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 80이 넘어 내가 깨달은 것들
메흐틸트 그로스만.도로테아 바그너 지음, 이덕임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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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쿨하고 세련되며 꽤 근사한 노년의 삶을 상상하게 하는 책!

 

 

  영화 <미나리>로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에서 손주 데이비드가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 같지 않아요” 라고 대사하듯 영화 속에서 그녀는 전형적인 할머니상으로부터 살짝 비껴간, 따뜻하면서도 역동적인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그러고 보면 영화 <돈의 맛>, 드라마 <그들의 사는 세상>, 그 외 다수의 작품에서 그녀는 한결같이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난 남다른 역할을 선보여 왔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 보이지만, 나는 7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기 앞에서 ‘절실하다’고 말하는 그녀가 놀랍다. “저를 일하게 만든, 두 아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 라며 애정과 위트 있는 말로 수상소감을 전한 부분 역시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자신의 일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자 멋진 엄마로서 두 아들의 자부심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다.

 

 

 

  문득,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에서 읽었던 한 대목이 생각난다. ‘나이가, 많은 이들을 두렵게 한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사람들은 백발과 삐걱거리고 아픈 관절, 그리고 은퇴 후의 하품으로 점철된 공허한 날들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내가 나이 들어 배운 것이 있다면 이것 하나이다. 인생 최고의 시기는 노년에서 끝나지 않는다!’ 80대의 저자 메흐틸트 그로스만은 노년은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 그저 세월을 흘려보내는 시기가 아니라 내가 전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 그리고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때라고 말한다. 여전히 내 인생의 봄날을 꿈꾸면서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 또한 기를 수 있어야 하는 것, 나는 오늘 두 ‘그녀’들 덕분에 ‘꽤 근사한 노년’이란 무엇인지 대해 이렇게 배운다.

 

 

 

어쩌면 노년은 단지 시작일지 모른다. 무릎이 쥐어짜듯 아프건 말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크고 다채롭고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 16p

 

 

 

나이가 드는 것에 겁먹지 마세요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는 어느 80대 독일 할머니의 싱글 라이프를 담은 책이다. 그녀는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면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모닝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조간신문을 읽고, 이따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달콤한 디저트나 근사한 와인까지도 즐길 수 있는 지금을 무척 사랑한다. 간혹 사고 싶은 코트 앞에서 그것을 입을 수 있는 봄날이 얼마나 될지 먼저 계산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한 봄날은 찾아오는 법이라고 긍정하고, 오랫동안 치매를 앓다가 먼저 떠난 남편이 그립지만 이따금 근사한 파트너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한다. 물론 거울을 보다 주름진 모습을 보거나, 산책할 때 지팡이나 보조 보행기가 유용할 만큼 육체의 노화를 실감할 때도 많지만 육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고 그것을 품위 있게 받아들이려 애쓰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런데 가족과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은 사실 더 어렵다. 소파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전화해서 물어볼만한 사람이 누가 있나 싶다. 내 가까운 사람들은 사실 대부분 바쁘게 산다. 나는 바쁜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모르는 걸 물어 보며 귀찮게 구는 늙은이가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전화를 걸어 다정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멋진 늙은이가 되고 싶은 것이다. / 32p

 

 

때로 내 입에서도 ‘절대로 다시는’이라는 말이 나오려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몇 년 전 나는 이에 대한 규칙을 세워두었다. 할 수 없는 일, 다시는 반복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불만이 올라올 때마다 내가 전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 그리고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 66p

 

 

 



 

 

 

 

  가족 사이에서 ‘홈 메이드 통조림 여왕’이라 불리는 그녀는 항상 꽤 많은 양의 잼 병을 채운다고 한다. 가족과 친구들, 보행자 구역에서 만나 인사만 하고 헤어지는 지인들까지 그녀가 만든 잼을 찾기 때문이란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잼을 좋아해주니 행복하다고. 하지만 잼을 건넬 때 일부 사람들의 반응은 그녀를 괴롭힌다고 한다. 젊은 여자가 케이크를 선물로 가져오면 사람들은 대단하다며 환호하지만 늙은 여자가 같은 일을 할 때는 ‘어머, 또 케이크를 만드셨네요!’ 같은 소극적인 반응이 뒤따르는 것이다. 노인이 하는 일 중에 어떤 일은 더 이상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고 당연시하게 되는 게 그녀로서는 불편하다. 뿐만 아니라 노인이라면 스타일에 대한 고려보다는 편안하고 튀지 않는 색깔을 권하고, 노인을 속여서 충격에 빠뜨린 다음 이들의 무력감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범죄자들도 그러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노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하는지 함께 고민해볼 문제다.

