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 상편 - 공부 욕심이 절로 생기는 기발한 수학 이야기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천융밍 지음, 김지혜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학에 관한 여러 호기심에 접근하다보면 어느 새 수학이 친근해진다!

수학사를 들여다보면 숫자와 인류의 위대함에 감탄하게 된다!

 

 

 

  수학을 좋아하는 첫째 아이를 키우다보니 나 역시 수학에 점차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하지만 관심과 재미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닌가보다철저히 문과형인 나로서는 좀처럼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뿐더러아이에게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쳐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그래서 시중에 출판된 다양한 수학교양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앞서 읽었던 공식의 아름다움이 바로 그 출발점이었다수학과 물리학 등 각종 공식에 숨겨진 뒷이야기와 탄생 배경을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마침 같은 출판사인 미디어숲에서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란 책이 새로 나왔다고 하니 이 역시 읽어보고 싶어졌다수학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조금은 수학이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수학사에서부터 수학적 사고를 기르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상편)은 50년간 수학을 가르치며 다양한 수학서를 집필한 천융밍의 수학교양서다수학적 사고의 중요성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도는 크게 떨어지는 교육의 현실을 반영해수학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으로 접근한다. ‘세계의 종말을 알려주는 방정식’ ‘사랑에도 공식이 있다면?’ ‘도박판에서 항상 딜러가 돈을 딸 수밖에 없는 이유와 같이 일상 속에서 수학적 영감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저절로 수학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첫 장에서는 QR코드라는 놀라운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최근 QR코드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중국의 경우 위챗을 통해 약 10억 명에 이르는 많은 사용자가 매일 QR코드를 생성한다고 한다저자는 누구도 QR코드가 바닥날 때를 걱정한 적은 없겠지만과연 QR코드가 과연 바닥날 날이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이 이상한 격자무늬가 어떻게 정보를 읽고 담아내는 것인지 그 원리를 알 수 없던 나로서도 궁금한 부분이다.

 

 

 

  저자는 QR코드의 정보 저장방식은 2진법으로 0과 1을 흑백으로 구분하여 표시하며보통 1개의 QR코드에는 1000개의 격자가 있다고 설명한다. 1000개의 격자무늬를 흑백색으로 임의에 의해 칠하는 방법은 무려 ???가지라고 한다하지만 이것이 다 사용되는 게 아니라 표준의 QR코드는 오류를 바로잡는 코드와 소수의 다른 용도 코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 저장 공간이 80%라고 가정하면이것은 격자 1000개 중에서 200개만 데이터로 활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보기에 200개의 격자로는 부족해 보이지만 이는 충분한 수다. 200개의 격자를 흑백으로 임의로 칠하는 QR코드의 수는 ??가지로 ??=1606693804425899027554196209234116260… 차마 다 쓰기도 어려울 만큼 긴 수이기 때문이다만약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평균적으로 매일 1만 개의 QR코드를 생성한다고 하면 이를 다 쓰는 데는 최소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년이 걸릴 정도라고저자는 지구 수명도 50억 년밖에 안 되는데 이걸 언제 다 쓰겠냐며만일 QR코드를 다 쓴 날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 된다면 우리는 안심해도 될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로 마무리한다.

 

 

 

  원주율즉 원의 둘레와 지름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학 기호인 파이(π)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흥미를 끈다우리는 흔히 파이를 근사값인 3.14까지 표기하여 계산하지만이 무한의 숫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인가보다그도 그럴 것이 실험 단계기하법 단계분석법 단계컴퓨터 단계클라우드 단계를 거쳐 원주율 계산 기록이 계속 경신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8월 13일 중국 수학자 왕홍샹은 그 값을 소수점 아래 53246.56896억 자리까지 계산했고, 2011년 1월 16일 일본 컴퓨터 전문가 곤도 시게루는 소수점 아래 10조자리까지 계산했다고 한다그리고 2019월 3월 14일 국제 원주율의 날에 신기록이 발표되었다일본의 구글 엔지니어는 구글 클라우드의 계산 데이터를 이용하여 121일 동안 파이의 값을 소수점 아래 31.4만억자리까지 알아낸 것이다.

 

 

 



 

 

 

 

  파이값 외우기를 향한 인류의 노력도 흥미롭다1977년 한 영국인이 파이를 소수점 아래 5050자리까지 외웠다. 1987년 3월 9일본의 어느 대학생은 17시가 21(여기에는 4시간 15분의 휴식시간이 포함되었다동안 파이의 소수점 아래 4만 자리까지 외워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그리고 2006년 중국인 뤼차오용은 24시간 4분 동안 소수점 아래 67890자리까지 외워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누군가는 그렇게 해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밥 먹고 할 일 없느냐고 비아냥거릴 수 있겠지만저자는 이를 무의미하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충고한다파이값을 계산하는 것은 컴퓨터와 프로그램의 속도를 점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호학적으로 큰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이처럼 무한의 숙제를 향한 인류의 열망이야말로 우리를 끊임없이 진화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새삼 숫자와 인류의 위대함에 감탄하게 된다.

