴나스는 가르친다. / 78p
서류와 정리 선반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무작위로 쌓아 놓아버리면 손에 잡힌 문서가 어떤 서류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리 선반에 들어간 서류는 날짜나 크기, 또는 내용 등의 분류에 의해 그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칸트는 우리의 인식도
이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고 말한다. 칸트에 의하면 객관(서류)은 주관의 기능(정리 선반)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 우선 감성에 의해 대상이
부여되고, 그 다음 이 대상은 오성에 의해 사유된다. 이를 이성이 크게 아우르는 것이다. / 134p
철학이 삶의 고민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고 강조했듯, 책을 읽다보면 철학가들이 주장하는 것들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많이 닿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왜 타인에게 나쁘게 행동을 하고 범죄를 저지르는가’라는 질문에서 소크라테스는 선악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한 행동이 나쁜 짓임을 깨닫지 못해서라고 답한다. 그렇기 때문에 덕에 대해 논의하고 음미하는 즉,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로의 의견이 부딪치고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니체는 뭔가를 판정할 때 ‘힘에의 의지’가
개입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힘에의 의지란 곧 자기를 실현하는 힘이며 욕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평을 털어놓고 싶을 때는 우선 그
불평정당화하려는 논리에서 떠나 불평을 말하는 이유로 눈을 돌려야만 한다. 그 경우 ‘좋다’ ‘나쁘다’라는 해석이 아니라, 오히려 그 해석(이치,
변명)이 진짜라고 확신하게 하는 근거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를 바란다.
한편, ‘인간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사르트르는 인간의 행위는 그것을 행함과 동시에 즉시 타자의 음미와
비판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즉 ‘시선’에 노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인간관계가 자유로운 주체끼리의
연결인 이상, ‘시선’이라는 둘 사이의 공간에서 타자로부터의 승인을 얻기 위해 자신의 행위를 선택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번거로운
관계의 집합체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열심히 자신의 의식의 존재를 주장해나가자는 저자의 말은 든든한 힘이 된다.
인간은 강에 빠진 아이를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구하고자 한다. ‘만약 이 아이를 돕는다면 나중에
사례를 받을 수 있지’라고 계산하고 행동하지는 않는다. 이때는 ‘무조건 아이를 구해야 한다’라는 명령이 마음속으로 퍼진다. 이 무조건의
명령(정언명령)에는 인과율이 존재하지 않는다.
강에 뛰어드는 행위는 자신의 의지로 결정한 것이다. 이때 인간은 인과관계에 지배되지 않는다. 사실
여기에 자유가 있다. 즉 인간은 자신의 이해나 욕망에 좌우되지 않고 도덕적인 명령에 걸맞은 행위를 했을 때 비로소 자유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 141p
이제 여기서 ‘비밀의 단어’가 무엇인지 밝히겠다. 그것은 ‘not(그렇지 않다)’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그 단순함으로는 상상할 수 없지만 사실은 엄청난 힘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의 언어다. 제임스는 말한다. 우리는 무슨 일이나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긴 문장도 ‘not’이라는 세 글자의 말에 의해 그 의미를 역전시킬 수 있다고.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그건 무리”… 가
아니야’ ‘“해봐야 소용없는”… 일은 없어’ ‘“어차피 안 될 거”… 따위는 없어’ ‘“전례가 없으니까”… 라는 건 없어’ ‘“능력이 없어”…
따위는 없어’
이처럼 ‘비밀의 단어’는 모든 부정적인 사고를 긍정적으로 바꾼다. 그런 다음 ‘나는 할 수 있어’라고
소리 높여 외쳐보자.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돌변한다. / 310p


대부분의 교양철학서들이 데리다와 들뢰즈까지는 많이 소개하지만 실용주의 철학을 주장한 퍼스나 믿는 의지를 강조한 제임스 등의
철학자들까지는 잘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철학이 늘 과거에만 머물러있는 것 같아서 적지 않은 아쉬움이 있었는데,
현대인들의 사상에 영향을 미친 철학자들까지 다루고 있어 좋았달까. 무엇보다 저자가 책 속에 남긴 글 중에 ‘지식을 늘려가는 일 안에는 모순이나
잘못이 이미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학습은 옳은 일을 향해 나아가는 통과점이 된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바꾸기 바란다. 오히려
모순에 대해 감사해야만 한다. 세계는 착각의 총체다. 인간은 그 안에서 단련되고 힘을 늘려가도록 만들어졌다.’고 말한 부분은 계속 기억에 남을
듯하다. 우리 모두는 각종 모순으로부터 적응하고 때로는 저항하고 극복함으로써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에서, 부정 안에서도 긍정을 찾으려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까닭이다. 여전히 내게는 철학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덕분에 흔한 자기계발서보다 더 유용한 삶의
지침들을 얻을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