 

 

 

같은 백발을 하고 있어도 남자는 매력적으로 비춰지지만 여자에게는 미장원에 갈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이것은 불공평하다. 이 사회는 여자들을 마치 이마에 유통기한이라도 적혀 있는 것처럼 대한다. 게다가 그 유통기한은 너무나 빨리 지나버린다. 끔찍한 일이 아닌가. / 88p

 

 

당시에는 경구피임약이 시중에 없을 때였다. 콘돔은 살 수 있었지만 요즘처럼 쉽고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약국에 가서 하얀 약사 가운을 입은 사람들에게 심판을 받는 듯한 과정을 견뎌야 했다. 울리도 나도 결혼반지를 기지 않았으며 그마저도 의심의 여지가 있을 경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만약 섹스를 하고 싶다면, 기꺼이 아이를 가질 각오를 해야만 했다. 그 당시 대중들의 인식이 그랬다. 그리고 울리와 나는 섹스와 관련된 모든 것이 수치스럽게 여겨지는 세상에서 성장했다. / 188p

 

 

그래도 차를 파는 것은 나로서는 힘든 결정이었다. 노인이 되면서 나는 끊임없이 나의 한계를 맞이해야 한다. 내가 더 이상 많은 물건을 운반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더 이상 예전처럼 잘 들을 수 없다는 사실, 아침에 신문을 거의 읽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했다. 나에게 자동차는 독립과 자기 결정의 마지막 상징과도 같았다. / 195p

 

 

 

  그녀는 죽음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도 매우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장례식은 어떻게 진행되기를 바라는지, 병들고 늙은 어머니가 병원 침대에 누워 있고 몹시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누구든지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기에 연명 치료 거부 의향서를 적절한 시기에 미리 작성하여 구체적으로 명시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누가 자신을 돌봐주기를 바라기보다 일찌감치 요양원을 선택해 아이들과 손주들이 자신들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덕분에 죽음 앞에서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태도로 삶을 연명하기보다 살아나갈 가족들의 삶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그녀의 뜻은 언젠가 나에게도 찾아올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나 역시 죽음이 가족의 수고로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가 죽으면 가족들이 매년 모여서 제사를 지내기보다 10년에 한 번씩(이 정도는 괜찮잖아?) 손자와 손녀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모여 자신들이 그동안에 읽은 가장 감명 깊었던 책 한 권을 골라와 그 자리에서 나눠가지는 작은 이벤트를 열어주었으면 좋겠다. 어린 아이가 어른의 책을 갖게 된다면, 언젠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그것을 읽어보라고 한 의미를 알 수 있었으면 한다. 반대로 어른이 아이의 책을 갖게 된다면 왜 아이가 이것을 선택했는지 혹시 그 속에 아이의 고민이 들어있는지는 않은지 당장 헤아려주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의 역사 속에 조금이라도 좋은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죽음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더 커질 뿐이다. 곧 일어날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다면 그것은 공포가 된다. 하지만 말을 통해서 우리는 죽음의 두려움을 거둘 수 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곁에서 노인의 죽음을 겪어보는 것도 그에 대한 공포를 줄여줄 수 있다. / 97p

 

 

이 글은 일종의 안내서이다. 따라서 내가 죽고 난 후에 가족이나 친척들이 이 글을 읽어보길 바란다. 또한 내 친척의 숫자를 훌쩍 넘어서는 나의 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그들의 장례식에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서로 의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누구도 결혼식을 꿈꾸듯이 장례식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내가 상상하는 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걸 안다는 건 위안이 된다. / 98p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는 나의 쿨하고 세련되며 꽤 근사한 노년의 삶을 상상하게 해서 계속 생각날 것 같은 책이다. 지금부터라도 그때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꾸준히 생각해봐야겠다. 그러다 보면 당장 지금의 나의 태도부터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기에.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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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도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댄 윌리엄스 그림, 명혜권 옮김 / 스푼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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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폭력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따뜻한 애도!

더 안전한 세상을 향해 떠나는 난민들의 아픔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길!

 

 

 

  2015년 9월, 한 장의 사진으로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탈출하던 중 지중해에서 배가 난파되면서 세 살배기 아이 아일란 쿠르디가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국제 사회로 하여금 난민 위기에 대한 경종을 울리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고서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탈출하고, 더 안전한 세상을 찾기 위해 위험천만한 바다 위에 몸을 실어야 했던 난민들의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어느 한 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다.