 

 

 

1981년에 이르러 미국 로렌스 리브모어 연구소는 크레이 1호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이 문제의 최소해를 계산하였고 간행물 <취미수학>에 실었다자그마치 이 문제의 해는 47페이지에 걸쳐 쓰여 있었다이로써 206546자리의 큰 수는 세상 천하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아르키메데스의 소 나누기 문제’ 자체는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어렵고 난해하다그러나 컴퓨터라는 좋은 도구로 계산을 완성할 수 있었다수학은 종종 이런 모습을 보인다그러니 매우 추상적인 수학이론과 수학문제라고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 143p

 

 

 

  이 외에도 20세기 수학계의 가장 위대한 사건 중의 하나로 기억되는 페르마 대정리의 증명은무려 300년 동안 여기에 자신들의 열정을 바친 많은 우수한 수학자와 수학 애호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음을 알게 해 경외감을 갖게 한다. ‘일반적인 오차방정식(및 그 이상)의 근을 구하는 일반적인 근의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밝힌 아벨의 이론은 안타깝게도 정식적인 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학계에서 줄곧 관심을 받지 못하다 그가 폐결핵에 걸려 사망한 바로 직후에야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남긴다카르다노는 타르탈리아에게 삼차방정식의 해법을 알려달라고 간청하며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깨뜨리고 저서 산술에 기록했고 이로써 삼차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공식은 카르다노 공식이 되었음은 씁쓸함을 남긴다이처럼 동서양을 넘나드는 수학사 속에서 발견된 흥미로운 일화들은 청소년을 비롯해 그동안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일반 독자들에게도 읽는 재미를 준다그러는 사이 누군가에게는 수학에 대한 경외심을누군가에게는 신비함을누군가에는 친숙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내게 있어 수학은 여전히 어렵다하지만 이것을 학문이나 이론으로만 생각하지 않고우리의 일상에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도구로 달리 생각해본다면 수학과의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을까 싶다그런 의미에서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는 이런 교양서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연한 하루는 없다 - 아픈 몸과 성장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희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에게는 이 하루가 너무나 간절하고 특별할 수 있다!

병명이 아닌 온전한 나로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해!

 

 

 

 

투석은 또 다른 삶의 방식이었다.

죽음으로 가는 길목이 아닌 나를 살리는 길에 가까웠다.

삶을 얻은 것에 비하면 당연했던 일상을 내어준 것은 아무것도 아닐지 몰랐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복막투석 환자다. / 20p

 

 

 

  “대체 왜왜 나만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처음 투석이라는 말이 자신의 생으로 들어오는 순간고작 스물다섯이었던 그녀는 가슴을 퍽퍽 치며 물었다고 한다루푸스를 앓게 된 지 7년째 되던 해였다나에게만큼은 이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고 부정하고어떻게 삶이 나를 배신할 수 있느냐고 분노했지만 달리지지 않는 현실금세 바닥나는 체력깜빡거리는 기억력자주 붓는 무릎쓰임을 다한 신장청춘에게 어울리는 청사진이 아닌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죽음이 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삶. ‘어쩌면 안경과도치아 교정과도 같은 것일지 몰라’ 하고 마음을 다독일 새도 없이 한계에 다다른 몸의 아우성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그렇게 그녀는 복막투석 환자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장애와 성장그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한 청년의 분투기

 

 

  『당연한 하루는 없다는 열여덟 살부터 희소 난치병을 앓아온 저자 희우의 십 년 간의 투병기를 담은 에세이다루푸스만성 염증성 자가면역질환으로 결합조직과 피부관절혈액신장 등 신체의 다양한 기관을 침범하는 전신성 질환처음 루푸스 신염이라는 낯선 병명을 듣는 순간 그녀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난데없이 루푸스를 가진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니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그럼에도 불구하는 그녀는 어렴풋이 느꼈나보다다시는 원래의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이때부터 그녀는 조금씩 더 먼 과거로 회귀해서 잘못돼 보이는 선택을 꾸짖게 되었다고 한다조금 더 빨리 병을 발견했더라면주먹밥으로 때우지 않고 건강하게 잘 먹었더라면목표하는 대학 진학을 위해 스테로이드를 하루 열한 알열두 알씩 먹으며 공부하지 않았더라면대학을 포기했더라면지금 상황이 밑바닥이라고 느껴져서 뭐든 돌이켜보고 싶은 마음그러면 지금과는 달랐지 않았을까 하는 어떤 가정법 같은 것 말이다어쩌면 그것은 언제 치유될지 알 수 없는 이 기나긴 고통 속에서 자신이 찾을 수 있는 가장 편리한 답이었을지도 모르겠다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저 앓으며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며칠이 삭제되어 있다이렇게 잃어버린 내 시간은 대체 얼마나 될까? / 22p

 

 

병이 남긴 자국이 진흙처럼 덕지덕지 묻어 내가 아래로 아래로 빠지면내 곁의 사람들은 내게 를 건넸다찬란하던 때의 나를아픔이라곤 모르고 철없이 밝기만 했던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아프지 않은 내가 있었다는 것그리고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는 순간나는 그 진흙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 25p

 

 

 




 

 

 

 

  나의 아픔이 오로지 나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될 때가 있다저자는 나만의 전투인 줄 알았던 고난을 치르는 동안동생도 한쪽에서 함께 견디고 있었던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고 고백한다자신은 고작 열여덟에 불행을 마주했다고 소리치는 사이겨우 열여섯에 아픈 누나의 투정과 울음을 지켜보며 누나보다 더 자라야 했을 동생그는 청하고 투정할 자리를 줄여 누나에게 모든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그러는 동안에 예순에 가까워진 부모는 자신의 신장을 딸에게 내어주기 위해 평생을 가까이 하던 술담배를 끊고 기꺼이 건강한 몸을 만들려 애썼다애써 덤덤한 척 했지만 아픈 자식이 철없이 자신의 고통만을 말할 줄 알았던 사이주름진 손과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만큼 부모의 마음도 새어가지는 않았을까나는 문득 두 번의 암투병을 하는 동안 오히려 아픔의 무게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고 가족에게 짐이 될까 걱정했던 엄마가 떠올라서 울컥했다그런 엄마에게 나는 고작 한 줌의 위로도 되어주지 못했던 것 같은데환자의 아픔은 환자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라는 현실적인 고통이 여전히 무겁고 또 무겁다.

 

 

 

얼굴은 하나의 정체성이었다얼굴이 달라지고부터 사람들은 나를 이전의 나로 봐주지 않았다그렇게 내가 아닌 것만 같은 시간이 이어졌다고등학교 3학년이 끝날 때까지 얼굴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나도 내 마음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그렇게 죽지 않고 살았지만이전의 나도 지금의 나도 아닌 채로 버텼다어쩌면 이전의 그림자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반쯤은 이방인인 듯이또 반쯤은 지워진 듯이. / 54p

 

 

나는 꼭 오래된 배터리 같았다조금만 써도 얼마 못 가 방전되어버리는 배터리그래서 침대에 온종일 붙여 놓아야 겨우 충전이 되는 고물닳을 대로 닳아버린 내 몸을 얼마나 더 쓸 수 있을까내 몸의 소비기한은 이미 지나버린 것은 아닐까그렇게 울다가 잠든 다음 날엔 꼭 몸이 아팠다. / 74p

 

 

종종 거울 앞에 서서 내 몸을 바라본다내 배에 그어진 세 개의 선을 또렷이 본다손톱만 한 것손가락만 한 것손 전체로도 가려지지 않는 것도관이 자리 잡았던 구멍그 호스를 넣기 위해 찢었던 자국웅이의 신장이 들어간 곳그리고 겨드랑이가슴골반허벅지 곳곳에 자리한 선홍빛의 튼 살도 눈에 들어온다과거의 치열과 고통은 내 몸에 이렇게나 선명한 자국을 남겼다. 10년이 지난 튼 살은 색이 바랠 뿐나아지지는 않았다내가 생의 끝까지 가져가야 할 어떤 운명의 조각이 몸에 새겨진 것 같았다완치가 없는 루푸스는 끝나지 않으니까이식된 신장의 수명에도 기한이 있다니까완전한 끝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 193p

 

 

 



 

 

 

 

  저자는 여전히 병을 고백하는 것은 어렵고 괴롭다고 한다고통을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다는 것도위로받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병은 평생 나와 함께인 듯 아닌 듯 살아갈 것이고투석과 이식을 반복해야 할지도 모르고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짐이 되겠지만많이 울더라도 또 많이 웃으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루푸스의 나가 아닌지금 여기에서만 누릴 수 있는 행복과 사랑과 기쁨들을 그러모아 라는 사람 자체로 존재하고 싶다고루푸스라는 병에는 완치란 없기에이식된 신장의 수명에도 기한이 있기에 완전한 끝이란 없을지도 모르지만 부디 그녀가 오래오래 덜 아파하면서 행복하길 바란다그리고 이 책이그녀가 보여줄 삶이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 - 카이사르에서 콘스탄티누스까지, 제국의 운명을 바꾼 리더들 서가명강 시리즈 20
김덕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거의 로마에서 현재의 오늘을 들여다보다!

리더란 무엇이고 그들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책!

 

 

 

 

  “리더 한 사람으로 인해 나라가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훌륭한 리더는 그 자신에게도, 국민에게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로마의 역사가 말해준다.” 그들은 로마가 만들었고, 로마의 역사가 되었다의 저자인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김덕수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로마 문명이 서양 문명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로마의 성장은 로마 인민 전체의 업적이기도 하지만 탁월한 리더십으로 로마를 이끈 리더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 중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4인의 리더는 로마를 강력한 국가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이들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리더를 선출해야 하는 귀중한 시기 앞둔 지금, 4인의 리더들이 남긴 업적과 패착, 교훈과 질문은 우리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제공한다.

 

 

 

리더란 무엇인가

 

 

  자유를 파괴한 독재자인가, 로마를 강력한 지중해의 제국으로 발전시킨 영웅인가. 정치가로서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로 손꼽히지만 권력욕에 눈이 먼 폭군으로 양면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그의 이름은 바로, 카이사르다. 영어식 이름인 줄리어스 시저로도 널리 알려진 이다. 그는 로마를 건국한 율리우스 씨족이라 하여 이른바, 로열패밀리의 후손으로 태어났지만 정치적으로는 아직 무명에 가까웠다. 정치가로서 카이사르의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발휘된 것은 1차 삼두정치가 채결된 이후였다. 당시 동방에서 전공을 세운 폼페이우스, 재력 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크라수스가 군사적 명예를 빌미로 나라를 쥐고 흔드는 것에 원로원에서 거부감을 가지자, 이 틈을 타 카이사르가 중개자로 나서 로마를 분할 통치하기로 담합을 맺은 것이다. 이후 크라수스가 죽고 막강한 군사력으로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에 입성해 폼페이우스를 몰아내고, 카이사르는 마침내 자신의 시대를 맞이했다.