 

 

 

분쟁과 폭력, 박해를 피해 위험한 바닷길로 피난하다

목숨을 잃은 수천 명의 난민을 기억하며

그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바다의 기도』는 탈레반 정권, 미국과의 전쟁 등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다룬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아프가니스탄의 60년 역사를 배경으로 희생과 가족 간의 사랑을 가슴 뭉클하게 그려낸 『그리고 산이 울렸다』의 작가 헬레드 호세이니의 신작이다. 그는 2015년 9월, 시리아 내전을 피해 더 안전한 세상을 찾아나서다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썼음을 밝힌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짧은 그림책이지만 전쟁과 폭력에서 비롯되는 처참한 현실과 난민에의 비극, 어둠 속에서도 끝끝내 놓을 수 없는 희망에의 기도가 할레드 호세이니 특유의 진정성 있는 언어와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그림체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준다.

 

 

 



 

 

 

 

  이야기는 아름답고 정겨웠던 고향 홈스가 내전에 휩싸이면서 공포로 뒤바뀐 뒤, 굶주림과 잇따른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어린 마르완과 시커먼 바다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이제는 너무나 아득한 꿈처럼 느껴지는 시끌벅적한 시장, 평화롭고 활기차던 시계탑 광장이 폭탄을 맞아 피의 웅덩이로 돌변한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이라크, 에리트레아, 시리아에서 온 사람들은 저마다 국적이 다르지만 ‘어디에도 초대받지 못하고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이 불행과 함께 모두가 같은 절망을 안고 살아야 한다. 우리는 똑같은 사람이기에, 비록 고향을 떠나지만 이곳을 떠나면 누군가는 친절을 베풀어주리라 기대하면서도 부질없는 믿음이라는 것을 안다. 아버지는 마르완을 꼭 껴안으며 ‘저 바다가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넓고 얼마나 차가운지, 그 바다로부터 너를 지키기에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도 “나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다독인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바다가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길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집’을 찾고 있어.

우리는 어디에도 초대받지 못했고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이 불행과 함께 어딘가로 가야만 한단다. / 책 중에서

 

 

마르완, 아빠는 달빛에 비친

네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단다.

깊은 잠에 빠진, 그림같이 아름다운

너의 속눈썹을 말이야.

“마르완, 아빠의 손을 잡으렴,

나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 책 중에서

 

 

 

  책을 다 읽고서 아들이 말했다. “너무 슬픈 이야기구나.” 나는 아이에게 이건 이야기도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반대편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함께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이라크, 시리아를 지도로 짚어보며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모습이 책 속의 그것보다 더 나쁘다고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전쟁은 왜 일어나고 그것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자신의 고향을 잃어버린 채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매일매일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을 난민들의 처지를 생각했다. 아이는 때때로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힘을 키워서 이기면 되잖아.” 하고. 하지만 아이가 게임에서 반드시 이길 수만은 없듯 전쟁 역시 우리의 의지대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이긴다 하더라도 전쟁 동안 입은 피해는 많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힘들게 할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니 우리가 이렇게 평화롭게, 가족이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에 항상 감사하자고 다짐했다.

 

 

 


 

 

 

 

  어쩌면 아이에겐 아직 전쟁과 폭력, 난민이라는 주제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바다의 기도』를 읽으면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손쉽게 마트에서 원하는 물건을 집어들 때 그런 선택조차도 주어지지 않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아이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디 쿠르디에게 닥친 불행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루빨리 이 땅의 많은 아이들이 안전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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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 말이 듣고 싶었어 -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위한 다정한 말 한마디
윤정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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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게 마음 쓰느라 정작 나 자신에게 다정할 줄은 몰랐던 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 나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을 해줄 것!

 

 

  “말하지 않아도 얘는 알아서 다 잘하니까.”

  나는 줄곧 이런 말을 하는 어른들의 기대 속에서 자라왔다. 그건 이런저런 잔소리로부터 자유로웠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컸던 무언의 기대와 압박감은 오히려 나를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잘’ 하는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잘 하지 못하는 것은 하지 않는 쪽이 이로웠고,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내 생각보다는 타인의 생각이나 성향에 맞추는 쪽이 편했다. 어쩌다 누군가의 미움을 사는 일이라도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느라 내내 전전긍긍해야했고, 상처받지 않은 척 하기 위해 애써 나를 과장하기도 했다. 남의 마음만 보살피느라,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아등바등하느라 정작 스스로에게는 인색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나는, 진짜 나 다운 게 무엇인지 나를 제대로 마주하는 법을 모른 채 살아왔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된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였다. 사회가 강요하는 고정관념에 따르느라, 타인이 정한 기준에 맞춰 살아가느라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들은 꽤나 닮아 있었다. 자격지심, 열등감, 그게 무엇이었건 형태는 다를지라도 비슷한 고민과 상처를 껴안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타인의 마음보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게 먼저라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라고 말하는 책 속의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부러 애쓰지 말자. 살면서 날 버려야 할 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까.