 

 

 

  카이사르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그가 가장 먼저 내건 구호는 클레멘티아(관용)’였다. 그는 내전 중에 자신을 적으로 삼았던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적대 행위를 하지 않으면 너그러이 포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달력을 개정해 태양력을 사용하고, 자신의 명성을 빛내기 위한 대대적인 공공건축 프로젝트도 추진했다. 하지만 정치권력과 명예를 지나치게 추구한 나머지 기존에 없던 10년 임기의 독재관을 만들더니, 평생을 임기로 하는 종신독재관으로 스스로 취임하는 패착을 두기도 한다.

 

 

 

  그렇게 카이사르는 공화정의 전통을 파괴하고 권력을 독점해 자유를 압살했다는 이유로 60여 명의 원로원 의원들, 브루투스와 카시우스 롱기누스 등의 공화정파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이때 카이사르를 살해하는 데 가담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와 연인 사이였던 세르빌리아의 아들로, 단테가 자신의 저서 신곡에서 지옥의 가장 아래층에서 사탄의 입으로 사용된 최악의 죄인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이탈리아를 찬탈한 파시스트 무솔리니가 로마 진군 10주년을 기념하여 카이사르에게 광장을 바치고자 동상을 세운 데서 알 수 있듯 누군가는 그를 독재자로 기억하지만,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영웅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는 점은 크게 역사의 양면성까지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지금은 우리가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저 다리를 건너는 순간 모든 문제는 칼로 해결한다.” 그들이 잠시 주춤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유령이 나타나 나팔수의 트럼펫을 빼앗아 불며 강 건너편으로 갔다. 그러자 카이사르가 외쳤다. “신들이 향한 곳, 적들의 불의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 18p

 

 

카이사르가 남긴 여러 업적 가운데 태양력의 도입은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카이사르가 태양력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이집트에 체류하면서 얻은 성과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플리니우스는 자연사(18, 210~212)에서 알렉산드리아의 천문학자 소시게네스가 이 일에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소시게네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지만 아마도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학술 고문 중 한 명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쨌든 달력 개정을 통해 시간마저 합리적으로 통제하려 했던 카이사르의 노력이 우리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준 셈이다. / 55p

 

 

카이사르 암살의 핵심 주모자 중 또 한 사람인 카시우스 롱기누스 역시 이를 기념하는 주화를 만들었는데, 그 또한 자신의 얼굴과 이름, 그리고 브루투스와 마찬가지로 IMP라는 칭호를 새겨 넣었다. 당시 장군들은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군사적 업적을 세우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주화에 그 내용과 자신의 얼굴, 이름, 칭호 등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이렇게 주조한 주화를 병사들에게 나누어주었는데, 이는 일종의 유행처럼 이루어졌다. / 65p

 

 

 



 

 

 

 

  카이사르가 폼페이우스와 크라수스와 연합했던 제1차 삼두정치처럼, 안토니우스와 레피두스와 손을 잡아 2차 삼두정치로 세를 키운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 가문에 입양되어 죽은 카이사르의 명예와 가문의 명성을 짊어질 운명을 맞이한 이때 그의 나이는 불과 스무 살이었다. 하지만 제2차 삼두정치는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대립과 경쟁 양상으로 치달은 뒤, 그 유명한 악티움 해전에서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연합군을 물리치면서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이에 옥타비아누스는 존엄한 자를 의미하는 아우구스투스라는 새로운 칭호로 불리며 국부의 자리에 올랐다. “나는 벽돌의 도시를 보아왔으나 대리석의 도시를 남겨주었노라고 자부할 수 있었을 만큼, 로마는 그의 통치시기에 놀랍도록 성장하여 500년이라는 황금시대를 맞이했다. 무엇보다 그는 정책 반감을 최소화하면서 실제로는 통치권을 유지하는 탁월한 리더십을 보였다고 한다. 나랏일을 위해 자신의 재산까지 아낌없이 쏟아 부은 점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들이 없었던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와 같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 않기 위해 딸 율리아를 여러 남자와 정략결혼을 시키는 패착을 두었으니, 가족을 정치적 도구의 희생양으로 삼게 한 점은 씁쓸함을 남긴다.

 

 

 

그의 명언 중에 대담한 장군보다 신중한 장군이 더 낫다라는 말이 있다. 용감무쌍한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평소 그의 좌우명은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말이었다. 서로 모순인 이 표현을 우리식으로 풀이하자면 급할수록 돌아가라정도일 것이다. 아우구스투스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꾸준히 한 단계 한 단계 이루어나갔다. 그는 비할 바 없이 많은 업적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 124p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듯, 노예 출신으로 황제의 자리까지 오른 이가 있었으니 그가 디오클레티아누스다. 그가 황제에 올랐던 3세기 때의 로마는 황제가 채 2년도 자리를 보전하지 못할 정도로 폭력이 난무하고 형제가 살육을 서슴지 않았던 군인 황제 시대였다. 정치는 혼란에 빠지고 대규모 이민족의 침입이 이어져 나라가 불안정하던 시기에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어렵지 않게 출세 길에 오를 수 있었다. 그가 카루스 황제의 근위기병대장으로 발탁되어 많은 전공을 세우고 최고 정무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능력이 있다면 제국의 어디 출신이라도 황제가 될 수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로마를 동로마와 서로마로 나누어 각각을 황제와 부황제가 맡아 같이 협의하여 통치하는 4제 통치 체제를 수립했다. 또 화폐 안정화와 세제 개혁을 단행하여 나라를 안정시킴으로서 위기에 처한 3세기 로마 제국의 구원투수로 등극했다. 그렇게 막강한 권력을 구축해놓았지만, 그는 뜻밖에도 즉위 21년째 되던 해에 퇴위를 선언했다. 죽을 때까지 권력욕을 놓지 못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여느 리더들과 달리, 고향에서 채소를 키우며 노후를 보내기로 한 그는 살아생전에 스스로 퇴위를 선언한 최초의 황제라는 점에서 남다름이 느껴진다.