 

 

 

힘들 땐 내려놓아도 괜찮아

 

 

 

  『사실은 이 말이 듣고 싶었어』는 타인을 배려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사랑하거나 위로할 줄 모르는 이들에게 다정한 응원을 전하는 에세이다. 유독 나에게 실망한 어느 날에, ‘너무 바빠’가 일상이 되어버린 날에, 원하는 걸 솔직하게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을 때,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끌어안느라 끙끙거리고 있을 때, 따뜻한 온기를 실어 나에게 건네주고 싶은 말들이 여기에 있다. 사실 어떤 거창한 말이나 특별한 노하우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오늘은 나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어줘요.” “이해되지 않는 일은 이해하려 애쓰지 마” “내가 열심히 했다는 건, 내가 제일 잘 알아.”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야” 같은 소소한 말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평범해 보이는 소소한 말조차 스스로에게 건네 본 적이 있었는지 되묻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듣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말들로 제대로 위로받고 위로하고 싶은 우리의 진심에 이제는 귀를 기울여야하지 않겠느냐고.

 

 

 

나에게 쉼과 휴식을 선물해주자.

공간에도 빈 여백이 있어야 아름답듯,

삶에도 여백이 있어야 다시 근사하게 달릴 수 있다.

완주 없는 마라톤을 뛴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물도 마시고, 땀도 닦고, 다음 마라톤을 위해

쉬는 시간도 있어야 계속 달릴 수 있지 않을까. / 22p

 

 

지금은 그 못난 감정들이 고맙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부분들이

부드럽게 마모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이 빛날 수 있는 까닭은

과거의 내가 그 모든 감정을 거쳐온 덕분이다. / 45p

 

 

 



 

 

 

 

  아이를 키우다보면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라는 말 앞에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그러고 보면 나는 고맙다는 말은 곧잘 표현해도 미안하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은 유독 아꼈던 것 같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전에 미안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내가 먼저 사랑을 표현하기보다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던 게 이유였다. 그렇게 해야 할 말을 속에만 담아두지 않고 제때 입 밖으로 꺼내놓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해진 나에게 아이는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매번 일깨워준다. “엄마, 사랑해.” “엄마,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역시 엄마가 최고야. 고마워.”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한다. “엄마가 더 사랑해.” “엄마가 더 잘못했어. 미안해.” “우리 아들이 더 최고지. 항상 고마워.” 고마울 때는 쑥스럽다는 이유로 삼키지 않고, 미안할 때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과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늘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표현하자고 스스로를 독려해본다. 저자 역시 아들 치호가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이 세 마디만 제때 할 줄 안다면 따뜻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 자주 이 말을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러니 자주 말해보도록 하자. “내가 ‘더’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한 해의 마지막 날인데 들뜨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내일이 되어도 나는 오늘의 생활을 지속할 것이고, 지속함으로 인해 익어갈 것이고, 실수투성이에 미련하고 미성숙한 허점 많은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결점을 끌어안고 살아갈 테니까. 심지어 그 결점을 좋아하려, 인정하려 노력할 테니까. / 59p

 

 

어쩔 수 없지.

그러니까 일단 좀 펑펑 울고,

그러니까 일단 좀 밥도 먹고,

그러니까 일단 좀 자고 나서 생각해봐야지.

 

그러고 나면

문제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조금 관대한 마음이 생기겠지,

하고 믿으며. / 196p

 

 

 

  ‘행복해야 해’, ‘기쁘게 살아야 해’라는 지나친 긍정 강박에 지칠 때가 있다. 근사한 곳에 가서 식사를 하고, 누군가로부터 받은 멋진 선물을 공개하며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담은 SNS 속 세상은 특히나 우리를 쉽게 우울하게 만든다. 나는 지금 힘든데, 저들처럼 행복하지 않은데 끊임없이 행복을 쫓아가야 하는 일이 때로는 버겁기도 하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저마다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나 강도는 다른 법이고, 당장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며 지금 당장 불행하다 해서 평생 행복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런 날들조차 내 소중한 일상의 일부분이다. 저자는 매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행복을 제외한 모든 감정들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우울, 불행, 슬픔, 지루함, 짜증, 분노, 아픔, 기쁨, 이 평범한 감정들 모두 행복 못지않게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면 삶의 태도 역시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하지 않은 날도 나의 멋진 하루.”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말이다.

 

 

 

‘쓴다’는 것은, ‘고백’하는 것이다. 마음에게 말을 거는 자기 고백의 글쓰기는, 나를 성찰하게 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별의 아픔, 슬픔, 고민을 글로 쓰는 순간, 상처를 당당하게 마주 보며 마음을 풀어놓는 행위를 통해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138p

 

 

 



 

 

 

 

  내 마음을 돌봐야 하는 순간에 꺼내어 건넬 수 있는 말들이란 이토록 소소한 것들이지만 또 이처럼 특별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의 내 솔직한 감정이 무엇인지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과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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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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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의 삶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생과 죽음, 그 수많은 사연이 나에게 물어오는 것들!

 

 

  tvN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 101화 ‘시간의 마술사들’ 편에서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이자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의 저자인 김범석 교수가 출현한 적이 있다. 김범석 교수가 방송에서 소개한 어떤 특별한 사연 하나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서울대학교 병원에는 곧 돌아가실 것 같은 환자분들이 편안하게 돌아가실 수 있도록 1인실 임종방을 마련해두고 있는데, 그곳에서 울린 어느 뜻밖의 노래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노래란 환자분이 평소 일할 때 즐겨들었다던 트로트 곡 ‘땡벌’이었다. 김범석 교수는 ‘땡벌’이 그토록 슬픈 노래인지 몰랐다며 가사를 읊어보는데, 나 역시 마냥 흥겹게 들었던 노래에서 생의 고단함과 죽음에의 두려움을 느끼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마음이 짜르르했다.

 

 

 

  어쩌면 노래의 그것처럼, 우리는 생이라는 감각을 꽤 많이 잊고 살아간다.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목도했을 때에야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고 생의 감각이 팽팽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고되고 힘든 싸움을 겪은 끝에 마침내 임종을 맞이한 수많은 암 환자들을 지켜본 저자 역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당신도 언젠가 죽음에 다다르게 될 텐데 어떻게 살고 있는가?’ 우리 역시 되물어볼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이 삶을 느끼지 않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하고.

 

 

 

죽음이 우리에게 물어오는 것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는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 교수가 암 환자와 그들 곁을 지키는 가족들, 의사로서 솔직한 생각들을 기록한 에세이다. 그는 ‘어떤 죽음들은 나를 무겁게 짓눌렀고, 어떤 죽음들은 몹시 가슴 아프게 했으며, 어떤 삶은 나를 겸허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과정을 복기하고 글로 남기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있거나 잊어버렸던, 혹은 찾고 있었던 의미들을 담고자 했다. 그래서일까, 책은 죽음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만큼 절박한 생과 삶의 감각들 혹은 삶의 태도에 대한 것들이 오히려 더 가깝게 다가온다.

 

 

 

  책의 1부와 2부에서는 예정된 죽음을 마주하게 된 암 환자와 가족의 사연들이 등장한다. 너무 열심히 산 죄로 죽음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내 분노를 드러내던 한 가장이 있다면, 마지막까지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며 느닷없이 찾아온 운명을 받아들이고 본인 몫의 남은 삶을 평소처럼 살아내고자 했던 할머니의 의연한 모습도 있다. 다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치료를 받고 완쾌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택시 기사의 기분 좋은 사연도 있지만, 말기 암 환자로 기대여명이 1년을 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결혼을 결심한 한 신부의 뭉클한 사연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갖가지 씁쓸한 사연들은 병원에서 곧잘 마주하게 되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2억이라는 돈 앞에서 마지막까지 화해하지 못하고 만 형제의 사연이나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딸의 사연이 그러하다. 가족 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신체적, 정서적 폭력 앞에서 ‘가족이니까 그럴 수 있다’라는 식의 논리를 어디까지 들이밀 수 있을지, 어떤 인간이든 어떻게 살아왔든 죽음은 무조건 존중받아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혈연이라는 이유로 어디까지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던 저자의 고뇌가 질병이라는 고통의 갖가지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문득 두려워졌다. 잘 버텨낼 거라고 믿고 지켜봐온 환자들도 순간순간 ‘차라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 실제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견뎌내는 환자들이 그런 순간에 죽지 않을, 살고자 할 용기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걸까. 환자의 모든 순간을 지켜볼 수 없는, 그 깊은 속까지 온전히 알 수 없는 의사로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S가 남기고 간 숙제가 어느 때보다 깊고 무거웠다. / 77p

 

 

의사로서 말하지만 그들은 단지 암을 겪었을 뿐이다. 심지어 그 젊은 친구들이 엄청 큰 욕심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덜 평범하게 살아도 좋으니 그저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살아보겠다는 정도이다. 그저 생계를 위해 취직하는 일조차 암 환자였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 그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사회가 젊은 암 생존자에게 최소한의 꿈과 희망도 제시해줄 수 없는 걸까? (…) 암 생존자가 160만 명이 넘어섰다. 이중 상당수는 젊은이들이다. / 129p

 

 