 

 

 

3세기 로마는 혼란과 무질서의 군인 황제 시대를 겪게 된다. 284년에 디오클레티아누스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황제로서의 지위를 선언한다. 황제가 막강한 힘을 갖지 않으면 장군들의 권력 쟁탈로 인해 혼란과 무질서가 계속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이제 황제는 프린켑스가 아니라 도미누스라고 선언한 것이다. 도미누스는 원래 노예가 주인을 부르는 칭호로 주인님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내가 너희들의 주인이다라는 의미로 도미누스라는 칭호를 사용함으로써 전제정(도미나투스, 도미누스의 체제)을 창시했다. / 144p

 

 

이 청동상이 왜 베네치아의 한 성당에 와 있게 되었을까? 1204년 제4차 십자군 전쟁 당시 참전했던 베네치아군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공격해 그곳에 있던 많은 보물들을 약탈해 가져온 전리품 중 하나다. 그렇게 해서 이 귀중한 유물은 아무 상관도 없는 베네치아의 한 성당 모퉁이에 자리하게 되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막시이마누스, 갈레리우스, 콘스탄티우스, 이 네 명의 통치자가 평화를 다짐하며 서로 포옹하고 있는 이 동상은 당시 수립한 4제 통치 체제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자료다. / 157p

 

 

 

  대부분의 리더들이 그러하듯, 디오클레티아누스 역시 냉정한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누군가는 그를 3세기 로마제국의 구원투수로 평가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리스도교를 탄압한 폭군으로 더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유피테르 신의 대리인임을 자처하며 로마의 전통 종교 회복을 통해 황제권을 강화하고자 했다. 모든 시민들을 국가 제사 의식에 참여하도록 했고, 이를 거부하는 자들은 태형에 처했다. 또 교회를 파괴하고 그리스도인 집회도 금지시켰다.

 

 

 

  이와 달리, 콘스탄티누스는 그리스도교를 공인하고 삼위일체론을 정통 교리로 만드는 등 그리스도교의 형성에 영향을 준 황제로 유명하다. 우리가 세계사를 공부하다보면 꼭 배우게 되는 밀라노 칙령을 통해 그는 누구나 그리스도교를 믿을 자유가 있으며 아울러 모든 종교의 자유까지 인정했다. 어떤 역사가는 그를 로마의 전통 종교를 무시하고 그리스도교화를 정책으로 삼았다며 만사를 바꾸고 뒤집어 놓은 사람이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분열되어 있던 로마제국을 하나로 통일시키고 서양 중세의 그리스도교 천 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그의 탁월한 리더십은 인정될 만하다.

 

 

 

유일신 사상에 근거한 그리스도교는 하나님 한 분만을 경배해야 한다고 믿었기에 다신교 전통의 로마 사회에서 탄압을 받았다. 그러나 강력한 통치권을 원하는 콘스탄티누스에게 그리스도교의 유일신 사상은 정치적으로 필요해 보였을 것이다. 밀라노 칙령이 발표될 당시 로마제국은 황제권이 동서로 나뉘어 있었고, 서로마 황제 자리를 두고 막센티우스와 내전에서 승리한 바 있다. 다양한 민족과 인종, 문화가 공존하는 로마제국에서 태양이 하나이듯이 하나의 신을 믿고 하나의 황제가 다스려야 한다는 통치 이데올로기에 그리스도교만큼 적당한 종교는 없었을 것이다. / 239p

 

 

 




 

 

 

 

  이처럼 로마를 이끈 4인의 리더들이 남긴 업적과 치세, 그들이 남긴 과업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리더란 무엇이고 그들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뿐만 아니라 수십 세기가 흘러서도 과거의 관습과 그들이 이룬 업적의 일부가 버려지지 않고 그대로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점은, 오늘 우리가 한 무언가가 후대에 까지 얼마나 오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아울러 복잡하게 느껴졌던 로마사를 4인의 리더를 중심으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간혹 클레오파트라가 왜 양탄자에 둘둘 말린 채 카이사르를 만났는지, 카이사르에 의해 밀려났지만 폼페이우스 역시 로마사에 있어 주요 인물 중 한 명이기에 그는 누구인지, 책에서 미처 다 다루지 못한 여백은 스스로 채워보는 것도 좋은 독서가 될 듯하다. 또 카라칼라 목욕장이나 기념주화, 베네치아 성당의 청동상, 부활절, 주일 등 이 시대가 남긴 각종 문화유산 뒤에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서가명강시리즈는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질문과 지식, 교양을 한 번에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늘 흥미롭지만 이번 책은 특히나 더 재미있게 읽었다. 무엇보다 대선을 앞둔 시기인 만큼 이 책을 통해 내가 원하는 리더는 어떤 유형인지, 잘 분별하여 안목을 기르는 데 도움을 얻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많은 분들께 추천 드리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i,keiss 2021-12-17 0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세하고 정성스런 리뷰를 읽고 있으니 책을 절로 읽고 싶어지네요. 잘 읽었어요^^

투콤마 2021-12-18 16:43   좋아요 0 | URL
근래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인문교양책이어서 리뷰도 즐거운 마음으로 쓴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심플왕 - 넘치는 욕망을 싹둑 잘라내는 심플 탐험 에세이
유강균 지음 / 마인드빌딩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도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하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책!

버리기 기술이 아닌 왜 심플하게 살려고 하는가에 주목하라!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정리정돈을 잘 하지 못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때그때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고 계획하는 일이 내게는 어렵다. 때문에 계절마다 가구 배치를 옮기고 불필요한 것들이 틀어박혀 있는 서랍장 안을 정리하는 일은 대부분 신랑이 한다. 그래서 신랑이 정리를 할 때마다 마음이 불안해진다. ‘, 저건 내가 버리려고 했던 건데’ ‘언젠가는 쓸 일이 있을 텐데 왜 버리지?’ ‘평소에 청소 자주 하는데 왜 이렇게 지저분해보이지?’ 하고 말이다. 늘 눈에 밟히기만 하고 쓰지 않는 것들은 버려야지, 하면서도 언젠가라는 이 꼬리표 때문에 다시 서랍 속으로 들어간다. 나름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것 같은데 신랑이 정리하고 나면 체계적으로 정돈이 잘 되어 있다. 이쯤이면 내겐 정리 유전자가 없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정리에 관한 혹은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들을 여럿 읽어보기도 했지만 실천은 잠시 뿐, 숱한 다짐은 금세 무색해진다.

 

 

 

  우리 사회에 언젠가부터 미니멀리즘이 대세다. 각종 방송, 도서에서 미니멀리즘의 가치와 효용성을 강조하더니 이제는 정리를 대행해주는 서비스업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심플하게 살기 위해 물건을 버리고 정리정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왜 매번 다짐과 실패를 반복하며 자괴감에 빠져들어야 할까. 이에 대해 심플왕의 저자는 라는 질문이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무엇을 심플하게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심플해지는지 그 방법은 제시해도 왜 심플해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한다. 단순히 깔끔한 게 좋아서와 같은 이유로는 지속력을 얻기 어려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심플하게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보다, ‘왜 내가 심플해져야 하는지, 왜 삶에 비움이 필요한지, 그로 인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중점에 두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심플은 단순하게 사는 방식이 아닌,

변화하는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이다. / 197p

 

 

 

  저자가 심플왕이 되기로 한 것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바쁜 일상에 허덕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뒤부터라고 한다. 이번 달과 이번 주에는 무엇을 달성해야 하고, 오늘은 몇 시에 일어나서 어떤 일을 끝내야 하는지 기록하며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지휘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던 그였다. 하지만 성공은커녕 뭐 하나 꾸준하게 집중하기 어려웠던 자신의 환경을 이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 영화, 웹툰, 드라마, 놀고 싶은 욕구, 게임, 군것질, 웹서핑, 늦잠 등 방해 요소들이 늘 그를 바쁘게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이제야말로 좀 심플하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한다. 모든 부수적인 활동을 최소화하기. 낭비가 없는, 최소한의 시간과 돈과 에너지로 살아가기. 그리하여 절약한 내 모든 생명력을 가장 가치 있는 일에 쏟아 부어보자고 다짐한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결심한 게 있다.

이제는 좀 심플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낭비 없이 집중하며 살아야겠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 25p

 

 

 



 

 

 

 

  책에는 다양한 버리기 스킬을 마스터해나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나의 공간을 침범하고 있는 가구의 횡포를 측정하고, 다양한 필기구의 세계에 빠져 있던 시절로부터 탈출을 선언한다. 책상에 둔 예쁘고 자그마한 수납함, 이런저런 문구류를 넣어두는 데스크 오거나이저 등 언뜻 보면 깔끔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알고 보면 깔끔한 척 착각하게 만드는 눈속임의 도구들까지 정리한다. 물건을 구매할 때는 구체적인 디자인이나 기능, 특징, 재질 등 본인만의 확고한 가치관이 반영된 것만 반드시 구매한다. 이때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내가 진짜로 원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탐구해볼 것을 조언하기도 한다. 또 물건을 버릴 때는 나는 왜 이 물건을 버리지 못할까?’ ‘정말 버릴 수 없는 걸까, 그냥 버리기가 싫은 걸까?’ 질문해보며, 소중하고 추억이 담기고 비싸고 귀중한 물건이 필요한 물건과 별개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때 마침내 버리기의 철학도 정립될 것이라 한다.

 

 

 

집은 중요하다. 내 몸이, 더 나아가 내 영혼이 머무는 공간이다. 내가 머문 자리가 깨끗하면 내가 하는 일도, 생각도 건강해진다. 공간이 주는 힘은 절대 가볍지 않다. / 55p

 

 

정말 진정한 사랑을 받았다면 그 감동은 영원히 가슴에 새겨진다. 잊으려야 결코 잊을 수 없다. 만약 물건 때문에 간신히 기억하는 가느다란 추억이라면, 그 정도는 그냥 포기하며 살련다. 잊히는 게 두려워 가지고 있는 물건이라면 그것은 짐일 테니까.