저마다 다른 표정과 다른 말들로 남은 날들을 채워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종종 그날의 아버지가 떠오르곤 한다. 그럴 때면 문득 내 목숨은 내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암과 맞서 싸우는 오늘의 내 모습이 내일의 가족들에게는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이해할 수 없어도 언젠가는 오늘의 나를 가족들이 이해해줄 날이 반드시 온다. 내가 이만큼의 시간이 흘러서야 그때의 아버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듯이.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구나 싶다. 비록 인간의 생이란 유한하기에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지만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주어진 남은 날들을 조금 다르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종종 이 질문이 암이라는 병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 146p

 

 

 




 

 

 

 

  3부와 4부에서는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고민이나 병원이라는 시스템, 법의 한계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가족 같은 의사’라는 드라마 같은 판타지, 3시간 동안 봐야 하는 외래 환자가 40명에 이르는 대학 병원의 공장식 박리다매 진료의 민낯들, 기억과 스스로를 잃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채 단지 ‘살아만’ 있는 환자들에게 어떻게든 삶을 연명할 수 있도록 최선이라고 진행했던 것들이 정말 그들에게 최선이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은 씁쓸함을 남긴다. 우리나라 암 환자들 대부분이 죽음을 준비할 시간조차 없이 사망 2주 전까지 무의미한 항암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여러 사회적 요인에 대한 냉철한 고민 역시 우리 사회 전체가 숙고해볼 만한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어느 정도 살아보니 세상에는 정말 겪어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안다. 이제는 진료하면서 환자에게 ‘당신을 이해한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다. 세상에는 겪어보지 않고는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나는 눈앞의 환자와 같은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므로 완벽히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섣부른 공허한 말보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환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것이 더 낫다. 그러면 적어도 오만해지는 것은 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은 환자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대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쪽에 무게 추를 기울인다. / 163p

 

 

환자들은 왜 이렇게 진료가 지연되냐며 분이 풀릴 때까지 계속 소리치고 화내고 욕하며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진료는 또 지연된다. 이렇게 되면 마주하고 있는 환자의 “홍삼을 먹어도 되나요?” 같은 질문은 무심하게 지나쳐야 속도를 낼 수 있고 ‘시속 15명’으로 내달려야 지연된 시간을 만회할 수 있다. 자칫 답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의 질문에 말려들면 10초는 금세 까먹는다. 넘어진 달리기 선수가 일어나서 속도를 더 내야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와 동시에 의사로서 중요한 소견을 놓치진 않을까 언제나 조마조마하다. / 244p

 

 

 



 

 

 

 

  누군가의 죽음이 어떤 이에게는 삶이 될 수 있고 또는 삶을 바로 보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꽤나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인 듯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늘 질문하면서 사는 삶이 나를 온전하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지, 알고 있으면서도 종종 잊곤 하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더 마음속에 새겨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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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 - 의식성장을 통한 진정한 삶의 여정
알렉스 룽구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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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망설여질 때마다 이 책을 꺼내볼 것 같다!

 

 

  동네 근처에 카페에서 배우고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시험까지 한 번에 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남편에게 말했다. “나 한번 배워볼까?” 남편은 잘됐다며 당장에 등록을 하라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5월에는 아무래도 어린이날에 부처님오신날, 아이 생일 그리고 가족 행사까지 신경 쓸 게 많은 달이어서 시험에 전념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6월에 등록하는 게 낫겠지, 했는데 갑자기 이사를 준비해야 해서 집을 보러 다녀야 하니 이마저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여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하게 된다면 동네 근처에서 배운다는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아, 이러다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못하는 이유가 더 많아서 결국 또 시도도 해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이 든다.

 

 

 

  이렇게 매번 머릿속으로 너무 많은 것들을 고려하느라 놓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언제 갑작스럽게 돌변할지 모르는 아이들의 컨디션 때문에,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인 남편 때문에,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핑계 뒤에 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내 삶은 별다른 사건이나 사고라고 할 것 없이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해도 되는 것인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후회되기도 한다. 몇 년만 지나면 마흔이 되는데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도 없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나, 이래도 되는 걸까.

 

 

 

“행동하지 못할 때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아에 대한 무지가 문제입니다”

 

 

 