모든 걸 다 기억하고 보관하며 살 수는 없다. 추억은 가슴에 보관한다. 그거면 된다. 괜스레 추억의 물건이라고 보물단지 모시듯 가지고 있다가는, 날이 갈수록 짐만 늘어날 뿐이다.

케케묵은 물건을 쌓아두기보다는 앞으로 만들어갈 추억에 더욱 집중하고 싶다. 추억은 마음에 깃드니까. / 101p

 

 

 

  저자는 심플은 도착점이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바라고 지향하는 삶에 맞춰가기까지의 여정이자 수단이라고 정의한다. 또 무엇을 얼마나 버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비운 후에 내가 진정 필요한 것들로 채울 수 있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나를 둘러싼 세계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고, ‘나는 누구인가를 고심하며, 그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나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이렇듯 심플에게서 존재의 이유를 고민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너도나도 미니멀리즘을 강조하니까 나도 따라해야지 하고 무작정 마음만 급급해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보게 된다.

 

 

 

나는 이것을 저녁의 도미노라 부른다. 귀찮음을 이겨낸 최초의 행동은 도미노의 첫 블록으로 작용하여 힘들이지 않고 다음 블록을 넘어뜨린다. 관성의 법칙과도 같다.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움직이지 않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지 않으려는 현상. 행동에는, 그리고 그 행동을 주관하는 마음에는 같은 물리법칙이 적용된다. 계속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점차 부지런해지거나. / 113p

 

 

심플은 단순하게 사는 방식이 아닌, 변화하는 삶을 살기 위한 수간이다.

도대체 저 사람은 어떤 힘으로 저렇게 즐겁게 삶을 살 수 있을까?’

상대의 마음에 이 문장을 심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더없이 행복한 사람이리라. 심플한 사람이리라. / 197p

 

 


 

 

 

 

  『심플왕은 여느 미니멀리즘 관련 서적들이 강조하는 버리기 기술 보다는 왜 심플하게 살려고 하는가에 주목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어느 미니멀리스트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를 비롯해 주변에 이웃한 평범한 청년의 이야기라 공감이 간다. 나는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울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 대해 보다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작가님으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뉘앙스 - 성동혁 산문집
성동혁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의 언어에서는 연약한 듯하지만 뭉개지지 않는 견실한 힘이 느껴진다!

 

 

 

 

 

  성동혁 시인은 자신을 심장장애 2급 장애인이라 고백한다. 어릴 적부터 계속됐던 병원 생활과 수술로 대부분을 병원에서 지내야 했고, 가족끼리 여행을 간다거나 수학여행은커녕, 크리스마스와 새해마저 그의 몸은 자유롭지 못했다. 자유 의지라는 것을 가질 수 없는 병실,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뭘 어떡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공간 속에서 그는 나아지는 기분이 들지 않는데 애써야 할 자신의 오늘과 내일을 내내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새겨진 메스로 쓴 시덕분에 그는 십 대도 이십 대도 삼십 대도 있을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고통을 견디는 삶을 살았고 자신의 힘이 온통 그곳에 쓰이는 동안, 자신을 기다려주고 업고 들고 뛰었던 주변 사람들의 마음의 공간을 더 크게 감지한다. 그러다가도 끝끝내 함께 갈 수 없는 곳이 있어 쓸쓸했던 그 무엇들이 언어가 되고, 시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세상의 모든 온기를 담는 커다란 그릇이 되었다. ‘울지 않는 슬픔우는 슬픔보다 더 슬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의 언어는 그래서 단단하다. 연약한 듯하지만 뭉개지지 않는 그 견실한 힘은 겨울에 핀 꽃 같다. 뉘앙스가 꼭 그렇다.

 

 

 

내일은 귀한 행복과 햇볕이 있겠죠? 내일은 오늘 심어 놓은

씨앗이 피어나는 일이겠죠. 세계가 저를 모른 척한 적은

있지만 저를 끝낸 적은 없으니까 그래도 지구는 둥그니까

걷다가 보면 제가 심은 꽃들이 피어나겠죠? 꽃들이 꼭 아는

척하면 좋겠어요. 제 손끝에서 피어난 거라고 꼭 아는 척해

줬으면 좋겠어요. 사랑하는 엄마 제가 벌써 서른이 넘었어요. / <엄마 지구는 둥글잖아요> 중에서 51p

 

 

 

  며칠 전, 뉘앙스의 출간 기념으로 열린 시인의 북토크를 라이브 방송으로 보게 되었다. 이 때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이 있다면 아마도 친구가 아니었나 싶다.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도 사람그리고 친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토크 장소까지 데리고 와 준 친구, “네가 시를 썼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준 친구, 시인이 무언가를 계획할 때 손과 발이 되어준 친구들. 그들은 선천성 난치병을 지닌 시인의 가방을 대신 들어 주고, 숨이 찬 그에게 등을 내어 주었다. 덕분에 시인은 계단과 오르막을 올랐고, 자신의 육체로는 갈 수 없는 곳을 오를 수 있었다.

 

 

 

  절대 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산을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그들 덕분이었다. 시인이 한 번도 산에 올라가 보지 못했다는 말을 간직하고 있었던 친구들은 마침내 산에 오를 준비를 했다. 의료인이 된 친구, 소방관이 된 친구들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수액과 응급 처치를 할 의료용품, 산소통 등을 철저히 준비했다. 담당 의사에게 허락을 맡고, 점검 차 미리 산을 오르며 등산로를 체크했다. 그렇게 시인은 2016년 시월, 태어나 처음으로 산에 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친구들에게 업힌 채로, 그들의 등을 통해 산을 느낄 수 있었다. 갈 수 없는 곳을 가기 위해 발이 되어주고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내한 친구들, 그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시인은 자신의 삶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안다. 많은 불가능 속에서 살고 있지만 행운처럼 친구들을 만나 많은 풍경을 보았으며 그 힘으로 여태껏 살아 있음을 감사히 여긴다. 어쩌면 나의 세상도 내 사람들로 하여큼 이만하게 넓어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오늘은 나의 세상이 되어준 이들을 떠올리며 마음으로라도 안부를 다 전하고 싶다.

 

 

 

오랫동안 견디는 삶을 살았어. 많은 힘이 그곳에 쓰였어.

고통을 견디는 것. 나 대신 주변 사람들이 꾸준해졌어.

근육으로 나를 업고 나를 들고 나를 위해 뛰었어. 그러나

이제는 그러면 안 돼. 그러기엔 그들의 약해진 얼굴이

보이고, 약해진 근육들이 느껴져. 그럴 순 없어.

홀로 해야 하는 것들의 범위를 늘리려 노력하고 있어.

단순하고 당연한 것들의 범위를 늘리려 하고 있어. 그 누구도

그것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 <동시를 쓰게 되었어> 중에서 99p

 

 

열심히 살고 있어. 남의 돈 빼앗으며 살지 않고 성실히

가난하게 살고 있어. 그렇지만 돈이 모이면 종종 스테이크도

먹고 좋은 커피도 마시면서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어.

스스로 안 부끄러우려고 노력 중이야. 엄마도 나를

부끄러워하지 마. 난 포엣 포엣. 시인이야. 엄마가 낳은 시인.

엄마가 낳은 어여쁜 부랑자. / <poet> 중에서 129p

 

 

 



 

 

 

 

  ‘아무 말 하지 않고도 모두를 말하는’, 뉘앙스. ‘온도, 습도, 채도까지 담고 있는 말’, 뉘앙스. ‘손이 닿기 전에 알아야 하는 것’, 뉘앙스. ‘말하지 않아도 들어야 하는 말. 당신이 쓰고 내가 읽는 마음’, 뉘앙스. 사실 뉘앙스를 읽고 싶었던 것은 순전히 이 단어 때문이었다. 당신과 나 사이에서 갑자기 미묘하게 뒤틀려버린 공기의 흐름 같은 것, 돌아선 발걸음 소리에 실린 아직 다 하지 못한 말의 무게 같은 것.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여기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그 모든 예민한 감각들, 말할 수 없는 것들에게서 온기를 느끼고 때로는 상처까지 감각해내고 마는 것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러한 기민한 감각으로부터 무뎌지고, 차라리 모르는 척 하는 게 편리하다는 이유로 외면할 때가 있다. 감각을 재우지 않는 삶을 살아가자 다짐하지만 살아내는 것이 중요해서, 당장의 시급한 것들로 인해 놓치고 만다. 시인은 뉘앙스에 대해 사랑할 때 커지는 말이기도 하지만 사랑할수록 작은 뉘앙스에 휘청거린다 했다. 오늘 내가 놓쳐버린 이 감각이 나와 당신 혹은 누군가와의 관계를 또 어긋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되돌아볼 일이다.

 

 

 

마음이란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어디에 붙여도 온통 세계가

되는 이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 <무제> 21p

 

 

무언가를 정리해야 한다면, 시작해야 한다면 겨울에 해야

할까요. 겨울은 자주 멈추게 하고 자주 앓는 계절이죠.

그러나 겨울엔 새 노트를 사고, 일력을 사죠. 철새가 맘껏

쉬다가 날아갈 공간을 마련해야 하죠. 그래야 겨울은

끝나죠. 한꺼번에 여러 장의 일력을 찢는 날, 어떤 풍경이

뭉텅뭉텅 사라질 때를 알아요. 겨울이 간 걸까요. 아니면

새가 사라진 하늘이 휑한 걸까요.

무엇이든 나는 얇아지고 있어요. 하얀 구름 같은 게 뜯겨

나가는 걸 느껴요. / <일력> 중에서 44p

 

 

 




 

 

 

 

  북토크에서 어떤 사람이고 싶냐던 한 질문에 대해 시인은 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책 속에서도 나의 천성은 부디 선하길, 부디 선한 곳으로 기울길기도하던 시인의 마음처럼, 그에게서는 연약한 듯하지만 견고하고 맑은 내성이 느껴진다. 때문에 이제는 동시를 짓고 있다던 시인의 시는 또 어떠한 언어를 품고 있을지 궁금하다. 몸은 늘 위태롭고, 수많은 불가능의 말 속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것은 많지 않음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포엣, 포엣, 시인이야라던 그 경쾌한 대답을 꾸준히 세상과,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기를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