  알렉스 룽구의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를 읽으려 하는데 나의 인스타 글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저자의 유튜브 영상을 많이 봤는데 한국말을 엄청 유창하게 잘 하더라는 것이었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응?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유튜브로 알렉스 룽구를 검색하니, ‘HigherSelf 의식성장 학교’의 대표이자 이미 23만명이 넘는 상당한 구독자를 보유하며 의식성장과 자아실현에 관한 주제를 상당히 유창한 실력의 한국어로 전달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책표지에 번역가 이름이 없다. 서울대와 서강대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 최고급 단계까지 수료한 뒤 자신이 직접 쓴 한국어로,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지혜를 5년간 집대성하여 완성한 책이라 하니 책의 내용을 떠나 일단 참 멋진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내 삶의 주체성을 되살려 강력하고 진정한 인생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다. ‘그 누구보다 많이 노력했는데 왜 나는 아직도 제자리이기만 한 걸까? 왜 매번 결심과 실패를 반복하는가? 나는 의지력이 약한 사람일까? 내 삶에 있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란 무엇인가?’ 오늘도 실패와 좌절을, 행동하기보다 주저하기를 반복하는 이들을 위해 의미 있는, 진정한, 진심 어린, 충만한, 온전한, 강력한 삶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유념해야 할 것은 여느 자기계발서처럼 이 책은 ‘이것만 잘하면 된다’, ‘이 세 가지 습관만 키우면…’ 과 같이 단지 몇 가지 비결과 방법, 도구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작은 한두 가지 방법만 맹목적으로 고집하면 그 작은 방법 안에서 길을 잃고 큰 그림을 놓치기 쉽다고 말한다. 때문에 책에서는 준비 단계와 구체화 단계 그리고 실행 단계, 장애물 극복 단계로 크게 나누어 매우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법을 추구하고자 한다.

 

 

‘문제해결’이라는 부정적 동기부여로는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추진력이 결단코 생겨날 수 없습니다. 문제해결 지향형에서 행복은 도피로 얻는 단기적인 안도감으로 가치 절하됩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괴롭지만 않으면’ 그럭저럭 행복한 삶이라고 착각하지만 문제해결에 지속성이 없어서 자꾸만 좌절합니다. / 38p

 

 

우리는 외부 세상에서 살고, 외부 세상에서 일하며, 외부 세상에서 사랑합니다. 물론 나 자신도 적당히 다뤄야 하지만 진정 강력한 인생 비결은 외부 세상과의 지성적인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반면 외부 세상과 진실을 무시하거나 왜곡하고 독선적으로 내 마음대로 무언가를 실현하려 하면 많은 힘을 잃고 맙니다. 세상을 내 불안 필터로 거르지 말고 자아확장 원칙을 통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내 진심 어린 목적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나 자신과 목적이 서로 융합해야 합니다. / 55p

 

 

 



 

 

 

 

  ‘준비 단계’에서는 의미 있는 진정한 삶의 여정에 도움을 주는 다섯 가지 기본 원칙을 알아본다. 그 원칙이란 (문제해결보다) 창조, (자아수축보다) 자아확장, (자기기만보다) 진정성, (올바른 길보다) 호기심, (피해의식보다)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다. 저자는 문제 해결이라는 부정적 동기 부여 대신 원하는 삶을 미리 정해놓고 그것으로 온전히 살기 위한 창조 지향형의 긍정적 동기 부여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나 자신을 일차적 목적에 두기 보다 더 크고 위대한 목적에 헌신해야만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자아확장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내 특정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감과 ‘척’으로 일관된 자기기만이 아닌 심언행의 일치, 즉 진정성은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원칙이다. 여기에 호기심과 탐험, 내 진심을 신뢰하는 주인의식 역시 반드시 요구되는 원칙 중에 하나다.

 

 

 

관찰일기로 자신이 누구인지에만 집착하고 강박적으로 ‘완벽한 자신’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자아수축이고, 더 큰 의미를 정해 그것을 위해 어떻게 행동할지 관조한다면 자아확장입니다. 행동의 형태가 원칙을 암시하지는 않습니다. 자아수축을 하는지, 자아확장을 하는지, 문제해결을 하는지, 창조하는지는 당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방법론을 그만 붙잡고 더욱더 강력한 원칙으로 옮겨가기를 추천합니다. / 60p

 

 

그 쇠사슬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한꺼번에 말고, 조금씩 자신을 진정성 있게 들여다보고 두 가지에 대해 죽도록 솔직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가면으로 덮인 진심을 반복해서 마주 보고 또 마주 봐야 합니다. 의미 있고 강력한 삶을 살고 싶다면 장기적으로 스스로에게 더욱 솔직해지고 가면보다 진심대로 살기 시작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나를 취약하게 만드는 강박적인 가면과 그에 따른 감정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그 거짓을 조금씩 내려놓고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 74p

 

 

신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오늘날의 새로운 도전은 개인의 지식 축적이 아니라 오히려 범람하는 지식 안에서 적절하고 효과적인 지식을 선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지금 세대가 계발해야 하는 것은 복잡하고 다양한 지식 정보 환경 안에서 직접 탐구하고 적용하고, 그것을 자기 비평안으로 거르는 능력입니다. / 90p

 

 

 

  두 번째로 ‘구체화 단계’에서는 의식적인 삶에 필수적인 내적, 자유, 주인의식, 자기인식을 늘리고 진심어린 삶의 기준인 가치, 의미, 목표, 전략 등을 세워본다.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우리가 그 일에 덧붙이는 생각, 감정, 두려움, 연상, 판단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직관’은 매우 중요한 관점인 듯하다. 이를 위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관조’인데, 여기서 관조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직관적 깨달음을 얻는 과정 중의 하나다. 비유하자면 이는 두 번째 나와 소통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어떤 방향을 잡아줄 거라 믿으며 기다리지 말고, 타인에게 의지하지도 말고, 노트를 사용하거나 질문하는 과정 등을 통해 열린 마음으로 스스로를 관조하고 기회를 발견하는 눈을 키울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아직 나에 관해 모르는 부분은 뭘까? 어떤 질문을 던져야 내 인생을 향상시킬 깨달음을 얻을까? 내 내면 패턴을 이해하려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바로 지금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질문하고 고민하다 보면 스스로를 코칭하는 능력도 점차 향상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어 ‘실행 단계’에서는 실천과 체계적인 행동으로 어떻게 내 삶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외부로 실현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여기에서는 자신만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갖가지 가역성 실험을 해보고 그 속에서 경험을 쌓는 데 중점을 둘 것을 제안한다. 더불어 첫 시도의 결과가 상상한 결과와 다르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탁월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 의도하고, 또 의도할 것을 제시한다. 이 때 우리는 “한번 해볼게요.”라는 말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한번 해본다’는 것이 뭐냐면 하긴 하되 100퍼센트 책임지고 헌신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즉, 어떤 일을 하면서 실패와 포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이는 두려워서 스스로 빠져나올 구멍을 마련하는 것이며,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전력을 기울여 헌신하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한 번 해보겠다는 말로 실행하지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덕분에 나를 객관적으로 돌이켜보고 반성해보게 되었다.

 

 

 

“그 길에 마음이 깃들어 있는가?”

우리는 실험으로 이것만 확인하면 됩니다.

작은 실험으로 경험을 쌓을 경우 현실이 더 명확히 보이고 자기관찰이 풍부해져 더욱 많은 깨달음을 얻을 것입니다. 새로운 깨달음은 다시 새로운 실험으로 전환하세요. 이런 식으로 갈수록 알맞은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외부 세상과 꾸준히 부딪치고 내 자아확장 기준을 더 진정성 있게 개선하면 됩니다. / 243p

 

 

 



 

 

 

 

  끝으로 마지막인 ‘장애물 극복 단계’에서는 왜 내가 의도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지 자아확장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살펴본다. 이를 테면 강박과 이상, 결핍이나 결점과 같은 밑바닥 신념, 게으름과 미루는 습관, 자책, 피해의식, 무기력 등이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이러한 장애물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미 있는 자아확장의 삶을 살려면 이러한 내적 저항을 ‘우리의 여정’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적절한 내적 저항 없이 변화의 성장은 오지 않는다는 원칙을 항상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그동안 난 이것 때문에 안 돼, 저것 때문에 안 돼 하고 핑계로만 치부했던 것들이 사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제대로 직시하고, 어떻게 피할 것인지 함정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는지 미리 알고 준비하기만 한다면 우리를 가로막는 여러 장애물로부터 보다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강박의 형태에는 끝이 없습니다. 강박은 내 가면을 강화해야 한다는 무의식적 욕심입니다. 그 욕심의 전제는 바로 자신이 부족하다는 신념입니다. 강박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지금과 다른 어떤 사람이 되어야 그 부족함을 효과적으로 가릴 수 있다는 감정적 충동입니다.

밑바닥 신념과 강박은 비례하여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관적인 부족함이 많을수록 그것을 부인하고 억누르고 가리기 위해 더 많은 강박이 필요합니다. 밑바닥 신념은 들키면 ‘안 되는’ 것이고 따라서 그걸 숨기기 위해 강박은 내가 절망적으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 336p

 

 

 

  알렉스 룽구의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는 ‘이렇게 하면 단번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와 같은 여느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한 과정들을 일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그 정답을 찾기 위해 직접 체험해보고 행동해볼 것을 독려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나 자신에게 질문하기를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저 나는 그런 사람인가보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고, 나는 왜 매번 행동하기보다 생각이 앞서는 것인지 내 안에 들어앉은 강박을 제대로 바라볼 여지를 주지 않았다. 사실 이 책을 한 번 읽었다고 해서 여전히 그것을 깨부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망설여질 때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질문을 거듭 해봄으로써 극복해보려 한다. 그러다보면 내 삶에도 점차 의미 있는 것들이 채워질 수 있겠지.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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